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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Penulis: 고운
온하랑이 침묵하자 추서윤은 뿌듯하게 웃었다. 온하랑이 부승민한테 캐물어 부승민이 온하랑의 사진과 신분을 알려준다면 온하랑은 스스로 굴욕감을 찾는 것은 물론 영원히 부승민 앞에서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추서윤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모르겠어? 부승민이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나야! 네가 그렇게 악착같이 집착해서 나와 승민이 사이를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어르신이 죽었을까?! 넌 화근덩어리야!”

“닥쳐!”

온하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시울이 빨개졌다.

“내가 네 거짓말에 속을 것 같아? 나와 부승민 사이가 어떻더라도 네가 할아버지를 자극할 이유는 없었어. 네가 한 더러운 짓을 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마!”

오미연이 했던 말과 똑같은 헛소리에 온하랑은 다시는 속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화근덩어리가 아니다. 그래, 절대 아니다!

“안 닥치면 어쩔 건데!”

추서윤은 냉소를 흘리며 비아냥거렸다.

“화근덩어리, 재앙의 신! 어르신은 바로 너 때문에 죽었어! 넌 누구에게나 몸을 대주는 걸레에 불과해. 계속 부승민을 붙들고 늘어져도 부승민은 널 좋아하지 않을 거야!”

추서윤은 흥, 콧방귀를 끼고 자리를 떠났다. 추서윤의 뒷모습을 보며 온하랑은 제자리에서 냉소를 흘렸다.

...

온하랑이 다시 룸으로 들어오니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들이 있었다. 부승민은 젓가락을 거두고 눈을 들었다.

“돌아왔어?”

“응.”

자리에 앉은 온하랑은 눈을 내리깔았다.

“오빠.”

“응?”

부승민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왜 그래?”

“방금 추서윤을 만났는데 이상수 감독과 같이 있더라.”

“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지 뭐.”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 오빠가 추서윤을 정신병원에 보냈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나온 거야?”

