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울분과 유감이 묻어나는 말에 이수용과 존은 조용히 주먹을 말아쥐었다.출생이라는 두 글자는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겉모습만 보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바다 밑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사람 죽이는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힐 수도 있죠.”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천도준을 보며 이수용과 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천도준은 그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어르신, 도련님께 무슨 좋은 방도라도 생긴 것일까요?”존의 물음에 이수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째 보면 볼수록 도련님과 회장님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그렇게 밤이 깊었다.이튿날.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유리창에 스며들었다.이와 상반되게도 천태성의 별장은 온기 없이 서늘했다.탁!천태성은 곤히 잠들어 있는 오남미의 위에 옷가지를 던지며 무심히 한마디 했다.“꺼져.”어젯밤 두 사람에게도 평소와 다른 공기가 흘렀다. 오남미가 그와 한침대에서 자고 싶어 했지만 당연하게도 천태성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두 사람은 각방을 쓰고 있었다.잠에서 깬 오남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태성을 바라보며 물었다.“태성아... 너, 너 왜 그래?”“꺼지라고.”서릿발같이 쌀쌀한 얼굴에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말투였다.오남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그의 변화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천태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을 운운하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오남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옷을 챙겨입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천태성의 발치로 다가가 천태성의 바짓가랑이를 꽉 부여잡았다.“태성아,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뭐 잘못했어? 알려줘. 내가 고칠게... 나 꼭 고칠 수 있어.”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의 맛을 본 오남미는 죽어도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하!”천태성은 비웃음과 함께 머리와 고개를 숙여 오남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난 단지 몇억 들여서 널 가지고 재미 좀 본 거야. 고작 몇억은 나에게 푼돈이거든. 돈은 숫자에 불과해.”천태성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남미의 어깨를 걷어찼다. “이런 게 다 사랑이라면, 다른 여자에게는 몇십억씩 썼는데? 그럼 걔도 내 앞에서 목매달아야 하겠네?”이 말에 오남미는 얼어붙었다.그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늘렸다. 고작 재미를 위해 몇억을 쓴다고?그거뿐이야?오남미는 떠나려는 천태성을 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었다. 맞아, 죽는 거야!진짜 죽으려고 든다면 천태성이 돌아올 거야!오남미는 미친 사람처럼 침대 옆으로 다가가더니 정교한 도자기 집어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쨍그랑!” 그러고는 도가지 조각을 집어 들고 목에 댔다.“태성 씨, 날 버린다면, 나 진짜 당신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너무 흥분한 나머지 오남미의 손과 목은 도자기 조각에 찔려 피를 흘렸다. 뒤돌아 이 광경을 본 천태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죽고 싶다면 죽어. 그런데 여길 더럽히지 말아 줄래? 나 여기서 오래 묶을 거거든. 거기 깔린 카펫 말이야, 페르시아 카펫이야. 미터당 5천만 원이라고. 더러워지면 청소하기 골치 아파.”쿵!오남미는 벼락에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태성의 말 한마디는 그녀를 끝이 보이지 않은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내가...카펫보다 못해?얼마나 정이 없으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그리고 있잖아. 네 목숨은 나에게 하나도 쓸모없거든? 자살이 뭐야. 널 죽인다고 해도 난 꿈쩍 안 해.” 천태성의 말에는 끝없는 냉기가 돌았다.“허...”오남미는 무너져 버렸다. 그녀는 이내 도자기 조각을 버리고 일어나 천태성을 울부짖으며 노려봤다. “태성 씨! 내가 진짜 눈이 멀어 당신을 선택한 거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젠장!”
