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단골손님이었던 임연지를 알아본 직원은 반갑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게다가 룸을 예약한 사람과도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던 터라 직원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임연지에게 사실대로 얘기해주었다.“오재원 씨께서 이틀 전부터 비워두라고 하셨던 방입니다. 최동철 씨도 이미 와계시고요.”임연지의 낯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사촌오빠였다고?“다른 사람 더 있어요?”“아마…. 진희성 씨, 전상윤 씨, 그리고 현인호 씨 다 와계실 거예요.”임연지의 얼굴색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방금 직원이 얘기해준 그 이름들은 모두 최동철과 사이가 좋다고 알려진 재벌 집 자제들이었다. 태생적으로 머리가 좋아 사업에 성공한 사람, 빵빵한 집안만 믿고 먹고 마시며 놀기만 하는 사람들 다 섞여 있었지만 모두 보통 인물들은 아니었다.만약 그 사람들과 온하랑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이 없었다면 온하랑이 저 방으로 들어가 그들과 겸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준 사람이 바로 최동철일 것이다.사촌 오빠가 온하랑에게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줬다고?대체 왜?설마 온하랑을 좋아하는 건가? 그래서 아예 사귀려고?온하랑은 이미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헌신짝인데 그런 주제에 최동철한테 가당키나 할까?임연지는 분노에 가득 차 주먹을 꽉 쥐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에 얼굴이 열이 뻗친 나머지 온하랑은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마음속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풀 만한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온하랑도 주제 모르고 참 잘 까분다. 사촌 오빠가 오라 했다고 진짜 오네?지금 본인이 어떤 꼴인지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7층으로 돌아온 임연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방금 온하랑이 들어갔던 그 708번 방으로 향했다.임연지는 꼭 온하랑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말리라 다짐했다.절반 정도 다다르자 임연지가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안돼. 만약 이런 식으로 군다면 사촌 오빠가 자신을 싫어할 것이 분명했다.눈동자를 도르륵 굴린
“온하랑?”“응, 그 여자.”오재원은 임연지가 의아해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왜?”“온하랑이 누군지 몰라?”임연지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몰라. 내가 알아야 되는 사람이야?”“온하랑은 원래 강남 부씨 일가의 양녀였어. 그런데 부승민의 침대에 기어올라 부씨 일가 어른들의 뒤통수를 쳤죠. 부승민은 원래 그 여자를 엄청 싫어했거든. 그래서 전여자친구가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 여자랑 이혼했어.”임연지는 한숨을 내쉬곤 이어서 말했다.“전에 내가 고모 따라 강남을 갔었거든. 고모가 그러는데 온하랑이 우리 오빠한테 질척거린다고 하더라고. 동철 오빠가 장소 답사하러 갈 때면 무조건 따라붙는대. 동철 오빠 결혼은 고무부가 정해줄 거라는 거 너도 알잖아. 그래서 고모는 그 여자를 설득하려고 만났는데 그 여자가 고모한테 무례한 말을 막 하면서 엄청 예의없이 굴었대. 그 여자 탓에 동림이 천식도 발작을 일으키고.”“그게 전부 사실이야?”오재원은 온하랑을 몰랐지만 부승민에 관해선 잘 알았다.“당연하지.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어?”임연지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부승민 전 애인이 연예인이었어. 그것 때문에 온하랑도 전에 기사에 난 적이 있으니까 내 말 밎지 못하겠으면 알아서 찾아봐.”그녀가 이렇게 말하니 오재원은 더욱 믿을 수박에 없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동철이는 모른대? 왜 그런 여자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거야?”“나도 몰라. 그 여자 꿍꿍이가 많은 사악한 여자거든. 부승민도 걸려들었는데 우리 오빠라고 뭐 별수 있겠어? 난 지금은 오빠가 제발 그 여자한테 진심이지 않길 바라...”“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동철이한테도 그 여자 진상을 똑똑히 알려줄 거니까.”오재원은 장담하였다.설령 임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그런 사악한 여자의 술수에 넘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다.“우리 오빠한테는 내가 이런 얘기했다는 거 말하지 말아줘. 알면 분명 나한테 화 낼 거야.”“걱정하지 마.”오재원이 답했다.
