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숨을 들이마신 천도준은 애써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밖으로 나갔다. 멀어지는 천도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태성은 드디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읊조렸다. “화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탁!” 천태성은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며, 종업원을 불렀다. 예쁘장한 종업원을 바라보더니 천태성은 안경을 치켜 올렸다. 그는 자형화 은행카드를 종업원의 트레이에 올려놓은 뒤, 손짓으로 종업원을 불렀다. “나랑 하룻밤 있어 줘. 2억 줄게!” 종업원은 잠시 흠칫했다. 티 없이 깨끗했던 종업원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개졌다. 하지만 종업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겁에 질린 얼굴로 천태성을 바라보았다. “너 처녀지? 난 딱 보면 알아. 2억으로 안 되면 4억 줄게.” 천태성은 의자에 기대며 조롱 섞인 눈빛으로 고고하게 앉아있었다. 그는 마치 왕좌를 차지한 제왕 같았다. 종업원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6억!” 천태성이 말했다. 종업원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좋아요.” …… 카페를 나선 천도준은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안은 채, 회사 사무실로 갔다. 천태성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가시처럼 천도준의 심장을 찔러댔다. 질질 끄는 성격은 딱 질색이었던 천도준은 오남미의 일로 끙끙 앓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밤의 일을 겪은 천도준은 천태성의 실력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천도준이 심란한 이유는 천태성이 찾아온 목적이었다. 천도준은 심란한 상태로 오후 네 시까지 버텼다. 마영석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천도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마영석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왜 그래?” 천도준이 물었다. 마영석은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도준 형, 주건희 회장님이 이어줬던 외지에 있는 자재 납품 업체 기억해요?” 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그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저희한테 납품을 중
천도준에게 있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유일한 파란도 전부 그가 예상했던 것이었다.도시 전체의 자재상이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정태 건설을 보이콧했다.지난번은 주건희가 나서서 정태 건설이 난관에서 벗어나게 도와줬지만 이번에는 주건희과 직접 선두에 서삳.이 단기간 내에 천도준은 자재상의 보이콧이 조금 풀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다행히 영일 자재가 정태 건설을 위해 재료를 제공했기에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았다.동시에 세 개 매물을 예약하는 것 역시 천도준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그는 지금 더 큰 프로젝트를 시작할 자금이 필요했다.게다가, 천태성이 이미 전쟁을 선포했다. 그가 나선다면 주건희에게 그의 목을 겨누라고 했다.만약 계속 지체가 된다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긴 공사 기간동안 천태성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몰랐다.다른 한편, 이율 병원.병실 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오남미는 응급 처치에 성공해 죽지는 않았고 진작에 깨어나기까지했다. 이마에는 아직도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정신은 조금 멍해 보였다.침대에 누워 매일같이 천장만 바라보며 이따금씩 눈물만 흘렸다.“더러워졌어… 더럽혀졌어….”그 광경에 옆에서 간호를 하며 보살피던 오덕화는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그날 오남미가 충격에 자살을 했을 때 온 집안 사람들은 드디어 진정할 수 있었다.아버지로서, 오덕화는 그날의 오남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오덕화마저도 이 집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지금 이 꼴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게 다 무슨 짓이란 말인가?