온하랑은 눈을 치켜올렸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으로 부승민을 응시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건강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언젠가 떠나리라는 것도 알고 심리 준비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가 바란 건 할아버지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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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나란히 음식점을 나섰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추서윤은 배가 더부룩해 토하고 싶었다. 마침내 룸에서 빠져나와서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음식점을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부시아는 가운데에 서서 부승민과 온하랑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듯이 걸었다. 세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한 가족 같았다.부승민이 부드럽게 온하랑과 말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집에 데려다줄게.”표정이 한껏 일그러린 추서윤은 세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부승민이 왜 아직도 온하랑과 같이 있는 거지? 이미 온하랑의 실제 모습을 알았잖아?설마 좋아하다 못해 온하랑이 걸레처럼 몸을 굴리고 심지어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참을 수 있단 말이야?그래서 지난번에 일부러 온하랑을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며 그녀의 경계를 풀어 손에 있는 사진을 전부 가져간 거였다.부승민! 교활한 자식!추서윤은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었다.왜?!무슨 근거로?!그녀는 매장당해서 느끼하고 음란한 노인네의 비위나 맞춰주며 겨우 오락프로에 출연할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왜 온하랑은 아무 노력을 안 해도 부승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런 짓까지 저질렀는데 부승민한테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추서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돌아가는 길에 온하랑은 부승민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아파트 아래에 도착하자 부시아와 함께 차에서 내린 온하랑은 무표정한 얼굴로 부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다 왔으니까, 돌아가.”온하랑의 손을 그러잡은 부승민은 처량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하랑아, 네가 믿든 안 믿든 난 너한테 거짓말하지 않았어. 나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뿐이야...”“무슨 사정?”온하랑이 눈을 치켜뜨며 묻자 부승민은 입술을 감쳐물고 시선을 피했다.“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한 번만 기회를 줄 테니 말해 봐. 그럼 믿을게.”침묵하는 부승민을 보며 온하랑은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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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까지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온하랑은 섣달그믐날의 전날 밤 사진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수업은 일주일 후에 있었다.이날 밤 온하랑은 7시 정각에 맞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앱을 열고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수업에 들어가니 이미 화면이 켜져 있었고, 조수가 장비를 디버깅 중이었다.온하랑이 수업 톡방을 열어보니 많은 학원생이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수업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한 학원생이 말했다.“수업이 곧 시작되네요. 너무 흥분돼요. 운이 좋게도 어제 개강한다는 정보를 보고 신청했는데 마침, 마지막 자리였어요!”다른 학원생이 맞장구를 쳤다.“정말 행운아시네요. 전 전부터 기다리다가 개강 정보를 보자마자 신청했어요.”온하랑은 의아했다. 그녀가 신청했을 때는 십 며칠이었는데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이미 정원이 다 찼다고 한다. 누군가 신청을 취소하여 자리가 남은 것일 수 있었다.“여보세요, 소리 들려요?”이때 상쾌하고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라이브 방에서 울려 퍼졌다.“네!”“들려요.”“아이언맨!”“...”채팅창에 일련의 댓글이 달렸다.“들리시죠? 그럼 조교가 명단을 확인하고 학생들이 모두 모이면 정식으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잠시 후 조교가 채팅창에 말했다.“다 도착했습니다.”“좋아요. 이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강의 목록을 보셨을 텐데요. 첫 수업에서는 사진의 분류와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우수한 작품들을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온하랑은 매우 주의 깊게 들으며 필기했다. 최동철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명료했으며 알맹이만 쏙쏙 뽑아낸 강의 내용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저도 모르는 새에 2시간의 수업이 훌쩍 지나갔다.“자, 학원생 여러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교 선생님이 톡방에 과제를 보낼 테니 제시간에 완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이브 방송을 끈 온하랑은 노트북을 들고 방에 돌아왔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모든 지식 포인트를 다시 돌이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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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하랑과 부시아는 거실에 들어오며 부선월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부선월은 심각한 얼굴로 온하랑을 보는 눈빛에는 불만을 가득 드러냈다. 온하랑은 차분하게 인사했다.“고모, 할머니, 안녕하세요.”“Grandma!”(할머니!)부시아는 활짝 웃으며 부선월의 앞으로 뛰어갔다.“오셨네요!”부선월은 몸을 숙여 부시아의 작은 뺨에 입을 맞췄다.“시아야, 할머니가 데리러 왔어. 좋아?”부시아는 깜짝 놀라더니 두 검지를 맞대며 말했다.“우리 이제 돌아가야 해요?”시아는 아직 가고 싶지 않은데 어쩌면 좋지?부선월은 부시아가 기뻐하지 않는 표정을 보더니 안색이 삽시에 어두워졌다.“왜? 할머니랑 돌아가기 싫은 거야?!”부시아는 얼굴이 하얘지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 아니요... 여기 며칠 더 있고 싶은데...”부선월은 섣달그믐날에 돌아왔다. 당연히 국내에서 설을 보내고 며칠 머무를 생각이었지만 부시아의 반응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온하랑을 째려보더니 부시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가자! 지금 당장 돌아가!”부시아는 흠칫 떨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며 후퇴하려고 했지만 부선월을 당해낼 수 없었다.“고모!”온하랑은 부선월을 가로막았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시아가 안 돌아가겠다는 것도 아니고...”“네가 무슨 염치로 말해. 이혼까지 해 놓고 아직도 승민이를 꼬드기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애를 낳지 못해서 승민이는 시아를 남겨두려는 거잖아! 부씨 가문이 널 키워준 은혜를 잊지 않았다면 승민이한테서 당장 떨어져!”부선월의 사실과 어긋나는 말을 들은 온하랑은 화가 치밀어 올라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서야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마침, 무슨 말을 하려는데 김정숙이 다가와 부선월의 팔을 잡아당겼다.“선월아! 너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야!”부선월은 김정숙의 손을 뿌리치고 온하랑을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내 말 틀렸어요? 얼마 전에 승민이가 위출혈을 일으킨 것도 얘 때문이 아니에요?”“이혼하고도 승민이를 붙잡고 있다니. 승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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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부선월은 쿵쿵, 걸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부선월의 뒷모습이 계단에서 사라지자, 김정숙은 온하랑을 위로했다.“하랑아, 고모의 헛소리를 듣지 마.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성격이 아주 제멋대로야. 조금만 맘에 안 들면 소란 피우는 건 몇 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으니, 원...”“괜찮아요, 할머니. 저도 알고 있어요.”온하랑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큰 은혜를 입었으니, 부선월의 아무런 타격도 없는 욕설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일 년에 몇 번 밖에 만나지도 않으니 말이다.“그럼 저 이제 숙모랑 같이 못 놀아요?”부시아는 작은 팔로 부승민의 목을 끌어안은 채 빨개진 커다란 눈망울로 아쉬움을 가득 담고서 온하랑을 바라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아니지.”부승민이 얼른 대답했다.“네가 숙모랑 놀고 싶으면 숙모랑 놀면 돼. 누구도 널 제지할 수 없어.”“그랬다가 할머니가 또 화를 내면 어떡해요?”“할머니는 잠깐 화나셨을 뿐이야. 게다가 삼촌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네...”부승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부시아는 그에게 매우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얼굴까지 닮아서 정말 친아버지와 딸 같았다.김정숙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부선월의 태도를 떠올리더니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머릿속에는 믿을 수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설마 시아가 정말 부승민의 친딸인 걸까?부선월은 오랫동안 혼자 살았는데 왜 갑자기 아이를 입양할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우연이라고 하기에 이 아이는 부승민을 너무 많이 닮아 있었다. 게다가 부시아는 아주 건강한데 부모가 왜 버렸을까?이렇게 건강한 아이가 어떻게 독신인 부선월한테 입양할 차례가 주어질 수 있을까?그러나 김정숙은 부승민이 절대 밖에서 아무 여자나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부승민이 아이의 아버지라면 아이의 어머니는 누구란 말인가?아마도 허무맹랑한 생각이겠지?김정숙은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 나타내지 않았다.점심때 다들 그

