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이른 아침, 남지훈과 소연 그리고 조수가 서울에 도착했다.오후 출근 시간에 몇몇 사람은 대승 그룹의 자료를 가지고 관련 부서를 찾아갔다.이미 출근 시간인데 부서 문 앞은 오히려 적막했다.안내데스크 직원만 끔뻑끔뻑 졸고 있었다.소연은 응접실에 와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대승 그룹에서 왔어요. 심 주임에게 볼일이 있어요."직원은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심 주임 오늘 안 계시니 내일 다시 오세요!"직원의 말투에 소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또 한 번 말했다."저희 심 주임에게 볼일이 있어요. 심 주임에게 알려주세요. 저희는…"여기까지 말하자 직원은 마침내 눈을 떴지만, 짜증 난 표정으로 소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몇 번을 말해야 합니까? 심 주임 안 계신다고요! 내일 다시 오세요!"소연이 입을 오므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남지훈이 먼저 입 열고 말했다."소연아, 우리 먼저 돌아가자."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지훈을 따라나섰다.차에 오르자 조수가 말했다."제가 보니까 저희 대승 그룹 상대하려는 목적이에요. 어젯밤에 제가 일부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심주임은 요 이틀에야 부임했어요. 그전에는 지원 그룹의 고위직 임원이었어요.""지원그룹?" 이 그룹 회사의 이름을 들은 남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조수가 말했다."네! 이로써 저희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요."대승 그룹에 앞서 지원 그룹은 인터넷 설비를 하는 업종이었다.그러나 지원 그룹은 자신의 핵심 기술이 없으며 설비부속품은 모두 3대 글로벌 대기업에서 제공해 줬으며, 매출 이윤에서 큰 부분을 3대 글로벌 대기업에 상납해야 했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지원 그룹은 설비조립회사이지만, 선발의 우세와 3대 글로벌 대기업의 시장과 기술 우세를 빌어 지원 그룹은 이 업종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새로운 기술의 표준은 모두 지원 그룹에서 제정하는 것이다.대승 그룹이 있기 전에 지원 그룹은 이 업종에서 국내 과두로서 아무런 경쟁상대도 없었다.심지어 다른
남지훈 역시 두 가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다만 이 심씨 가문과 나머지 다른 한 가문은 남지훈과는 아무런 교집합이 없었다.소연의 얼굴빛도 어두워졌다.“그 말은…. 즉 우리를 상대하고자 하는 사람이 탑급 가문, 심씨 가문이라고?”그녀는 매우 걱정이 되었다.L 가문과 유씨 가문도 아직 탑급 가문은 아니지만 이 두 가문도 소연에게 주는 느낌은 이미 상당히 강력했다.‘탑급 가문은 얼마나 더 강할까?’소연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문제는 이제 전천행 측의 인사치레가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었다.유지아는 남지훈과 소연이 서울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에게 연락해 식사하러 오라고 했고 비서도 함께 갔다.이때 비서는 비로소 부대표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식사하는 동안 유지아도 이 문제에 관해 물었고 심씨 가문이 배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도 조금 걱정했다.같은 수준의 가문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체면을 살려줄 수 있겠지만 심씨 가문은 클래스부터 다른 탑급 가문이었으니, 유지아도 심씨 가문과는 별로 친분이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의 일도 제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저는 그저 괜한 짓거리만 한 바보인 셈이에요.”남지훈이 서울에 인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는 전부 부사령관이기도 했다.전부 부사령관조차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문제였다.유지아는 아직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남지훈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하씨 가문에 연락해 관련 부서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하씨 가문의 대답은 뜻밖에도 유지아를 조금 실망하게 했다.남지훈도 하씨 가문을 기대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전천행에게서 심씨 가문이 수상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전천행의 계획도 매우 간단했다. 결재 담당 부서는 이미 심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는 것 같고 심씨 가문을 조사하기에 어려운 부분을 마침 남지훈이 돌파구 역할을 하면서 심씨 가문의 실체를 만천하에
