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천 한 조각을 꺼내 온하랑의 입을 틀어막고는 두 손으로 그녀를 침대 위까지 들어 올렸다.온하랑이 애써 발버둥 쳐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남자는 순식간에 온하랑의 발까지 묶어버리고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반항하지 마, 그래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까, 아가씨.”“...”남자의 행동으로 온하랑은 지금 방 안에 이 남자 한 명만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온하랑을 침대 위로 내던진 남자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온하랑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보았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 화면의 불빛이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그는 온하랑에게서 등을 돌린 채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온하랑은 그 미약한 불빛을 통해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유리컵을 발견했다.어젯밤, 그녀가 물을 마시고 놓아둔 컵이었다.온하랑은 기회를 엿보며 천천히 침대 머리맡까지 기어갔다.남자는 통화가 연결되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성공했어... 이미 다 묶어놨어... 왜 바로 처리 안 하냐고? 부승민 와이프가 예쁜 임산부라고 하던데, 딱 내 취향이라는 거 잘 알잖아...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내가 그냥 놓칠 리가 있겠어?... 걱정하지 마, 아무 문제 없을 테니까. 다 끝나면 바로 죽여버릴게!”“...”그녀는 가까스로 침대 머리맡에 다다랐다. 목을 길게 뺀 온하랑은 이마로 유리컵을 건드렸다. 컵은 꽤 차가웠다.이 상태로 조금만 힘을 주어도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질 것이다. 그러면 가정부가 그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지 물으며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들을 치워주러 달려올 것이다.밖에 있는 가정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남자는 온하랑이 가정부에게 대답할 수 있도록 그녀의 입에 물려두었던 천을 빼줄 것이다.그러면 온하랑은 그 기회를 틈타 가정부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온하랑이 머리를 이용해 유리컵을 힘껏 앞으로 밀려던 순간, 그녀의 목덜미가 뒤로 잡아당겨 졌다.그녀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온하랑은 그저 가장자리에 멈춰
남자의 입술이 점점 아래로 향했다. 입술이 훑고 지나간 하얀 피부 위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축축한 혀끝이 온하랑의 살을 간지럽히며 지나갔다. 그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식어가며 오히려 더 차가워졌다.“쩌억”하는 소리와 함께 스타킹이 찢어졌다.남자가 내뱉는 뜨거운 숨결은 그녀의 피부 위에 직접 닿았다. 눈앞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와, 사모님. 벌써 흥분한 거야?”말을 마친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온하랑은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정신은 몽롱했고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해서 온하랑을 자극했다.“사모님, 긴장돼?”온하랑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남자도 온하랑의 대답을 기대한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손놀림을 이어가며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안이 축축하게 젖었어. 엄청나게 조이네. 그리고 아주 뜨겁고...”질끈 감은 온하랑의 두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최대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 애썼다.하지만 남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려 애쓰는 온하랑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는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애무했다.온하랑의 머릿속은 수백 개의 칼날로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 낮은 신음을 흘리며 혼란에 빠졌던 온하랑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남자는 침대 시트에 손을 닦으며 바지 벨트를 풀었다.온하랑은 다리를 움직여 최대한 침대 머리맡으로 도망쳐 보았지만 남자는 그런 그녀를 다시 끌어당겨 망설임 없이 행동을 개시했다.남자는 온몸으로 만족스러운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나랑 부승민 둘 중에 누가 더 커?”“읍.”꺼져.“나?”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몸을 숙여 온하랑의 여린 살결을 깨물었다.“칭찬 고마워.”“...”“좋아?”온하랑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말 안 해도 난 알아. 몸은 절대 거짓말 못 하거든.”“...”방안은 다시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저 거친 숨소리만이 짙게 내려앉은 적막을
