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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사람을 쫓아내다

기선혜는 금방 기차역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는 기선우의 하나밖에 없는 누나였다. 집에는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이번에 같이 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민정이네 집에서 역까지 반 시간 넘게 걸렸다. 기선혜를 본 나는 멈칫했다. 기선우와 아주 많이 닮아 있었지만, 거기에 여자의 부드러운 여성미가 더해졌다.

기선혜는 기선우보다 나이가 꽤 많았다. 나보다도 연상이었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있었고 눈시울이 부어 있었다. 아마도 오는 내내 운 것 같았다.

“선혜 언니, 허지영이라고 합니다. 선우랑은 친구예요.”

나는 이 기사님더러 기선혜 손에 들린 몇 안 되는 짐을 들어주라고 하고는 자기소개를 했다.

“지영 씨,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는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요. 번거롭겠지만 잘 부탁해요.”

기선혜가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네, 선우한테 누나면 저한테도 언니예요.”

내 기분도 슬프기 그지없었다. 죄책감까지 들었다. 나는 간접적으로 기선우를 해친 거나 다름없었다.

기선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선우한테 이런 친구가 있었다니, 이것도 선우 복이라면 복이죠.”

나는 들을수록 마음이 아파졌고 죄책감도 점점 더 거세졌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그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갑시다. 먼저 제 쪽으로 가요. 먼저 제 쪽에서 지내다가 선우 보러 가요.”

기선혜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고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그래요.”

이 기사님은 나와 기선혜를 청담동으로 데려다줬다. 원래는 기선혜를 내가 살던 아파트로 데려다주려 했지만 나한테 물어볼 것도 있어 보였고 말할 사람도 필요할 것 같아서 아예 청담동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오늘 배인호도 집에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내가 기선혜를 데리고 들어오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야?”

“선우 누나예요. 여기서 며칠 지낼 거예요.”

나는 슬리퍼를 꺼내 기선혜에게 건네주었다. 기선혜는 난감한 눈빛으로 배인호를 힐끔 쳐다보더니 미안한 듯한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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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미경
기선우죽음 은 꼭 밝혀졌으면 합니다 넘착한대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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