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하지? 그것도 이혼한 지 며칠 만에?'그녀는 심지어 신정우가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이런 꼴이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 신정우에게는 훨씬 더 큰 고통일 수 있었다."남가현!"신정우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세차게 밟으며 말했다."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여전히 아이들의 아빠야. 그런데도 내가 이런 꼴로 지내길 바라는 거야?"그는 이를 갈았다.연이은 타격으로 그는 맥이 빠졌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건 남가현 하나뿐이었다.남겨현은 신정우가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몰랐지만, 어떠한 연민도 없이 냉정하게 말했다."당신,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이 모든 게 다 당신 손에서 비롯된 거 아니야?""애당초 당신이 가정을 잘 지키고 밖에 나가서 함부로 굴지만 않았더라면 당신이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나는 당신을 기다렸을 거야. 이제 와서 내 앞에 와서 울며 겨자 먹기야? 다 소용없어!""빨리 가! 안 가면 경찰 부를 거야!"신정우는 이 모든 것이 남가현과 남지훈이 계획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더욱더 그들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난 이대로 못 가! 천만 원 안 주면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장사하기 싫은 건 아니지?"남가현이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신정우가 이런 식으로 자기를 협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때 마스크팩을 쓰고 있던 대장이 가게에서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누구야? 누가 감히 남의 가게 앞에서 행패야?"대장이 나오는 모습을 본 남가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남지훈이 남가현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대장이 보기에 그냥 연약한 여자로 보이지만, J 도시에서 알아주는 인물이야. 대장이 누나 가게를 커버하고 있으면 아무도 함부로 누나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남가현은 대장의 배경을 생각하며 신정우에게 미친 듯이 귀띔했다."더 험한 꼴 보기 전에 빨리 가!"그는 오히려 대장의 말투가
다른 한편, 남지훈은 소연을 데리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지훈이 회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유 팀장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사건에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했다. 그날 오후, 주차장 입구에서 그를 구타했던 사람들이 자수했다는 것이었다! 남지훈은 경찰서에 도착했다. 그들은 남지훈을 보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듯 얼어버렸다. 그들은 이 며칠간 쥐처럼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 밤만 되면 전전긍긍하여 집 밖을 나서지도 못했다. 그들은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었다. 게다가 김명덕이 돈까지 주지 않으니 자수를 택했다. 그들을 한눈 본 남지훈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맞아요.” 남지훈도 그들이 이렇게나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다가 갑자기 자수를 할 줄은 몰랐다. 유 팀장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남지훈을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 그는 사건이 마침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며칠간 J 도시의 가장 부자 집안인 소씨 집안과 송씨 집안에서 번갈아 가며 재촉해 대니 그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해결되었으니 정말 다행이야! 유 팀장은 남지훈에게 물을 한 잔 따르고는 물었다. “김명덕과는 무슨 원한관계라도 있나요?” 남지훈은 김명덕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한동안 김명덕과 명덕 테크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남지훈은 말했다. “저는 예전에 그의 직원이였어요. 그는 제 사장님이었죠. 하지만 제 여자친구가 그와 바람이 났어요. 전 분을 이기지 못해 그한테 주먹질을 했고요.” 이 말을 들은 유 팀장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동기가 있었다. 한편으로 그는 또 김명덕이 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감히 남지훈의 여자친구를 빼앗다니! 남지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요즘 들어 그의 회사 실적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에 S그룹애서 입찰할 때 크게 실패하면서 업계 내 사람들한테서 미움을 산 원인이 클 거예요.” “그때는 우리 회사인 대승 테크가 낙
김명덕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남지훈이 떠올랐다.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 전... 그냥 평범한 사업가일 뿐인데, 어떻게 살인사건에 연루될 수 있나요!” “당신네 성실한 사람들만 골라서 괴롭히는 거 아니야?” 두 경찰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갑을 꺼내자 김명덕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S그룹에 도착한 남지훈이 주차를 해두고는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소연은 밥을 먹고 있다면서 남지훈더러 부대표실로 오라고 말했다. 남지훈은 이마를 찌푸렸다. 알 수 없는 실망감이 들었다. 남지훈이 부대표실에 도착했다. 남지훈은 소연과 소한진이 각자 앞에 와인을 놓고 마주 앉아 있는 것을 보자 질투가 폭발했다. 남지훈은 소한진의 미모와 재력을 탓할수 밖에 없었다. 남지훈은 소한진이 소연의 오빠인 것도 몰랐기 때문에 질투는 당연한 일이었다. 왔어? 소연은 신경을 쓰지 않고 남지훈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빨리 앉아서 먹어. 네 것도 시켰어.” 남지훈은 머리를 숙이고 테이블 끝에 앉았다. 그저 눈앞의 음식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손을 대지 않았다. “왜? 별로야? 다른 것 시켜줄까?” 소연이 물었다. 남지훈은 머리를 저었다. “배 안 고파. 먼저 먹어.” 