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한시혁을 부축하고 임만만과 정희는 그들을 따라 이동하였다. 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 없이 움직였다. 다행이도 철커팀이 앞에 막아줘서 그들에게 이동할 공간을 주었다.대략 몇 미터 이동하니 차량을 주차한 주차장이 보였다.이진은 마음속으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차에 오르면 잠시는 안전하다.하지만 앞으로 이동하고나서 이진은 찌그러진 타이어를 보고 마음이 털컹하였다.“왜?”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정희가 물었다. 그녀는 걸으면서 뒤쪽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았기에 이진이가 발길을 멈추자 하마터면 그녀의 등에 부딪힐 뻔하였다.영문도 모른 채 질문하는 정희는 바로 얼굴을 흐리고 있는 이진을 보았다. 지금의 표정은 아까보다 너 나빴다.“차 바퀴가 펑크났어.”이진의 말을 듣고 임만만과 정희는 모두 멍해졌다. 한시혁도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 모든게 우연은 아니야, 마을 사람들이 생각도 갑자기 변한 것이 아니고.”이진의 눈은 약간 붉어지고 표정도 조금 흉악해졌다.두려움이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분노 때문이다. 그들이 꾸민 이 모든 일들에 크게 화가 났다.포위, 혼전, 그리고 펑크난 차 바퀴까지, 결국 그들을 이곳에 남기려고 하는 수작이다.‘이거 완전 여기에 남아라는 뜻이네.’혹은 살아있는 몸으로 이 모진호를 떠나지 말라는 듯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진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누군가 그녀를 죽이려고 하는 이상, 그녀는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것이다.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직면하여야 하였다.차가 없으면 걸어서 떠나야 하고, 걸어서 떠난 다면 몇 시간이 걸릴 것이다.그녀들은 견딜 수 있지만 한시혁은 힘들다. 또한 마을 사람들도 쉽게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몇 초 만에 뒤에서 갑자기 소란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로 도망가는거야! 일이 끝나기 전에 그 누구도 떠나지 못해!”중년 남성의 분노의 고함소리와 함께 금속물체가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왔다.말못할 스트레스와 공포
“너 지금 어디 있어? 신호가 나쁜 거야?”전화 저편에서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윤이건이 조급하게 물었다.윤이건은 원래 한시혁에게 보란 듯이 이진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하였는데 실패하였다. “어때! 돈은 가져왔어?”마을 사람들은 이진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전화 그쪽 사람이 계속 말하는 줄로 알고 조급해하였다.결국 이렇게 소리치고 나니 전화 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이건도 이 소리를 듣고 뭔가 사고난 것을 의식하였다.“이진아!”윤이건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그의 마음속에는 근심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이때 이진은 핸드폰이 켜진 대로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네, 제 동료가 일부 현금을 가지고 온다네요. 근데 여기가 어딘지 잘 몰라서…….”이진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았다.그래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현재위치를 알렸다.“윤 대표님, 들으셨죠. 지금 차 보내주세요!”이진은 명령식으로 말했다. 저편의 윤이건 손바닥에는 지금 땀이 가득하다.“그리고, 이쪽 토지 상황이 많이 안 좋으니 시공할 사람도 같이 불러주세요.”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녀의 등에는 땀방울이 고였다.윤이건이 자신의 듯을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아, 철거팀도 같이 있어요. 여기 외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으니 물을 가져오세요.”이 말을 들은 윤이건은 갑자기 일어나 비서에게 철거지 그쪽에 사람을 보내 지원하라고 명하였다.그도 급히 차에 올라 이진이가 말하는 곳으로 향했다.이때 이진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빵울이 촘촘히 맺혔다.이진은 마을 사람들을 향해 웃음며 핸드폰을 만졌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회사 사람이 곧 도착할 겁니다.”마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지만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대치는 지속되었다.그렇게 5분 지나 차량 몇 대가 왔다.이 상황을 보고 이진의 마음은 아까보다 더 세게 떨렸
한시혁의 상처 처리가 거의 다 되가자 이진은 또 임만만과 정희에게 물었다.“너희들은 어때? 다친 곳은 없어?”그녀들이 나란히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이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 좌석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였다.“어디가?”이진을 지켜보던 한시혁의 그녀의 손목을 잡고 걱정되는 듯 물었다.그러나 현 상황으로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일을 해결야지, 걱정하지마, 밖에 사람있잖아.”이진은 한시혁 손에서 벗어나 차에서 재빠르게 내렸다.“이 대표님.”아까 그 남자가 이진이가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인사를 했다.이번 일로 이진은 윤이건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을 뿐더러 일처리도 신속하게 하였다. 더우기 어디에서든지 그의 세력을 찾아볼 수 있다.“얘기 좀 할게요. 걱정마세요.”이진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천천히 사람들 앞쪽으로 걸어갔다.이 상황을 본 윤이건의 부하들은 다시 긴장해졌다.모든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생각이다. ‘이 분이 다치면 절대 안 되.’아까 그 남자도 이진 뒤를 따르며 감히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이진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까보다 정서가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다.정신을 차렸는지, 아니면 이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모르나 결과만 좋으면 되었다.“여러분, 제가 어제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비록 어렵지만 이진은 가능한 평화로운 말투로 얘기했다.“제가 여러분들을 책임지겠다고 한 그 약속 반드시 지킬 겁니다!”이진의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도 마음이 움직였다. 원래 강제로 이득을 보려했는데 지금 상황이 바뀌고 얻은 것이 없는 그들도 핑계가 필요했다.그리고 사람을 다치게 한 일, 만약 이진이가 책임을 묻는다면 그 누구도 빠질 수 없다.이진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분별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의 발전과 계획, 마음속으로 저울질하였다.“이렇게 하시죠. 여러분들의 이주비는 제가 한 푼 빠짐