아침이 밝았다.남지훈은 소연에게 대승 그룹의 관련 자료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심 주임을 찾으러 갔다.“방법을 찾았어? 이번에도 헛걸음하지는 않겠지?”소연이 물었다.남지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괜찮으니까, 일단 가보자.”대승 그룹의 세 사람 외에 윤범과 윤호도 그 뒤를 따랐다.남지훈의 일행이 도착했을 때 부서 아래층은 여전히 어제와 마찬가지로 파리 한 마리 안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접수처에서는 할 일 없이 한가로이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남지훈과 소연이 자료를 가지고 앞으로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심 주임님을 뵙고 싶습니다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접수원은 눈꺼풀도 들지 않은 채 귀찮다는 듯이 다짜고짜 말했다.“주임님, 지금 안 계십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또 내일이었다.“심 주임님, 정말 안 계세요?”남지훈이 재차 물었다.접수원이 남지훈을 힐끗 쳐다보았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남지훈은 이 접수원은 정말 거만하기에 짝이 없다며 연신 콧잔등만 문질렀다.그는 소연을 데리고 떠나며 접수원과 더는 따지지 않았다. 접수원도 단지 타인의 명령에 따라 일하는 일개 직원이었다.일개 직원과 싸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윤범이가 얼른 뛰어와서 물었다.“도련님, 아직도 자리에 없어요?”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차장을 흘끗 훑더니 손가락으로 한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가리켰다.“가서 저 차를 부숴버려!”이 말을 들은 윤범은 큰 돌멩이 몇 개를 찾아서 신형 벤츠 차량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가 쾅쾅 몇 번을 내리쳤다.차를 박살 낸 후 윤범이가 고개를 들어 사무실 건물을 향해 소리쳤다“심 주임님! 주임님 새 차가 박살 났습니다.”순간 마치 화약고에 불이 붙은 듯이 사무실 건물에서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젠장, 대체 어떤 놈이 겁도 없이 감히 내 차를 박살 내? 죽고 싶어 환장했어?”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부랴부랴 뛰쳐나왔다.형체를 알아볼 수
심 주임이 턱을 괸 채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야. 일단 내 새 차를 보상해 주고, 추가로….”그리고 손을 번쩍 들어 소연을 가리켰다.“그리고 이 여자가 나를 잘 대접하고 잘 모시면 대승 그룹을 통과시켜 주겠어!”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지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윤범이 다짜고짜 심 주임의 목덜미를 잡아챘다.심 주임의 몸무게는 무려 100킬로에 육박했지만, 윤범은 햇병아리 한 마리를 들어 올리는 것 같았다.“주임님, 이런 짓을 하려고 이 자리에 앉은 겁니까?”심 주임은 겁에 질려 감히 말도 꺼내지 못했다.그는 이 무리가 모두 극악무도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남지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소연을 데리고 오피스 빌딩으로 걸어갔고 윤범은 그렇게 심 주임의 멱살을 잡고 따라갔다.접수원은 이 광경을 보고 벌벌 떨며 변변한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그는 심 주임만 믿고 그토록 시건방을 떨었던 것인데 이제 심 주임이 제압당했으니, 그도 달리할 말이 없었다.곧 그 몇 사람은 심 주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남지훈은 윤범에게 심 주임을 풀어주라는 신호를 보냈다.“주임님, 이제 일 시작하시죠?”“흠!”심 주임이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너희들 그렇게 함부로 날뛰다 언젠가는 큰코다칠 날이 올 거야! 대승 그룹도 이제는 끝이야!”“잘 보고 있어.”남지훈이 윤범에게 말하면서 심 주임의 책상으로 다가갔다.책상 서랍을 열자, 그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원래 그는 서랍 안에 인감도장이 있나 찾아보려고 했는데 모든 서랍이 텅텅 비어 있었다.“하하하!”심 주임이 껄껄 웃었다.“네가 뭘 하려는지 난 알아! 그러니 꿈 깨! 여기에 도장은 없어!”그는 매우 뿌듯해하는 얼굴이었다.그는 속으로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선견지명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인감도장을 이곳에 두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남지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소연이가 조금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저들은 우리를 타깃으로 겨냥한 게 분명
