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경은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아까 호텔비도 나랑 더치페이 하지 그랬어요? 난 누가 내 돈 절약해 줄 필요 없어요. 그런데 비행기 값까지 계산해줘야 해요? 난 당신네 집까지 가서 픽업할 시간이 있었는데 안 갔어요. 당신은 화도 안 내고 물어보지도 않았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내가 신경 안 썼으니까 당신도 신경 안 쓰겠다 이거예요?” 그는 이런 연애 방식을 잘 알았다. 왜냐면 과거에 그는 감정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 역할이었고, 갑자기 반대가 되니까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진몽요의 반박자 느린 머리는 드디어 제 박자를 찾았다. 그가 질렸거나 후회되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자 속으로 안도했다. “아니에요… 난 그냥 거기까지 생각 못 했어요. 난 그냥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지기 전까지 당신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싶지가 않았어요. 혹시 당신 어머니가 내가 돈 때문에 만난다고 생각할까봐요… 나도 당신 돈 많은 거 알아요, 근데 이건 존중의 문제에요. 당신이 픽업하러 오지 않았을 땐 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 일텐데 내가 왜 그걸로 싸워야해요? 난 신경을 안 쓴게 아니라 당신을 이해한 거예요! 이거 때문에 화난 거예요?” 그녀의 설명을 듣자 경소경의 분노는 이미 반쯤 식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대신한 건 죄책감이었다. 그는 두 사람이 사귀면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 다른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장 또한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하람의 시선까지 신경 쓸 줄 몰랐다. 그가 잘해주지 못 해도 그녀는 무조건 그가 바쁘다고 이해해줬고 어떻게 봐도 그녀가 맞았다. 이러면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눈에서 열등감을 보았다. 이렇게 활발한 여자가 왜 열등감을 느끼는 걸까? 왜 자신을 계속해서 낮추는 걸까? 그녀는 그한테 충분히 화낼 자격이 있는데 말이다. “혹시…” 그는 그녀가 예전에 있었던 안 좋은 일 때문에 잠재적으로 죄책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예민한
진몽요는 잠시 멈추더니 말했다. “싸웠다고 볼 수는 없어. 그냥 나랑 그 사람 사이에 의견차이가 좀 있었지. 가치관이 달랐어. 예를 들어서 나는 사귀는 기간 동안 그 사람 돈을 많이 쓰고싶지 않고, 나 픽업 못 해줄 때도 트집 잡기 싫어. 근데 그 사람은 내가 무관심하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나봐. 그래도 나는 더치페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래야 나중에 헤어져도 빚진 게 없잖아. 못 데리러 오는 게 뭐 어때서? 만약 그 사람이 정말 바쁘면 나는 철없이 행동하는 거잖아? 그래서… 다 사소한 일이야. 근데 해결 하려니 막상 큰 일 같은거지. 피곤해.” 온연한테 이런 일은 큰 일에 속하지도 않았다. “너희가 사귀면서 행복하면 된거지. 분명 둘 중한명은 양보를 해야 할 거야. 네가 만약 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으면 그 사람 방식대로 하는거고, 그 사람이 너를 더 아낀다면 네 방식대로 하겠지. 큰 일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이왕 나와서 노는김에 신나게 놀아야지. 우리 이제 점심 때 가게에서 밥 해 먹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먹을래? 아니면 경소경이랑 나가서 먹을래?” 진몽요는 생각했다. 나가서 밥 먹는 게 맞았지만 또 온연은 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아마 나가서 먹을 것 같아. 하지만 너랑도 먹고싶어, 같이 나갈래? 커플 사이에 끼기 싫다고 하지 말고~ 이렇게 하는걸로 하자! 란샹언니랑 직원들한테는 나중에 사주고.” 베프가 왔으니 온연은 당연히 함께해줘야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경소경은 먼저 진몽요에게 식당에 가 있으라고 전화했고, 그도 곧 도착한다고 전했다. 진몽요는 온연을 데리고 택시를 타서 먼저 도착했고, 20분 후에 경소경이 뒤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라 목정침과 함께였다! 목정침의 냉철한 시선과 마주친 그 순간 온연은 심호흡을 했다. 