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덕의 명덕 테크는 S 그룹에서도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고 나중에 김명덕이 대승 테크에서 프로젝트와 오더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소한용은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했다.“이 일은 제가 회사에 얘기를 잘 해볼게요. 나중에 입찰에 참가하시면 돼요.”소한용은 차를 쭉 들이킨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를 지켜보던 김명덕도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한용 도련님, 살펴 가십시오! 그리고 저녁 시간을 비워 두시면 제가 아주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됐어요. 대접은 필요 없습니다. 이번 S 그룹의 입찰만 잘 준비해 주세요.”소한용이 손을 흔들며 거절하자 김명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한용을 1층까지 바래다주었고 그의 모습이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김명덕이 고개를 돌려 잔뜩 설렌 얼굴로 말했다.“이제 우리 명덕 테크가 J 시에서 업계 최고가 될 수 있겠어!”“축하해요, 명덕 오빠!”이효진이 얼른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자 김명덕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네 전 남자친구 그놈은 회사 하나 차렸다고 감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거 같은데, 그놈은 절대 안 되지!”“그럼요!”이효진이 재빨리 호응했지만 정작 마음은 김명덕에게 있지 않았으며 김명덕이 회사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녀가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명덕 오빠,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어제 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하나 발견했거든요. 우리 회사도 이제 큰돈을 벌게 될 텐데, 가방 정도는 사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이효진은 타이밍을 엿보다가 김명덕에게서 돈을 받고 싶은 것이었고 이 순간, 기분이 너무 좋은 김명덕은 통쾌하게 대답했다.“하하하,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얼마가 필요해? 지금 당장 입금할게!”“안 비싸요. 딱 200만 원이에요.”이효진이 몸을 배배 꼬면서 얘기하자 김명덕은 왠지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이효진에게 200만 원을 입금했다.“얼른 사고 돌아와!”입금된 것을 확인한 이효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지낼 거야!”남지훈의 아버지인 남용걸이 단호하게 말했다. J 시에서 지내게 되면 생활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남지훈과 남가현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특히 남가현은 남편인 신정우의 말에 토를 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그 집에 들어가서 살면 부부간의 모순이 더욱 커질 것이고 새로 세운 회사가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는 남지훈도 엄청 바쁠 것이기에 남용걸은 고향으로 내려가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겼다.남지훈도 말 못 할 사정이 있기에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남용걸에게 말했다.“아버지, J 시에 남아 계세요. 제 월셋집이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으니까 거기서 지내시면 될 거 같아요.”남지훈이 스카이 팰리스에 처음 들어간 순간부터 소연은 절대 부모님은 들일 수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기에 스카이 팰리스는 아예 선택 사항에도 없었으며 부모님이 월셋집에서 살게 되면 남지훈은 시간 날 때, 찾아뵐 수도 있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남지훈과 남용걸이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을 때, 가만히 있던 남가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랑 엄마 두 분 다 저희 집으로 가요!”“누나?”남지훈이 의아한 얼굴로 남가현을 쳐다보았다. 남가현의 집이 넓고 아늑하긴 하지만 남지훈은 남가현이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부모님을 집에 모시고 간다는 건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가현아, 그런데 정우가…”남용걸도 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마저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지만 남가현이 입술을 꽉 깨문 채, 결심이라도 한 듯 대답했다.“저희 집으로 가요!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아빠랑 엄마는 하루도 우리 집에서 지내본 적이 없잖아요. 다들 무슨 생각 하는지 잘 알아요. 저 집은 절반이 제 것인데 왜 제 부모님은 거기서 못 지내는 거죠? 예전에 저 집을 살 때 분명히 돈을 반반으로 냈어요. 신정우가 감히 안 된다고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남가현이 겉으로는 억지로 버
