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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그냥 친구야

나는 배인호의 비틀거리며 배인호의 다리에 앉았다. 머릿속은 아까 본 내용과 지금 이 순간 배인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복잡했다. 덕분에 나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나무처럼 굳어 있었다.

배인호는 숨이 거칠어졌고 익숙하게 손을 내 옷 안으로 집어넣고는 이곳저곳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내 가슴을 여기저기 만지는 배인호의 손을 잡았다. 옷을 사이에 두고서도 나는 그 손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인호 씨, 나 먼저 샤워할게요.”

나는 시간을 끌고 싶었다. 시간을 끌면 이 일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고 나서 씻어도 돼.”

배인호는 손이 나에게 잡혔지만 무언가 모를 힘으로 나를 뿌리치고 있었다. 그냥 너무 큰 힘을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미 너무 노골적이었다. 몸을 바칠 때 어떤 각오였는지 때로는 선명하다가 때로는 흐릿해졌다. 어떤 때는 자기도 모르게 배인호를 밀어내려고 했다.

별장 안은 너무나도 따듯했다. 하여 매번 돌아오면 나는 외투를 벗고 얇은 옷만 하나 걸치고 있었다. 이는 오히려 배인호가 위아래로 휩쓸 수 있게 도움이 되었다.

“안, 안 돼요. 여기서는 좀 그래요...”

내가 배인호를 밀어냈다.

“여기가 뭐가 어때서? 넌 그냥 날 거절할 이유를 찾는 것뿐이야.”

배인호가 나를 놓아주더니 목소리도 차가워졌다.

“근데 소용없어. 내 옆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면 더 이상 네 마음대로는 안돼.”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인호는 나를 안아 책상 위에 앉혔다. 아까 미처 정리하지 못한 그 자료도 지금은 내 밑에 깔려있다.

서재의 불은 밝았고 나와 배인호가 안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었다.

방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다시 서재에서 나올 때는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만약 어느 날 내가 배인호 위에 군림하게 된다면 나는 그를 에로영화를 잘 찍는 이웃 섬나라에 보내 그 특기를 잘 발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전에 나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 괜찮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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