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몇 마디 추궁했을 뿐인데 최동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온하랑을 위해 나서주었다.오재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온하랑은 역시나 고수라고 말이다. 만약 계속 이렇게 두 사람을 내버려 둔다면 그녀의 목적이 달성하리라 생각했다.“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것도 안 돼?”오재원은 웃으면서 변명했다. 행여나 최동철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천천히 그녀의 진상을 알려주려 했다.“우리 카드 게임 엄청 오래 안 한 것 같지 않아? 오랜만에 좀 하고 싶은데 같이 할까?”진희성은 테이블 위에 있던 카드를 가리켰다.룸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기에 그들도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진희성은 온하랑에게 물었다.“하랑 씨, 혹시 할 줄 알아요? 같이 할래요?”혼자 어색하게 있을 것이 걱정되어 한 말이니 온하랑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옮겨 카드가 있는 테이블로 앉았다.“몇 번 해보긴 했는데 잘하는 건 아니라서 그래도 이기고 싶네요.”“에이, 괜찮아요. 이런 건 어차피 다 운빨이고 초짜일수록 운이 더 좋아요.”진희성은 최동철을 보았다.“동철아, 너는 할...”말을 마치기도 전에 오재원이 온하랑의 맞은 편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마침 나도 심심하던 차였는데. 나도 같이 놀아줄게.”결국 최동철은 진희성의 맞은편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구경했다.진희성의 말대로 온하랑의 운은 아주 좋았다. 첫 두 판에서 전부 그녀가 이겼다.세 번째 판에서는 진희성이 이겼다.오재원은 운이 좋지 않은지 계속 지고 있다가 겨우 한판 이겼다.온하랑과 남은 두 사람은 칩은 오재원에게 주었다.오재원은 최동철과 진희성이 준 칩을 전부 자신의 자리 서랍에 넣어두었다. 온하랑이 준 칩은 다시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하랑 씨, 이 칩은 다시 돌려드릴게요. 칩 대신 진실 게임하는 거로 퉁 치죠. 온하랑 씨가 졌으니 제 질문에 대답만 하면 돼요. 대체 왜 부승민과 결혼했던 거예요?”온
최동철은 카드 게임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칩이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그리곤 고개를 들어 오재원을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묻잖아! 부승민한테서 직접 들을 거야?”오재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 그럴 필요는...”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온하랑의 입으로 대답을 유도하긴 글렀다고 말이다.온하랑은 교활해도 너무 교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동철을 조종해 자신을 상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아직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나?”최동철의 목소리는 어투 더 싸늘해졌다.“그냥 잠깐 궁금했을 뿐이야.”오재원은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다.“에이, 앉아 앉아, 게임 계속하자.”“먼저 하고 있으세요.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온하랑은 룸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둘러보곤 담담하게 일어났다.그녀가 룸에서 사라지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너무도 무거워진 분위기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최동철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고 칠흑 같은 두 눈으로 오재원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오재원, 대가리 길다가 전봇대에 부딪쳤냐?!”오재원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변명했다.“동철아, 난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저 온하랑이라는 여자는 사악하고 교활한 여자라고. 부승민을 유혹해서 결혼한 거야. 그런 여자 때문에 네 이미지만 망가질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거라고.”이때 전상윤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동철아, 사실 재원이 말도 일리가 있어. 네가 온하랑 씨를 그저 학생으로 대하는 거라면 괜찮은데, 다른 마음이 있는 거라면... 재혼은 그렇다 쳐도 부씨 일가의 양녀잖아. 그 집안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사모님도 딱히 집안에 관심을 주지 않으셨대. 부승민도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 편들어 주지는 않을 거야. 결국 그 여자는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맞아. 동철아, 우린 네가 정말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현인호도 맞장구를
온하랑과 최동철은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오재원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앉던 자리에도 전상윤이 앉아 있었다.진희성의 주도하에 네 사람은 다시 웃고 떠들며 즐겁게 카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몇 판 후 온하랑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에 부승민의 이름 세 글자가 떴다.온하랑은 현인호에게 대신 게임을 해 달라고 부탁하곤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몇 초 지났을까, 온하랑이 먼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부승민?”“응.”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그녀의 귀로 흘러들어왔다.“무슨 일이야?”온하랑은 그런 부승민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냥. 방금 술 좀 마셨더니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부승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왜 또 술을 마신 건데? 속은 괜찮은 거야?”“알아서 적당히 마셨어.”그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호텔이야? 아니면 아직도 밖이야?”온하랑은 뜸을 들였다.“밖이야.”부승민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온하랑이 다시 말을 이었다.“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어. 곧 호텔로 돌아갈 거야.”부승민이 최동철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최동철과 함께 있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되면 분명 화를 낼 것으로 생각하고 숨겼다.“...”부승민은 침묵하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온하랑이 너무도 태연하게 거짓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물었다.“저녁으로 뭐 먹고 있었는데?”온하랑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생선구이.”“어느 가게야? 내 기억에 광주길 그쪽에 하음이라고 거기 생선구이가 맛있던데.”“...”다행히 온하랑은 예전에 경주로 와서 생선구이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기에 생선구이를 파는 가게를 알고 있었다.“연꽃 피는 못이라는 식당에서 먹고 있어.”“들어본 적 있지만 거기서 먹어본 적은 없어. 거기 메뉴판 좀 찍어서 보내줘. 다음에 경주로 갈 때 들러서 먹
