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은 이진의 결정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그들이 한 짓은 정말 악질적이다.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며 어쩔줄 몰라 하였다.뭘 말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바로 떠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좀 웃기는 상황이다.이진도 이 상황이 좀 웃겨 보였다.분명히 착한 사람들인데 이기태가 인성의 약점을 잡아 키웠다.이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차 경적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이진은 차를 보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지금은 웬지 차 안의 그 남자가 보고 싶다. 이건 그녀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이다.차는 결국 이진 앞에서 멈추고 윤이건은 비서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윤이건을 본 순간 한시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경호원도 그를 보고 전원 모두가 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이 상황을 본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어쨌든 아까 이성을 잃지 않고 크게 싸우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아니면 지금쯤 경찰서가 아닌 병원일 것이다.“어때, 다친 데는 없어?”윤이건은 지금 다른 사람을 고려할 마음도 없다. 차에서 내린 후 바로 이진 앞에 달려갔다.이진의 두 팔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또 아래에서 위로 몇 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윤이건의 이런 모습이 웃겨 이진은 웃어버리지만 마음은 훈훈했다.“괜찮아요. 아무일 없으니 걱정마세요. 그리고 제 말을 알아듣고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이진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윤이건만 들을 수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예전 같으면 윤이건은 까불며 장난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아까 전화속에서 이진이가 한 말, 그녀가 다친 줄로 이해한 윤이건은 심장이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지금 멀쩡하게 눈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다.그리하여 주위 시선을 그냥 무시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이진을 품에 안았다. 윤이건의 심정을 이해한 이진은 감동과 감격에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이 포옹도 그녀에게 다소 안전감을 주었다. 이
이진의 새로운 계획은 마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놀랐다.여기에서 있는 몇 분 동안, 윤이건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였다. 마을 사람들과 협상하는 일은 쉽게 문제가 일어나기에 아까 그런 상황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이진은 이번 상황을 잘 해결하였다.사람들의 불길을 껐을 뿐만 아니라 윈윈을 실현하였다. 윤이건은 문 가까운 곳에 서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지금 이 곳에서 그는 이진의 표정과 동작을 잘 지켜볼 수 있었다.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진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점점 따뜻해 졌다.같이 있다보니 그녀의 능력을 잊을 때도 많았다.그러나 지금 한 외부인으로서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였다.짙은 자부심과 자랑스러운 마음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 졌다.그러나 다른 한 편, 이진에게서 시선을 옮겨 윤이건을 보던 한시혁의 눈빛은 차가워졌다.2,3초 밖에 안되는 사이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이진은 또 명망이 높은 몇몇 마을 사람과 이장에게 더욱 자세히 얘기드렸고 일을 마무리 하였다.“그럼 이젠 철거팀이 작업을 시작해도 되는 거죠?”이 말을 듣은 마을 사람들은 민만하기만 하였다. 아까만 하여도 삽을 들고 싸우려고 하였던 것이였다.이진이 이렇게 대범하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을 보고 여러 남자들은 고개를 숙였다.옆에 앉아 있던 이장도 이 상황을 보고 쓴 웃음을 지으며 이진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럼 그전 약속 대로 작업을 진행하시구요. 철거팀분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이진의 마음에 드는 말이였다.적어도 진정하고 나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다.그러기에 이기태에 대한 그녀의 원망은 더욱 컸다.일을 마무리하고 이진은 일정이 지연된 탓으로 더는 멈추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이지은 사람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하지만 다음 목적지가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한시혁의 어깨는 보기에 평범한 외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하였다.아까 먼지바람
말은 세게 해도 속은 여리고 따뜻한 이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한시혁은 아무말 없었다. 그냥 이진의 손이 다아가기 쉽게 몸을 병상 옆으로 조금 옮겼다.방금 의사 선생님이 올려놓은 거즈를 가볍게 젖히자 고소는 호한의 험상궂은 상처를 보았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조여들었다.어릴 때부터 길러진 너무 독립적인 성격 때문인지 다른 사람이 베푸는 것에 그녀는 익숙하지 않았다.그리고 이 다른 사람이 한시혁이라면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녀의 좋은 친구이고,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그러나 감정에 편차가 생겼을 때 그에 따른 변화는 두려웠다.한시혁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이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한참후 무엇인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희 말로는 네가 신곡 준비를 하고 있다며?”이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한시혁은 영문을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맞어, 준비 중이야. 지금 노래 편곡부분을 정하고 있어.”“그럼 이쪽 일이 끝나고 내가 편곡 도와줄게, 어때?”이진이 보기에는 한시혁에게 빚을 갚은 행동이지만 한시혁은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상처를 다시 시료한 다음 또 수액하여야 했다.만약 윤이건이 기다리지 않았다면 이진은 수액 끝날때까지 지켜주었을 것이지만 윤이건도 그들을 살린 셈이고 그렇게 밖에서 몇시간 동안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고민 끝에 이진은 임만만을 병원에 남겨 한시혁을 돌보게 하고 먼저 떠났다.병원에서 나온 이진은 계단을 내리기도전에 차 안의 윤이건을 보았다.그녀의 마음은 아주 든든해 졌다.“어때?”이진이 차에 오른지 얼마 안되어 윤이건의 냉냉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이 말을 듣고 이진은 고개를 돌려 윤이건을 보았다. 그리고 웃어버렸다.“진심이 아니면 묻지 않아도 되요.”“야!왜 진심이 아니야, 그래도 내 부인을 살렸는데, 진심이든 아니든 물어는 봐야지.”자기 마음을 알고 싫어하는 표정이 아닌 이진을 보고 윤이건은 기뻐했지만 이진은 그냥 무시해 버렸다.그러고 눈을 감아
