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후, 온연이 말했다. “호텔로 가서 방 하나 따로해줘요. 핸드폰은 챙겼는데 신분증을 안 챙겨서…” 목정침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선 바로 호텔로 향했다. 호텔 리셉션을 지나치자 온연은 발걸음을 멈췄고 그가 말했다. “신분증 없으면 그냥 내 방가서 자. 난 소파에서 잘 게.” 온연은 당연히 신분증 없이 체크인을 못 하는 걸 알았다. 하지만 목정침이 차에서 분명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게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방법이 이런건지 누가 알았을까? 이미 왔으니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거의 새벽4시가 다 되었고, 그녀는 너무 피곤했다. 내일가게에 출근도 해야했다. 목정침은 이 호텔에 VIP룸을 자주 이용했다. 거실에 럭셔리한 소파가 있었고 안방과 거실은 분리되어 있었다. 비록 문은 없었지만 공간이 붙어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 침대에 흐트러진 흔적을 보자, 온연은 목정침이 급하게 일어나서 자신을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다. 막상 그의 침대에서 자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소파에서 잘게요. 어차피 하룻밤이니 대충 자면 돼요. 너무 늦었으니까 먼저 잘게요.” 그녀가 소파로 걸어가자 목정침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내가 말했지. 네가 침대에서 자라고. 아니면 같이 자든지. 네가 골라.” 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안방으로 걸어갔다. 눕자마자 갑자기 그의 향기가 그녀를 감쌌다. 이 상태로 그녀는 절대 잠에 들 수 없었다. 같이 자는거랑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분명 악몽이라도 꿀 것 같았다! 목정침은 이미 소파에서 잠이 들어 그녀는 다시 자리를 바꾸자고 말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누워있자 그제서야 잠이 솔솔 왔다. 아파트 안, 경소경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진몽요는 몇 번이나 토를 하고 나서야 멈췄고, 절대 자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정상적인 교류를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으나 그는 궁금했다. “진몽요씨, 나 좀 봐 봐요.” 진몽요는 소파에 반쯤 누워 실실 웃었다. 대담하게 그와 눈을 마주치며 농담까
목정침은 소파에게 노트북을 하며 몇 초 후에 대답했다. “네가 너무 깊게 잠 들었길래, 코도 골던데. 어떻게 깨워?” 코를 골았다고?! 온연은 살짝 민망했다. 그녀는 자신이 코고는지 전혀 몰랐는데, 그가 그걸 밤새 들었다니… “허허… 어제 저녁은 고마웠어요. 방해되니까 먼저 가 볼게요.” 그녀는 어제 저녁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곳에 온거였다. 만약 지금 그에게 냉정하게 굴면, 배은망덕하니 나름 고마운 말투로 말했다. “밥 먹고 가, 배달시켰어. 곧 도착한데.” 목정침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됐어요. 집에 가서 만들어 먹으면 돼요.” 온연은 일부러 거절했다. “소경이한테 아직 전화 안 왔어.” 목정침은 노트북을 닫고 그녀를 봤다. 온연은 고민했다. 경소경이 전화가 안 왔다는 건 아직 거기 있다는 뜻인데, 지금 돌아가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해요… 실례 좀 할게요.” 그녀의 말투에 뭔가 낯선 사람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 목정침은 짜증이 나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온연은 공짜로 음식을 먹는게 그래서 직접 포장을 뜯고 수저를 놨다. 음식은 딱 보니까 경소경네 레스토랑에서 온 거였다. 냄새가 좋아서 식욕을 더 돋우었다. 목정침은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너 말랐어.” 그의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온연은 음식을 집던 젓가락을 거두고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 했다. 예전에는 이 사람이 자신이 말랐는지 안 말랐는지 신경 썼었다? 그녀가 10년 넘게 기대하던 자상함을 막상 쉽게 얻으니 느끼면 안되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 아파트 안. 진몽요는 음식냄새의 맛있는 냄새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온연이 밥을 했다고 생각해서 머리가 헝크러진 채로 주방으로 나왔다. “연아, 뭐 맛있는 거 했어?...” 말을 하다 말고 그녀는 벙쪘다. 주방에는 온연이 아니라 경소경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경소경은 고개