차는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 온하랑은 차 문을 열고 내리곤 고개를 돌려 말했다.“동철 오빠, 고마웠어요. 전 올라가 볼 테니까 조심히 가세요.”“응. 참, 내일 몇 시 비행기라고 했지?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그러면 조금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요?”“응, 아니야. 내가 데리러 올 거고 반드시 널 데려다줄 거야.”최동철은 웃음기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온하랑은 솔직하게 말했다.“내일 오후 1시 비행기예요.”“그래, 그럼 내가 12시 전에 데리러 올게. 그때 내가 다시 문자 보낼게.”“네, 고마워요. 내일 봐요.”“응, 내일 봐.”온하랑은 손을 흔들며 최동철과 작별 인사를 하곤 호텔로 들어갔다.그러나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최동철은 온하랑의 실루엣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출발하라고 기사에게 말했다.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서 가방에서 카드키를 찾고 있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녀의 방 문 앞에 익숙한 형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너무도 익숙하여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부승민이 왜 경주에 있는 거야?!'부승민이라면 그녀가 어느 호텔에 있는지를 아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온하랑은 침을 삼켰다.그와 통화한 지 거의 1시간 반 정도 지난 시각이었다.그리고 그때 그녀는 거의 다 먹었다며 곧 호텔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었다.연꽃이 피는 못은 체인점이 아주 많았다. 호텔과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가게로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온하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근처 마트로 가서 뭐라도 사와 마트 구경했던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그녀는 부승민이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몰래 빠져나가려 했다.순간 부승민이 고개를 확 돌리고 그녀를 발견했다.슬금슬금 걸음을 옮기던 온하랑은 그대로 멈추었다. 이내 성큼성큼 걸어 방까지 걸어가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었다.“네가 경주에는 웬일이야?”부승민은 시
온하랑은 침을 꿀꺽 삼키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라, 정말이네. 그럼 대체 아까는 왜 꺼진 거지? 설마 망가진 건가?”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승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난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자동으로 꺼진 줄 알았어.”부승민은 담담하게 그녀를 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너무도 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온하랑은 가슴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말했다.“뭘 그렇게 자꾸만 빤히 봐?”부승민은 앞으로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하랑아, 네 연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난 오늘 처음 알았어. 송 감독이 어쩐지 너를 강력하게 캐스팅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몇 초간 멍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입가가 바르르 떨려왔고 어떻게든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보기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아직도 모르겠어?”부승민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다.“내가 너한테 전화했을 때, 분명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 거라고 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넌 최동철과 함께 있었어. 날 속이고 일부러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것처럼 전원을 끄고 말이야. 심지어 호텔도 최동철이 데려다준 거잖아. 내가 다 봤어.”차에서 내린 후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에는 많이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거짓말을 한 것이 전부 들켜버렸다. 온하랑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원래부터 피부가 하얗던 그녀는 실내조명 아래 더 뽀얗게 보였다.온하랑은 시선을 내리깔고 입술을 짓이겼다. 힐끔힐끔 부승민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안 거야?”“나도 헬튼에 거래처랑 접대 약속이 있었거든.”그는 간단히 설명했다.그러니까 그녀가 헬튼에 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고 처음부터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소리였다.다 알
