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놓은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황급히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진몽요였다. "연아, 요즘 어때? 잘 지내?" 온연이 불쌍한 척 연기를 했다. "잘 못 지내… 혼자 사는 거 너무 무서워. 저녁에 퇴근할 때마다 100메터 달리기를 한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무서울 게 없긴 한데… 너도 알잖아, 나 겁 많은 거. 아 맞다. 넌 어때? 경소경이랑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은 경소경의 집에 가지 않았다. 집에 손님이 왔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근데 나 너무 걱정돼. 인터넷에서 공략법 같은 거 찾아봤는데, 경소경같은 남자한테는 밀당을 많이 해야 한데. 자꾸 하자는데로 하면 금방 질린다고. 그래서 제도에 돌아온 후부터 이틀 동안 약속을 거절했거든. 근데 화를 내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거의 매일 경소경 집에서 자고 있어. 이러다 나한테 금방 질리면 어떡하지? 나 너무 불안해." '자고 있다', 그 말이 너무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온연이 바보도 아니고. "네 말은… 매일 밤…? 경소경 너무 한 거 아니야? 내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니지만… 경소경이 그렇게 진지하게 연애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너랑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어. 만약 걔가 널 어떻게 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자꾸 의심하는 것도 안 좋아. 걔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내보면 알게 되잖아. 여자의 촉을 믿어봐. 네가 선머슴처럼 행동하긴 해도 여자긴 하잖아." 진몽요가 콧방귀를 꼈다. "너 지금 나 욕하는 거야? 그냥 낮에는 서로 각자 할 일하고, 저녁에 만나고, 아침에는 집에 데려다주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그래. 연애하는 것 같지 않아. 딱 그… 그거… 같잖아. 이제부터는 반항해 보려고. 진도도 좀 늦춰봐야지. 계속 이렇게 만날 수는 없으니까." 온연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진몽요의 연애사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뭐라 해줄 말이 없다. 네가 편한 데로 해. 나 너무 배고파.
이모님의 방문에는 목적성이 다분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 뜻이 아니라. 너희 집 땅 팔아서 부자 됐다며? 우리 조카랑도 이제 어울릴 것 같은데… 좀 만나봐도 되지 않나? 내가 자리 한번 만들어볼게!" 강령은 아무 태도도 취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사는 게 너무 빡빡해서 자꾸 진몽요한테 결혼하라고 닥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남자는 천천히 골라도 된다. 진몽요는 남이 자기 일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안 갈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소개해주지 않아도 돼요!" 강령이 조금 의아해했다. "있다고? 누구?" 이모님은 그녀의 말을 하찮게 여겼다. "설령 너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우리 조카보다 조건이 좋겠어? 우리 조카 무시하지 마. 내가 너 어릴 때부터 봐와서 특별히 소개해주는 거야!" 진몽요는 마음속으로 이모님을 욕했다. 어릴 때부터 봐와서 특별히 소개해준다고? 명절에 한 번씩 만난 것도 봐왔다고 할 수 있나? 집이 망했을 땐 연락 한 번도 없었으면서…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수작이지? 그녀는 이런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아니에요. 마음만 받을게요. 조카님이 그렇게 좋으면 딴 사람 찾아보시든가요." 이모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넌 무슨 애가 말을 그렇게 하니?" 진몽요는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강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체면 차리느라 몇 마디 맞장구 쳐준 거지. 강령은 손님을 보내고는 진몽요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친구 생겼다며? 누구야? 속일 생각 마!" 그냥 그 당시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말이었는데… "거짓말한 거야!" 강령은 믿지 않았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내가 모를 거 같아? 경소경 맞지? 누굴 속여? 요즘 내내 핸드폰만 보고 있잖아. 문자에, 통화에, 밤에는 집에도 안 들어오고. 경소경 아니기만 해봐! 확 머리를 걷어차 버릴