“사모님!”남자가 갑자기 이를 악물더니 순식간에 목소리가 매서워졌다.“왜... 왜 그래?”온하랑이 천진난만하게 물었다.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남자가 웃었다.“아니야. 사모님, 칭찬 고마워. 내가 잘 모셔줄게.”“모신다”라는 말을 남자는 일부러 강조하듯 힘주어 말했다.남자는 약속대로 입, 혀와 손을 모두 사용해 온하랑을 제대로 애무해 주었다. 그는 결박된 온하랑의 손목과 발목을 모두 풀어주었다.일이 끝나자 온하랑은 이미 온몸이 나른해져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미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너무 피곤했지만 또 그만큼 편안했다. 몸이 나른해진 온하랑의 눈꺼풀이 점점 내려앉았다. 이제 남자고 뭐고 신경 쓸 기력이 없었다.그 순간, “딸깍”하는 스위치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눈부신 백열등의 불빛에 온하랑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실눈을 가늘게 뜬 채 천천히 밝은 불빛에 적응했다.남자는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들을 주워 소파 한쪽에 올려두었다.온하랑은 옷도 입지 않고 방안을 돌아다니는 남자를 보며 이불을 끌어 올려 자신의 몸을 가렸다.“출장 간 거 아니었어?”“비행기 안 탔어.”“범인” 부승민이 천천히 다가와 이불을 걷어내더니 온하랑의 곁에 자리 잡고 누웠다.“왜?”온하랑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처음 누군가에 의해 입이 틀어막히고 벽에 밀쳐졌을 때, 온하랑은 정말 깜짝 놀라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하지만 남자가 입을 여는 순간, 온하랑은 그의 정체를 눈치챘다. 그녀는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덕에 아무리 목소리를 낮게 깔아봤자 온하랑은 단번에 그 남자의 정체가 부승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번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누군가 날 일부러 거기까지 끌어들이려는 게 아닐까 싶네.”부승민이 말했다.그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당장 필라시로 향하라는 메일을 받았다.그때부터 부승민은 배후 인물의 목적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온하랑은 그대로 몸을 돌려 부승민을 등진 채 하품했다.“나 지금 너무 피곤하고 졸리거든. 그러니까 먼저 잘게. 냉장고에 샌드위치 있으니까 데워 먹든지.”부승민은 머리를 괸 채 온하랑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는 혼잣말인 척 일부러 온하랑이 다 들을 수 있게 말했다.“좋았겠지. 너 엄청 예민하고 민감하잖아. 몇 번 안 돼서 바로 가고.”온하랑은 이를 악물며 애써 부승민의 말을 무시하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계속해서 아무 대답이 없자 부승민도 장난치는 것을 관두고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옷을 걸치며 화장실로 향했다.방안은 다시 고요해졌다.온하랑은 한쪽 눈을 뜬 채 사방을 둘러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 기지개를 켰다.눈을 감자 조금 전에 있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처음에는 방 안에 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다른 사람을 의식해가며 일부러 부승민에게 맞춰주었다. 그러니 그녀의 공포와 두려움은 완전히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방 안에 부승민 한 명뿐이라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자신의 연기에 몰입해 있는 부승민에게 계속해서 맞춰주며 그가 어디까지 할지 계속 지켜보았다.결국, 온하랑은 부승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그녀와 함께 자는 것.역할 놀이를 곁들인 채 말이다.아무런 예고도 없었다.부승민은 정말 성실하게 범죄자 역할에 몰입해 있었다.온하랑도 그 남자가 부승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부승민도 자신을 알아본 온하랑이 함께 몰입해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암묵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정신이 혼미해지는 순간, 온하랑은 아주 잠깐 자신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이 조용히 방에 침입한 도둑이라는 생각까지 했다...임신한 온하랑을 고려한 것인지 부승민의 움직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속도도 훨씬 느렸다.하지만 왜인지 그녀는 평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절정에 도달했다.그