온 몸이 마비되는 느낌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녀는 이미 경소경이 목정침과 함께 올 거라는 걸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왕 식사하러 왔으니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목정침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일어났다. 온연은 마음이 심란해졌고 원망스러운 경소경은 한 대 때리고 싶었다.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먼저 갈게요.” 목정침을 팔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데려다줄게.”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됐어요.” 그는 고집을 부리며 “내가 데려다 준다고.” 결국 온연은 그에게 져주는 셈치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녀는 뒤좌석에 앉았다. 차 안에 냉기가 바깥에 열기를 식혀주었고, 온연은 지나가는 건물들을 보며 생각을 비웠다. 그녀도 자신이 왜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의 차에 탔는지 몰랐다… 만약 오늘 진몽요와 동행하지 않았다면 그와 밥 먹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침묵을 유지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날 저녁 일 미안해.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그의 무심한 말투속엔 진심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래도 사과는 했으니 온연도 더 이상 그 날 밤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똑 같은 말투로 “많이 마신 거 알아요, 그래서 괜찮아요. 그치만 다음번에 같은 실수하지 말아요.” 그는 뜨끔했다. “다음엔 술 마시고 널 찾아가지 않을게.” 이 말은 술 안 마셨을 때 오겠다는 뜻인가?! 온연은 참지 못하고 강조했다. “맨정신으로도 나 찾아오지 말아요. 이혼 얘기 외에는 영원히 나 찾으러 오지 말아요. 알겠어요?” 때마침 신호가 걸려 차가 멈췄다. 빨간불을 보면서 온연은 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지만 차 문은 잠겨 있어 어쩔 수 없었다. 10초 후에 목정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처음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 모든 걸 다 처음부터. 이혼은 안돼. 너는 네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날 원망하고 미워해도 좋아. 그런데 우리 사이에 선 긋지는 마.” 착각인가? 왜 그녀는 그의 말투에서 부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걸까? 그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의 악랄한 태도들은 다 적응이 됐지만 그런
그녀는 심플한 꽃병 몇 개를 꺼내어 꽃을 정리했다. 꽃병을 4병이나 쓰고 나서야 꽃을 다 꽂았다. 이렇게 보니 가게도 더 화사해보였다. 안야는 부러워했다. “누가 보낸걸까요? 너무 예뻐요. 꽃이 이렇게 많으면 분명 비싸겠죠? 작은 꽃다발도 최소 100송이는 될텐데. 이 꽃가게 여기서 제일 비싼 꽃가게예요. 게다가 프랜차이즈. 가격도 엄청 비싸요.” 온연의 기분은 꽃 덕분에 조금 좋아졌다. “누가 보낸 게 뭐가 중요해.” 호텔. 진몽요는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고, 경소경은 옆에서 폰을 하며 시도때도 없이 그녀를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밥 먹고 돌아오자 그녀는 낮잠을 자야한다고 우기더니 정말 잠에 들었다. 이 전에도 며칠동안 못 봤는데, 심지어 만나서도 싸우고, 원래 연애 초반일수록 더 잘해야 하지 않나? 그녀가 잠이 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갈수록 폰만 보는 게 지루하자 그는 누워서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누워있는 자세가 불편할 것 같아 시도만 해보고 포기했다. 다시 폰을 켜 그녀에 허리에 올렸고, 과하게 누르지 않았다. 갑자기, 경소경은 실수로 옆구리를 건들였다. 그런 그녀는 간지러웠는지 바로 피했다. 반응이 민첩한 걸 보니 잠에 든 사람 같지가 않았다. 경소경은 잠시 멈췄다. “깼어요?” 그녀는 연기하지 않고 그의 몸에 올려 둔 다리를 치웠다. “응… 좀만 더 눈 감고 있을게요…” 그는 그녀가 깨기만을 기다렸는데 더 자게 할 수 없었다. “그만 자요, 아니면 저녁에 못 자요…” 그가 몸을 움직여 그녀에게 키스하려 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의 턱을 잡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뭐 하는 거예요? 만지지 말라는 거예요? 아직도 화난 거 아니죠? 내가 잘못 했다니까요.” 그녀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성을 잃기 전에 그녀는 그를 확 밀쳐냈다. “몇시예요? 지금 가게 바쁠텐데. 저녁에 연이랑 같이 밥도 먹을 겸 가서 도와줘야겠어요.”