십여 명의 성난 황소 같은 사내들이 몰려들자 심 주임의 사무실은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심지어 몇 명은 바깥에 서 있었다.이들이 바로 심 주임이 불러온 구원투수였고 심 주임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도 않았다.“어서 이놈들 잡아! 남자는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여자는 가만 놔두고!”쓱쓱!심 주임이 부른 사람들이 일제히 남지훈과 윤범, 윤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같은 타이밍에 윤범과 윤호도 움직임을 보였다.쾅쾅!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사무실은 온통 주먹으로 서로를 가격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비참한 비명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두 무술 종사의 주먹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게다가 윤범과 윤호의 손맛이 꽤나 매웠던 탓에 심 주임이 불러온 사람의 손발은 싹 다 부러졌다.문밖에서 황급히 뛰어 들어온 몇 명도 둘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비서는 차마 눈 뜨고 이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 반면 심 주임은 아주 진땀을 빼며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조리 쓰러지고 말았다.비명이 워낙 끔찍해서 윤범과 윤호는 그들을 밖으로 내던진 후 사무실 문을 닫아버렸다.그제야 사무실이 한결 조용해졌다.이를 지켜보던 심 주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신…. 당신들…. 너희는 대승 그룹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야! 대승 그룹에는 그런 힘이 없어!”오랫동안 서울에서 뿌리를 박고 심씨 가문의 일원이었던 그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그가 부른 사람들은 무술 종사급은 아니었지만 모두 고수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런 실력을 갖춘 고수들이라고 해도 그들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우리 대승 그룹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요!”남지훈이 소연을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이 여자는 대승 그룹의 대표이고 나는 대승 그룹의 부대표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그 말에 심 주임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확실히 대승 그룹의 사람들이 맞기는 한데, 어떻게 저렇게 거만할 수 있지?
’심씨 가문이 강하면 뭐 어쩌라고? 전부의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레드 조직만큼 강한 무술 종사들도 결국에는 전부에 당해서 쥐구멍으로 숨어들지 않았나?’’남지훈은 믿는 구석이 있어 두려운 것이 없었다.전부에서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으니, 그가 해야 할 일은 이 문제로 서울의 우두머리를 자극하는 것뿐이었다.남지훈도 윤범도 모두 떠나지 않았다.심 주임은 자신이 오늘 당장 책임자를 부르지 않으면 결국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남지훈과 윤범 앞에서 그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말 사이사이 그는 큰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하소연하기에 바빴다.통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호가 돌아왔다.그는 소연과 비서를 유씨 가문으로 안전하게 배웅했다는 의미로 남지훈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 몇몇은 아무 말 없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심 주임도 이제는 섣불리 독설을 내뱉지 못했다.아까 불렀던 십여 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밖에서 신음하고 있었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희미하게 들려오면서 그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이제 모진 말로 매를 맞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었다.약 30분 후, 심 주임이 부른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안 선생님!”그 사람이 도착하자 심 주임은 몹시 억울한 얼굴로 뛰어가며 남지훈 일행 몇 명을 가리키며 외쳤다.“저 세 놈들이에요. 그리고 여자 두 명은 먼저 도망갔어요. 저놈들은 제 차를 박살 낸 걸로도 모자라 법인인감까지 무단으로 사용하려고 했어요. 정말 죽어도 싼 놈들이에요!”조력자가 생긴 후 그는 자신감이 매우 충만했다.그리고 이 안 씨는 홀로 온 것이 아닌 여러 고수가 함께였다.겉보기에도 그 고수들은 이전의 십여 명보다 훨씬 더 강력해 보였다.안 씨는 남지훈의 일행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그들을 조금 더 중요시하는 모습이 엿보였다.“일단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안씨 가문의 안시후라고 합니다. 동시에 Z 그룹의 부회장이기도 하죠. 여러분, 우리가 이렇게 부서를 설립해서 당신들