“저, 그게…….”이진은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너무 놀라 그만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윤이건은 겉으로는 엄숙한 척을 했지만 사실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엄청 재밌었다. 그녀에게 귀엽다는 말이 어울리진 않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윤이건 씨,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한테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동의를 해야 들어올 수 있죠.”“솔직히 자기가 날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아? 우린 합법적인 부부잖아, 안 그래?”윤이건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내자 이진은 이를 악물었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정말 잘 곳이 없다면 억지로 쫓아낼 순 없잖아? 쫓아냈다가 길바닥에서 자기라도 하면 어떡해.’윤이건은 그녀를 위해 모진호에 온 것도 모자라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왔다. 그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윤이건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동의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한 건 아니었다.윤이건은 얼음처럼 차가운 이진의 얼굴을 보더니 더 이상 서두르진 않았다. 이미 첫 단계를 성공했기에 앞으로는 점점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윤이건은 이곳에 와서도 많은 회사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기에 비서는 짐을 보낼 때 그의 컴퓨터와 서류들도 함께 보내왔다.두 사람은 오후 내내 일을 했는데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있고 한 사람은 책상 앞에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윤이건과 한시혁이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이진은 젓가락질을 할 필요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계속 먹기만 해도 접시에는 계속 음식이 놓여있었다. 윤이건과 한시혁은 마치 시합이라도 하는 듯이 그녀에게 계속 요리를 집어주었다.이진은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딱히 뭐라 말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한 것도 모자라 입안이 음식으로 가득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정희와 임만만은 그들의 이런 행동에 불편함을 느껴
아무리 참을성이 좋은 남자라고 해도 상처를 일부러 세게 누른다면 참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갑자기 상처를 누르자 한시혁의 이마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가득했다.이진은 그들을 보더니 다시 되돌아와 윤이건의 앞에 서있었다. 한시혁은 그들 두 사람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윤이건과 이진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이진은 손을 내밀어 윤이건 더러 연고와 붕대를 내놓으라고 했다.그러자 윤이건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건을 건넨 뒤 그럴듯하게 손뼉을 쳤다.이진은 윤이건의 모습을 보더니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윤이건은 정말 어린애 같다니까.’이진은 연고를 골고루 바르고 붕대를 조심스럽게 싸맨 후 손을 뗐다.“자, 이제 돌아가서 쉬어. 잘 때 상처 좀 조심하는 거 잊지 마.”이진은 이 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손이 흥건했다. 그의 상처는 어깨 뒤에 있었기에 잘 때 엎드려 자야지 상처가 닿지 않을 거다.“걱정 마, 조심할게.”이진의 모든 관심은 한시혁에게 있어서 달콤한 사탕과도 같았다. 심지어 지금 더 다친다고 해도 그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문쪽으로 걸어갔는데 욕실은 방문에 바짝 붙어 있었다. 한시혁은 윤이건이 계속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별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나가려는 찰나 이진은 샤워하러 욕실을 들어가려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한시혁은 손잡이를 잡고는 소파에 있는 윤이건을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윤 대표님.”한시혁이 자신을 쳐다보자 윤이건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저한테 볼일 있어요?”한시혁의 눈빛을 따라 욕실을 보더니 윤이건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일어나 그와 얘기를 나누러 방을 나섰다. 이 시간 호텔의 복도는 매우 조용했다.“어쨌든 윤 대표님께서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윤 대표님이 아니셨다면 오늘 저희가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이 말을 전혀 진심이 담기진
한시혁은 무슨 말로 이 대화를 끝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는 방으로 돌아온 후 문을 세게 닫았는데 화가 난 나머지 상처가 조금 찢어진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소파에 앉아 화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진정이 되었다.그는 이진과 윤이건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저 일종의 계약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서로 감정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3년 전에 이미 생겼을 것이다.한시혁은 이런 생각들을 하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고 그제야 마음이 조금 덜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결혼이 빈 껍데기 일뿐이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니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포기할 리는 없다.