‘감히 내 앞에서 최동철을 언급해?'부승민은 가지 않았다.반드시 온하랑과 같은 방을 쓸 생각이었다. 자기 전에도 그는 온하랑을 황홀하게 해주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한결 나른해진 온하랑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부승민은 깊이 잠이 든 온하랑의 얼굴을 다정하게 보고 있었다.아침이 되자 온하랑은 최동철에게 문자를 보냈다.[동철 오빠, 오전에 일이 생겨서 해결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점심에 저 데리러 오실 필요 없을 것 같아요.]반 시간 후에야 최동철은 답장을 보냈다.[그래, 알았어. 조심히 가.][네, 고마워요.]핸드폰을 보던 최동철은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부승민은 경주로 온 것도 모자라 온하랑과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온하랑이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는 것은 지금 부승민과 함께 있다는 소리였다.‘설마 재결합한 건가?'최동철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전에 온하랑은 부승민과 함께 경주를 구경하곤 점심에 공항으로 가 강남으로 돌아왔다.온하랑은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았다.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경찰서에서 온 연락이었다.전화를 받은 온하랑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녀의 아버지 사건이 검찰에 넘겨졌다는 소식이었다.경찰은 부민재가 주범이라고, 부승민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여 사람을 사주하여 부승민의 여자친구였던 추서윤을 납치하고 온강호에게 들키자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이제 남은 것은 부민재의 판결 결과였다.온하랑은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형사 사건이라 반년은 걸릴 줄 알았다.비록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증거까지 있으니 온하랑은 마음이 다소 괴로웠다.왜 괴로운 것일까?아마도 부민재 때문일 것이다. 예전부터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부민재는 그녀의 마음속에 좋은 오빠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처음 부씨 일가에 왔을 때도 부민재는 친절하고도 다정하게 그녀를 대해 주었고 고등
온하랑이 심란해하고 있을 때 해외에서 걸려온 부선월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순간 그날 경찰서 청장실에서 우연히 엿듣게 된 대화가 떠올라 마음이 더 복잡해졌고 기분도 가라앉았다.“여보세요, 무슨...일이시죠?”온하랑이 담담하게 물었다.부선월은 가소롭게 웃더니 다소 거만한 어투로 말했다.“이젠 고모라고도 안 부르는 거니?”“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온하랑은 여전히 담담했다.예전에는 부선월을 어른으로서 공경했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않았다. 김정숙의 딸만 아니었어도 온하랑은 그녀의 연락도 받을 생각 없었다.부선월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바로 할게. 앞으로 우리 승민이한테서 멀리 떨어져! 네가 여전히 승민이한테 질척이고 있다는 거 내가 모를 거란 생각하지 마! 그 어미에 그 딸이라더니, 넌 여우 같은 네 엄마랑 아주 똑 닮았어! 남자를 홀리는 데 아주 선수야!”온하랑은 바로 이를 빠득 갈았다.“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부선월은 아주 오래전부터 임가희를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녀가 임가희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싫어했다.“무슨 말이냐고? 임가희는 최동철의 계모인 건 알고 있지? 이혼 전적이 있는 주제에 아무런 집안 배경도 없으면서 감히 국환 씨를 넘봐? 그런 여자가 어떻게 국환 씨랑 결혼할 수 있었겠어. 당연히 그 몸뚱어리로 국환 씨를 유혹한 거잖아. 아니야?”온하랑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임가희가 최동철의 계모로 된 건 확실히 의아한 일이었다.부선월이 임가희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임가희를 같은 취급 하자 온하랑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비꼬면서 말했다.“제가 정말 사람을 홀리는 데 선수라고 해도 상대가 어느 정도 저한테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손바닥 하나로 손뼉을 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꼭 제 어머니한테 원망이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설마 여사님도 최국환 아저씨를 사랑했던 건 아니시죠? 혹시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숨겨 혼자 끙끙 앓다가 빼앗겼나요?
아이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추서윤을 보곤 흔들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추서윤은 아이의 앞에 멈춰 섰다. 허리를 굽혀 모자를 살짝 들면서 말했다.“부윤민이니?”부윤민은 그녀를 훑어보곤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저 아세요?”추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네 아빠 곧 감방에 가겠네?”그 말을 들은 부윤민의 얼굴이 변했다.“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난 이상한 말 한 적 없단다. 그리고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네 아빠 살인범이라는 거.”아이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가도 붉어졌다. 입을 삐죽이면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반박했다.“그런 거 아니에요...”“아빠 구하고 싶지 않니?”“어떻게 구하는데요?”“아주 간단해. 네가 이 사실을 네 증조할머니께 알리면 된단다. 증조할머니한테 온하랑 고모를 설득해달라고 해. 그러면 네 증조할머니는 온하랑 고모를 키워준 은혜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네 아빠를 용서해줄 거야. 네 아빠도 감방 갈 필요도 없어.”부윤민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하지만 엄마가 증조할머니께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그건 네 엄마가 이 기회에 네 아빠랑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거란다. 그래서 감방 가게 내버려 두는 거야. 생각해 봐, 네 아빠가 평소에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설마 이대로 아빠를 평생 감방에 가둘 생각이니?”부윤민은 얼굴을 찡그렸다. 머릿속 저장 공간에 빨간불이 켜졌다.아이는 부모님이 이혼하길 원치 않았고 아빠가 감방에 가는 것을 더욱 원치 않았다.“사실 네 아빠는 바람을 피우지 않았어. 그냥 네 엄마가 오해하고 있는 거야. 아빠가 나오시면 직접 엄마한테 설명하라고 해. 그러면 네 엄마랑 아빠도 이혼하지 않을 거야.”부윤민의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정말이에요?”정말로 아이가 이 사실을 김정숙에게 알리면 부민재는 감방에 가지 않아도 되고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당연히 정말이란다.”추서윤은 웃으면서 아이를 홀렸다.“다만 일단 네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