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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온하랑은 그대로 몸을 돌려 부승민을 등진 채 하품했다.

“나 지금 너무 피곤하고 졸리거든. 그러니까 먼저 잘게. 냉장고에 샌드위치 있으니까 데워 먹든지.”

부승민은 머리를 괸 채 온하랑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는 혼잣말인 척 일부러 온하랑이 다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좋았겠지. 너 엄청 예민하고 민감하잖아. 몇 번 안 돼서 바로 가고.”

온하랑은 이를 악물며 애써 부승민의 말을 무시하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계속해서 아무 대답이 없자 부승민도 장난치는 것을 관두고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옷을 걸치며 화장실로 향했다.

방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온하랑은 한쪽 눈을 뜬 채 사방을 둘러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 기지개를 켰다.

눈을 감자 조금 전에 있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에는 방 안에 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다른 사람을 의식해가며 일부러 부승민에게 맞춰주었다. 그러니 그녀의 공포와 두려움은 완전히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방 안에 부승민 한 명뿐이라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자신의 연기에 몰입해 있는 부승민에게 계속해서 맞춰주며 그가 어디까지 할지 계속 지켜보았다.

결국, 온하랑은 부승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그녀와 함께 자는 것.

역할 놀이를 곁들인 채 말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부승민은 정말 성실하게 범죄자 역할에 몰입해 있었다.

온하랑도 그 남자가 부승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승민도 자신을 알아본 온하랑이 함께 몰입해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암묵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순간, 온하랑은 아주 잠깐 자신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이 조용히 방에 침입한 도둑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임신한 온하랑을 고려한 것인지 부승민의 움직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속도도 훨씬 느렸다.

하지만 왜인지 그녀는 평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절정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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