지금 마침 가게가 바쁠 시간이라 온연도 진몽요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 “주방에서 뭐하게? 너 디저트 만드는 법도 모르잖아. 가서 안야 도와줘.” 진몽요는 정신이 딴데 팔려 있었다. “내가 조수할게. 안야는 별로 안 바빠서.” 온연은 그제서야 그녀를 쳐다봤다. “뭔 일 있어?” “나… 갑자기 헤어지고 싶어.” 이 말에 온연은 적잖이 놀랐다. “뭐? 왜? 경소경이 뭐 잘못했어? 아니면 여자 못 끊었어?” 진몽요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니, 잘해줘. 너무 잘해줘. 그래서 나랑 더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나한테 왜 잘해주는 거야? 난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깨끗하지도 않은데. 그 사람이 나한테 조금이라도 나쁘거나 자상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텐데. 왜 나를 애기 다루듯이 잘 해주는 걸까? 나 같은 사람은 머리도 안 좋고, 능력도 없고, 나중에 결혼해도 그냥 들러리라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연아, 난 지금 깨달았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랑 강제로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설령 우리집이 파산되지 않았어도 난 그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았을 거야. 난 먹고 마시고 노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그 사람은 바람둥이인 거 말고 부족한 게 없어. 심지어 그 단점도 나를 위해서 고쳤지. 어떻게 해야 공평해질 수 있을까? 만약 내 일을 어머님이 알게 된다면 난 경가네 대문도 못 들어갈 거야. 세상에 비밀은 없잖아. 내가 숨길 수 있다고 해도 나는 평생 거짓말쟁이로 살고 싶지 않아.” 온연은 너무 속상했다. 궁극적으로 그녀는 자신을 탓하며 그 일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경소경이 괜찮다고 해도 이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오래 고민하더니 말했다. “몽요야… 너무 충동적으로 생각하지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때 일은 너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었잖아. 넌 피해자야, 그리고 원래는 내가 당했어야 했잖아… 경소경네 엄마도 그렇게 무식한 사람은 아니잖아. 분명 다 이해해 주실 거야. 그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
저녁에 진몽요와 경소경은 함께 밥을 먹고, 야시장을 구경했다. 이건 진몽요가 제안했다. 사고싶은 물건은 없었지만 단지 경소경이랑 함께 걷고 싶었다… 야외는 너무 더워 그들은 구경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쇼핑몰은 시원했고 사람도 많았다. 시계 가게를 지나치면서 경소경의 눈에 여자 시계 하나가 들어왔다. 가격도 보지 않고 들어가 직원에게 꺼내달라고 했다. “이 시계 예쁘죠? 어때요?” 진몽요는 그 시계를 보면서 그가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뻤지만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됐어요.” 경소경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요, 싫음 말아요.” 그는 그녀가 그의 돈을 쓰고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뒤돌았을 때, 그는 작게 직원에게 포장해달라고 요청했고 재빨리 결제한 후에 박스를 숨긴 채 그녀를 뒤따라 갔다. 만약 선물로 주는거라면, 그녀가 화내지 않겠지? 10시가 다되자, 몰 안에 사람이 점차 줄었다. 거의 마감시간이었는데, 진몽요는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경소경은 저녁 내내 구경하느라 힘이 다 빠졌다. “호텔로 돌아가죠? 늦었는데.” 진몽요는 어리둥절하며 “늦었어요? 그래요…” 그녀가 대답하자 경소경은 안도했다. 드디어 구경을 멈출 수 있었다. 그녀에 어깨에 팔을 감싸며 “내일 여기서 하루종일 놀아줄게요. 정침이한테 말해서 하루 시간 비웠어요.” 진몽요는 영혼 없이 대답한 후, 어떻게 말을 시작할지 고민했다. 호텔에 돌아온 후, 방에 들어서는 순간에 그녀는 용기를 냈다. “경소경씨, 우리 그만 만나요.” 경소경은 문을 닫다가 멈춰버렸다. “뭐라고 했어요?” “헤어지자고요.” 그녀는 그를 등지며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내가 말했죠,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경소경은 그녀의 낌새를 눈치 챘는지 말할 때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나 지금 함부로 말 하는 거 아니예요. 진심이에요. 오늘 새벽 1시 비행기 끊었어요, 조금 이따가 공항 가봐야해요.” 진몽요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
