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못했다 생각한 란샹은 입을 닫았다. 빠르게, 목정침의 차가 가게 밖에 멈추어 섰다. 진락이 차에서 내리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디저트 두 개만 주세요. 아메리카노 두잔이랑요." 두 개… 차 안에는 목정침과 엘리가 있었다. 온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왜 저렇게 구두쇠처럼 굴어요? 세명이서 두 개만 시킨다고요?" 그녀는 질투 어린 자신의 말투를 알아채지 못했다. 진락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은 진락의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옛날부터 사모님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도 아가씨라고 꼬박꼬박 불러주던 사람인데… 왠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이라도 된 것처럼… 목씨 저택에서 나왔으니 남이 맞긴 하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끊어낼 필요는 없지 않나? 진락도 이러는데, 그럼 유씨 아주머님이랑 임집사도…? 목정침이 거둬줘서 알게 된 인연이긴 하지만… 고작 집 하나 나왔다고 이렇게 남이 돼버린다고… 나중에 목씨 집안에 새로운 안주인이 생기면 아예 완전이 남이 돼버리는건가? 목정침한테서 벗어나겠다는 생각 하나로 집을 나온 터라 그렇게 많은 걸 고려하진 못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게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던 사람까지도. "오늘 장사 끝났어요." 그녀는 창밖에 세워진 차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진락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바로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한참을 운전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사모님이… 안 파신다고…" 엘리가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벌써 다 알아봤어요. 회사에서 한 주문은 모두 사모님이 받으세요. 대표님이 주문한 것까지요. 우리한테만 안 파신 거 보면 제 예상이 맞는 것 같아요. 가게 닫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잖아요. 그냥 팔기 싫어서 안 판 거예요." 목정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언제쯤 걔를 찾아갈 수 있는데?" 엘리는 고개를
란샹도 그 기사를 봤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는데, 안 보기가 더 힘들었다. "연아… 내가 오지랖 부리는 게 아니고… 그게… 다 봤잖아. 무슨 생각 없어?" 온연은 침착하게 핸드폰을 껐다. "아니. 없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이랑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야." 상관없다고? 온연의 얼굴에 '신경 쓰임'이라고 쓰여있었지만 란샹은 그녀의 말을 눈감아 주었다. 오전 내내 가게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아무도 온연에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 못했다. 온연이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일 없는 척 하는 것, 온연이 제일 잘하는 것이다. 오후, 가게에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안야가 긴장감에 빠졌다. "디저트 다 팔렸어요! 이제 없어요!" 엘리는 주방 쪽을 흘겨보았다. "디저트 직접 만들어서 파는 거 아니었어요? 아직 가게 손님도 많던데… 제가 들어오자마자 다 팔렸다고요? 저한테 팔기 싫은 거 아니고요?" 안야는 거짓말이 서툴렀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란샹은 노련한 사람이었다. 가게에 손님이 이렇게나 많은데, 디저트가 없다고 하면 매출에 영향을 줄게 분명했다. "아니에요. 몰라서 그래요. 뭐 필요하세요?" 엘리는 안야를 무시한 채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열애 중인 딸기' 두 개랑, 아메리카노 두잔 주세요." 란샹의 얼굴에 자본주의적인 미소가 지어졌다. "죄송합니다, 손님. '열애 중인 딸기'가 없어요." 엘리는 눈썹을 들썩였다. "지금 만드시면 되잖아요. 오래 기다린다 해도 상관없어요. 저희 대표님이 꼭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란샹은 표정이 일그러질 것만 같았다. "잠시만요, 사장님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연아, 그 엘리라는 사람이 디저트 사러 들어왔는데… 그… '열애 중인 딸기'를 주문했어. 대표님이 꼭 드시고 싶다고