디저트를 다 만든 후 그녀는 목정침의 정장을 꺼냈다. 벌써 돌려주고 싶었는데 마침 엘리가 이렇게 찾아왔으니. 잘된 일이다. "이거 좀 돌려주세요…" 팬티는 이미 그녀에 의해 정장 안쪽에 숨겨졌다. 봉투에 넣기까지 했는데 들키지는 않겠지? 그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정장을 확인한 엘리는 조금 놀랐다. "이거… 제가 목대표님한테 전해드려야 하나요?" 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해주세요." 엘리는 아무 말 없이 디저트와 정장을 챙기더니 가게를 나섰다. 사무실에 돌아온 그녀는 물건들을 목정침에 책상에 올려놓았다. "대표님, 사모님이 전해드리라고 한 정장입니다." 목정침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냥 아무 데나 둬." 목정침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챈 그녀는 황급히 봉투를 들어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과격한 행동 때문인지 옷 속에 숨긴 팬티가 흘러나왔다. 엘리의 얼굴이 뜨거워 났다… 그 광경을 보지 못한 건지 목정침이 담담하게 말했다. "유삼도씨 좀 불러줘." 엘리는 멍해졌다. "유삼도씨가 누군데요?" 그는 사무실 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부르면 대답하겠지." 그녀는 자신의 아이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항상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해냈었는데… 오늘 대체 왜 이러지? 이런 초보적인 실수도 저지르고… 그녀는 표정 관리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유삼도씨! 사무실로 들어오세요!" 화장실 근처에 있던 작은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유삼도씨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다. "네! 목대표님 비서분 맞으시죠? 엄청 아름다우시다고 들었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네요." 이런 칭찬에 이미 익숙해진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얼른 들어가세요." 이런 칭찬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감흥도 안겨주지 못한다. 유삼도가 사무실로 들어간 후 그녀는 탕비실로 들어섰다. 그들이 마실 차를 준비하고 했다. 저 사람들이 자신을 존중해주고 친절하게 대
말을 잘못했다 생각한 란샹은 입을 닫았다. 빠르게, 목정침의 차가 가게 밖에 멈추어 섰다. 진락이 차에서 내리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디저트 두 개만 주세요. 아메리카노 두잔이랑요." 두 개… 차 안에는 목정침과 엘리가 있었다. 온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왜 저렇게 구두쇠처럼 굴어요? 세명이서 두 개만 시킨다고요?" 그녀는 질투 어린 자신의 말투를 알아채지 못했다. 진락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은 진락의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옛날부터 사모님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도 아가씨라고 꼬박꼬박 불러주던 사람인데… 왠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이라도 된 것처럼… 목씨 저택에서 나왔으니 남이 맞긴 하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끊어낼 필요는 없지 않나? 진락도 이러는데, 그럼 유씨 아주머님이랑 임집사도…? 목정침이 거둬줘서 알게 된 인연이긴 하지만… 고작 집 하나 나왔다고 이렇게 남이 돼버린다고… 나중에 목씨 집안에 새로운 안주인이 생기면 아예 완전이 남이 돼버리는건가? 목정침한테서 벗어나겠다는 생각 하나로 집을 나온 터라 그렇게 많은 걸 고려하진 못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게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던 사람까지도. "오늘 장사 끝났어요." 그녀는 창밖에 세워진 차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진락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바로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한참을 운전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사모님이… 안 파신다고…" 엘리가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벌써 다 알아봤어요. 회사에서 한 주문은 모두 사모님이 받으세요. 대표님이 주문한 것까지요. 우리한테만 안 파신 거 보면 제 예상이 맞는 것 같아요. 가게 닫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잖아요. 그냥 팔기 싫어서 안 판 거예요." 목정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언제쯤 걔를 찾아갈 수 있는데?" 엘리는 고개를