부승민이 웃으며 말했다.“얼굴 좀 닦고, 양치는 하고 자야지.”온하랑은 부승민의 손에 든 물건을 확인하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응.”그녀는 몸을 일으켜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리고는 부승민에게서 칫솔과 양치 컵을 받아들었다.세수를 마친 온하랑이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부승민은 갖고 나온 물건을 욕실로 갖다 두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침대에 누웠다.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이불 끝을 꽉 잡았다.“또 뭐 하려고?”부승민은 그저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온하랑에게 다가갔다.온하랑은 다시 이불로 자신을 감싸며 말했다.“안돼, 나 진짜 더 못해...”“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그냥 침대 시트 좀 갈아주려고 했던 건데. 이렇게 젖었는데 여기서 계속 자려고?”어떤 장면들이 떠오른 것인지 온하랑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끈 달아올랐다.부승민은 온하랑을 이불째로 들어 올려 소파에 옮기고는 헌 시트를 벗겨내고 새 시트를 꺼내 잘 펴두었다. 그리고는 온하랑을 다시 안아 올려 새 이부자리 위로 옮겨주었다.온하랑은 마침내 눈을 감고 편히 잠들 수 있었다.부승민은 화장실로 가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 그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냉장고에 있는 샌드위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웠다.방으로 돌아와 보니 온하랑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부승민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치고는 온하랑의 곁에 누워 평온하게 자는 어여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습관적으로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그 순간, 아기가 부승민의 손길에 대답이라도 하듯 배가 갑자기 불룩하게 튀어 올랐다.그 기척에 부승민이 급히 몸을 일으켰다.방금 그게 혹시 태동이라는 건가?부승민은 다시 손을 배 위에 올리고는 천천히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배가 다시 불룩하게 튀어 오르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부승민의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는 당장이라도 온하랑을 깨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종일 일하고 돌아와 피곤할 그녀를 굳이 깨우지는 않았다.한밤중에 갑자기 배가 고
그릇을 절반만 비워도 온하랑은 배가 불렀다. 그렇게 남은 것은 전부 부승민의 뱃속으로 들어갔다.식사를 마치고 부승민은 식기들을 모두 주방으로 가져가 냄비와 함께 싱크대에 넣어 깨끗이 설거지를 마친 뒤, 하나하나 정리해두었다.부승민이 주방에서 나오며 손을 닦고 있던 그때, 눈 부신 빛이 그의 시야를 다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렸다.“당신 누구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눈치 있게 얼른 나가.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가정부는 한 손으로 부승민에게 손전등을 비추며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한밤중에 느껴지는 인기척에 가정부는 온하랑이 샌드위치를 데우러 나갔을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딘가 이상해 몸을 일으켜 살금살금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 처음 보는 남자가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언제 들어온 걸까?왜 전혀 몰랐던 걸까?“우선 그 손전등부터 내려놓고 얘기하시죠. 저는 하랑이... 남자친구입니다. 하랑이 보러 온 거예요.”그 말에 가정부는 천천히 손전등을 내려놓고 부승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조금은 믿는 눈치였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정말이에요? 지금 당장 하랑 씨한테 가서 확인해볼 겁니다.”그녀는 온하랑의 방문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하랑 씨? 하라 씨? 일어나 봐요!”“안 자니까 말씀하세요.”“지금 여기 어떤 남자가 하랑 씨 남자친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 남자친구 맞아요?”“...네, 진짜예요. 저 만나러 와서 방금 저한테 밥도 해줬어요. 아주머니는 가서 쉬고 계세요.”온하랑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가정부는 부승민을 흘려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부승민은 온하랑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침대에 누운 온하랑은 부승민을 한 번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강도처럼 굴려다가 정말 강도 취급당할 뻔했네.”...필라시.벤 한 대가 외곽의 한 저택 입구에 멈춰 섰다.저택의 정문은 활짝 열려 있