온연은 그녀와 함께 마셔주었다. “나도 알아. 네가 한 결정이니까 더 마음이 안 좋겠지. 어쩌면 한 평생 아플수도 있어… 젊을 땐 서로 좋아하고, 사귀기만 하면 무서울 게 없는데, 좀 더 성숙해지면 멀리 볼 수밖에 없어. 어쨌든 몽요야, 내가 미안해. 그런 일이 너한테 없었더라면, 너랑 경소경도 이렇진 않았겠지.” 말은 이렇게 해도 진몽요는 한번도 온연 탓을 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네 탓을 해? 강연연이랑 전지 탓을 해야지. 그건 내 문제였어. 만약 내가 전지를 몰랐더라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겠지. 경소경이랑 사귀게 됐을 때, 처음엔 모든 게 완벽하고 미래가 기대되더라. 근데 좋은 게 다 지나가고 나서야 문제점을 발견했어. 만약 내 머리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미리 해결책을 생각했을텐데. 그때 죽어도 안된다고 거절했으면 지금처럼 마음 복잡할 일도 없었겠지. 한번도 무언가를 얻은 후에 그걸 또 잃은 적이 없었어. 두 가지가 다 느낌이 달라. 후자는 고통스럽고, 전자는 유감스럽지.” 강연연과 전지가 언급되자 온연의 마음속엔 작은 파도가 쳤다. 전지는 잠수를 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강연연의 행방만 명확했다. 강연연 같은 사람에게 감옥에서 1년은 너무 가벼운 형벌이었다. 비록 목정침의 호의를 받아드리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제도로 돌아갈거야, 여기에 남을거야?” 진몽요는 막막한 듯 고개를 절레며 “나도 모르겠어.”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네가 기운 좀 차리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경소경도 지금 괜찮지 않을 거야. 그런 바람둥이 같은 사람은 상처받으면 어떨지 궁금하네…” 경소경이 생각날수록 그녀는 더 크게 울었다. 평소 경소경의 늘 우아한 기운을 풍기며 성격도 좋았다. 하지만 이별통보를 받았을 때 그는 완전히 태도가 바뀌어 분노를 했다. 이것만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이 좋지 않았고, 괴로워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호텔, 목정침이 경소경의 방에 왔을 때 눈 앞
새벽, 경소경은 담배를 피며 진몽요의 전화번호를 보고 또 봤지만 결국 전화를 걸지 않았다. 이 시간, 그녀는 이미 제도로 돌아갔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잠에 들지 못 했다. 그것도 여자 때문에. 그가 담배를 버리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이 새벽에 전화 올 사람이 없어 귀찮은 듯 화면을 봤는데 발신자가 진몽요인 걸 보자 그는 굳어버렸다. 몇 초 후에 다시 정신을 차린 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목소리가 살짝 쉬었다. “여보세요…? 집 도착했어요?” 전화너머 진몽요의 만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경소경씨… 어디에요? 만나고 싶어요…” 그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술 마셨어요? 제도로 돌아간 거 아니에요? 어디에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는지 진몽요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헤어지고 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알아요? 하지만 헤어지지 않아도 우리는 미래가 없잖아요… 우리는 거리가 너무 멀어요… 게다가 당신은 금사빠라서 나는 평생 당신을 붙잡아 둘 자신이 없어요. 나중에 날 미워해서 버릴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난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어요. 그냥 옆에 있는 들러리 같은 존재일 뿐, 당신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옆에서 온연의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그만해, 너 너무 많이 마셨어. 얼른 자…” 그녀는 제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온연에 집에 있어! 경소경은 방키를 챙겨서 재빨리 나갔다. 그녀가 만나고 싶다고 하니 언제든지 그녀를 찾으러 가야했다. 목정침의 방문을 두드릴 때 경소경은 시간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목정침은 비몽사몽 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고, 똥 씹은 표정이 경소경을 보자 조금 풀렸다. “미쳤어?” 경소경은 목정침의 바으로 쳐 들어가 차키를 챙겼다. “차 좀 빌릴게!” 목정침이 무슨 일인지도 묻기 전에 그는 떠났다. 안 그래도 잠을 못 자 그는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파트 단지에 거의 도착하자, 경소경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에 전화를 받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