소연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남지훈이 평소답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소연이 다 먹고 나서도 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머리를 숙이고 앞에서 터벅터벅 걸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소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지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소연은 남지훈이 차를 평소보다 빠르게 운전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챘다. 스카이 팰리스에 돌아온 남지훈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소연아, 우리 얘기 좀 할까?” 소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 무슨 얘기?” 그녀는 남지훈의 말투에서 남지훈이 지금 기분이 좋지 않으며 그 원인이 본인한테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텅텅 빈 집을 바라보고 있자니 남지훈의 기분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는 소연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소연은 그에게 너무나도 잘해주었다. 칼에 찔렸을 때도, 함께 집에 다녀 올 때도, 상처가 감염 됐을 때도 항상 챙겨주었고 누나의 일까지도 소연이 도와주었다. 그는 소연이 자신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남지훈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모래주머니 앞에 선 남지훈은 한주먹 한주먹 세게 내리꽂았다. 그의 눈에는 모래주머니가 김명덕이고 소한진이었다. 한참을 때렸으나 남지훈의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 남지훈은 핸드폰을 들어 소연한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누구도 받질 않았다. 밤 10시, 소연은 본가에 도착했다. 소한진도 방금 회사에서 퇴근하여 돌아왔다. 온 가족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소연이 가족 단체 채팅방에 결혼하겠다고 선포한 뒤로는 처음 집에 돌아온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오늘 어쩌다 집에 돌아왔어? 매제 혼자 스카이 팰리스에 두고?” 소한용이 물었다. 소씨 일가는 소연과 남지훈이 최근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모든 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달랐다. “힘들어. 나 쉴래.” 소연의 눈빛은 차가웠다. 남지훈의 말들을 생각하니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녀는 가족들과 털어놓기도 귀찮았다. “연아, 엄마랑 말해 봐. 무슨 일인데?” 소연의 엄마 주옥금이 말했다. “엄마.” 소연은 갑자기 서러워졌다. “남지훈 그 나쁜 놈이! 나와 오빠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 알고...” 소씨 일가는 모두 말문이 막혔다. “얘, 이게 무슨 말이니?” 주옥금이 소한진을 바라보았다. 소한진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 저도 모르는 일이에요! 저도 황당하다고요!”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아, 맞다! 어제저녁에 동생이 지훈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녀는 둘째 아들 소한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건 시한폭탄과도 같은 거야. 내일 네가 방법을 생각해 내서 나와 지훈이가 우연히 만날 수 있게 도와줘. 내가 연이에 대해서 돌려서라도 말하게.” “엄마.” 소한용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매제한테 내일에 또 동생이 소씨 집안의 사람이란 것까지 밝히면 매제는 속았다고 생각하고 더 화가 날 게 뻔하지 않나요?” “화가 나려면 한 번에 나야지. 한참 뒤에 다시 화나는 것보다 나아!” 주옥금은 말했다. 소한용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송유리 사이의 일도 다 처리하지 못했는데 지금 여동생과 매제의 일로 속을 썩이다니,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는 밤새도록 스카이 팰리스에서 지키고 있기로 마음먹었다. 망원경을 통해 그는 남지훈이 모래주머니에 한 주먹 한 주먹 내리꽂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퍽! 주먹에 맞아 날아가는 모래주머니를 본 소한용은 깜짝 놀랐다. “깜짝이야! 얼마나 화가 난 거야?” 남지훈은 모래주머니에 다른 끈을 묶고는 다시 걸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는 이미 꺼진 상태였다. 온 밤잠을 설칠 게 뻔했다. 남지훈은 밤새도록 모래주머니만 때렸으며 끈도 세 번이나 바꿨다. 아침에 일어난 남지훈의 주먹은 온통 빨갰다. 밤새도록 모래주머니를 때렸지만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핸드폰을 들어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 그는 아침을 먹을 입맛도 없었다. 남지훈이 문을 나서는 것을 본 소한용은 핸드폰을 꺼내어 먼저 소연에게 문자로 남지훈이 밤새도록 모래주머니만 때렸다고 말해주고는 다시 주옥금한테 전화를 걸어 남지훈이 외출한다는 것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은 문자에 답장했다. “걔가 모래주머니를 때리건 말건 나랑 무슨 상관인데. 온 집안을 다 부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다른 한편, 회사에 도착한 남지훈이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주옥금은 송태수의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집안은 왕래가 잦았기에 소연이 S 그룹의 대표로 있는 사실을 송태수도 알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예상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거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남지훈더러 송태수에게 전화를 걸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주옥금에게는 자세히 설명할 기회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T그룹의 대표마저도 그렇게 말하니 그녀가 이제 와서 설명해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주옥금은 좋은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일을 그르친 것만 같았다. 그녀는 소연과 송태수가 말을 맞췄을 줄도 몰랐고 송태수도 그녀가 남지훈의 바로 옆에 있는 줄은 몰랐다. 남지훈은 전화를 끊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줌마, 저는 당신보다 송태수를 더 믿어요.” 