온연은 눈을 내리 깔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만약 그 사람이랑 사귀고 싶은거라면 나랑 이혼하라고 말해요. 세컨드는 이름도 별로잖아요. 그렇게 해야 서로한테 좋죠. 그리고 당신 결혼한 거 아니에요? 이혼했어요?” 앨리는 그 순간 화가났다. 그동안 그녀는 목정침의 애인연기를 해서, 연기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온연이 걸리적 거리는 결혼 얘기를 하자 약점이 잡힌 것 같았다. “그건 제 사생활인데요. 불만 있으면 말하세요.” 온연은 살짝 웃었다. “그럴리가요.” 앨리는 애써 참았다. “그 사람 사랑하지도 않고, 심지어 떠나는 걸 선택했으면 더 이상 매달리지 마세요. 깨끗하게 끝낼 수 있잖아요? 그러면 서로 문제없고, 각자 편하게 살 수 있잖아요.” 온연은 멈칫했다. “그것도 내 사생활이에요, 그쪽이랑은 상관없는.” 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뒤돌아 나섰다. 디저트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사무실에 돌아온 후 그녀는 천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 “목대표님, 사람이 너무 많아서 디저트는 못 사왔어요, 오래 기다려야 했거든요. 사모님이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서로 문제 일으키지 말고 각자 편하게 살자고. 어떻게 하셔도 그 분은…. 다시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빨리 이혼절차 밟고 싶으시데요, 이미 마음속에서 대표님을 지웠다고.” 안경속에 비친 목정침의 눈동자는 차가워졌다. 원래 매일 앨리한테 디저트를 사오라고 할 때가 제일 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 물을 다 맞았다. 그리고 이 모든 연기가 다 헛수고가 될 줄도 몰랐다. “뭐라고?” 앨리는 혹시라도 거짓말이 들킬까봐 그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게… 제가 말한 그대로예요. 사모님은 계속 대표님이 자극한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계획하신 모든 걸 이미 다 예상한거죠. 저도 원래 그 분이 대표님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어떻게 하셔도 결과는 다 똑같을 것 같아요. 그 분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큰 손 하나가 그녀의 입을 막았고, 핸드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 무서웠고 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상대방의 얼굴도 못 보고, 일반적으로 뉴스에서 강도사건을 봤을 때 결과가 다 좋지 않다는 것만 떠올랐다. 그녀는 카드 안에는 몇 천 만원이 있어도 현재 갖고 있는 현금이 없어 줄 수 있는 돈이 없었다. 혹시 상대방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면 어쩌지? 상대방은 어둠속에서 그녀를 끌고 거실 소파 쪽으로 갔다. 그녀는 그 사람 몸에서 짙은 알코올 냄새를 맡았고, 무서워서 소파 모서리를 잡으며 애써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상대방의 손을 깨물 기회를 잡았다. 너무 아픈 나머지 그 사람은 손을 뗐고 그녀는 재빨리 소리쳤다. “나 당신한테 지금 줄 돈 없어! 날 풀어줘! 계좌번호 남기면 내가 내일 돈 보내줄 테니까 죽이지만 마!” 이상한 건, 상대방은 아무런 행동도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상대방이 고민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차분해졌다. “나 같은 나이때의 여자들은 버는대로 다 써버리는데, 돈이 어딨겠어? 사람 잘못봤어… 난 예쁘지도 않고 범죄 저지르면 당신한테도 좋지 않으니 제발 풀어줘…” 그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릿속에 어떻게 이 괴물을 벗어날지 궁리하고 있었다. 들어올 때 핸드폰을 문 앞에 떨어트리고, 통화가 끊겼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왜냐면 이어폰을 연결하고 전화를 한거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문은 남자 뒷편에 있었고, 이 사람은 술을 마셔서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방이 한 눈 팔았을 때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면 됐었다. 