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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여자라니

모진호에서 돌아온 후 이진은 한시혁에게 부탁해 정희와 임만만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이 환자를 데리고 별장으로 되돌아갔다.

하인을 시켜 약을 가져온 후 체온을 재니 다행히도 감기로 인한 미열일 뿐이었다.

“몸은 좀 어때요?”

이진은 한쪽에 서서 윤이건이 약을 먹는 것을 보더니 마음이 착잡했다. 그는 윤이건의 나약한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에게 나약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가 아픈 이유는 바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차가운 호수에 뛰어들어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구했기 때문이다.

‘꽤 따뜻한 사람이었네.’

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부엌에 들어섰다.

윤이건은 이진을 보더니 단번에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일어나 부엌으로 따라들어갔는데 이진의 바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기야,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배즙.”

그가 몸이 불편한 데다가 사람을 구했기에 이진도 그의 호칭을 따지진 않았다.

윤이건은 이진의 대답을 듣자 미소를 지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엌 입구에 기댄 채 서있었는데 머리는 어질어질했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

배즙이 완성되자 윤이건은 이진이 그에게 한 그릇을 떠주는 것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은 마치 사탕을 달라는 어린아이 같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따뜻할 때 빨리 마셔요.”

“내가 지금 손에 힘이 안 들어가거든. 만에 하나 그릇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자기가 힘들게 끓여준 배즙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하인들이 뒷정리까지 해야 되겠지.”

이 말을 듣자 이진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뭘 원하는 거죠?”

“자기가 먹여줘.”

평소에 그가 이런 말을 꺼냈다면 이진은 가차 없이 배즙을 윤이건의 머리에 쏟았을 것인데 지금의 그녀는 참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먼저 일을 벌였으니 억지로라도 그의 요구를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의자를 하나 끌고 오더니 윤이건의 맞은편에 앉고는 배즙 한 그릇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그에게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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