  • 위태로운 제안   제516화

    그러기에 경찰이 민성주를 조사해 내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이 관계는 너무 복잡했다. 민성주는 유괴당한 적이 있는데 워낙 오래된 사건이라 민지훈조차 알지 못했다.종업원이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온하랑은 천천히 저으며 어떻게 민지훈에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온하랑은 이미 민지훈에게서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하나는 장국호의 위치였고, 나머지 하나는 장국호와 민성주의 관계였다. 더 많은 것을 캐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더 물으면 민성주가 의심할 것이다.나머지는 경찰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제 민지훈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였다. 아무 말도 없는 온하랑 때문에 민지훈은 불안감에 긴장해서 물었다.“누나, 생각해 봤어요? 나랑 헤어질 거예요?”온하랑은 고개를 숙이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서수현 사건을 빌미로 민지훈에게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 같았다.그렇게 하면 그녀가 일부러 민지훈에게 다가간 사실도 숨길 수 있고, 그에게서 순조롭게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행위는 너무 정 없고 이기적이라서 마음에 걸렸다.민지훈에게 미안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래 끄는 것보다 마음이 아파도 차라리 확실하게 일찍 끝내는 게 나았다.민지훈은 조마조마해하며 온하랑을 살폈고 그녀가 여전히 침묵하자 마음속으로는 이미 끝났다는 걸 알았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기대감이 남아 있었다. 온하랑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한 사람이 다가와 테이블 옆에 섰다. 고개를 들자 부승민의 엄숙한 두 눈빛과 마주쳤다.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온하랑을 내려다보았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 안에는 셔츠와 정장을 입고 반듯하게 묶은 넥타이 위에는 정교한 핀이 꽂혀 있었다. 밖에는 심플한 검은색 코트를 입었는데 덕분에 길쭉한 몸매가 더욱 돋보였고 온몸에서 윗사람의 기세를 내뿜었다.온하랑은 깜짝 놀라 맞은편에 앉은 민지훈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부승민에게 말했다.“여기는 왜 왔

