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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11화

이어서 안경 뒤 천태성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오남미 역시 씩씩거리며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천태성을 떠났다.

쌀쌀한 밤바람도 두 사람의 분노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남미가 별장 맞은편을 노려보았을 땐 천도준, 이수용과 존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오남미는 붉은 입술을 꽉 깨물며 중얼거렸다. 밀물 밀려오듯 수치심이 밀려오며 분노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머릿속으로 천도준이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을 수없이 예상했건만 천도준이 그렇게 태연하게 한 마디 내뱉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말투에 역력히 묻어있던 경멸은 오히려 그녀에게 수치심을 안겼다.

“먼저 내려가 있어.”

맞은편 별장의 테라스를 바라보며 말하는 천태성의 목소리가 냉담했다.

오남미는 잠시 멈칫했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분고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금 전 천도준의 말은 그녀의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박혔다.

천태성과 더 스릴을 즐길 기분도 아니었다.

오남미가 떠나고 천태성은 콧등의 안경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어스름한 조명 아래 잔잔한 그의 얼굴에 분노가 일렁였다. 그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공기까지 차갑게 얼어버릴 만큼 온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존심이 짓밟히고 분노에 가득 찬 네 표정을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태연할 줄이야. 태영이 네 손에 다리 하나 잃은 게 어쩌면 그리 억울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천태성은 피식 냉소를 지으며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오남미도 이젠 쓸모없네.”

별장 안.

천도준은 오남미 때문에 취기가 싹 가신 지 오래였다.

그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이수용과 존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도련님, 저한테 맡겨주세요. 천태성의 격투 기술도 제가 코치해 줬었지 않습니까”

참다못한 존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감히 천도준의 아내를 모욕하다니.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아붙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찮은 원한도 반드시 복수를 하고야 마는 천태성이 반드시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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