이것이 인지상정이었다. 남지훈은 주옥금을 전에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소연과 주옥금이 조금 닮았을지라도 흔한 일이라 생각했다. 주옥금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남지훈이 믿을 수 있을까? “그럼 또 다른 할 말이라도 있으신지?” 남지훈이 물었다. “아... 아니요.” 주옥금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럼 저는 이만 출근해 보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남지훈은 주옥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남지훈이 떠나는 것을 본 소한용은 급히 달려와 물었다. “엄마! 어떻게 됐어요?” 주옥금은 울고 싶었다. “한용아, 엄마가 일을 다 망친 것 같아...... 가자! 네 동생을 찾아야겠어!” 남지훈한테는 돌파구가 없으니 자기 딸한테서라도 얻을 생각이었다. 회사에 도착한 남지훈은 한참을 앉아서 책을 읽다가 소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체적인 내용은 소연의 이모가 자신을 찾아왔으며 소연이 소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말했다는 등이었다. 소연은 답장이 없었다. 남지훈은 다시 책을 들었다. 책이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정말 자신을 무시하기로
그녀는 말했다. “이번 일은 잠시 신경 쓰지 마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밤새 화를 내던 그녀도 이제는 화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래!” 주옥금은 말했다. “지훈이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송태수와 의형제를 맺은 걸 봐서는 별문제가 없을 거야. 너와 지훈이가 정말 이루어진다면 소씨 집안과 송씨 집안의 일들도 해결하고 그럼 네 오빠가 송유리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엄마도 너와 소씨 가문의 이익을 맞바꾸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응원할게.” 소연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엄마와 둘째 오빠를 마중했다. 동시에, 소연은 핸드폰을 꺼내서 남지훈에게 문자를 보내서 저녁에 집에 돌아오라고 말했다. 남지훈이 문자를 받지 않자 소연은 몸을 일으켰다. 남가현한테 가서 방법을 구할 생각이었다. 지훈은 문자를 한눈으로 본 후 핸드폰을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마침 남지훈이 스카이 팰리스로 돌아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무슨 생각 해요?” 한참을 고민에 빠져있을 때 이현수가 남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떻게 기술 난점을 돌파할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지훈이 대답했다. 이현수는 엄지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역시 대단하세요! 이미 이렇게 훌륭하신데 계속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대승 테크의 기술은 지훈 씨 없으면 안 돼요!” 남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다 같이 노력해야죠!” “맞아요, 일 보세요.” 이현수가 말했다. “저는 고객 몇 분 좀 뵙고 오랴고요. 명덕 테크의 고객들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주문량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모이면 적지 않을거에요!” “그래요.” 남지훈은 손을 저었다. 이현수가 고객을 책임지고 맡았기에 남지훈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두 그룹의 테스트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지훈은 너무나도 한가했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지훈은 갑자기 누나한테 가보고 싶었다. 지훈이 도착했을 때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누나.” 지훈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남가현을
“동생 기분이 안 좋나 봐?” 그녀가 물었다. 남지훈의 안색을 살펴보던 누님은 단번에 남지훈의 기분을 파악했다. 그녀는 말했다. “누나가 재밌는 곳 데려가 줄게.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을 거야. 남자들은 무조건 좋아할걸!”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의 얼굴이 빨개졌다. 누님이 말한 곳은 남지훈은 잘 알고 있었다. 남자들이 좋아할 곳이라면 바로 그곳밖에 없을 것이었다. 남지훈은 누님이 정말로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친누나가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한다니. 남가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나 거리낌이 없다고? “뭐 하는 겁니까?” 누님은 두 남매의 좋지 못한 안색을 보고는 말했다. “가현아, 내가 네 동생을 데리고 여자나 가지고 놀가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희!” “권투장이야! 남자들은 다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라도 풀면 괜찮아질 거야!” 말문이 막혔던 남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님이 자신을 데리고 그렇고 그런 곳에라도 갔더라면 얼마나 어색했을까. 남가현도 어색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누님은 간단하게 케어를 받고는 오후에 남지훈을 데리고 떠났다. 저녁에도 갈 곳이 없었던 남지훈은 권투장에 가서 둘러보고 싶었다. 남지훈이 떠나자마자 남가현은 소연에게 문자를 보내 남지훈이 권투장에 갈 것 같은데 어디인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알려주었다. 문자를 받은 소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숨을 내쉬고는 둘째 오빠 소한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째 오빠, 지훈과 누님으로 불리는 여자가 권투장에 간대요. 오빠가 좀 지켜봐요. “ “그 보잘것없는 솜씨로 링에 올랐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진 않을지 모르겠어요.” 소한용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송유리와 술 약속을 잡았는데 말이다. 권투장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여기는 완전한 하나의 체인을 이루고 있었다. 주위의 함성을 들은 남지훈은 놀라기 그지없었다. J도시에도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누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