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9화 갑자기 잘해 주면

“유치하긴.”

배인호가 차갑게 내뱉고는 까만색 패딩으로 갈아입고 비니를 쓰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목도리를 두르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눈덩이를 굴렸다.

눈은 아주 차가웠고 내 손은 이내 얼어서 빨개졌다. 도우미가 장갑을 가져다줬고 나는 장갑을 끼고 눈덩이를 계속 굴렸다. 배인호는 옆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눈사람 같이 만들자고 했지, 눈사람 만드는 거 봐 달라고는 안 했어요.”

나는 뾰로통해서 말했다.

“아직도 세 살짜리 애라고 생각해?”

배인호가 불쾌한 듯 되물었다.

“나이가 얼만데 아직도 이렇게 유치하게 눈사람이나 만들어?”

‘이런 젠장, 전생에 서란이랑 눈사람 만들 때도 이렇게 말이 많았던 건가?’

화간 난 내가 눈을 한 줌 집어 들어 막무가내로 배인호의 몸에 던졌다.

배인호가 맞은 곳을 훌훌 털더니 질세라 눈을 집어 들어 나에게 뿌렸다.

우리 둘은 눈싸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인호의 손힘이 더 강했고 나를 명중할 때마다 나는 당황해서 계속 삐끗했다.

진 게 마음에 안 든 나는 배인호가 허리를 굽혀 눈을 잡을 때 눈덩이로 거의 머리를 명중했다. 그가 앓는 소리를 내더니 화난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허.지.영!”

“한번 때려보든지!”

내가 손가락을 흔들어 그를 도발했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배인호가 농구공만 한 눈덩이를 집어 들더니 머리 위로 올려 복수하려 했다. 나는 기회를 엿보고는 신속하게 거의 품으로 들어갔고 그의 허리를 세게 휘감았다.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때려봐요. 때려죽이면 서란이랑 결혼도 하고 좋잖아요!”

눈꽃이 나의 얼굴에, 속눈썹에,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에 떨어졌다. 그는 머리를 숙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나무랄 데 없이 너무나 예뻤다.

분위기가 굳어지는 듯했고 나와 배인호의 시선이 뒤엉켰다. 그를 10년이나 사랑했고 여러 번 살을 나눴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애교를 부리고 투정을 부린 건 처음이었다.

서란 보다 앞서기 위해 그런 건지 아니면 그 핑계로 가엾은 나를 보상하는 건지 나도 잘 모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