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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올라와 앉아

“선혜 언니 기선우 누나예요. 이미 결혼해서 애도 있어요. 그냥 친척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도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말은 쉽게 하네.”

배인호가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

“이렇게 많은 집을 놔두고 왜 하필 여기로 데려온 거야?”

나는 배인호를 흘겨봤다.

“챙겨주기 편할 것 같아서 그랬어요. 무슨 문제 있어요?”

배인호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있어. 이미 결혼한 여자인데 챙겨줄 게 뭐가 있다고, 진짜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야.”

“인호 씨, 동정심 좀 가지면 안 돼요?”

내가 언성을 높였다.

“다른 데로 배정하라는 게 동정심 없는 거야?”

배인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 나 나쁜 사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이 일은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한 건 맞았다. 나는 기선혜만 잘 돌보면 된다고 생각했지 배인호가 불편한 건 아닐지는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도저가 이때 울기 시작했다. 배인호는 도저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울지마.”

나는 배인호의 손을 찰싹 쳐냈다.

“동물 학대하는 거예요?”

배인호: “...”

동물의 귀를 살짝 당겼다고 동물 학대라니, 어이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틈이 보이지 않자, 배인호는 얼굴을 굳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배인호가 서재로 간다면 그 기회를 봐서 비밀번호를 살짝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안면인식으로 들어간다면 따라 들어가서 내부 상황을 살펴볼 심산이었다.

하여튼 지금 배인호 앞에서 부끄러울 건 없었다. 이미 서로 간의 거래로 토론이 된 상황이었다.

“왜 따라와?”

서재에 도착하자 배인호가 나를 돌아봤다.

“서재에 책 있어요?”

내가 물었다.

“...”

배인호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허지영, 전에 내 서재 들어가 본 적 없어?”

당연히 들어가 본 적은 있지만 회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내 신경은 온통 배인호에게로 향했고 서재에 뭐가 있었는지 잘 보지 못했다.

내가 멈칫하는데 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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