그가 몇 마디 추궁했을 뿐인데 최동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온하랑을 위해 나서주었다.오재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온하랑은 역시나 고수라고 말이다. 만약 계속 이렇게 두 사람을 내버려 둔다면 그녀의 목적이 달성하리라 생각했다.“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것도 안 돼?”오재원은 웃으면서 변명했다. 행여나 최동철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천천히 그녀의 진상을 알려주려 했다.“우리 카드 게임 엄청 오래 안 한 것 같지 않아? 오랜만에 좀 하고 싶은데 같이 할까?”진희성은 테이블 위에 있던 카드를 가리켰다.룸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기에 그들도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진희성은 온하랑에게 물었다.“하랑 씨, 혹시 할 줄 알아요? 같이 할래요?”혼자 어색하게 있을 것이 걱정되어 한 말이니 온하랑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옮겨 카드가 있는 테이블로 앉았다.“몇 번 해보긴 했는데 잘하는 건 아니라서 그래도 이기고 싶네요.”“에이, 괜찮아요. 이런 건 어차피 다 운빨이고 초짜일수록 운이 더 좋아요.”진희성은 최동철을 보았다.“동철아, 너는 할...”말을 마치기도 전에 오재원이 온하랑의 맞은 편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마침 나도 심심하던 차였는데. 나도 같이 놀아줄게.”결국 최동철은 진희성의 맞은편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구경했다.진희성의 말대로 온하랑의 운은 아주 좋았다. 첫 두 판에서 전부 그녀가 이겼다.세 번째 판에서는 진희성이 이겼다.오재원은 운이 좋지 않은지 계속 지고 있다가 겨우 한판 이겼다.온하랑과 남은 두 사람은 칩은 오재원에게 주었다.오재원은 최동철과 진희성이 준 칩을 전부 자신의 자리 서랍에 넣어두었다. 온하랑이 준 칩은 다시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하랑 씨, 이 칩은 다시 돌려드릴게요. 칩 대신 진실 게임하는 거로 퉁 치죠. 온하랑 씨가 졌으니 제 질문에 대답만 하면 돼요. 대체 왜 부승민과 결혼했던 거예요?”온
최동철은 카드 게임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칩이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그리곤 고개를 들어 오재원을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묻잖아! 부승민한테서 직접 들을 거야?”오재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 그럴 필요는...”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온하랑의 입으로 대답을 유도하긴 글렀다고 말이다.온하랑은 교활해도 너무 교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동철을 조종해 자신을 상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아직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나?”최동철의 목소리는 어투 더 싸늘해졌다.“그냥 잠깐 궁금했을 뿐이야.”오재원은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다.“에이, 앉아 앉아, 게임 계속하자.”“먼저 하고 있으세요.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온하랑은 룸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둘러보곤 담담하게 일어났다.그녀가 룸에서 사라지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너무도 무거워진 분위기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최동철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고 칠흑 같은 두 눈으로 오재원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오재원, 대가리 길다가 전봇대에 부딪쳤냐?!”오재원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변명했다.“동철아, 난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저 온하랑이라는 여자는 사악하고 교활한 여자라고. 부승민을 유혹해서 결혼한 거야. 그런 여자 때문에 네 이미지만 망가질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거라고.”이때 전상윤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동철아, 사실 재원이 말도 일리가 있어. 네가 온하랑 씨를 그저 학생으로 대하는 거라면 괜찮은데, 다른 마음이 있는 거라면... 재혼은 그렇다 쳐도 부씨 일가의 양녀잖아. 그 집안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사모님도 딱히 집안에 관심을 주지 않으셨대. 부승민도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 편들어 주지는 않을 거야. 결국 그 여자는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맞아. 동철아, 우린 네가 정말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현인호도 맞장구를
온하랑과 최동철은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오재원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앉던 자리에도 전상윤이 앉아 있었다.진희성의 주도하에 네 사람은 다시 웃고 떠들며 즐겁게 카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몇 판 후 온하랑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에 부승민의 이름 세 글자가 떴다.온하랑은 현인호에게 대신 게임을 해 달라고 부탁하곤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몇 초 지났을까, 온하랑이 먼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부승민?”“응.”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그녀의 귀로 흘러들어왔다.“무슨 일이야?”온하랑은 그런 부승민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냥. 방금 술 좀 마셨더니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부승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왜 또 술을 마신 건데? 속은 괜찮은 거야?”“알아서 적당히 마셨어.”그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호텔이야? 아니면 아직도 밖이야?”온하랑은 뜸을 들였다.“밖이야.”부승민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온하랑이 다시 말을 이었다.“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어. 곧 호텔로 돌아갈 거야.”부승민이 최동철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최동철과 함께 있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되면 분명 화를 낼 것으로 생각하고 숨겼다.“...”부승민은 침묵하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온하랑이 너무도 태연하게 거짓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물었다.“저녁으로 뭐 먹고 있었는데?”온하랑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생선구이.”“어느 가게야? 내 기억에 광주길 그쪽에 하음이라고 거기 생선구이가 맛있던데.”“...”다행히 온하랑은 예전에 경주로 와서 생선구이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기에 생선구이를 파는 가게를 알고 있었다.“연꽃 피는 못이라는 식당에서 먹고 있어.”“들어본 적 있지만 거기서 먹어본 적은 없어. 거기 메뉴판 좀 찍어서 보내줘. 다음에 경주로 갈 때 들러서 먹
