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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부승민의 눈빛에는 장난기와 함께 간교함이 섞여 있었다. 눈을 부릅뜬 온하랑은 그를 무시하고 돌아서서 부시아를 찾으러 갔다.

...

온하랑은 부시아와 함께 또 온천에서 온 오후 몸을 담갔다. 이윽고 그들은 짐을 정리하고 리조트를 떠났다. 가는 길에 왕대운의 창고를 지나며 온하랑은 반사적으로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민지훈과 왕대운을 만나게 할 계획이었다. 적당한 계기를 빌어 민지훈 앞에서 왕대운을 언급하여 왕대운의 신분과 과거를 밝힐 최적의 장소가 바로 창고였다. 그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왕대운의 재산 문제도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양아치 몇 명을 찾아 일부러 저번 사고를 일으켰다. 이제 그녀는 장국호가 양강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민지훈을 통해 민성주와 장국호의 관계를 알아내어 작은 단서라도 찾으려고 했지만, 인질이 나서서 범인을 지목하지 않을 가능성은 물론이고 아직 민지훈 쪽에서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설령 결과가 있다고 해도 이미 단서를 지웠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장국호를 자연스럽게 국내로 유인하여 경찰에 넘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해외에서 누군가를 체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장국호가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게 조용히 움직여야만 한다.

온하랑은 이마를 문지르다가 무심코 눈을 들어 백미러를 통해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부승민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백미러에서 부승민의 몸으로 향했다.

그녀의 각도에서 보니 그의 턱선은 날렵하게 각이 잡혀 있었고, 목뒤의 머리카락은 윤기있고 깨끗했다. 곧게 뻗은 어깨는 슈트를 받쳐주고 커다란 손은 핸들을 잡고 있었다. 구겨진 옷 주름을 따라 튼튼하고 힘 있는 팔뚝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야말로 모든 점이 그녀의 취향에 꼭 부합됐다. 과거의 모든 일을 제쳐두고 부승민을 다시 만난다면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조용한 차 안에서 온하랑이 돌연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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