진몽요는 잘못한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크게 크게 밥을 먹었다. 어제 저녁에 술도 많이 마시고 토도 많이 했으니 자고 일어난 후엔 당연히 배가 고팠다. 밥은 다 먹은 뒤에야 온연이 생각났다. “연이는요? 어제 저녁에 계속 여기에 있었어요? 그럼 연이는 어디 갔어요?” 경소경은 이상하게 웃었다. “내가 정침이한테 데려가라고 했어요. 아마 호텔에 있을 거예요.” 진몽요는 생각지도 못 했다. “연이가 갔어요?” 경소경은 어깨를 들썩이며 “갔겠죠. 어제 당신 때문에 새벽 3시까지 고생해서 힘들고 피곤할 거예요. 호텔 가서 자는 게 낫죠, 모기도 안 물리고. 지금쯤 두 사람 다 일어났겠죠. 주변에 워터파크 봐둔 곳 있는데 거기 갈래요? 이 주변에 마침 바다도 없어서 워터파크 가기엔 딱 좋을 거 같은데. 규모도 크고 시설도 괜찮아 보였어요.” 먹고 마시고 노는 일은 쉽게 진몽요를 유혹할 수 있었다. 방금 헤어지고 또 재결합했으니 나가서 기분전환 하는 것도 괜찮았다. “그래요, 그럼 내가 연이한테 전화해 볼 게요. 목정침 차 있지 않아요? 그 차 타고 가면 딱이네요. 당연이 그 두 사람도 같이 가면 좋고요.” 온연이 전화를 받았을 때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였다. 진몽요가 목정침까지 데리고 워터파크에 가자고 하자 그녀는 목정침을 흘낏 봤다. “워터파크 갈래요?” 목정침은 그런 곳에 가본적이 없어 당연히 인상을 찌푸렸다. “너 가고싶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오늘 가게도 안 열고, 바람도 쐴 겸요. 밖에 날씨도 더운데.” 그는 차키를 챙겼다.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그는 워터파크에 관심이 없어 기사만 하겠다는 뜻이었다. 진몽요와 경소경을 태우고 다 같이 교외로 향했다. 규모가 꽤 커서 교외 쪽에 위치해 있었다. 진몽요는 신난 모습으로 가방에서 수영복을 꺼냈다. “연아 내가 네 수영복도 챙겼어. 봐봐. 내가 비슷한 거 두개 샀는데 너 하나 나 하나 입자. 네가 입으면 분명 이쁠거야!” 수영복은 검은색에
목정침은 아무 말없이 해변쪽으로 따라갔다. 온연도 옅은 숨을 내쉬며 그의 뒤를 따랐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목정침을 봤는데, 뒷모습만 봐도 그의 몸매가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균형적인 체형, 탄탄함, 하얀 피부, 숨길 수 없는 긴 다리… 매혹적이었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건지 목정침은 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빨리 걸어.”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알겠어요…” 오늘의 태양이 뜨거워서 사람이 다 탈것만 같았다. 해변가 파라솔로 걸어가 진몽요는 선크림을 경소경에게 건넸고 선베드에 엎드렸다. “좀 발라줘요, 골고루. 타면 안 예쁘니까.” 경소경은 자연스럽게 임무에 충실해서 꼼꼼하게 발랐다. 진몽요는 온연이 서서 움직이지 않자 재촉했다. “목정침한테 발라 달라고 해. 다 바르고 나서 물 속에 들어가야지. 너 타면 겨울 지날 때까지도 피부색 안 돌아오고 탈각 돼. 생각만 해도 끔찍해!” 온연은 두피가 움찔하며 이미 진몽요를 패고 싶은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목정침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못하는 말이 없었다. 일부러 그런거겠지?! 그녀가 주춤 거리자 목정침이 무표정으로 선크림을 들었다. “누워.” 상대방이 괜찮다고 하니 그녀도 억지부릴 이유가 없었다. 선크림 한번 발라주는데 뭐 별거 있나…? 그녀는 고맙다고 말한 뒤 옆에 있던 선베드에 엎드렸다. “들만 발라주면 돼요, 앞은 내가 할게요.” 목정침은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창백한 피부에 머물렀고, 그의 기억이 맞다면 그녀의 몸에는 점도 거의 없었고 몽고반점 같은것도 없었다. 그저 예전에 그를 대신해서 맞은 칼 흉터만 남아 있었다… 이렇게 좋은 피부가 타버리면 정말 아까운 일이었다. 그는 경소경보다 더 세심하게 발랐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고 호흡도 살짝 가빠졋다. 빠르게 다 발라준 뒤, 그는 선크림을 내려놓고 먼저 수심이 깊은 물 쪽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전문적으로
