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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이혼협의서 석 장

기선우는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누나.”

나는 서란과의 이별로 기선우도 어느 정도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인생에 지름길이 있다면 왜 굳이 진흙탕 길을 걸어야 하는가?

“누나, 저 먼저 갈게요.”

잠시 앉았다가 기선우는 뚱땡이를 팔에 안고 일어서서 ‘안녕’이라고 인사를 했다.

“알았어. 데려다줄게.”

나도 일어섰다.

기선우는 거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나가서 택시 탈 거예요. 밖은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힘들 거예요. 집에 있는 게 낫겠어요.”

나는 고집하지 않고 기선우를 배웅 했다. 비비를 안고 몇 번이고 뽀뽀를 한 다음 비비를 안고 위층으로 데려가 첼로를 연주했다.

비비는 배인호보다 착했다. 나의 연주를 시끄러워하지 않고 얌전하게 듣고 있었다. 바깥에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렸다. 나는 몇 곡 연주한 후 비비를 안고 창틀에 가서 눈을 구경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저택의 가로등은 이미 반짝반짝 빛을 내며 눈 속의 차가움을 비추고 있었다.

갑자기 아래층에 가사도우미분이 급하게 뛰어가 큰 출문을 열었고 배인호의 차가 나타났다. 그는 차에서 내려 짜증스럽게 차 문을 쾅 닫고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뇌리에서 번뜩 한 문장이 떠올랐다.

‘젠장, 너 기다리고 있어.’

설마 진짜로 나와 따지려고 그 먼 곳에서 달려온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당황했다. 전생에서 나는 그가 집에 들어와 나와 싸우기를 바랬고 나의 헌신을 하나하나 말해 그가 죄책감을 느끼고 나의 옆에 있어 주길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그와 더 싸우고 싶지 않다. 기껏해야 두세 마디 하면 끝이다.

“허지영, 어디 있어?”

연습실에서 나오자마자 아래층에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쳐다보니 마침 배인호가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신속하게 계단을 내려가 2층에 침실로 뛰었다. 배인호도 빠르게 올라와 2층에서 나를 막았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사람이니 몇 걸음 만에 달려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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