소연은 남지훈이 의심스러웠다.“형 가정 형편이 좋아. 근데 내가 형한테서 뭘 얻거나 도움을 받으려고 형제를 맺은 건 아니거든. 넌 뭔가 간절하게 바라는 게 있어서 이 결혼을 하자고 한거 잖아. 그럼 내가 이 결혼으로 너에게 협박을 할 수도 있지만 나 남지훈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비겁한 짓은 절대 못해. 딱 3년만 참아서 넌 네가 원하는 걸 이루고 나도 내가 받아야 할 것만 받으면 서로 윈윈이니까. 근데 형은 나한테 바라는 거 없어,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천천히 먹어. 다 먹으면 이대로 내버려 둬. 내가 나중에 치울게.”말을 끝낸 남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방문이 닫히자 소연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S 그룹 대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결혼했는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건지 소연은 오랜만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이튿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친 남지훈은 정장을 차려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한 달 동안 남지훈이 준비해 준 아침 식사에 습관이 된 소연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이현수 씨와 스케줄을 바꿔봐. 네가 S 그룹에 가고 이현수 씨를 T 그룹에 보내. 그리고 나랑 같이 우리 회사로 가.”소연이 남지훈을 S 그룹에 보내려고 한 건, 별다른 이유가 없었고 단지 그가 T 그룹에 가는 것이 싫었으며 한편, 방안과 입찰서를 직접 작성한 남지훈은 어느 회사에 가든 큰 상관이 없었다.“난 먼저 우리 회사에 가서 입찰에 필요한 자료를 챙겨야 돼.”남지훈은 혹시라도 소연의 시간이 지체될까 봐 그녀를 먼저 보내려고 했지만 소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대답했다.“괜찮아. 너랑 같이 갈게. 너희 회사에서 자료를 챙기고 S 그룹으로 가자.”남지훈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대승 테크에 도착하여 이현수와 간단하게 말 몇 마디를 나눈 뒤, 자료를 챙겨 S 그룹으로 향했고 소연이 회사에 들어서자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올렸다.“대표님
이현수는 갑자기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되자 어안이 벙벙했다. 송태수가 대승 테크를 언급한 건, 무형의 자본과도 같았기에 이번 입찰에 선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승 테크는 오늘부터 이름을 꽤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다.한편, 명덕 테크 직원도 현장에 있었으며 명덕 테크가 아닌 대승 테크가 언급된 것도 언짢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현수에게 집중되자 이를 꽉 깨물었다. 송태수는 이현수를 한참 쳐다보다가 살짝 아쉬운 듯 말했다.“오늘 입찰에 참석한 회사가 많은 것 같은데 얼른 시작합시다.”그는 송기헌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T 그룹의 입찰 대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한편, S 그룹에서.“하하, 대승 테크도 참석할 줄은 몰랐네요. 왜요? 우리 명덕 테크가 어떻게 선택받는지 보고 싶어서 온 건가요?”오늘의 김명덕은 유난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는 소한용이 S 그룹에 명덕 테크를 꽂아줬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오늘 자신이 무조건 낙찰될 것이라고 여겼고 옆에 있던 남지훈은 그런 김명덕을 힐끔 쳐다볼 뿐, 말을 섞기도 싫었다.자신감에 넘친 김명덕의 시선은 어느새 소연에게 꽂혀 있었고 또 한 명의 미녀를 발굴해 준 남지훈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으며 실실 웃으며 소연에게 말을 걸었다.“미인이시네요. 저는 명덕 테크의 대표 김명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은 성함이 어떻게 될까요? 서로 연락처나 주고받을까요?”“사람이 너무 건방을 떨면 뒤통수를 맞고도 모를 수가 있어요.”소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고 남지훈의 편을 든 게 아니라 단순히 김명덕이 괘씸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하하! 얼굴도 예쁜데 말도 재밌게 하네요! 괜찮아요. 이따가 명덕 테크가 프로젝트를 따내면 당신은 알아서 날 찾아올 거예요!”가만히 지켜보던 남지훈이 김명덕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쥔 채 입을 열었다.“김명덕 씨, 얼굴에 상처는 다 나은 거예요?”그 말에 김명덕은 눈빛이 이글거렸다. 상처가 다 낫긴 했지만 그날 남지훈에게 맞은 기억만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부