안시후의 등장은 상황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특히 윤범이가 남지훈에게 안씨 가문이 서울에서 4대 탑급 가문 중 하나라고 속삭였을 때 더욱 그랬다.이것으로 서울의 상위 4대 탑급 가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각각 하씨 가문, 백씨 가문, 심씨 가문, 안씨 가문이었다.그중 백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남지훈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반면 심씨 가문과 안씨 가문은 전혀 알지 못했다.두 탑급 가문의 개입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고 위태롭게 만들었다.단순한 타기팅이 전부였는데 두 탑급 가문 모두가 개입한 것이었다.이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만약 심씨 가문 하나라면 남지훈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거기에 안씨 가문까지 추가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도무지 상상이 안 갔다.두 재벌 가문이 Z 그룹을 믿고 이처럼 부당하고 심지어 독점 의혹까지 받는 부서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들의 능력이 여전히 매우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이 부서에 의지하면 Z 그룹이나 두 탑급 가문은 국내 관련 기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다.이 업계에 뛰어들기는 여간 힘든 일이었다.남지훈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어쩌면 두 탑급 가문은 단순히 대승 그룹을 차단하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향후 더 편리하게 독점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았다.생각 끝에 안시후가 입을 열었다.“물론이죠, 제가 안씨 가문을 대표해서 이 문제를 결정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 대승 그룹도 너무 발버둥 치지 마세요. 대승 그룹이 오늘이 있기까지 매우 쉽지 않았다는 것도 알아요. 우리도 대승 그룹의 우수함을 인정해요. 우리가 타깃을 겨냥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대승 그룹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고요. 하지만 이쯤에서 인제 그만두시죠.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을 저도 매우 존경하지만 꿈은 결국 꿈일 뿐이에요. 꿈은 현실 앞에서는 한 푼의 가치도 없고, 꿈은 현실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입니다.”“대승 그룹의 수천 명의 직원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와 대립하면 대승 그룹은 죽
Z 그룹, 심씨 가문, 안씨 가문 모두 이 부서를 통해 대승 그룹을 막거나 심지어 대승 그룹을 파산시켜 문을 닫게 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대승 그룹이 먼저 선수 쳐서 이 부서를 손에 넣으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전화를 받은 백지가 곧바로 조치에 나섰고 곧 누군가가 찾아왔다.아래층.심 주임이 박살 난 벤츠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 그의 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얼른 저 차들을 모두 치우고 빨리 현장을 치워!”심 주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견인차가 이미 현장으로 들어와 요란한 굉음과 함께 심 주임의 벤츠를 견인차로 옮겼다.“뭐야? 내 차를 왜 견인해? 당신들은 또 누구야? 이제 뭐 개나 소나 싹 다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똥오줌 싸려 그러네!”심 주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는 분명히 견인차를 부른 기억이 없었고 게다가 위층에 있는 남자가 돈을 변상해 줄 때까지 차를 견인할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방문객은 심 주임의 말을 깡그리 무시한 채 그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차를 견인해 갔다.주차장에서 차를 빼낸 후 빡빡이 아저씨 한 명이 심 주임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심 주임님, 맞으시죠? 이제부터 이 부서는 우리가 인수할 예정이니 당신은 출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심 주임의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두 사람이 이미 정문으로 걸어와 마치 장엄한 기운을 내뿜는 표창처럼 그곳에 당당히 서 있었다.심 주임은 순간 당황했다. ‘인수됐다고? 누구한테?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당신들은 어느 부서에서 왔어요?”그는 목이 메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는 계속 추궁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에 의해 가로막혔다.심 주임은 두 사람을 쓱 올려다보고는 순간 깜짝 놀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들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그는 오히려 그들이 군인들과 매우 흡사하다고 느꼈다.‘근데 군대가 이곳을 인수하다니, 정말 말도 안 돼! 이게 군부랑 무슨 상관이지?’심 주임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