  • 위태로운 제안   제517화

    “그게 오빠랑 무슨 상관인데?”온하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부승민은 민지훈과 헤어지라고 그녀를 압박하고 있다. 그들이 진짜 헤어지게 되면 부승민이 그녀를 어떻게 괴롭힐지 벌써 걱정이 앞섰다. 부승민은 한참 온하랑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화가 나서 실소를 터뜨렸다.“민지훈이 그렇게 좋아? 그놈이 바람피우는 건 받아주면서 나는 싫어? 그놈이 너에게 주는 거 나도 줄 수 있어. 걔가 못 주는 것도 난 다 줄 수 있다고!”하지만 사실은 그가 말한 것과 반대였다. 온하랑은 민지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음에 두지 않고 이성적으로 연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온하랑이 부승민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에게 쉽게 상처받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온하랑이 입을 열었다.“정신적으로 바람피운 것도 바람이야. 잊지 마. 며칠 전에 네 입으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추서윤이라고 인정했잖아.”부승민은 슬픈 눈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랑아, 그건 어쩔 수가 없었어. 너도 알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는 거...”“난 모르겠는데.”온하랑이 담담하게 말했다.“오빠 뜻은 내가 내로남불이라는 거잖아? 좋아. 지훈이랑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게. 하지만 오빠랑도 똑같아. 어때? 이럼 공평하지?”온하랑의 냉랭한 말에 부승민의 가슴은 날카로운 한기가 흘러들었고, 그는 손으로 미간을 누르며 지친 듯 고개를 숙였다.“정말 그렇게 생각해?”“그래.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부승민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눈빛을 번뜩이며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그건 불가능해! 이번 생에, 나에게서 벗어날 생각하지 마!”“부승민, 너...”부승민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온하랑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나갔다.“뭐 하는 거야? 이거 놔!”온하랑이 몸부림칠수록 부승민은 손가락을 점점 더 조였다. 커피숍 앞 주차장에 도착하자 그는 조수석 문을

  • 위태로운 제안   제518화

    “지금 당장 전화해서 헤어지겠다고 해.”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온하랑을 보면서 말했다. 온하랑은 몇 초간의 침묵 후 망설이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민지훈과의 연애에서 잘못한 건 그녀였다. 원래는 민지훈과 직접 만나서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었다. 정중히 말해야만 민지훈에게도 조금의 위안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전화로 헤어지자고 하는 건, 그것도 부승민 앞에서 말하는 건 온하랑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온하랑이 아무 말도 안 하자 부승민은 그녀를 흘끗 보고는 압박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왜, 싫어? 싫으면 내가 할게.”부승민은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민지훈에게 전화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민지훈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그 모습을 본 온하랑은 다급히 그의 손목을 잡고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었다.“부승민, 선 넘지 마!”머리를 들어 올린 부승민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눈썹은 잔뜩 올라간 채 눈빛은 더없이 단호해 보였다.“내가 선 넘었다고? 난 늘 이랬어. 너도 알고 있었잖아?”온하랑은 말문이 막혔다.“...”이 개 같은 자식은 늘 이런 식이었다.두 사람은 눈에서 불꽃을 튀기며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마치 전쟁을 치른 적군 같았다. 결국 몇 초 뒤 온하랑이 이 대치에서 물러났다. 눈을 내리깔고 등을 좌석에 기대며 휴대폰을 꺼내 민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스피커 눌러.”부승민이 지시했다.“쓸데없는 참견은.”온하랑은 눈을 흘기며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통하자 건너편에서 민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차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민지훈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말투는 지금 상황을 떠보는 듯한 기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온하랑은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훈 씨.”건너편에 있는 민지훈은 온하랑의 감정 변화를 느낀 듯 갑자기 당황해하며 말했다.“누나, 지... 지금 저랑 헤어지려고 그래요?”“... 미안해요, 지훈 씨.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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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83화

