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85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05 19:00:00
부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익숙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아야, 씻으러 가야지.”

부시아가 고개를 들더니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저 지금 숙모랑 얘기 중이잖아요!”

“씻고 나서 마저 얘기하든지.”

큰 손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이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

“시아야, 얼른 씻으러 가. 다 씻고 나와서 다시 통화하자.”

온하랑이 말했다.

“숙모, 저 기다려 주셔야 해요.”

부시아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 순간, 갑자기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부승민의 화려한 얼굴이 화면에 띄워졌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주는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그는 온하랑의 뒤로 보이는 도로를 보더니 물었다.

“시상식 벌써 끝났어?”

“참석 안 했어.”

“왜?”

“일이 좀 생겨, 다른 사람한테 대리 수상 부탁했어.”

“무슨 일인데?”

부승민이 물었다.

“별로 큰일은 아니야.”

온하랑이 부승민의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부승민은 화면에 비친 온하랑의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표정 보면 별일이 아닌 게 아닌데.”

부승민은 한눈에 온하랑의 기분이 나쁘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온하랑은 부승민이 이렇게나 예리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흠칫 놀라 눈을 크게 뜬 온하랑은 잠시 아랫입술을 씹더니 입을 열었다.

“걱정할 거 없어. 곧 괜찮아 질 거니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네가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나랑 시아는 항상 네 편이야.”

부승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 너머의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둘은 분명 아무 사이도 아닌 게 맞았지만 부승민의 눈빛을 보는 순간 온하랑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다. 부승민의 목소리에 무슨 마법이라도 있는 듯 잔뜩 구려진 온하랑의 마음을 쫙쫙 펴주었다.

하지만 온하랑은 차마 부승민의 앞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온하랑이 말했다.

“시아가 내 편이니까 넌 필요 없어.”

그래도 아직 장난칠 기력이 남아있는 온하랑을 보니 부승민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686화

    이곳의 단골손님이었던 임연지를 알아본 직원은 반갑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게다가 룸을 예약한 사람과도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던 터라 직원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임연지에게 사실대로 얘기해주었다.“오재원 씨께서 이틀 전부터 비워두라고 하셨던 방입니다. 최동철 씨도 이미 와계시고요.”임연지의 낯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사촌오빠였다고?“다른 사람 더 있어요?”“아마…. 진희성 씨, 전상윤 씨, 그리고 현인호 씨 다 와계실 거예요.”임연지의 얼굴색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방금 직원이 얘기해준 그 이름들은 모두 최동철과 사이가 좋다고 알려진 재벌 집 자제들이었다. 태생적으로 머리가 좋아 사업에 성공한 사람, 빵빵한 집안만 믿고 먹고 마시며 놀기만 하는 사람들 다 섞여 있었지만 모두 보통 인물들은 아니었다.만약 그 사람들과 온하랑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이 없었다면 온하랑이 저 방으로 들어가 그들과 겸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준 사람이 바로 최동철일 것이다.사촌 오빠가 온하랑에게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줬다고?대체 왜?설마 온하랑을 좋아하는 건가? 그래서 아예 사귀려고?온하랑은 이미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헌신짝인데 그런 주제에 최동철한테 가당키나 할까?임연지는 분노에 가득 차 주먹을 꽉 쥐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에 얼굴이 열이 뻗친 나머지 온하랑은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마음속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풀 만한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온하랑도 주제 모르고 참 잘 까분다. 사촌 오빠가 오라 했다고 진짜 오네?지금 본인이 어떤 꼴인지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7층으로 돌아온 임연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방금 온하랑이 들어갔던 그 708번 방으로 향했다.임연지는 꼭 온하랑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말리라 다짐했다.절반 정도 다다르자 임연지가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안돼. 만약 이런 식으로 군다면 사촌 오빠가 자신을 싫어할 것이 분명했다.눈동자를 도르륵 굴린

