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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13화

짙은 울분과 유감이 묻어나는 말에 이수용과 존은 조용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출생이라는 두 글자는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겉모습만 보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바다 밑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사람 죽이는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힐 수도 있죠.”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천도준을 보며 이수용과 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천도준은 그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르신, 도련님께 무슨 좋은 방도라도 생긴 것일까요?”

존의 물음에 이수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보면 볼수록 도련님과 회장님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

그렇게 밤이 깊었다.

이튿날.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유리창에 스며들었다.

이와 상반되게도 천태성의 별장은 온기 없이 서늘했다.

탁!

천태성은 곤히 잠들어 있는 오남미의 위에 옷가지를 던지며 무심히 한마디 했다.

“꺼져.”

어젯밤 두 사람에게도 평소와 다른 공기가 흘렀다. 오남미가 그와 한침대에서 자고 싶어 했지만 당연하게도 천태성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각방을 쓰고 있었다.

잠에서 깬 오남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태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태성아... 너, 너 왜 그래?”

“꺼지라고.”

서릿발같이 쌀쌀한 얼굴에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말투였다.

오남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의 변화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천태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을 운운하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오남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챙겨입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천태성의 발치로 다가가 천태성의 바짓가랑이를 꽉 부여잡았다.

“태성아,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뭐 잘못했어? 알려줘. 내가 고칠게... 나 꼭 고칠 수 있어.”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의 맛을 본 오남미는 죽어도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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