    “그렇다면 다행이네.”최국환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동림이도 이 병원에 있어. 천식이 재발해서 입원 중인데 같이 가서 보러 갈래?”온하랑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또 일이 있어서요.”“바로 아래층인데. 금방이면 돼.”최국환이 설득하듯 덧붙였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회장님.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맺고 최국환을 지나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내가 필라시에서 메이슨을 낳았다는 얘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 하지만 사진도 있었고 메이슨이 다시 내 품에 돌아온 뒤로는 받아들이게 됐어. 그렇다면 메이슨이 유실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온하랑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첫 번째 가능성은 출산한 후 며칠 지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그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갓난아기 메이슨은 집에 혼자 남겨졌고 우는 소리에 놀란 이웃이나 행인이 아이를 구조했다가 연락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다 양부모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 혹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틈타 누군가 아이를 빼돌렸을 수도 있었다.두 번째는 임신 후반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기억을 잃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입원 생활을 이어갔고 아이는 병원의 판단이나 제삼자의 개입으로 다른 곳에 보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특히 병원 측이 메이슨의 혈액형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그때 그녀에게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온하랑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사고로 깨어난 뒤 그녀의 휴대폰에는 최동철이나 벨라, 혹은 진도원 등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사고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메이슨의 희귀 혈액형을 알게 된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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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하랑은 조심스럽게 일반 병실 문을 밀어 열었고 문틈 사이로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훅하고 밀려왔다.병실 안에서는 운전기사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한 채 이마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온하랑이 들어오자 기사는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움직이지 마세요.”온하랑은 재빨리 다가가 그를 제지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푹 쉬셔야 해요.”기사는 눈에 띄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때 반응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기사님 잘못 아니에요.”온하랑은 그의 곁에 앉아 방금 사 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CCTV 확인해 보니까 상대 차량이 고의로 신호를 어긴 게 맞아요. 경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갔어요.”기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그럼... 메이슨 도련님은요?”“아직 중환자실이에요.”온하랑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어서 나아야 할 텐데...”“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주실 거예요. 기사님께서 필요한 거 있으면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바로 말씀하세요. 전 이제 아주머니 병실도 보고 올게요.”“네,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온하랑은 장 선생 병실을 나온 뒤 가정부 아주머니의 병실도 들렀고 마지막으로 메이슨이 있는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메이슨을 보기 위해 간호 스테이션에 들러 서류에 서명하고 푸른색 보호복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무거운 격리실 문을 밀었다.침대 위 메이슨은 생각보다 더 창백했다.그의 긴 속눈썹이 병실 조명 아래 거의 투명해 보였고 여러 장비와 관이 그 작은 몸을 감싸고 있었고 의료 기기에서는 규칙적인 삑삑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엄지로 손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낮게 속삭였다.“메이슨...”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언제쯤 깰 수 있나요?”“수술 끝난 지 이제 다섯 시간

