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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내가 빼앗아 간 5년

나는 발걸음을 멈추며 민설아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를 자극하려는 모양인데 만약 삼촌이 살아계셨다면 민설아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신뢰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아마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하셨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평가해 줄 필요는 없어요. 고마워요.”

나는 태연하게 몇 마디 건넨 뒤 더 이상 민설아를 상대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차가 주차장을 떠나려 할 때 민설아가 앞을 가로막을 줄은 몰랐다. 기사님이 내게 물었다.

“대표님, 저 여자가 우리 차를 막고 있습니다.”

“무시하고 그냥 돌아가 주세요.”

나는 상대하기 귀찮아 기사님에게 민설아를 피해달라고 했다.

다시 출발하려던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나는 앞좌석 등받이에 부딪힐 뻔해 화가 났다.

“무슨 일이에요?”

“대표님, 저 여자가 또 차 앞을 막아서서 거의 치일 뻔했습니다.”

기사님은 두려움에 떨며 대답했다.

유리창 밖을 바라보니 민설아가 자기 이미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팔을 벌린 채 내 차 앞을 막고 서 있었다.

그 두려움 없는 기세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정말 짜증이 났다. 프로젝트가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기본적으로 폐기된 거나 마찬가지다.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민설아가 이렇게 질척거리니 나는 짜증이 몰려왔다.

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민설아는 내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보더니 바로 차 앞에서 비켰다. 나는 허리를 숙여 기사님에게 말했다.

“먼저 다른 곳에서 기다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벌써 가을이 되어 호텔 밖 길 양옆으로 단풍나무가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한낮에도 가을 특유의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쌀쌀한 바람이 일자 빨간색이나 노란색 단풍잎이 바닥에 떨어져 인도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나는 단풍잎이 가득 덮인 길옆으로 민설아와 함께 걸어왔다.

아름다운 풍경을 이런 사람과 함께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차는 왜 막는 거예요? 죽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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