그러던 중, 부선월의 얼굴에 피었던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더니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해보았지만 그중에 부승민은 없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부승민은?부선월은 곧장 건장한 사내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내들은 자리를 뜨자마자 유흥을 즐기러 가고 있었다. 부선월의 전화를 받은 사내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십니까, 사모님?”“한 명이 없잖아.”“무슨 한 명이요?”“지금 한 명이 부족하다고. 빨리 가서 데려와!”그 말에 사내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그 세 명이 전부였어요! 호텔 근처는 다 수색했는데 다른 수상한 한국인은 안 보였다고요!”“그럴 리가 없어!”사내가 반박했다.“왜 그럴 리가 없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지금 당장 호텔 가서 CCTV 찾아보시든가요! 왜요, 갑자기 돈이 아까우세요? 아무 변명 거리라도 찾아서 돈 돌려받으시게?”“이 사람 중에 내가 찾는 부승민이 없잖아!”“그럴 리가요? 가운데에 있는 그 사람이 부승민 아니에요? 우리랑 얘기도 나눴어요!”부선월은 가운데에 있는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는 연민우였다!젠장!부선월이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정말 자기를 부승민이라고 소개했단 말이야?”“그렇다고요! 그럼 사모님 뜻은 지금, 저 사람이 가짜라는 소리인가요?”“... 그래!”사내가 말했다.“그럼 저희를 탓하시면 안 되죠. 저희한테 암호만 알려주시고 사진은 안 보여주셨잖아요!”잔뜩 화가 난 부선월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번에도 부승민에게 제대로 당했다!그녀는 온하랑의 명성이 걸린 일이니 부승민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찾아오리라 생각했다.하지만 부선월은 그에게 연민우가 있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온하랑의 비밀이라면 연민우 역시 알고 있었다.부승민은 처음부터 올 생각이 없었다!진상을 밝히는 것과 온하랑을 지키는 것 중, 부승민은 후자를 택했다.역시 부선월 아들 아니랄까 봐, 온하랑에게 홀려도 단단히 홀려버렸다!몇 시간 후, 부선
히스테리를 부리는 부선월이 익숙해진 지 오래였던 부승민은 태연하게 말했다.“당연히 저한테 생명을 준 고마움을 잊을 리가 없죠.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게 제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부선원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게 무슨 말이니?”“이제 곧 알게 될 거예요.”그 말속에 담긴 뜻을 곰곰이 생각하던 부선월은 순간 아래층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부선월은 재빨리 문을 열고 난간에 기대어 아래층을 확인했고 그 순간 충격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거실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무장한 남자들이 가득했고 바닥에 누워있던 육광태도 어느새 멀쩡하게 서 있었다.고개를 들자 육광태는 위층에 있는 부선월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재빨리 옆에 있던 사람에게 명령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2층으로 돌진했는데 누가 봐도 타깃은 부선월이다.이를 본 부선월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도망칠 구석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핸드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부승민, 나는 널 낳아준 엄마라고. 엄마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고작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을 꾸며? 넌 양심이라는 게 없구나. 내가 왜 너 같은 아들을 낳고 키웠을까. 애초에 태어났을 때 깊은 산속에 버려서 늑대들의 먹이로...”부선월은 마치 초원의 맹수처럼 사납게 울부짖으며 발광했다.부승민은 한숨을 내쉬었다.“할 말 다했어요? 이번 생에 나누는 마지막 통화일 수도 있으니까 맘껏 얘기해요. 앞으로는 그럴 기회조차 없을 텐데.”부선월은 흠칫하더니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포효했다.“부승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딱히 할 말 없는 것 같으니까 이만 끊을게요. 앞으로 남은 인생 편안하게 살게 해드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부선월은 할 말이 남은 듯 입을 벙끗했으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건 차가운 기계음뿐이었다.뚝.어느새 건장한 사내들이 부선월을 포위했고 단숨에 두 팔을 잡아 제압했다.부선월은 몸부림치며 반항했지만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