  • 위태로운 제안   제1381화

    온하랑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 강남시에서 마주친 소년이 떠올랐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그들은 비록 이복남매 사이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지금 최동림이 입원 중이라면 보호자는 거의 확실하게 임가희일 것이고 온하랑은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내가 잠깐 내려갔다 올게.”“네.”최동철은 조용히 병실로 내려가 잠시 임가희와 인사를 나누고 최동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실 앞으로 돌아왔다.보모가 먼저 수술을 마쳤고 이어 병원에서 혈장을 수급해 수술이 이어졌으며 결국 메이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그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의사는 메이슨이 깨어나려면 대략 4~6시간 정도 걸릴 거라 설명했다.최동철은 곧장 비서 김지환과 간병인 두 명을 병동에 상주시키도록 지시했다.한편, 메이슨과 같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친구도 병원에 도착했다.비록 실제 수혈은 필요 없었지만 최동철과 온하랑은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고급 담배와 술도 선물했고 연락처도 서로 교환했다.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희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그 친구는 자신의 혈액형이 확인된 후 가족 전체가 무료 혈액형 검사를 받았고 그중 동생도 같은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현재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상호 도움 단체에 가입해 있으며 메이슨도 가입해 두라고 권했다.지금은 어린 나이라 헌혈이 안 되지만 이후 혹시 모를 수혈 상황에 대비해 혈액 공급망을 넓혀 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메이슨이 성인이 되면 직접 헌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협력사 미팅에 가야 했기에 최동철은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자신의 업무로 향했다.협력사 미팅을 마친 온하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택시에서 막 내린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부승민이었다.온하랑은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때? 장 대표님은 만났어?”수화기 너머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80화

    온하랑은 지금 경주 출장을 온 상태였다.그는 오늘 막 도착해 협력사 직원의 안내로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아직 현지 담당자와는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원래는 저녁에 메이슨을 잠깐 보러 갈지 생각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최동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메이슨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었고 그래서 온하랑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입구에는 최동철이 먼저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를 보자 온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다급히 물었다.“동철 오빠, 메이슨은 어때요?”그러자 최동철은 깊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과다 출혈이 있어서 수혈이 필요해.”그 말에 온하랑은 아까 전화로 자신에게 혈액형을 물어본 이유가 떠올랐고 마음속 불안이 더욱 커졌다.“메이슨 혈액형이...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검사 결과, 메이슨은 Kidd 혈액형 중 Jk(a-b-)형이래. Rh 음성보다 더 희귀한 혈액형이야.”최동철의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묻어 있었고 온하랑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그런 혈액이... 혈액은행에 있긴 있어요?”“응. 병원에서 이미 확보 요청했어.”그래도 온하랑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메이슨이 어쩌다 그런 희귀 혈액형을 갖게 된 거지? 혹시 혈액이 부족하면 어쩌지...’그러자 최동철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경주에서 같은 혈액형 가진 사람 중 헌혈 계약을 맺은 분들이 있어서 지금 연락 중이야. 메이슨 상태도 많이 안정됐고 잘 버틸 수 있을 거야.”만약 사고가 메이슨이 처음 귀국했을 때 터졌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병실로 가는 길에 최동철은 메이슨의 혈액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Kidd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는 별개 체계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ABO 혈액형상으로 메이슨은 O형이다.하지만 Kidd 혈액형 시스템에서는 적혈구 표면 항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Jk(a+b-), Jk(a-b+), Jk(a+b+), Jk(a-b-)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79화

    아침이 밝고서야 최국환이 병원에서 돌아왔다.설윤은 그의 눈 밑이 시커멓게 팬 걸 보고 곧바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조심스레 물었다.“동림이는요?”“원래 있던 증상이지. 의사 말론 어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랬다고 했어. 당분간 입원해서 안정 취해야 한대. 지금 병원에 동림이 엄마랑 하인이 같이 있어.” 최국환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와 그는 이제 더 이상 밤새우는 게 버겁다고 느꼈다.알레르기 유발성 천식과 감정 기복으로 인한 천식 발작은 증상이 조금 달랐다.경험 많은 의사가 문진과 혈액 검사 끝에 감정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큰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회장님도 아주 피곤해 보이세요. 아침 드시고 바로 좀 쉬시는 게 어때요?”설윤이 조용히 말하자 최국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는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고 임연지는 외출해 오재원을 만나러 나갔다.집에 혼자 남은 설윤은 심심하던 차에 기사에게 부탁해 병원으로 향했다.명분은 최동림의 병문안이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임가희의 신경을 긁어놓는 데 있었다.병원에 도착해 입원실 방향으로 걷던 중 그녀는 익숙한 뒷모습 하나를 발견했다.그 사람은 통화 중이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설윤보다 먼저 병동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최동철? 설마 동림이를 보러 온 걸까?’설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동림의 병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창밖으로 병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최동림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었고 곁의 보호자 침대엔 임가희가 쉬고 있었다.설윤은 병실 문을 똑똑똑 세 번 두드렸다.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소리에 임가희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눈빛은 곧장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설윤 씨, 여긴 무슨 일이죠?”임가희는 빠르게 몸을 돌려 병상 앞을 가로막았고 설윤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살짝 흔들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연히 동

