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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물을 뿌려

10시 반이 되자 약속대로 가느다란 형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순간 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민설아는 연보라색 트렌치코트 안에 흰색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모습이 얼굴이 더 작아 보였다. 그녀는 리버 로즈 핸드백을 들고 있었는데 눈부신 보석이 박혀있었다. 사실 그녀의 단아한 옷과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코디였다.

“왜요? 날 보고 놀랐어요?’

민설아는 나의 맞은편에 안더니 손에 들린 핸드백을 조심히 내려놓으며 우아하게 내게 물었다.

“민설아 씨가 아만다예요?”

나는 정말 놀랐지만 이내 진정하며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

“얘기 나누죠.”

민설아는 웨이터를 불러 물 한 잔을 달라고 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샴페인을 마시며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만약 전매특허를 갖고 있는 사람이 민설아라면 나는 이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삼촌이 돌아가시기 전 내린 마지막 결정이 바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라고 하셨다. 돈을 벌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삼촌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드리려는 이유가 더 컸다.

내가 먼저 협력을 포기하겠다고 쉽게 말하지 않았다. 샴페인을 절반쯤 마셨을 때 민설아가 먼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예요? 지영 씨네 회사에서 내 특허를 갖고 싶다면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민설아 씨가 말하는 성의라는 게 뭐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조롱 섞인 말을 날렸다.

“배인호와 결혼하는 거라도 내가 도와줘야 하나요?”

이 말을 듣더니 민설아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녀가 한 모든 것은 모두 배인호와 결혼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죽은 척한 것도 남의 자식을 이용해 배씨 가문의 친손자인 척하며 돌아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배인호 정말 마약처럼 위험한 매력으로 사람을 빼져 들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나도 한 번 죽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에게 푹 빠져 있었을 것이다.

서란이든 민설아든 나와 다른 점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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