병실 침대에 누워 잠꼬대를 하는 오남미를 보자 오덕화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음이 아파와 오남미를 쓰다듬으려 했다.하지만 손이 채 닿기도 전에 오남미는 몸을 흠칫 떨더니 별안간 몸을 단단하 말며 덜덜 떨었다.그 광경에 오덕화의 피곤에 전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달칵!병실 문이 열렸다.장수지와 오남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짝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오남미의 얼굴이 돌아가며 선명한 손자국이 찍혔다.“엄마, 뭐 하는 거야?”오남준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안고 있던 오남미가 엉엉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귀를 찌르는 울음소리는 가슴이 미어질 듯했다.가만히 듣고 있던 장수지는 짜증이 일어 오남미의 머리카락을 잡아채고는 세게 때리기 시작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망할 계집애, 돈만 잔뜩 들어가고, 정신이 나가더니 이젠 내 아들까지 괴롭히려고?”“이거 놔! 당장 놓지 못해? 남준이 다치게 하면 오늘 너 저승 문턱 넘어가는 거야!”“쓸모없는 계집애, 천박한 것, 지금 네가 이 집을 어떤 꼴로 만들었는지 봐봐!”……짝짝짝….뺨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병실 안에 가득 울렸다.병실 안은 다시 소란이 일었다.오남준은 막아서고 싶었지만 오남미가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탓에 장수지를 말릴 여력이 없었다.오남미는 장수지에게 맞아 몸을 덜덜 떨며 비통한 눈물을 흘렸다.그때.“그만하지 못해? 얼른 남미한테서 손 떼!”버럭 화를 내며 일어난 오덕화는 커다란 손을 들어 장수지의 뺨을 때렸다.세게 내려쳐지는 손은 가차 없었다.오덕화에게 맞은 장수지는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고 두 눈에 초점을 잃었다.눈 깜짝할 사이 장수지의 얼굴 반쪽이 부어올랐다.하지만 장수지는 곧바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놀란 얼굴로 씩씩대는 오덕화를 보고만 있었다. 뺨을 맞고 넋이 나간듯했다.여태까지 오덕화는 그녀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찌질하게 굴었다.집에서 장수지는 하늘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오늘 오덕화가 손을 들자 장수지마저도 조금 겁을 먹었다.한참 뒤.장수지는 별안간 ‘와’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뒹굴기 시작했다.“아이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럴 수는 없어. 오덕화, 이 집에서만 센척하는 머저리야. 내가 당신이랑 결혼하고 아주 평생 재수 옴팡 뒤집어썼어!”오덕화는 화가 치밀어 온몸을 덜덜 떨었다.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그는 가슴이 저릿
천문동 별장 단지.아우디 A4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다.끼익!아우디 A4가 대문 앞에 멈췄다.고개를 빼꼼 내민 오남준이 기세등등하게 외쳤다.“난 천태성 만나러 왔어, 들여보내 줘!”경비들은 그저 서로 시선만 주고받았다.그들의 인상 속에 이 고급 별장 단지 내에서 아우디 A4는 거주자들의 도우미들이 장보러 다닐 때나 쓰는 차였다.오남준의 소란에 그중 한 경비가 말했다.“선생님, 이 별장 단지 거주자가 나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면 이 단지에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이럴 줄 알았던 오남준의 두 눈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의 집안은 전부 천태성이 망가트린 것이다!이런 때에 나서지 않는다면 남자도 아니었다.아이디 A4에서 짐승의 포효 같은 엔진 소리가 울렸다.이내 타이어가 바닥에 마찰하며 귀를 찌르는 소리가 났고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웅 하는 굉음과 함께 아우디는 마치 야수처럼 그대로 별장의 대문을 들이받았다.지난번 부모님이 겪었던 일을 오남준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이 별장의 경비들과 대화를 나눠봤자 결국에는 나눌 대화가 없어졌다.갑작스러운 광경에 경비들은 대경실색하며 서둘러 나서서 그를 막았다.하지만 아우디 차량은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더 빠르게 질주했고 경비들은 순간 놀라 연신 뒷걸음질 쳤다.쿵!거대한 굉음과 함께 별장 지역의 대문이 열렸다.아우디 차량의 머리가 찌그러지며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하지만 분노에 휩싸인 오남준은 마치 분노하는 맹수처럼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아우디를 운전하며 산허리에 있는 별장 구역으로 향했다.전에 오남미는 천태성이 산허리에 있는 가장 비싼 별장에 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망했다, 큰일이야!”대문 쪽, 경비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눈물을 흘렸다.어떤 사람들은 다급하게 경비 사무실로 연락했다.이곳은 천문동 별장단지였다. 이 시에서 가장 권세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말이다.만약 거주자들이 누군가가 단지에 강제로 침입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큰 소란이 일 게