오남미는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마치 물에 젖은 새처럼 하늘도 무너지고 꿈도 깨졌다. 예전보다 더 못한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문이 열렸다.오남미의 부모님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고, 오남준은 이미 깔끔하게 정장까지 입고 있었다.“누가, 가자. 형부랑 차를 사러 가야지.” 오남준은 오남미의 손을 이끌며 흥분한 듯 말했다.천태성의 말을 들은 오남준은 어젯밤 내내 잠을 청하지 못했다.“2억 이하의 차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억대 슈퍼카! 오남준 평생 꿈도 못 꾼 차였다. 그러나 미래의 형부가 나타나면서 그에게도 이런 차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오남준은 밤새워 뒤척이며 고민하다가 시승해보고 싶은 모델을 정했다.억대 슈퍼카를 타고 과시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기존에 타던 아우디는 아버지에게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남미야, 그러고 보니 태성이는?”장수지는 눈썹을 치켜뜬 채 오남미의 뒤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조금 있다가 태성이한테 잘 말해봐. 우리도 남준이 차 살 때 같이 가자고 말이야?”“엄마, 엄마가 가서 뭐 하게,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오남준은 같이 가는 걸 싫어했다.“엄마야 모르지. 그냥 같이 가서 구경하면 안 돼?”장수지는 여전히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우리 장한 딸내미가 금수저 사위를 얻어 우리 귀한 아들에게 슈퍼카를 사준다는데. 엄마가 돼서, 따라가서 사진 몇 장도 못 찍어? 자랑 좀 하면 안 돼?”그녀는 자동차는 잘 모르지만 과시하길 좋아했다.슈퍼카 매장에서 셀러가 굽신굽신 대접해주는 화면을 상상하면 매우 설렜다.텔레비전에서나 볼법한 화면이었다.오덕화는 아내를 말리고 싶었으나 참았다. 아내가 그 누구보다 과시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세 사람 모두 오남미의 우울한 표정을 깨닫지 못했다.오남미의 귓가에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마치 뜨겁게 달아오른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도려냈다.슈퍼카?과시?오남미는 빨개진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순간 엄마가
오덕화는 얼굴을 찡그리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남미야, 무슨 일 있었던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욕실에서 흑흑하는 오남미의 비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러고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가짜야. 모든 게 다 가짜야!”“슈퍼카는 없어, 슈퍼카는 없다고!”“태성 씨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거야. 태성 씨가 나 버렸다고.”...오남미는 통속하며 사실을 말했다.쿵!문밖. 오덕화와 장수지, 오남준은 '쿵' 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럴 수가?!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잖아?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된 거지? “누나……” 오남준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누나가 미래 형부 화나게 만든 거 아니야? 그럼 나 차 안 사준대? 나 앞으로 어떡해?”이 말 한마디에 장수지는 버럭 화를 냈다.간밤에 잠을 못 이룬 건 장수지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돈을 펑펑 쓰며 사치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장수지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었다. 앞으로 친척들 앞에서 자랑할 수 있겠지? 쾅쾅쾅……장수지는 거칠게 욕실 문을 두드리며 크게 외쳤다. “오남미! 네가 실수해서 태성이 화난 거 아니야? 그렇겠지. 내가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누가 네 성질을 감당하겠냐고. 빨리 가서 태성이한테 사과해!”장수지의 말은 날카롭고도 매정했다. 어제와 금방 보인 상냥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왜 꼭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엄마 아니야? 그 사람이 부자라고 날 버렸어도 내가 잘못한 거야?”오남미는 욕실에서 큰 소리로 울었다. “아이고. 엄마가 말하는데, 네가 뭘 잘했다고 대들어?”장수지는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허리에 손을 차고 쏘아댔다. “우리 집에 오자마자 몇억씩 선물한 태성이가, 널 그렇게 생각하는 애가. 널 버리겠니? 네가 실수해서 화가 난 걸 거야! 우리 금쪽같은 사위 다시 데려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네 제삿날일 줄 알아!”장수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오남미를 위협했다.
천도준은 사무실에서 바쁘게 보냈다. 마영석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도준 형, 누가 경호원한테 쪽지를 건네달라고 했대요.” 천도준은 쪽지를 건네받은 뒤, 펼쳐보았다. 순간,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아래층 카페에서 만나.” 아래쪽에 적힌 천태성이라는 이름을 본 천도준은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 “도준 형, 누구예요?” 마영석은 일그러진 표정의 천도준을 발견하고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천도준은 쪽지를 찢어버리며 휴지통에 버렸다. “개 같은 놈이 있어.” 말을 마친 천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천태성이 갑자기 만남을 청하다니, 틀림없이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았다. 고양이 쥐 사정 보듯,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뻔했다. 천도준은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창가 쪽 자리에 앉아있는 천태성을 발견했다. 천태성은 의자에 가만히 앉은 채, 그윽한 눈빛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오른손에는 쥐어진 스푼으로는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가볍게 젓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그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천태성은 무려 모든 권력과 재산을 손에 쥔 천씨 가문 후계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날 보자고 했어?” 천도준은 천태성에게 다가간 뒤, 자리에 앉았다. 천태성은 꼼짝하지 않고 덤덤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 회사 근처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네.”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어서 천태성은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분 좀 봐, 다리도 길고 가늘어. 흠, 제법이군.” 말을 이어가며, 천태성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도전적이지 않단 말이지. 난 4천만 원이면 저 여자를 내 옆에 눕힐 수 있어.” “이 얘기 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천도준은 짜증이 났다. 천태성은 고개를 돌리며 웃는 얼굴로 천도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그제야 미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미안, 오남미가 네 전