진몽요가 그녀를 놓아줄 수 있을까? 그녀를 경소경 품 안으로 밀며 “너 저 사람 안고 있어. 아니면 떠내려가. 파도 또 오니까 잘 잡고 있어. 몇 번 있다보면 안 무서울 거야. 은근 재밌어. 경소경 말로는 목정침 수영 잘 한다던데, 넌 왜 이렇게 오리 같아? 수영을 하나도 못하네.” 온연과 경소경은 동시에 어색해졌다. 진몽요는 어떻게 마음씨가 이렇게 넓을 수 있지? 경소경은 수영바지만 입고 있고, 온연도 거의 안 걸친거나 마찬가지인 수영복을 입고 있는데 두 사람이 안고 있으면 그림이 좀 이상하지 않을까? 경소경은 말도 하지 못하고, 손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저 온연은 옆에서 어색하게 그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몽요야! 너 뭐하는 거야? 내가 너 안고 있으면 안돼?” 진몽요는 난처한 모습의 두 사람을 보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난 수영할 줄 아는데 넌 못 하잖아. 좀 안고 있는다고 닳는것도 아닌데 괜찮아. 난 널 믿으니까 잡고 있어도 돼.” 경소경은 속으로 울기 직전이었다. 진몽요가 온연을 믿는다고 해도, 그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생리적 반응은 그가 제어할 수 없는 거였다. 절망적인 그 순간에, 경소경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해변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던 목정침을 발견했다. 그는 미친듯이 목정침에게 손짓했고, 드디어 목정침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온연을 안으려는 도발적인 손짓을 하자 목정침은 당연히 음료를 내려놓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빠르게, 다시 한번 파도가 덮쳤다. 파도가 거의 모든 사람의 머리까지 덮치자 온연은 혼란속에 경소경의 어깨를 놓쳤고, 아무나 막 잡았다.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중심을 잡아주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가 눈을 떠보니 경소경과 진몽요는 이미 저 멀리 떠내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뒤에서 그녀를 잡아준 사람은 누굴까?! 그녀가 뒤를 돌았더니 목정침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그의 팔을 뿌리치려 했으나 몸이 다시 가라앉자
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먼저 밖으로 걸어갔다. 차 키를 챙겨서 두 사람은 같이 차로 돌아왔다. 온연은 뒤에 쭈그려 물건을 찾고 있었고, 목정침이 차에 타서 문을 잠군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가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려는 줄 알았다. 결국 겉옷을 찾지 못하자 그녀는 진이 빠졌다. “됐어요, 못 찾았어요. 몽요네 찾으러 가요.” 목정침의 깊은 눈동자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에 고정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수영복 차림을 봤다는 생각에 질투가 났다. 수영장 안에서 그녀가 그를 안았을 때 두 사람의 피부가 맞닿았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그의 무릎 위에 앉았고, 당황한 듯 바로 저항했다. “뭐해요? 다 젖었잖아요, 이러다 차 더러워져요!” 그는 그녀의 뒷통수를 꽉 잡고 쉴새없이 말하는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를 좌석에 눕혀 일사불란하게 행동을 개시했다. 온연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온 몸이 굳었다. “미쳤어요?!” 그는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숨을 뱉으며 “지금시간엔 여기 사람 없어, 주위는 다 차로 둘려싸여 있고.” 온연은 목정침이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가 분명 미쳤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두 사람이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모순적으로 속에서 분노가 차올랐지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녀는 한 손은 등반이에 기대고 한 손은 그를 밀어내며 “일어나요…! 여기서 이러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그녀는 그의 약점을 알고 이럴 때 화내지 않고 부탁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그녀의 콧볼에 뽀뽀를 했다. “네 말은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거지?” 그녀가 화난 눈빛으로 그를 보았지만 타격감보다는 오히려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의도적으로 질문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맞다고 대답하면 그는 앞으로 더