입찰서를 제출할 때 남지훈이 소한진을 빤히 쳐다보자 소한진은 살짝 미소를 보였고 그 모습에 남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S 그룹의 부회장이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저런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얼마나 많을까?“여러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소한진과 심사 위원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을 떠났고 다시 돌아올 땐 어느 회사가 낙찰되었는지를 발표할 것이다. 입찰 절차에 이것저것 할 게 많았지만 S 그룹에서는 번거로운 절차들을 생략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일하러 안 가?”남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소연에게 물었으며 왠지 그녀가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안 급해. 결과가 나오면 갈게. 김명덕 저 사람이 낙찰되지 못하면 어떤 표정일지 너무 궁금하거든.”소연의 말에 남지훈도 고개를 끄덕였고 누가 봐도 김명덕 저 사람이 너무 괘씸했다.“어느 회사가 낙찰될지…”남지훈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소연이 대답했다.“명덕 테크는 절대 아닐 거야.”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쳐다볼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낙찰에 자신감이 있는 누군가에게 기다림은 고된 것으로 입찰 결과가 발표되어야 불안한 마음이 사라질 수 있었다.오랜 기다림 끝에 소한진이 심사위원들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고 남지훈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내 그들에게 꽂혔다.“마음 단단히 먹어.”소연이 갑작스럽게 말하자 남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내 유일한 장점이 긍정적인 마음이야.”그의 말에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무대 위로 올라간 소한진은 사람들이 제출한 입찰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의자에 앉았다.“여러분!”소한진이 입을 열자 모든 사람이 숨죽인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소한진은 그런 사람들을 쓱 훑어본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희 심사 위원들의 철저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S 그룹에 가장 적합한 회사를 골랐습니다. 그 회사는 바로…”입찰서를 제출한 사람들은 몸이 앞으로 쏠린 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한진을 쳐다보았고 소한진은 입찰서
“저희 회사에서 입찰 요청을 보낸 이튿날, 대승 테크의 남 대표님이 저희 회사로 답사를 오셨고 회사에 존재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S 그룹에 현존하는 문제들을 기반으로 대승 테크가 제출한 방안에는 자세한 설명과 개조 방법이 적혀 있었어요. 여러분들이 제출한 방안들을 종합하여 봤을 때, 대승 테크의 방안이 제일 디테일하고 전문적이었으며 S 그룹에 가장 적합했습니다. 그래도 낙찰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승 테크의 방안을 한 번 보세요. 이 방안을 보고 나면 그런 의심들은 알아서 풀릴 겁니다.”소한진은 남지훈이 제출한 방안을 곁에 있던 직원에게 건넸고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대승 테크의 방안서를 훑어보았지만 김명덕에게 넘어왔을 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승 테크의 방안서는 남지훈이 작성한 것이 분명했고 김명덕은 직원이었던 남지훈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의 재능은 백 퍼센트 인정했다.“이 방안서는 확실히 저희가 제출한 것보다 디테일하네요. 인정합니다!”남지훈의 방안서를 훑어보던 입찰 참가자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방안서가 돌고 돌아 다시 소한진의 손에 들어오자 그가 김명덕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김 대표님, 아직도 궁금한 점이 있나요?”김명덕은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번에 낙찰되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되려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격이라니. 암묵적인 룰을 이렇게 대놓고 수면 위로 밝혔으니 이제 명덕 테크는 업계의 기피 대상이 될 것이며 현장에 있던 입찰자들은 혹시라도 나중에 괜히 불똥이 튈까 봐 이미 명덕 테크를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다들 더 이상 의견 없으신 것 같은데 오늘 입찰 대회는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낙찰된 대승 테크 관계자만 남으시고 다른 분들은 지금 떠나도 좋고 저희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드시고 가셔도 좋습니다.”소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지훈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남 대표님, 저희는 사무실에 가서 천천히 얘기를 나눌까요?”“네… 네!”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지훈이 들뜬