쿵!굉음이 울리며 두 차량이 부딪혔고 아우디 A4는 충격에 그대로 멈췄다.엄청난 충격에 차 앞머리는 완전히 찌그러진 채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그리고 오남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를 핸들에 박아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싿.거의 동시에, 뒤쫓아오던 경비 차량들도 좌우 달려들더니 아우디 A4를 중간에 가로막았다.“끌어내, 당장 끌어내!”한 중년의 경비가 아우디 A6에서 내리며 사납게 외치더니 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었다.“젠장, 감히 천문동에 와서 소란이라니, 죽고 싶은 거야?”차량 몇 대에서 수십의 경비원이 우르르 내렸고 순식간에 아우디 A4 차량을 에워쌌다.거칠게 문을 연 그들은 개를 끌어당기듯 오남준이 놀라 소리를 지를 때 바닥으로 끌어냈다.이내, 주먹세례가 이어졌다.경비팀장의 명령에 경비원들은 평소의 교양 같은 건 전부 집어던져 버렸다.있는 힘껏 제대로 혼을 내면 그만이었다. 무슨 문제가 생긴대도 경비팀장이 있었다!열몇 명의 경비원에게 구타를 당한 오남준이 몸을 웅크린 채 지르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이 온 별장 지역에 울렸다.그 광경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방관자들의 눈에 경비가 저런 무례한 종자를 혼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별장 안.창문 앞에 서서 오남준이 얻어맞고 있는 것을 본 천태성은 담담한 얼굴을 했다.그의 시선이 천천히 바로 옆 별자응로 향했다.사실, 오남준의 차가 강제로 멈춰진 곳은 바로 천도준의 별장 앞이었다.“그 아줌마, 집에 있겠지?”천태성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근데, 도와줄지는 모르겠네?”말을 마친 그는 등을 돌려 별장에서 나왔다.그가 경비들 주변을 지나갈 때 바닥에 제압당해 얻어맞고 있던 오남준은 순식간에 그를 발견햇다.“천태성! 이 개자식! 너 때문에 우리 집안이 망했어, 죽여버릴 거야!”순식간에 두 눈시울을 붉힌 오남준은 얼굴은 피범벅이 된 채로 미친 듯이 경비원들 틈에서 달려 나갔다. 마치 맹수처럼 우뚝 서 있는 천태성에게로 달려들었다.“막
분노에 찬 차가운 목소리에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박유리의 부축을 받은 이난희는 분노에 온몸이 다 덜덜 떨렸다.그녀의 양옆에는 이수용과 존이 있었다.방금 전 바깥에서 있었던 일을 그들은 똑똑히 들었지만 이난희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천도준은 이미 오남미와 이혼을 했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오남준이 찾아온 건 천도준이 아니라 천태성이었다.하지만 천태성의 말은 천도준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었고 일부러 ‘시선을 끄는’ 짓이었다. 애초에 천도준과는 상관도 없는 일을 천도준때문이라고 모함하는 것이었다.어머니로서 자신의 아들이 모함당하는 건 두 눈 멀쩡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만약 천도준이 정말로 이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면 저 오씨 집안 사람들은 천도준이 죽을 때까지 매달릴 게 분명했다.염라는 건드려도 잡귀는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난희는 천도준이 이미 충분히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 잡귀들이 계속해서 천도준을 귀찮게 하는 게 싫었다.“할망구! 천도준은! 당장 천도준 그 개자식 나오라 그래!”발밑에 밟혀 있던 오남준은 이난희를 보자 순간 화가 치밀어 크게 소리를 질렀다.“닥쳐!”이난희는 두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너희 왕씨 집안은 도대체 언제쯤 우리 도준이를 놔줄 생각이니? 자기들이 권력을 탐했다가 버림받아 놓고 왜 우리 도준이를 모함하는 거야?”격한 분노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이난희는 호흡마저 가빠져 숨을 헐떡거렸다.놀란 박유리는 얼른 이난희의 가슴을 쓸어내려 주며 말했다.“여사님, 화 푸세요. 몸 생각하셔야죠.”이난희는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히야… 오랜만이네요.”천태성은 장난기 어린 눈으로 이난희를 쳐다봤다.“당시에 진짜로 날 벽에 내던져 죽였으면 나랑 같이 죽었어야 하지 않았나았나?”미간을 찌푸린 이난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되레 이수용이 허허 웃으며 나섰다.“천태성, 오늘 이 일은 우리와는 상관없고 우리 도련님과는 더더욱 연관이 없지. 우리
