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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부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익숙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아야, 씻으러 가야지.”

부시아가 고개를 들더니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저 지금 숙모랑 얘기 중이잖아요!”

“씻고 나서 마저 얘기하든지.”

큰 손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이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

“시아야, 얼른 씻으러 가. 다 씻고 나와서 다시 통화하자.”

온하랑이 말했다.

“숙모, 저 기다려 주셔야 해요.”

부시아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 순간, 갑자기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부승민의 화려한 얼굴이 화면에 띄워졌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주는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그는 온하랑의 뒤로 보이는 도로를 보더니 물었다.

“시상식 벌써 끝났어?”

“참석 안 했어.”

“왜?”

“일이 좀 생겨, 다른 사람한테 대리 수상 부탁했어.”

“무슨 일인데?”

부승민이 물었다.

“별로 큰일은 아니야.”

온하랑이 부승민의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부승민은 화면에 비친 온하랑의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표정 보면 별일이 아닌 게 아닌데.”

부승민은 한눈에 온하랑의 기분이 나쁘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온하랑은 부승민이 이렇게나 예리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흠칫 놀라 눈을 크게 뜬 온하랑은 잠시 아랫입술을 씹더니 입을 열었다.

“걱정할 거 없어. 곧 괜찮아 질 거니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네가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나랑 시아는 항상 네 편이야.”

부승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 너머의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둘은 분명 아무 사이도 아닌 게 맞았지만 부승민의 눈빛을 보는 순간 온하랑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다. 부승민의 목소리에 무슨 마법이라도 있는 듯 잔뜩 구려진 온하랑의 마음을 쫙쫙 펴주었다.

하지만 온하랑은 차마 부승민의 앞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온하랑이 말했다.

“시아가 내 편이니까 넌 필요 없어.”

그래도 아직 장난칠 기력이 남아있는 온하랑을 보니 부승민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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