대승 테크가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인데 무슨 자격으로 T 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낸 것일까?“이유는 단순해요. 대승 테크에서 제출한 방안이 가장 훌륭했어요. 이 대표님이 작성한 건가요? 아니면 남지훈 씨가 작성한 건가요?”송태수가 허허 웃으면서 묻자 이현수는 흠칫 놀랐으며 T 그룹의 대표가 남지훈을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기술 방안은 지훈이 형이 작성한 겁니다. 이쪽으로는 형이 전문성이 뛰어나거든요. 업계 최고는 아니지만 실력이 매우 훌륭합니다.”남지훈의 실력은 이현수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며 그의 실력이 훌륭하지 않았다면 김명덕 회사가 지금까지 저렇게 잘 나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송태수는 이현수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바에는 남지훈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나았으며 더군다나 남지훈의 방안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이 대표님이 저희 회사에 왔으면 남지훈 씨는 S 그룹에 갔겠네요?”송태수의 질문에 이현수가 재빨리 대답했다.“두 회사가 동일한 날짜에 입찰 대회를 열어서 저희가 두 팀으로 나눴습니다. 지훈이 형은 지금 S 그룹에 있습니다.”말을 하던 이현수는 갑자기 뭔가 알아차린 듯했으며 송태수가 두 번이나 남지훈을 언급한 걸로 봐서는 이번 낙찰이 남지훈과 무조건 연관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허허, 앞으로 서로 소통을 많이 해야죠. 내일부터 차근차근 계약서도 쓰고 계약을 체결하면 대승 테크에서도 하루빨리 시공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남지훈 씨 쪽도 이제 입찰이 끝났을 거 같은데 이 좋은 소식을 얼른 전화로 전해드리세요.”송태수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한편, S 그룹에서. 소한진이 곽 대리를 불러 남지훈과 전문적인 기술 문제를 토론하고 있었고 대부분 문제점과 개조 방식을 방안에 구체적으로 기재했다.이때, 남지훈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곽 대리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곽 대리님, T 그룹 쪽 입찰이 끝난 모양입니다. 전화 한 통만 받고 오겠습니다.”“그렇게 하세요.”사무실 밖으로 나온
깜짝 놀란 남지훈은 멍한 얼굴이었다. 그는 송태수가 대기업 사장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T 그룹 대표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J 시에는 S 그룹과 T 그룹 두 개의 가장 큰 회사가 있었고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남지훈은 두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는데 몇 년 뒤, 이런 방식으로 두 회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기에 남지훈은 만감이 교차했다.“지훈이 형?”이현수의 목소리에 남지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현수 씨, 제가 송 대표님과 아는 사이는 맞아요. 우리 회사가 낙찰된 거에는 송 대표님 도움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S 그룹 여기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 오후에 회사로 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해요.”남지훈은 소연이 바로 S 그룹의 오너가 아닐까 의심했으며 그렇지 않고는 대승 테크가 낙찰될 리가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남지훈은 전화를 끊은 뒤 사무실로 돌아왔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곽 대리님, 소연 씨가 S 그룹에서 직책이 높은 거 맞죠?”남지훈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흠칫하던 곽 대리가 웃으며 대답했다.“남 대표님, 소연 씨는 저희 회사에서 관리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직급을 가진 직원은 저희 회사에 널리고 널렸어요. 그렇게 높은 직책은 아닙니다.”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소연까지 S 그룹의 오너라면 그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곽 대리와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뒤, 남지훈은 S 그룹을 떠났고 T 그룹에서 나온 이현수와 대승 테크에서 만났다. 현재 대승 테크의 직원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남지훈과 이현수를 제외하면 기술팀 직원 두 명과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한 명, 이렇게 총 다섯 명이었다. 이현수는 애초에 능력이 좋은 회계사를 채용하고 싶었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월급이 낮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막 졸업한 대학생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현단계의 대승 테크는 재무팀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기에 대학생을 채용해도 충분했다.대승 테크 건물 1층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