온연은 약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약을 먹은 후 공용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 다시 놀러 나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결국 카페로 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얼굴의 열기를 식혔다. 밖은 너무 더워 아직까지도 얼굴이 후끈거렸다. 얼마 후, 목정침도 카페로 들어와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그를 흘깃 쳐다보더니 얼굴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아직까지도 화가난 모양이다. “내 잘못이야.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어.” 그녀는 순간 얼어버렸다. 이 자식, 언제부터 인정하는 법을 배운거지? 원래 그녀는 속으로 분노가 끓어올랐는데, 그가 이런식으로 나오니 오히려 흔들렸다. 그녀는 자세를 바로하고 담담하게 말햇다. “당신 잘못 아니에요. 뭘 하든 당신이 다 옳으니까. 당신은 목정침이니까 하고싶은대로 하는거죠. 누가 감히 말려요? 누가 감히 어떻게 하겠어요?” 그는 숨을 들이마시며 진심으로 말했다. “다음에는 안 그럴게.” 온연은 대답도 안 하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먼저 고개 숙이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었기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오후 5시, 네 사람은 시내로 향했다. 진몽요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고 온연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온연을 데리고 목정침과 경소경이 잠시 머무르고 있는 호텔로 가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다. 온연은 경소경과 진몽요를 따라가고 있었으나, 그들이 시도때도 없이 알콩달콩 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목정침의 방으로 가서 고요함을 택했다. 목정침이 호텔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건 샤워다. 비록 워터파크에서 씻었지만 그는 여전히 결벽증이 있었다. 온연은 지루한 듯 소파에 앉아 폰을 보고 있었고, 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추자 온 집중력은 목정침에게로 쏠렸다. 부부인 남녀가 같은 방에 있으니 그녀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차에서도 갑자기 그가 ‘흥분’했는데 지금은 호텔이니 혹시 그가 또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물소리가 멈췄지만 목정침은 나오지
목정침은 단언하지 않았다. 비록 이런곳의 환경이 그가 보기엔 후졌지만, 온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견딜 수 있었다. 먹는 도중, 진몽요는 호기심이 생겨 경소경에게 물었다. “듣기로는 중년 남자들은 나이 들면 살도 찌고 술배도 나온다던데, 당신 복근도 없어지는 거 아니죠?” 경소경은 입을 삐죽거리며 “당신이 나를 계속 이런 곳에 데려오면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보통 그런 일은 나한테 안 생겨요.” 진몽요는 배시시 웃었다. “나중에 당신이 배 나오고 머리숫도 없는 아저씨로 변할 거 생각하니까 끔찍해요. 어떡하죠? ㅎㅎㅎ” 경소경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렇게 웃으면서 끔찍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나 같은 도련님은 세월도 빗겨갈 수 있어요. 설령 나중에 70살 80살이 되서도 당신이 말한 거처럼은 절대 안 될걸요. 어렸을 때부터 잘생긴 건 나이들 때까지 똑같아요. 알겠어요? 여자들이야 말로, 애 낳으면 몸에 변화가 생기잖아요. 그런건 스스로 바꿀 수도 없고.” 애 낳는 얘기가 나오자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예전에 그녀는 주량이 약해서 한 잔만 마셔도 취했지만 지금은 맥주를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물론 이건 다 진몽요 덕이었다. 다 진몽요와 함께 마시면서 주량이 늘었다. 목정침은 테이블 밑에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놀라서 그를 힐끗 쳐다보고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가 아예 힘으로 잡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그는 계속해서 손을 잡고 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경소경은 양아치처럼 의자에 기대어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다리를 꼰채 진몽요와 얘기하고 있엇다. 아무도 그가 양복입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멀쩡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 할 것이다. 그의 모습은 분위기에 취한 게 눈에 보였고, 진몽요도 즐거워보였다. 경소경은 의식적으로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고, 두 사람이 사귀려면 어느 한 쪽은 양보하고 먼저 변화를 보여야만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