마을 사람들은 이진의 결정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그들이 한 짓은 정말 악질적이다.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며 어쩔줄 몰라 하였다.뭘 말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바로 떠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좀 웃기는 상황이다.이진도 이 상황이 좀 웃겨 보였다.분명히 착한 사람들인데 이기태가 인성의 약점을 잡아 키웠다.이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차 경적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이진은 차를 보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지금은 웬지 차 안의 그 남자가 보고 싶다. 이건 그녀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이다.차는 결국 이진 앞에서 멈추고 윤이건은 비서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윤이건을 본 순간 한시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경호원도 그를 보고 전원 모두가 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이 상황을 본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어쨌든 아까 이성을 잃지 않고 크게 싸우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아니면 지금쯤 경찰서가 아닌 병원일 것이다.“어때, 다친 데는 없어?”윤이건은 지금 다른 사람을 고려할 마음도 없다. 차에서 내린 후 바로 이진 앞에 달려갔다.이진의 두 팔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또 아래에서 위로 몇 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윤이건의 이런 모습이 웃겨 이진은 웃어버리지만 마음은 훈훈했다.“괜찮아요. 아무일 없으니 걱정마세요. 그리고 제 말을 알아듣고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이진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윤이건만 들을 수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예전 같으면 윤이건은 까불며 장난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아까 전화속에서 이진이가 한 말, 그녀가 다친 줄로 이해한 윤이건은 심장이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지금 멀쩡하게 눈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다.그리하여 주위 시선을 그냥 무시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이진을 품에 안았다. 윤이건의 심정을 이해한 이진은 감동과 감격에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이 포옹도 그녀에게 다소 안전감을 주었다. 이
이진의 새로운 계획은 마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놀랐다.여기에서 있는 몇 분 동안, 윤이건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였다. 마을 사람들과 협상하는 일은 쉽게 문제가 일어나기에 아까 그런 상황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이진은 이번 상황을 잘 해결하였다.사람들의 불길을 껐을 뿐만 아니라 윈윈을 실현하였다. 윤이건은 문 가까운 곳에 서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지금 이 곳에서 그는 이진의 표정과 동작을 잘 지켜볼 수 있었다.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진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점점 따뜻해 졌다.같이 있다보니 그녀의 능력을 잊을 때도 많았다.그러나 지금 한 외부인으로서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였다.짙은 자부심과 자랑스러운 마음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 졌다.그러나 다른 한 편, 이진에게서 시선을 옮겨 윤이건을 보던 한시혁의 눈빛은 차가워졌다.2,3초 밖에 안되는 사이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이진은 또 명망이 높은 몇몇 마을 사람과 이장에게 더욱 자세히 얘기드렸고 일을 마무리 하였다.“그럼 이젠 철거팀이 작업을 시작해도 되는 거죠?”이 말을 듣은 마을 사람들은 민만하기만 하였다. 아까만 하여도 삽을 들고 싸우려고 하였던 것이였다.이진이 이렇게 대범하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을 보고 여러 남자들은 고개를 숙였다.옆에 앉아 있던 이장도 이 상황을 보고 쓴 웃음을 지으며 이진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럼 그전 약속 대로 작업을 진행하시구요. 철거팀분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이진의 마음에 드는 말이였다.적어도 진정하고 나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다.그러기에 이기태에 대한 그녀의 원망은 더욱 컸다.일을 마무리하고 이진은 일정이 지연된 탓으로 더는 멈추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이지은 사람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하지만 다음 목적지가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한시혁의 어깨는 보기에 평범한 외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하였다.아까 먼지바람