  • 위태로운 제안   제1378화

    임연지는 설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분에 겨워 발을 굴렀다.‘진짜 싸가지 없는 여자야. 예전에 백화점에서 따귀 한 대 맞았을 땐 개처럼 쫄아서는 말도 못 하더니 지금은 고모부가 뒤를 봐준다고 어디 감히 자기를 상대로 맞불을 놓다니.’설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고 금세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려 억지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한편, 임연지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한진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털어놓았다.[이 년은 진짜 너무 교활해. 내가 못 봤으면 동림이는 완전히 넘어갔을 걸? 아무도 몰랐을 거야. 아까는 대놓고 동림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뭐냐고 묻더라니까? 고모부는 갑자기 노망이 났는지 그냥 다 알려주라고 하질 않나.]그러자 한진의 답장도 빠르게 도착했다.[이 여자 수위가 장난 아닌데.] [그렇지. 내 말 맞지!] [너네는 못 이겨. 이런 애 상대하려면 그냥 권력으로 찍어 눌러야 해. 지금처럼 고모부가 뒷배 봐주니까 애가 깝치는 거지. 그러니까 넌 빨리 오재원이랑 결혼하는 게 답이야.][곧 할 거야. 오씨 집안에서도 이번 주 안에 날짜 잡자고 올라온다고 했어.][근데 결혼했다고 끝난 건 아니야. 오재원이 예전처럼 아무 능력 없는 철부지라면 권한도 없고 집안에서 힘도 없을걸.]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재원네 집안 권력은 오형일, 큰아들 오하운, 그리고 작은아버지 오정우에게 집중돼 있었다.사실 그녀도 예전엔 오재원의 형 오하운에게 접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간신히 만나도 말도 안 섞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근데 솔직히 오재원은 회사에서 일할 깜냥도 안 돼.][그럼 그냥 가르치면 되지. 저 정도 집안이면 선생 몇 명 붙이는 거 일도 아니잖아. 회사 나가서 일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개과천선은 못 해도 적어도 모양새는 갖춰야지. 부모님 눈에도 달라졌다고 보이게 말이야. 연지야, 지금은 오

  • 위태로운 제안   제1377화

    “회장님! 동림 도련님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모시려는 중이에요. 어서 내려와 보세요.”복도에서 다급한 하인의 외침이 들려왔다.최국환은 눈을 번쩍 뜨고 곧장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켠 뒤 겉옷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를 따라 일어난 설윤이 몸을 일으키자 그는 말했다. “그냥 자. 내가 가볼게.”하지만 설윤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동림이 천식이 있어요?”“응.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그럼 저도 같이 가볼게요.”설윤은 외투를 꺼내 입고 최국환과 함께 급히 방을 나섰다.1층 거실로 내려가 보니 최동림은 이미 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곁에서 지키고 있던 임가희는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왜 갑자기 발작이 난 거야?” 최국환이 조급하게 묻자 임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확실하진 않은데 혹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의사 말로는 감정적인 변화 특히 슬픔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이런 감정이 심할 경우 몸속 자율신경 중 미주신경이 자극돼 기관지가 수축하고 천식 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최동림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천식 판정을 받았고 그 뒤로 집안은 온통 방역과 청소, 위생 관리에 신경 써 왔다.최동림이 자라면서 체질도 좋아져 요즘엔 거의 발작이 없었고 학교에도 특이 사항을 알려 기숙사 생활을 하게 했던 터였다.“알레르기 때문은 아닐 거야. 아마 낮에 너무 놀랐던 것 같아.”최국환은 최동림 옆에 앉아 등을 두드리며 숨을 고르게 도와주었다.“동림아, 아빠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그때 임연지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설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글쎄요, 고모부. 오늘 오후에 설윤 씨가 동림이 방에 다녀갔는데 혹시 몸에 뭐 안 좋은 걸 묻히고 온 건 아닐까요? 동림이 건강 생각하면 확인