    최신 업데이트 : 2024-06-05
  • 위태로운 제안   제687화

    “온하랑?”“응, 그 여자.”오재원은 임연지가 의아해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왜?”“온하랑이 누군지 몰라?”임연지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몰라. 내가 알아야 되는 사람이야?”“온하랑은 원래 강남 부씨 일가의 양녀였어. 그런데 부승민의 침대에 기어올라 부씨 일가 어른들의 뒤통수를 쳤죠. 부승민은 원래 그 여자를 엄청 싫어했거든. 그래서 전여자친구가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 여자랑 이혼했어.”임연지는 한숨을 내쉬곤 이어서 말했다.“전에 내가 고모 따라 강남을 갔었거든. 고모가 그러는데 온하랑이 우리 오빠한테 질척거린다고 하더라고. 동철 오빠가 장소 답사하러 갈 때면 무조건 따라붙는대. 동철 오빠 결혼은 고무부가 정해줄 거라는 거 너도 알잖아. 그래서 고모는 그 여자를 설득하려고 만났는데 그 여자가 고모한테 무례한 말을 막 하면서 엄청 예의없이 굴었대. 그 여자 탓에 동림이 천식도 발작을 일으키고.”“그게 전부 사실이야?”오재원은 온하랑을 몰랐지만 부승민에 관해선 잘 알았다.“당연하지.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어?”임연지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부승민 전 애인이 연예인이었어. 그것 때문에 온하랑도 전에 기사에 난 적이 있으니까 내 말 밎지 못하겠으면 알아서 찾아봐.”그녀가 이렇게 말하니 오재원은 더욱 믿을 수박에 없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동철이는 모른대? 왜 그런 여자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거야?”“나도 몰라. 그 여자 꿍꿍이가 많은 사악한 여자거든. 부승민도 걸려들었는데 우리 오빠라고 뭐 별수 있겠어? 난 지금은 오빠가 제발 그 여자한테 진심이지 않길 바라...”“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동철이한테도 그 여자 진상을 똑똑히 알려줄 거니까.”오재원은 장담하였다.설령 임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그런 사악한 여자의 술수에 넘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다.“우리 오빠한테는 내가 이런 얘기했다는 거 말하지 말아줘. 알면 분명 나한테 화 낼 거야.”“걱정하지 마.”오재원이 답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6-05
  • 위태로운 제안   제688화

    그가 몇 마디 추궁했을 뿐인데 최동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온하랑을 위해 나서주었다.오재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온하랑은 역시나 고수라고 말이다. 만약 계속 이렇게 두 사람을 내버려 둔다면 그녀의 목적이 달성하리라 생각했다.“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것도 안 돼?”오재원은 웃으면서 변명했다. 행여나 최동철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천천히 그녀의 진상을 알려주려 했다.“우리 카드 게임 엄청 오래 안 한 것 같지 않아? 오랜만에 좀 하고 싶은데 같이 할까?”진희성은 테이블 위에 있던 카드를 가리켰다.룸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기에 그들도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진희성은 온하랑에게 물었다.“하랑 씨, 혹시 할 줄 알아요? 같이 할래요?”혼자 어색하게 있을 것이 걱정되어 한 말이니 온하랑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옮겨 카드가 있는 테이블로 앉았다.“몇 번 해보긴 했는데 잘하는 건 아니라서 그래도 이기고 싶네요.”“에이, 괜찮아요. 이런 건 어차피 다 운빨이고 초짜일수록 운이 더 좋아요.”진희성은 최동철을 보았다.“동철아, 너는 할...”말을 마치기도 전에 오재원이 온하랑의 맞은 편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마침 나도 심심하던 차였는데. 나도 같이 놀아줄게.”결국 최동철은 진희성의 맞은편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구경했다.진희성의 말대로 온하랑의 운은 아주 좋았다. 첫 두 판에서 전부 그녀가 이겼다.세 번째 판에서는 진희성이 이겼다.오재원은 운이 좋지 않은지 계속 지고 있다가 겨우 한판 이겼다.온하랑과 남은 두 사람은 칩은 오재원에게 주었다.오재원은 최동철과 진희성이 준 칩을 전부 자신의 자리 서랍에 넣어두었다. 온하랑이 준 칩은 다시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하랑 씨, 이 칩은 다시 돌려드릴게요. 칩 대신 진실 게임하는 거로 퉁 치죠. 온하랑 씨가 졌으니 제 질문에 대답만 하면 돼요. 대체 왜 부승민과 결혼했던 거예요?”온