될지 안 될지 몰라 시도를 해봐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후, 그녀가 실행에 옮기려 결심하고 행동을 개시하려 할 때, 어둠속의 남자가 갑자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강도처럼 생겼나봐?” 그녀는 몸이 굳었다. 동시에 목정침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그녀는 절대 저녁내내 술 취해서 막무가내로 나오는 남자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는 진락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서 데려가세요. 아니면 길바닥에 버릴 거예요. 누가 사진 찍어가면 부끄러움은 목가네 몫이겠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목정침에게 다가갔다. 그는 다행히 무언가를 덮고 있었고 이러면 진락이 데리러 와도 민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문을 열고, 문 앞에 서 있는 진락에게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술 취하면 막 돌아다니게 하지 마세요.” 진락의 표정은 살짝 난처해 보였지만 고개를 떨궜다. “도련님이 어디 제 말을 듣나요…” 이 말도 맞는 말이었다. 온연은 문 앞에 서서 그가 인사불성이 된 목정침을 데려가길 기다렸다. 그들이 멀어지자 그녀는 그제서야 문을 잠구고 안방에 누워 긴 한숨을 쉬었다. 마치 좋지 않은 꿈을 꾼 듯한 느낌처럼 기분이 울적하고 찝찝했다. 재수 없게도 핸드폰의 화면이 깨져 금이 두번이나 갔다. 다행히 사용은 할 수 있었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빴다. 둘째 날, 목정침은 호텔방에서 일어났고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 인상을 찌푸렸다. “진락…” 소파에세 저녁내내 지키고 있던 진락은 얼른 일어났다. “도련님, 일어나셨습니까?” 목정침은 앉아서 머리를 돌렸다. “물 한 잔만. 맞다, 어제 나 얼마나 마셨지? 이상한 일 한 거 아니지?” 진락은 말하고 싶었지만 묵묵히 물만 따른 뒤 입을 열지 않았다. 목정침은 물을 다 마신 후 물었다. “내가 묻잖아. 못 들었어?” 진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본인이 한 일 본인이 모르시나요? 이건 제가 말하기 곤란합니다.” 목정침은 살짝 당황했다. “무슨 뜻이야? 내가 뭘 했는데?” 진락은 횡설수설했다. “도련님께서… 죽어도 사모님을 찾으러 가야 된다고 하셔서, 그 다음에 사모님이 전화로 데려가라고 하셨어요. 제가 안 데리러 가면 길바닥에
진함에겐 늘 여전사 같은 느낌이 있었다. 언제 어디든 상관없이 옷을 잘 차려 입었고, 온몸에 귀티가 흘렀다. 늘 표정관리를 잘해서 어떤 생각인지 잘 읽을 수가 없어 상대방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려 두었고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전에 강균성이랑 강연연이 한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나도 잘 처리하지 못 한 거 같고…” 온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한동안 안 찾아왔으니. 지금은 평화롭고 좋아요. 하지만 제가 기회를 잡는다면 몇 배로 갚아줄 거예요. 이 얘기하러 오신 거예요?” 진함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걔네 이미 감옥 들어갔어. 각자 5년이랑 1년 판결 받았는데 나도 안지 얼마 안됐어… 목정침이 그런 거 같던데 넌 몰랐지?” 온연은 놀랐지만 티내지 않았다. 그리고 왜 진함이 여기에 온 건지 의심스러웠다. 강균성과 강연연이 감옥에 간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진함은 그녀와 수다 떨기 위해 온 건 아닐테고, 그녀는 다음 내용을 대략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요? 전에는 몰랐어도 지금 알게 되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예요?” 진함은 고민하더니 말했다. “나도 걔네가 죄 지은 거 알아. 근데 내 입장에서는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싶어. 널 찾아오는 게 적합하지는 않지만 널 찾아올 수밖에 없었어. 목정침은 다 널 위해서 그렇게 한 거잖아. 강균성이 대부분의 범행을 저질렀으니 구할 수 없지만 강연연은 구해주고 싶어.” 진함의 직접적인 말과 그녀의 당당한 태도가 온연의 기분을 썩 좋지 않게 만들었다. 진함은어째서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거지? 그녀야 말로 진정한 피해자였다. “누가 감옥을 보냈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야죠. 저 찾아 오셔도 소용없어요. 제가 강연연을 위해서 목정침한테 가서 말할 거 같으세요? 저는 이미 목가네를 떠났고 모르시는 거 아니잖아요. 제 앞에서 이기적인 행동 이제 그만하세요. 강연연은 당신 딸이니까 구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리