  • 위태로운 제안   제1376화

    방금까지 부모에게 혼나 속이 뒤집힌 상태였던 최동림은 설윤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그 순간 그녀에 대한 인상이 한껏 좋아졌다.그녀는 확실히 임가희가 지금껏 상대해 온 사람 중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다.최동철 쪽과도 특별히 친하지 않고 이 집에서 그녀가 기대고 있는 건 허공에 떠 있는 최국환의 사랑 말고는 오직 최동림이라는 아들뿐이었다.그리고 설윤은 단번에 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임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조용히 말했다.“연지야, 넌 먼저 나가 있어.”임연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최동림을 노려보다가 억지로 돌아섰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고 나갔다.그러자 방 안에는 모자 단둘만 남았다.짙은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임가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들 앞에 앉았다.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최동림은 피하듯 몸을 틀었다.허공에 멈춘 임가희의 손끝이 서글프게 떨리다가 조용히 내려왔다.“동림아.”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게임기... 엄마한테 줄래?”최동림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꼭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이건 제 거예요!”임가희는 눈빛을 거두며 일어섰다.“동림아, 엄마 정말 실망했어.”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 새 옷 사주고 장난감 사주고 아프면 병원에서 밤새 지켜봐 주고 늘 네 곁에 있었잖아. 그런데 네가 이런 식으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그 말에 최동림의 눈이 붉어지며 금세 눈물이 고였고, 그는 와락 게임기를 내려놓고 임가희를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게임기 필요 없어요. 제발 화 풀어요...”임가희는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래야 우리 동림이지.”그는 흐느끼며 품에 안겼고 임가희는 조용히 속삭였다.“아직 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속셈이 오가는 거야. 설윤이란 여자는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달라. 그러니까 절대로 설윤한테 선물 받지 마. 가까이하

  • 위태로운 제안   제1375화

    “누나, 무슨 일이에요?”최동림은 게임을 계속하고 싶어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물었다.“방금... 설윤이 여기 왔었지?”“네...”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동림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안 왔어요.”임연지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고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 건지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려다 문득 책상 위의 선물 포장 상자와 그가 들고 있는 게임기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 게임기는... 누가 사준 거야?”최동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게... 엄마가... 사줬어. 왜?”“정말?”임연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고모한테 물어볼게.”최동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아, 잠깐만! 누나, 그게…”그의 말을 끊고 임연지는 단단히 다그쳤다. “동림아, 솔직히 말해. 이 게임기는 진짜 누가 사준 거야?” 최동림은 두 손으로 게임기를 꼭 쥐었고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말이 없다가 결국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설윤... 아줌마가 줬어.”“설윤... 아줌마?” 임연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그 여자를 아줌마라고 불러? 이렇게 비싼 걸 받았다고? 동림아, 설윤이 어떤 여자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갑작스러운 고함에 최동림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설... 설윤 아줌마는 착한 사람이야. 그냥...” “착하다고?”임연지는 분노에 찬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착한 여자가 남의 가정을 깨뜨리냐? 넌 그런 사람한테 선물 받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어 최동림의 품에 있던 게임기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쾅!”새 게임기는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화면은 깨지고 기계 외관도 부서져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최동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곧장 무릎을 꿇고 깨진 게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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