    최신 업데이트 : 2024-06-05
  • 위태로운 제안   제689화

    최동철은 카드 게임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칩이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그리곤 고개를 들어 오재원을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묻잖아! 부승민한테서 직접 들을 거야?”오재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 그럴 필요는...”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온하랑의 입으로 대답을 유도하긴 글렀다고 말이다.온하랑은 교활해도 너무 교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동철을 조종해 자신을 상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아직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나?”최동철의 목소리는 어투 더 싸늘해졌다.“그냥 잠깐 궁금했을 뿐이야.”오재원은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다.“에이, 앉아 앉아, 게임 계속하자.”“먼저 하고 있으세요.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온하랑은 룸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둘러보곤 담담하게 일어났다.그녀가 룸에서 사라지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너무도 무거워진 분위기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최동철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고 칠흑 같은 두 눈으로 오재원을 보면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오재원, 대가리 길다가 전봇대에 부딪쳤냐?!”오재원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변명했다.“동철아, 난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저 온하랑이라는 여자는 사악하고 교활한 여자라고. 부승민을 유혹해서 결혼한 거야. 그런 여자 때문에 네 이미지만 망가질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거라고.”이때 전상윤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동철아, 사실 재원이 말도 일리가 있어. 네가 온하랑 씨를 그저 학생으로 대하는 거라면 괜찮은데, 다른 마음이 있는 거라면... 재혼은 그렇다 쳐도 부씨 일가의 양녀잖아. 그 집안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사모님도 딱히 집안에 관심을 주지 않으셨대. 부승민도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 편들어 주지는 않을 거야. 결국 그 여자는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맞아. 동철아, 우린 네가 정말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현인호도 맞장구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6-06
  • 위태로운 제안   제690화

    온하랑과 최동철은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오재원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앉던 자리에도 전상윤이 앉아 있었다.진희성의 주도하에 네 사람은 다시 웃고 떠들며 즐겁게 카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몇 판 후 온하랑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에 부승민의 이름 세 글자가 떴다.온하랑은 현인호에게 대신 게임을 해 달라고 부탁하곤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몇 초 지났을까, 온하랑이 먼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부승민?”“응.”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그녀의 귀로 흘러들어왔다.“무슨 일이야?”온하랑은 그런 부승민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냥. 방금 술 좀 마셨더니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부승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왜 또 술을 마신 건데? 속은 괜찮은 거야?”“알아서 적당히 마셨어.”그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호텔이야? 아니면 아직도 밖이야?”온하랑은 뜸을 들였다.“밖이야.”부승민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온하랑이 다시 말을 이었다.“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어. 곧 호텔로 돌아갈 거야.”부승민이 최동철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최동철과 함께 있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되면 분명 화를 낼 것으로 생각하고 숨겼다.“...”부승민은 침묵하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온하랑이 너무도 태연하게 거짓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물었다.“저녁으로 뭐 먹고 있었는데?”온하랑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생선구이.”“어느 가게야? 내 기억에 광주길 그쪽에 하음이라고 거기 생선구이가 맛있던데.”“...”다행히 온하랑은 예전에 경주로 와서 생선구이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기에 생선구이를 파는 가게를 알고 있었다.“연꽃 피는 못이라는 식당에서 먹고 있어.”“들어본 적 있지만 거기서 먹어본 적은 없어. 거기 메뉴판 좀 찍어서 보내줘. 다음에 경주로 갈 때 들러서 먹

    최신 업데이트 : 2024-06-06
  • 위태로운 제안   제691화

    차는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 온하랑은 차 문을 열고 내리곤 고개를 돌려 말했다.“동철 오빠, 고마웠어요. 전 올라가 볼 테니까 조심히 가세요.”“응. 참, 내일 몇 시 비행기라고 했지?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그러면 조금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요?”“응, 아니야. 내가 데리러 올 거고 반드시 널 데려다줄 거야.”최동철은 웃음기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온하랑은 솔직하게 말했다.“내일 오후 1시 비행기예요.”“그래, 그럼 내가 12시 전에 데리러 올게. 그때 내가 다시 문자 보낼게.”“네, 고마워요. 내일 봐요.”“응, 내일 봐.”온하랑은 손을 흔들며 최동철과 작별 인사를 하곤 호텔로 들어갔다.그러나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최동철은 온하랑의 실루엣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출발하라고 기사에게 말했다.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서 가방에서 카드키를 찾고 있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녀의 방 문 앞에 익숙한 형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너무도 익숙하여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부승민이 왜 경주에 있는 거야?!'부승민이라면 그녀가 어느 호텔에 있는지를 아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온하랑은 침을 삼켰다.그와 통화한 지 거의 1시간 반 정도 지난 시각이었다.그리고 그때 그녀는 거의 다 먹었다며 곧 호텔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었다.연꽃이 피는 못은 체인점이 아주 많았다. 호텔과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가게로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온하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근처 마트로 가서 뭐라도 사와 마트 구경했던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그녀는 부승민이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몰래 빠져나가려 했다.순간 부승민이 고개를 확 돌리고 그녀를 발견했다.슬금슬금 걸음을 옮기던 온하랑은 그대로 멈추었다. 이내 성큼성큼 걸어 방까지 걸어가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었다.“네가 경주에는 웬일이야?”부승민은 시