란샹도 그 기사를 봤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는데, 안 보기가 더 힘들었다. "연아… 내가 오지랖 부리는 게 아니고… 그게… 다 봤잖아. 무슨 생각 없어?" 온연은 침착하게 핸드폰을 껐다. "아니. 없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이랑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야." 상관없다고? 온연의 얼굴에 '신경 쓰임'이라고 쓰여있었지만 란샹은 그녀의 말을 눈감아 주었다. 오전 내내 가게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아무도 온연에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 못했다. 온연이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일 없는 척 하는 것, 온연이 제일 잘하는 것이다. 오후, 가게에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안야가 긴장감에 빠졌다. "디저트 다 팔렸어요! 이제 없어요!" 엘리는 주방 쪽을 흘겨보았다. "디저트 직접 만들어서 파는 거 아니었어요? 아직 가게 손님도 많던데… 제가 들어오자마자 다 팔렸다고요? 저한테 팔기 싫은 거 아니고요?" 안야는 거짓말이 서툴렀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란샹은 노련한 사람이었다. 가게에 손님이 이렇게나 많은데, 디저트가 없다고 하면 매출에 영향을 줄게 분명했다. "아니에요. 몰라서 그래요. 뭐 필요하세요?" 엘리는 안야를 무시한 채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열애 중인 딸기' 두 개랑, 아메리카노 두잔 주세요." 란샹의 얼굴에 자본주의적인 미소가 지어졌다. "죄송합니다, 손님. '열애 중인 딸기'가 없어요." 엘리는 눈썹을 들썩였다. "지금 만드시면 되잖아요. 오래 기다린다 해도 상관없어요. 저희 대표님이 꼭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란샹은 표정이 일그러질 것만 같았다. "잠시만요, 사장님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연아, 그 엘리라는 사람이 디저트 사러 들어왔는데… 그… '열애 중인 딸기'를 주문했어. 대표님이 꼭 드시고 싶다고
온연은 눈을 내리 깔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만약 그 사람이랑 사귀고 싶은거라면 나랑 이혼하라고 말해요. 세컨드는 이름도 별로잖아요. 그렇게 해야 서로한테 좋죠. 그리고 당신 결혼한 거 아니에요? 이혼했어요?” 앨리는 그 순간 화가났다. 그동안 그녀는 목정침의 애인연기를 해서, 연기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온연이 걸리적 거리는 결혼 얘기를 하자 약점이 잡힌 것 같았다. “그건 제 사생활인데요. 불만 있으면 말하세요.” 온연은 살짝 웃었다. “그럴리가요.” 앨리는 애써 참았다. “그 사람 사랑하지도 않고, 심지어 떠나는 걸 선택했으면 더 이상 매달리지 마세요. 깨끗하게 끝낼 수 있잖아요? 그러면 서로 문제없고, 각자 편하게 살 수 있잖아요.” 온연은 멈칫했다. “그것도 내 사생활이에요, 그쪽이랑은 상관없는.” 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뒤돌아 나섰다. 디저트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사무실에 돌아온 후 그녀는 천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 “목대표님, 사람이 너무 많아서 디저트는 못 사왔어요, 오래 기다려야 했거든요. 사모님이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서로 문제 일으키지 말고 각자 편하게 살자고. 어떻게 하셔도 그 분은…. 다시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빨리 이혼절차 밟고 싶으시데요, 이미 마음속에서 대표님을 지웠다고.” 안경속에 비친 목정침의 눈동자는 차가워졌다. 원래 매일 앨리한테 디저트를 사오라고 할 때가 제일 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 물을 다 맞았다. 그리고 이 모든 연기가 다 헛수고가 될 줄도 몰랐다. “뭐라고?” 앨리는 혹시라도 거짓말이 들킬까봐 그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게… 제가 말한 그대로예요. 사모님은 계속 대표님이 자극한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계획하신 모든 걸 이미 다 예상한거죠. 