이난희의 안색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분노가 들끓으며 음울한 기운이 터져나왓다.오남준은 어떻게 저렇게 멍청할 수가 있을까?“여사님, 몸조심하세요. 절대로 화를 내시면 안 돼요, 절대로요….”박유리는 이난희의 표정 변화를 시시각각 살피며 초조함에 어쩔 줄 몰라 하다 존을 향해 호통쳤다.“존, 여사님께서 계속 이렇게 화를 내시다간 몸이 상하고 말 거예요!”말을 마쳤을 때 오남준은 이미 근거리까지 달려와 있었다.존은 옆으로 한 발 옮기며 다리를 들어 그를 향해 힘껏 발길질했다.퍽!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던 오남준은 발길질에 몸이 3미터 밖까지 날아갔다. 바닥에 넘어진 그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울컥 피를 토해냈다.그 광경에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던 열몇의 경비들은 등골이 서늘해져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요즘은 개나 소나 다 우리 여사님한테 접근하려 드네.”존의 중후한 목소리가 북처럼 울렸다.“우리 도련님께서 마음이 착해서 너희 집안 사람들을 봐주고 계시지만,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야!”그건 적나라한 협박이었다. 오남준에게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였다.그리고 오남준도 피를 토하고 난 뒤에는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되레 바닥에 엎어진 그는 손발을 버둥이며 바닥을 뒹굴더니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세상이 말세네! 여기 사람 죽이려고 드네! 여긴 법도 없는 거야?”울음소리가 귀를 찔렀다.미간을 찌푸린 천태성은 바닥에서 버둥대는 오남준을 경멸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천박해.”이내 그는 고개를 들어 경비들을 쳐다봤다.“설마, 내가 직접 내다 던져야 하나?”열몇의 경비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오남준의 곁으로 우르르 몰려가더니 강제로 오남준을 들어 올렸다.“놔, 이거 놔. 다들, 이 개자식들, 이거 놓으라고!”오남준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열몇 명의 경비들은 조금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선두에 있는 중년의 경비는 오남준의 배에 세게 주먹을 꽂았다.“그 입 닥쳐!”오남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단히 맞은
어머니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천도준은 회사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이수용의 전화를 받았을 때 천도준은 탁하고 테이블을 내려쳤다.테이블 위의 찻잔도 그 동작에 깨졌다. 유리 조각은 천도준의 손바닥을 찌르며 피가 줄줄 흘렀다.갑작스러운 광경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 얼어붙었다.회의실은 섬뜩할 정도로 고요했다.지금 이 순간의 천도준은 마치 폭주하는 사자 같았고 두 눈시울마저 벌게졌다,“마영석, 오늘 회의는 네가 진행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지.”천도준은 곧바로 등을 돌려 떠났다.마영석은 깜짝 놀랐다.“형님, 이건 예약 판매랑 연관되어 있는 거잖아요. 월초에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를 진행하는 건데 저, 제대로 못 할까 봐 걱정이에요!”“제대로 못 한 대도 해!”들끓는 분노를 담은 천도준의 목소리가 회의실 밖의 복도에서 들려왔다.돈이 없으면 다시 벌면 그만이었지만 어머니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이율 병원.차에서 내린 천도준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옆으로 피했다.“장 박사님, 저, 저 사람 너무 무서워요. 소란 피우러 온 건 아니겠죠?”한 간호사가 잔뜩 긴장했다. 최근 몇 년간 의료진 폭행 사건이 적지 않았던 탓에 의료진들은 잔뜩 겁을 먹었다.장민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난희의 주치의였다.“허튼 소리하지 마, 저분은 천도준 씨야.”장민호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질주하는 천도준을 붙잡았다.“천도준 씨, 어머님께서는 이미 무사하십니다.”“장 박사님, 저희 어머니 어디 계세요?”장민호의 손을 잡은 천도준은 순간 한시름을 놓은 듯 숨을 내쉬었다.“아까 응급실에서 나온 뒤에 일반 병실로 안내했어요.”말을 하던 장민호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이번에는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어머님께선 몸 상태가 나아지고 계셨던 터라 엄청난 분노의 자극을 받지 않는 한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질 리가 없습니다.”“우선 엄마부터 보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