    최신 업데이트 : 2024-06-06
  • 위태로운 제안   제692화

    온하랑은 침을 꿀꺽 삼키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라, 정말이네. 그럼 대체 아까는 왜 꺼진 거지? 설마 망가진 건가?”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승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난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자동으로 꺼진 줄 알았어.”부승민은 담담하게 그녀를 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너무도 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온하랑은 가슴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말했다.“뭘 그렇게 자꾸만 빤히 봐?”부승민은 앞으로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하랑아, 네 연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난 오늘 처음 알았어. 송 감독이 어쩐지 너를 강력하게 캐스팅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몇 초간 멍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입가가 바르르 떨려왔고 어떻게든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보기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아직도 모르겠어?”부승민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다.“내가 너한테 전화했을 때, 분명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 거라고 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넌 최동철과 함께 있었어. 날 속이고 일부러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것처럼 전원을 끄고 말이야. 심지어 호텔도 최동철이 데려다준 거잖아. 내가 다 봤어.”차에서 내린 후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에는 많이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거짓말을 한 것이 전부 들켜버렸다. 온하랑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원래부터 피부가 하얗던 그녀는 실내조명 아래 더 뽀얗게 보였다.온하랑은 시선을 내리깔고 입술을 짓이겼다. 힐끔힐끔 부승민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안 거야?”“나도 헬튼에 거래처랑 접대 약속이 있었거든.”그는 간단히 설명했다.그러니까 그녀가 헬튼에 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고 처음부터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소리였다.다 알

    최신 업데이트 : 2024-06-06
  • 위태로운 제안   제693화

    ‘감히 내 앞에서 최동철을 언급해?'부승민은 가지 않았다.반드시 온하랑과 같은 방을 쓸 생각이었다. 자기 전에도 그는 온하랑을 황홀하게 해주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한결 나른해진 온하랑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부승민은 깊이 잠이 든 온하랑의 얼굴을 다정하게 보고 있었다.아침이 되자 온하랑은 최동철에게 문자를 보냈다.[동철 오빠, 오전에 일이 생겨서 해결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점심에 저 데리러 오실 필요 없을 것 같아요.]반 시간 후에야 최동철은 답장을 보냈다.[그래, 알았어. 조심히 가.][네, 고마워요.]핸드폰을 보던 최동철은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부승민은 경주로 온 것도 모자라 온하랑과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온하랑이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는 것은 지금 부승민과 함께 있다는 소리였다.‘설마 재결합한 건가?'최동철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전에 온하랑은 부승민과 함께 경주를 구경하곤 점심에 공항으로 가 강남으로 돌아왔다.온하랑은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았다.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경찰서에서 온 연락이었다.전화를 받은 온하랑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그녀의 아버지 사건이 검찰에 넘겨졌다는 소식이었다.경찰은 부민재가 주범이라고, 부승민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여 사람을 사주하여 부승민의 여자친구였던 추서윤을 납치하고 온강호에게 들키자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이제 남은 것은 부민재의 판결 결과였다.온하랑은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형사 사건이라 반년은 걸릴 줄 알았다.비록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증거까지 있으니 온하랑은 마음이 다소 괴로웠다.왜 괴로운 것일까?아마도 부민재 때문일 것이다. 예전부터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부민재는 그녀의 마음속에 좋은 오빠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처음 부씨 일가에 왔을 때도 부민재는 친절하고도 다정하게 그녀를 대해 주었고 고등

    최신 업데이트 : 2024-06-06

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