저도 원래 그 분이 대표님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어떻게 하셔도 결과는 다 똑같을 것 같아요. 그 분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큰 손 하나가 그녀의 입을 막았고, 핸드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 무서웠고 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상대방의 얼굴도 못 보고, 일반적으로 뉴스에서 강도사건을 봤을 때 결과가 다 좋지 않다는 것만 떠올랐다. 그녀는 카드 안에는 몇 천 만원이 있어도 현재 갖고 있는 현금이 없어 줄 수 있는 돈이 없었다. 혹시 상대방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면 어쩌지? 상대방은 어둠속에서 그녀를 끌고 거실 소파 쪽으로 갔다. 그녀는 그 사람 몸에서 짙은 알코올 냄새를 맡았고, 무서워서 소파 모서리를 잡으며 애써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상대방의 손을 깨물 기회를 잡았다. 너무 아픈 나머지 그 사람은 손을 뗐고 그녀는 재빨리 소리쳤다. “나 당신한테 지금 줄 돈 없어! 날 풀어줘! 계좌번호 남기면 내가 내일 돈 보내줄 테니까 죽이지만 마!” 이상한 건, 상대방은 아무런 행동도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상대방이 고민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차분해졌다. “나 같은 나이때의 여자들은 버는대로 다 써버리는데, 돈이 어딨겠어? 사람 잘못봤어… 난 예쁘지도 않고 범죄 저지르면 당신한테도 좋지 않으니 제발 풀어줘…” 그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릿속에 어떻게 이 괴물을 벗어날지 궁리하고 있었다. 들어올 때 핸드폰을 문 앞에 떨어트리고, 통화가 끊겼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왜냐면 이어폰을 연결하고 전화를 한거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문은 남자 뒷편에 있었고, 이 사람은 술을 마셔서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방이 한 눈 팔았을 때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면 됐었다. 될지 안 될지 몰라 시도를 해봐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후, 그녀가 실행에 옮기려 결심하고 행동을 개시하려 할 때, 어둠속의 남자가 갑자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강도처럼 생겼나봐?” 그녀는 몸이 굳었다. 동시에 목정침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그녀는 절대 저녁내내 술 취해서 막무가내로 나오는 남자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는 진락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서 데려가세요. 아니면 길바닥에 버릴 거예요. 누가 사진 찍어가면 부끄러움은 목가네 몫이겠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목정침에게 다가갔다. 그는 다행히 무언가를 덮고 있었고 이러면 진락이 데리러 와도 민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는 진락에게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술 취하면 막 돌아다니게 하지 마세요.” 진락의 표정은 살짝 난처해 보였지만 고개를 떨궜다. “도련님이 어디 제 말을 듣나요…” 이 말도 맞는 말이었다. 온연은 문 앞에 서서 그가 인사불성이 된 목정침을 데려가길 기다렸다. 그들이 멀어지자 그녀는 그제서야 문을 잠구고 안방에 누워 긴 한숨을 쉬었다. 마치 좋지 않은 꿈을 꾼 듯한 느낌처럼 기분이 울적하고 찝찝했다. 재수 없게도 핸드폰의 화면이 깨져 금이 두번이나 갔다. 다행히 사용은 할 수 있었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빴다. 둘째 날, 목정침은 호텔방에서 일어났고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 인상을 찌푸렸다. “진락…” 소파에세 저녁내내 지키고 있던 진락은 얼른 일어났다. “도련님, 일어나셨습니까?” 목정침은 앉아서 머리를 돌렸다. “물 한 잔만. 맞다, 어제 나 얼마나 마셨지? 이상한 일 한 거 아니지?” 진락은 말하고 싶었지만 묵묵히 물만 따른 뒤 입을 열지 않았다. 목정침은 물을 다 마신 후 물었다. “내가 묻잖아. 못 들었어?” 진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본인이 한 일 본인이 모르시나요? 이건 제가 말하기 곤란합니다.” 목정침은 살짝 당황했다. “무슨 뜻이야? 내가 뭘 했는데?” 진락은 횡설수설했다. “도련님께서… 죽어도 사모님을 찾으러 가야 된다고 하셔서, 그 다음에 사모님이 전화로 데려가라고 하셨어요. 제가 안 데리러 가면 길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