그는 절대로 윤이건의 뜻대로 되지 못하게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이때 이진은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그러다가 소파 위에 앉아 일을 처리하고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운을 보고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러나 그녀는 자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당황해 보인다는 걸 몰랐다.“윤 대표님께선 왜 아직도 제 방에 계세요? 힘이 넘치시나 봐요? 잠 안 자도 돼요?”그러자 윤이건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다소 의혹스러워 보였다.“낮에 얘기했잖아? 오늘 나 여기서 자는 거 아니야?”“그건 얘기한 게 아니라 당신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신 거죠, 안 그래요?”이진은 말을 하며 의자에 앉았는데 약간 의기소침해 보였다.오늘은 정말 피곤해서 그녀는 그저 빨리 자고 싶을 뿐이다. 이후에는 분명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기에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그러나 윤이건은 그녀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은 채 여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댔다.“그게 왜 나 혼자 내린 결정이지? 내가 얘기할 때 너도 반대하진 않았으니까 동의한 거 아니야?”“YS 그룹에선 계약을 체결할 때 만약 상대방이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바로 돈을 주나요?”이진이 빠르게 반격을 해오자 윤이건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모든 일을 다 처리한 후 이진은 더 이상 윤이건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창문 앞으로 가서 침대 머리의 작은 스탠드를 끈 후 눈을 감고 자려고 했다.윤이건은 그녀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웃었는데 이 웃음은 분명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반한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은 모두 이런 감정을 의식하지 못했거나 그저 알아차렸을 뿐이었다.윤이건은 드라이기를 놓고 나서야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그는 하루 종일 고생을 하고는 아직 씻지도 않았다.욕실 문이 닫힌 순간 침대에 누워 있던 이진은 갑자기 눈을 떴다. 비록 몸은 매우 피곤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정신이 또렷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편히 잠들 수 없을 것이다.윤이건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신혼 날 밤조차 객실에서 잤었다. 그들이 출장을 한 번 오게 된 것뿐인데 갑자기 호텔 한 방에서 자게 될 줄은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이진은 이런 생각을 하더니 마음속으로 윤이건을 수천 번이나 욕했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결국 눈은 감았지만 귀는 찡긋 솟아있었다.20분 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이진은 몸을 갑자기 떨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이불 시트를 꽉 잡았다.가볍고 축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진은 윤이건이 점차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곧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결국 윤이건이 침대에 올라온 것을 느낀 순간 이진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눈을 떴다.“윤이건 씨는 소파에서 자세요!”“아직 안 잤어?”윤이건은 농담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지만 이진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윤이건의 타월은 그다지 꽉 묶이지 않아서 이진의 각도에서는 그의 야무진 근육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불빛이 매우 어두워 윤이건은 이진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보지 못했다.“말 돌리지 마시고 소파에서 자든지 나가든지 하세요!”윤이건도 더 이상 장난을 치진 않고는 그녀의 말을 따랐다. 사실 그는 적어도 이날만큼은 이진과 한 침대에서 잘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저 이진이 감기에
보통 이런 일이라면 당연히 정희가 첫 번째로 말을 꺼낼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정희는 풀쩍풀쩍 뛰며 손을 들고는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어제 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진아, 어쩌다가 관광 구역에 오게 된 건데 모진호를 좀 돌아보는 게 어때?”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동의하였다. 이진도 모진호에 두 번 온 것이 모두 일을 위한 것이기에 오늘 한가한 틈을 타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이건과 한시혁을 보았는데 역시나 그들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호텔에서 출발하여 모진호 관광 구역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이진은 이 틈을 타 잠을 보충했다. 차 안은 매우 조용했는데 모진호에 도착하자마자 윤이건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 윤이건은 이진을 가까이할 틈조차 없었다.“괜찮으니 하던 통화마저 하세요.”이진은 윤이건의 다소 울적한 표정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반면 더욱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원래 그는 정희가 모진호에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비록 둘뿐만이 아니지만 그는 이것을 이진과의 첫 여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내심 기뻐했는데 갑자기 회사 측에 문제가 자꾸 생겨버리는 것도 모자라 그것들은 꼭 그가 직접 처리해야 될 일들이었다.윤이건이 괴로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자 이진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윤이건에게 이렇게 어린애처럼 화가 잔뜩 났으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모습도 있다니.’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사실 그들이 모진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들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두 명의 아름다운 여자 뒤에 두 명의 잘생긴 남자가 따라다니니 다들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방금 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한시혁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쓸지 물어본 적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