차는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 온하랑은 차 문을 열고 내리곤 고개를 돌려 말했다.“동철 오빠, 고마웠어요. 전 올라가 볼 테니까 조심히 가세요.”“응. 참, 내일 몇 시 비행기라고 했지?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그러면 조금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요?”“응, 아니야. 내가 데리러 올 거고 반드시 널 데려다줄 거야.”최동철은 웃음기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온하랑은 솔직하게 말했다.“내일 오후 1시 비행기예요.”“그래, 그럼 내가 12시 전에 데리러 올게. 그때 내가 다시 문자 보낼게.”“네, 고마워요. 내일 봐요.”“응, 내일 봐.”온하랑은 손을 흔들며 최동철과 작별 인사를 하곤 호텔로 들어갔다.그러나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최동철은 온하랑의 실루엣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출발하라고 기사에게 말했다.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서 가방에서 카드키를 찾고 있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녀의 방 문 앞에 익숙한 형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너무도 익숙하여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부승민이 왜 경주에 있는 거야?!'부승민이라면 그녀가 어느 호텔에 있는지를 아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온하랑은 침을 삼켰다.그와 통화한 지 거의 1시간 반 정도 지난 시각이었다.그리고 그때 그녀는 거의 다 먹었다며 곧 호텔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었다.연꽃이 피는 못은 체인점이 아주 많았다. 호텔과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가게로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온하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근처 마트로 가서 뭐라도 사와 마트 구경했던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그녀는 부승민이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몰래 빠져나가려 했다.순간 부승민이 고개를 확 돌리고 그녀를 발견했다.슬금슬금 걸음을 옮기던 온하랑은 그대로 멈추었다. 이내 성큼성큼 걸어 방까지 걸어가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었다.“네가 경주에는 웬일이야?”부승민은 시
온하랑은 침을 꿀꺽 삼키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라, 정말이네. 그럼 대체 아까는 왜 꺼진 거지? 설마 망가진 건가?”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승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난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자동으로 꺼진 줄 알았어.”부승민은 담담하게 그녀를 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너무도 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온하랑은 가슴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말했다.“뭘 그렇게 자꾸만 빤히 봐?”부승민은 앞으로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하랑아, 네 연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난 오늘 처음 알았어. 송 감독이 어쩐지 너를 강력하게 캐스팅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몇 초간 멍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입가가 바르르 떨려왔고 어떻게든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보기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아직도 모르겠어?”부승민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다.“내가 너한테 전화했을 때, 분명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 거라고 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넌 최동철과 함께 있었어. 날 속이고 일부러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것처럼 전원을 끄고 말이야. 심지어 호텔도 최동철이 데려다준 거잖아. 내가 다 봤어.”차에서 내린 후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에는 많이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거짓말을 한 것이 전부 들켜버렸다. 온하랑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원래부터 피부가 하얗던 그녀는 실내조명 아래 더 뽀얗게 보였다.온하랑은 시선을 내리깔고 입술을 짓이겼다. 힐끔힐끔 부승민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안 거야?”“나도 헬튼에 거래처랑 접대 약속이 있었거든.”그는 간단히 설명했다.그러니까 그녀가 헬튼에 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고 처음부터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소리였다.다 알
‘감히 내 앞에서 최동철을 언급해?'부승민은 가지 않았다.반드시 온하랑과 같은 방을 쓸 생각이었다. 자기 전에도 그는 온하랑을 황홀하게 해주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한결 나른해진 온하랑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부승민은 깊이 잠이 든 온하랑의 얼굴을 다정하게 보고 있었다.아침이 되자 온하랑은 최동철에게 문자를 보냈다.[동철 오빠, 오전에 일이 생겨서 해결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점심에 저 데리러 오실 필요 없을 것 같아요.]반 시간 후에야 최동철은 답장을 보냈다.[그래, 알았어. 조심히 가.][네, 고마워요.]핸드폰을 보던 최동철은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부승민은 경주로 온 것도 모자라 온하랑과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온하랑이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는 것은 지금 부승민과 함께 있다는 소리였다.‘설마 재결합한 건가?'최동철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전에 온하랑은 부승민과 함께 경주를 구경하곤 점심에 공항으로 가 강남으로 돌아왔다.온하랑은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았다.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경찰서에서 온 연락이었다.전화를 받은 온하랑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녀의 아버지 사건이 검찰에 넘겨졌다는 소식이었다.경찰은 부민재가 주범이라고, 부승민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여 사람을 사주하여 부승민의 여자친구였던 추서윤을 납치하고 온강호에게 들키자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이제 남은 것은 부민재의 판결 결과였다.온하랑은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형사 사건이라 반년은 걸릴 줄 알았다.비록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증거까지 있으니 온하랑은 마음이 다소 괴로웠다.왜 괴로운 것일까?아마도 부민재 때문일 것이다. 예전부터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부민재는 그녀의 마음속에 좋은 오빠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처음 부씨 일가에 왔을 때도 부민재는 친절하고도 다정하게 그녀를 대해 주었고 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