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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약속을 잡다

나는 배인호의 어머니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셔서 다시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반 시간 정도 지나서 의사 선생님이 도착하셔서 엄마를 검진해 주셨다. 다른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진을 받게 했다.

나는 병원으로 함께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엄마는 검사실로 이동하고 나는 복도에 앉아 기다렸다. 마음이 나뭇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초조하고 불안했다.

“지영 씨.”

갑자기 이우범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역시 이우범은 병원으로 다시 출근했다. 다시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예전보다 더 마르고 피부는 더 하얗게 된 것 같았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두 눈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나를 속인 일이 떠올라 마음속으로 경계했다.

나도 어느 날 내가 이우범을 경계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설 잘 보냈어요? 다시 출근하는 거예요?”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설 잘 보냈죠. 지영 씨는 왜 병원에 있어요?”

이우범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깨어난 것 같아서 병원에 모시고 왔어요. 지금 정밀검사 받는 중이에요.”

이우범의 미간이 다시 펴지며 안도하며 물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인호는 왜 같이 안 왔어요?”

지금 배인호는 아마 서란과 함께 있을 것이다. 나는 묵묵히 속으로 생각했다. 비록 지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는 이미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바쁜가 봐요.”

이우범은 나를 바라보며 내 말의 뜻을 알아차린 듯 가까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인호를 믿어요?”

“이우범 씨, 난 이미 인호 씨와 재결합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당연히 믿어야죠.”

나는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그럼, 인호가 지영 씨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아요?”

이우범은 또 물었다.

나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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