깊은숨을 들이마신 천도준은 애써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밖으로 나갔다. 멀어지는 천도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태성은 드디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읊조렸다. “화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탁!” 천태성은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며, 종업원을 불렀다. 예쁘장한 종업원을 바라보더니 천태성은 안경을 치켜 올렸다. 그는 자형화 은행카드를 종업원의 트레이에 올려놓은 뒤, 손짓으로 종업원을 불렀다. “나랑 하룻밤 있어 줘. 2억 줄게!” 종업원은 잠시 흠칫했다. 티 없이 깨끗했던 종업원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개졌다. 하지만 종업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겁에 질린 얼굴로 천태성을 바라보았다. “너 처녀지? 난 딱 보면 알아. 2억으로 안 되면 4억 줄게.” 천태성은 의자에 기대며 조롱 섞인 눈빛으로 고고하게 앉아있었다. 그는 마치 왕좌를 차지한 제왕 같았다. 종업원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6억!” 천태성이 말했다. 종업원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좋아요.” …… 카페를 나선 천도준은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안은 채, 회사 사무실로 갔다. 천태성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가시처럼 천도준의 심장을 찔러댔다. 질질 끄는 성격은 딱 질색이었던 천도준은 오남미의 일로 끙끙 앓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밤의 일을 겪은 천도준은 천태성의 실력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천도준이 심란한 이유는 천태성이 찾아온 목적이었다. 천도준은 심란한 상태로 오후 네 시까지 버텼다. 마영석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천도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마영석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왜 그래?” 천도준이 물었다. 마영석은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도준 형, 주건희 회장님이 이어줬던 외지에 있는 자재 납품 업체 기억해요?” 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그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저희한테 납품을 중
천도준에게 있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유일한 파란도 전부 그가 예상했던 것이었다.도시 전체의 자재상이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정태 건설을 보이콧했다.지난번은 주건희가 나서서 정태 건설이 난관에서 벗어나게 도와줬지만 이번에는 주건희과 직접 선두에 서삳.이 단기간 내에 천도준은 자재상의 보이콧이 조금 풀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다행히 영일 자재가 정태 건설을 위해 재료를 제공했기에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았다.동시에 세 개 매물을 예약하는 것 역시 천도준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그는 지금 더 큰 프로젝트를 시작할 자금이 필요했다.게다가, 천태성이 이미 전쟁을 선포했다. 그가 나선다면 주건희에게 그의 목을 겨누라고 했다.만약 계속 지체가 된다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긴 공사 기간동안 천태성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몰랐다.다른 한편, 이율 병원.병실 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오남미는 응급 처치에 성공해 죽지는 않았고 진작에 깨어나기까지했다. 이마에는 아직도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정신은 조금 멍해 보였다.침대에 누워 매일같이 천장만 바라보며 이따금씩 눈물만 흘렸다.“더러워졌어… 더럽혀졌어….”그 광경에 옆에서 간호를 하며 보살피던 오덕화는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그날 오남미가 충격에 자살을 했을 때 온 집안 사람들은 드디어 진정할 수 있었다.아버지로서, 오덕화는 그날의 오남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오덕화마저도 이 집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지금 이 꼴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게 다 무슨 짓이란 말인가?병실 침대에 누워 잠꼬대를 하는 오남미를 보자 오덕화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음이 아파와 오남미를 쓰다듬으려 했다.하지만 손이 채 닿기도 전에 오남미는 몸을 흠칫 떨더니 별안간 몸을 단단하 말며 덜덜 떨었다.그 광경에 오덕화의 피곤에 전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달칵!병실 문이 열렸다.장수지와 오남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짝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오남미의 얼굴이 돌아가며 선명한 손자국이 찍혔다.“엄마, 뭐 하는 거야?”오남준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안고 있던 오남미가 엉엉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귀를 찌르는 울음소리는 가슴이 미어질 듯했다.가만히 듣고 있던 장수지는 짜증이 일어 오남미의 머리카락을 잡아채고는 세게 때리기 시작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망할 계집애, 돈만 잔뜩 들어가고, 정신이 나가더니 이젠 내 아들까지 괴롭히려고?”“이거 놔! 당장 놓지 못해? 남준이 다치게 하면 오늘 너 저승 문턱 넘어가는 거야!”“쓸모없는 계집애, 천박한 것, 지금 네가 이 집을 어떤 꼴로 만들었는지 봐봐!”……짝짝짝….뺨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병실 안에 가득 울렸다.병실 안은 다시 소란이 일었다.오남준은 막아서고 싶었지만 오남미가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탓에 장수지를 말릴 여력이 없었다.오남미는 장수지에게 맞아 몸을 덜덜 떨며 비통한 눈물을 흘렸다.그때.“그만하지 못해? 얼른 남미한테서 손 떼!”버럭 화를 내며 일어난 오덕화는 커다란 손을 들어 장수지의 뺨을 때렸다.세게 내려쳐지는 손은 가차 없었다.오덕화에게 맞은 장수지는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고 두 눈에 초점을 잃었다.눈 깜짝할 사이 장수지의 얼굴 반쪽이 부어올랐다.하지만 장수지는 곧바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놀란 얼굴로 씩씩대는 오덕화를 보고만 있었다. 뺨을 맞고 넋이 나간듯했다.여태까지 오덕화는 그녀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찌질하게 굴었다.집에서 장수지는 하늘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오늘 오덕화가 손을 들자 장수지마저도 조금 겁을 먹었다.한참 뒤.장수지는 별안간 ‘와’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뒹굴기 시작했다.“아이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럴 수는 없어. 오덕화, 이 집에서만 센척하는 머저리야. 내가 당신이랑 결혼하고 아주 평생 재수 옴팡 뒤집어썼어!”오덕화는 화가 치밀어 온몸을 덜덜 떨었다.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그는 가슴이 저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