그녀는 고민하더니 폰을 꺼내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함이 찾아왔었어요. 당신이 강균성이랑 강연연 감옥에 넣은 거 알아요. 그럴 필요 없잖아요. 당신의 호의 필요 없어요. 앞으로 나랑 관련된 모든 일은 다 당신이랑 상관없는 거예요.’ 바로,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네가 하루라도 내 여자인 이상, 네 일은 다 내가 간섭할 거야. 문자 보낼 용기는 있으면서 얼굴보고는 말 못하나 보지?’ 그녀는 답장하지 않고 폰을 꺼버린채 잠을 청했다. 그녀는 정말 그의 앞에 가서 말 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가 문자를 보낸 목적은 강균성과 강연연을 풀어달라는 말이 아닌, 앞으로 자신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거였다. 이런식으로 계속되면 끝이 나지 않을것만 같았다. 제도. 진몽요는 몇몇 회사를 찾아갔지만 다 실패하고 말았다. 직업이 안정이 안되니 마음도 초조해졌다. 집에 들어서자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고, 하이힐을 벗어 던진 뒤 소파로 돌진했다. 그녀가 앉기도 전에 강령에게 붙잡혔다. “저리가, 가서 샤워부터 해. 소파 내가 새로 산거야, 엄청 비싼거라고. 네 몸에 다 땀 냄샌데 어딜 누우려고. 오늘 하루종일 밖에서 뭐 좀 했어?”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지 않았다. 더러워지면 어차피 그녀가 씻어야하니 강령의 말을 들었다. “아니요, 졸업하고 나서 일 경험도 많지 않고, 딱 경소경네 회사에서 잠깐 일한 게 다예요. 면접때 사람들이 제가 경소경네 회사에서 왔다고 하니까 다들 눈이 반짝반짝 했는데, 다른 자료들 보고 질문 몇 개만 하더니 떨어졌어요. 내 주제는 나도 잘 알아요. 경소경네 거기서 일 좀 했다고 해도, 경력이 후진 건 변하지 않죠 뭐. 이러다가 정말 식당 가서 설거지하게 생겼어요. 그러니까 더 물어보지 마세요.” 강령도 물론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일 못 찾았는데 경소경이 아무 말 안 해?” 진몽요는 반사적으로 선을 그었다. “그 사람이 와서 일 하라고 했는데 내가 안 갔어요. 그 사람이 도와주는 게 아닌 저 혼자 힘으로
경소경은 제자리에 서서 그녀를 보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진몽요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걸어가 팔을 잡았다. “돈 보냈는데, 받았죠? 며칠이나 있을 거예요? 너무 오래 있을거면 안 기다리고요, 나는 2일만 있다가 다시 와서 일자리 알아볼 거예요.” “안 기다려도 돼요.” 경소경은 차갑게 대답한 후 뒤를 돌아 출입국 게이트로 향했다. 진몽요는 그가 이상한 걸 눈치채자 총총 뛰며 그의 뒤를 따랐다. “왜 그래요?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그는 살짝 발 걸음을 늦췄다. “내 기분이 어떻든 당신한테 중요하긴 해요? 본인 기분만 좋으면 된거죠.” 진몽요는 머릿속에서 바싱벨이 울렸다. “잠깐만! 무슨 말이에요? 말하는 게 꼭 나 때문에 화난거처럼? 다 큰 아저씨가 나 같은 어린 아가씨처럼 승질 부리는 거예요? 이유를 말하면 되잖아요.” 경소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많은 공항에서 말다툼을 하고싶지 않았다. 싸우는 건 그의 취향이 아니었고,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을 원치 않았다. 그저 자신이 침착해 질때까지 기다렸다. 화났을 때 감정조절을 잘 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몽요는 더 묻지 않았고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붐녕 어제 저녁에 전화할 때는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하루 아침에 분위기가 바뀐거지? 비행기 안,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소경은 눈을 감고 진몽요를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 진몽요는 불안한듯 옷깃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속내를 알 수가 없어서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속은 개미 100리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괴로웠다. 두 시간 후, 비행기가 착륙했고 경소경은 먼저 내렸다. 진몽요는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위에 사람만 없었다면 아마 울음이 터졌을 것이다. 애써 공항 밖으로 나올 때까지 참았고, 택시를 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