말은 세게 해도 속은 여리고 따뜻한 이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한시혁은 아무말 없었다. 그냥 이진의 손이 다아가기 쉽게 몸을 병상 옆으로 조금 옮겼다.방금 의사 선생님이 올려놓은 거즈를 가볍게 젖히자 고소는 호한의 험상궂은 상처를 보았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조여들었다.어릴 때부터 길러진 너무 독립적인 성격 때문인지 다른 사람이 베푸는 것에 그녀는 익숙하지 않았다.그리고 이 다른 사람이 한시혁이라면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녀의 좋은 친구이고,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그러나 감정에 편차가 생겼을 때 그에 따른 변화는 두려웠다.한시혁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이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한참후 무엇인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희 말로는 네가 신곡 준비를 하고 있다며?”이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한시혁은 영문을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맞어, 준비 중이야. 지금 노래 편곡부분을 정하고 있어.”“그럼 이쪽 일이 끝나고 내가 편곡 도와줄게, 어때?”이진이 보기에는 한시혁에게 빚을 갚은 행동이지만 한시혁은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상처를 다시 시료한 다음 또 수액하여야 했다.만약 윤이건이 기다리지 않았다면 이진은 수액 끝날때까지 지켜주었을 것이지만 윤이건도 그들을 살린 셈이고 그렇게 밖에서 몇시간 동안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고민 끝에 이진은 임만만을 병원에 남겨 한시혁을 돌보게 하고 먼저 떠났다.병원에서 나온 이진은 계단을 내리기도전에 차 안의 윤이건을 보았다.그녀의 마음은 아주 든든해 졌다.“어때?”이진이 차에 오른지 얼마 안되어 윤이건의 냉냉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이 말을 듣고 이진은 고개를 돌려 윤이건을 보았다. 그리고 웃어버렸다.“진심이 아니면 묻지 않아도 되요.”“야!왜 진심이 아니야, 그래도 내 부인을 살렸는데, 진심이든 아니든 물어는 봐야지.”자기 마음을 알고 싫어하는 표정이 아닌 이진을 보고 윤이건은 기뻐했지만 이진은 그냥 무시해 버렸다.그러고 눈을 감아
“저, 그게…….”이진은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너무 놀라 그만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윤이건은 겉으로는 엄숙한 척을 했지만 사실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엄청 재밌었다. 그녀에게 귀엽다는 말이 어울리진 않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윤이건 씨,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한테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동의를 해야 들어올 수 있죠.”“솔직히 자기가 날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아? 우린 합법적인 부부잖아, 안 그래?”윤이건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내자 이진은 이를 악물었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정말 잘 곳이 없다면 억지로 쫓아낼 순 없잖아? 쫓아냈다가 길바닥에서 자기라도 하면 어떡해.’윤이건은 그녀를 위해 모진호에 온 것도 모자라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왔다. 그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윤이건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동의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한 건 아니었다.윤이건은 얼음처럼 차가운 이진의 얼굴을 보더니 더 이상 서두르진 않았다. 이미 첫 단계를 성공했기에 앞으로는 점점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윤이건은 이곳에 와서도 많은 회사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기에 비서는 짐을 보낼 때 그의 컴퓨터와 서류들도 함께 보내왔다.두 사람은 오후 내내 일을 했는데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있고 한 사람은 책상 앞에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윤이건과 한시혁이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이진은 젓가락질을 할 필요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계속 먹기만 해도 접시에는 계속 음식이 놓여있었다. 윤이건과 한시혁은 마치 시합이라도 하는 듯이 그녀에게 계속 요리를 집어주었다.이진은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딱히 뭐라 말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한 것도 모자라 입안이 음식으로 가득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정희와 임만만은 그들의 이런 행동에 불편함을 느껴
아무리 참을성이 좋은 남자라고 해도 상처를 일부러 세게 누른다면 참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갑자기 상처를 누르자 한시혁의 이마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가득했다.이진은 그들을 보더니 다시 되돌아와 윤이건의 앞에 서있었다. 한시혁은 그들 두 사람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윤이건과 이진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이진은 손을 내밀어 윤이건 더러 연고와 붕대를 내놓으라고 했다.그러자 윤이건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건을 건넨 뒤 그럴듯하게 손뼉을 쳤다.이진은 윤이건의 모습을 보더니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윤이건은 정말 어린애 같다니까.’이진은 연고를 골고루 바르고 붕대를 조심스럽게 싸맨 후 손을 뗐다.“자, 이제 돌아가서 쉬어. 잘 때 상처 좀 조심하는 거 잊지 마.”이진은 이 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손이 흥건했다. 그의 상처는 어깨 뒤에 있었기에 잘 때 엎드려 자야지 상처가 닿지 않을 거다.“걱정 마, 조심할게.”이진의 모든 관심은 한시혁에게 있어서 달콤한 사탕과도 같았다. 심지어 지금 더 다친다고 해도 그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문쪽으로 걸어갔는데 욕실은 방문에 바짝 붙어 있었다. 한시혁은 윤이건이 계속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별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나가려는 찰나 이진은 샤워하러 욕실을 들어가려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한시혁은 손잡이를 잡고는 소파에 있는 윤이건을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윤 대표님.”한시혁이 자신을 쳐다보자 윤이건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저한테 볼일 있어요?”한시혁의 눈빛을 따라 욕실을 보더니 윤이건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일어나 그와 얘기를 나누러 방을 나섰다. 이 시간 호텔의 복도는 매우 조용했다.“어쨌든 윤 대표님께서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윤 대표님이 아니셨다면 오늘 저희가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이 말을 전혀 진심이 담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