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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민혁의 말은 다시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회귀 후 다시 생겼던 용기가 사그라들었다.

‘왜, 왜 회귀해도 바꿀 수 없는 건데! 왜!'

‘설마 나는 앞으로도 음악할 수 없는 건 아니지? 계속 진성균의 그림자 속에 살아야 하는 거야?'

귀찮은 연락을 받지 않기 위해 나는 이번에 자주 쓰는 핸드폰을 베란다에 놓아두었고 노트북을 열어 작곡도 하지 않았다.

진성균은 어떻게 내가 금방 만든 곡을 알고 있는 것일까?

SNS에 진성균이 자작곡이라며 올린 음원 덕분에 진성균의 이름은 사흘 내내 실시간 인기 검색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도 전부 진성균의 음원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인기는 비밀 결혼이 폭로된 톱스타조차도 묻히게 되었다.

어떤 팬들은 그가 공개한 새로운 음원 아래 왜 갑자기 스타일이 변한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며칠 전 공개한 음원을 누군가 표절을 했더라고요. 다행히 제가 그 소식을 일찍 접하고 미리 시간을 바꾸어 먼저 공개를 해서 넘어갈 수 있었죠.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힘든 상황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신곡도 사실은 제 노래를 표절한 사람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만든 거예요. 재능은 싱어송라이터의 무기에요. 그러니 당신은 아무리 표절을 해도 절대 저를 이길 수 없을 겁니다!”

힘이 잔뜩 실린 그의 선언에 모든 SNS와 플랫폼에 인기 영상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누군가는 소속사가 전에 올린 신곡 트레일러 홍보 글에서 내 SNS 계정을 찾은 후 미친 듯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우리 성균 오빠가 말한 표절꾼이 너지? 신곡 낸다고 하지 않았나? 며칠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잠잠해. 신곡 어디 있냐?]

[하, 이런 주제에 싱어송라이터 한다고? 전에 발표한 곡도 전부 표절이지?]

나는 살면서 아직 곡을 내본 적 없었다. 그런데 곡을 내기도 전에 나는 표절꾼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네티즌들은 내 계정 아래로 수많은 댓글을 달았다.

진성균은 이제 금방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어송라이터였다. 대부분은 연습생 때부터 그를 봐온 팬이었던지라 골수팬은 몇 없었다.

이번 소동으로 진성균의 평판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더 떨어졌다.

나의 톱배우 여자친구는 이를 당연히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내일 성균이 축하 파티할 거니까 꼭 와!”

명령조로 말하는 이세리에 나는 헛웃음만 나왔다.

“왜?”

“왜라니? 네 팬들이 지금 성균이를 공격하고 있잖아. 성균이가 악플로 지금 스트레스받아서 이틀째 술만 마시고 있다고!”

“내 남자친구가 계속하고 싶은 거라면 내일 반드시 축하 파티에 와서 네가 표절한 거 맞다고 밝혀!”

표절한 사람은 진성균이었다. 그런 사람의 축하 파티까지 가야 한다니 정말로 기가 찼지만 나는 이를 빠득 갈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진성균에게서 알아내야 할 것이 있었으니까.

축하 파티 당일, 이세리는 진성균의 팔에 팔짱을 낀 채 나타났고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진성균 씨, 두 개의 자작곡으로 캐러멜 뮤직 기록을 깨버렸네요.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계시잖아요!”

“우리 성균이 형의 발라드는 듣기만 해도 눈물이 줄줄 흐르게 한다니까요. 그런데 록도 잘할 줄은 몰랐어요. 내 안에 숨어 있던 록 스피릿이 깨어나는 기분이라니까요. 정말이지 천재 싱어송라이터가 정확하네요!”

진성균의 옆에 있던 직원이 갑자기 나에게 눈길을 돌리며 째려보았다.

“누구처럼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아놓고 표절하지는 않죠.”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진성균 씨는 확실히 보기 드문 천재죠. 그러면 첫 자작곡에 왜 단조를 사용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진성균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세리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지해일, 그만해! 성균이는 그 사건 넘어가 주기로 하고 널 축하 파티에 부른 거야. 그러니까 자꾸 망칠 생각하지 마!”

이세리는 빨개진 얼굴로 진성균을 감쌌다. 나는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세리가 분명 무언갈 알고 있다고.

“천재 싱어송라이터라면서요. 그런데 왜 이런 쉬운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하는 거죠?!”

진성균은 이세리를 뒤로 감쌌다.

“딱히 대답을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장조는 템포가 빠르니까 은은한 분위기를 내면서 감정을 이끌 수 있는 단조를 사용한 거예요. ‘폐허 속의 햇빛'을 0.75 배속하면 그렇게 신나는 곡이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 있죠. 물론 단조가 이 노래에 더 잘 어울려서 사용한 것도 있죠.”

나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진성균이 한 말은 내가 곡을 쓰면서 했던 생각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곡을 0.75배속 한다면 영화 속 쿠키 영상처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그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설명 잘 들었어요. 전 다른 일이 있어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나는 룸에서 나왔다. 그러자 이세리가 바로 쫓아 나왔다.

“방금 한 말 무슨 의미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앞에서 굳이 성균이 체면 구겨야 했어?”

이세리는 나에게 잔뜩 실망한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더는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헤어지자. 난 은퇴할 거야. 본가로 돌아갈 거니까 너랑 진성균 일찍이 서로 마음 확인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또 왜 이상한 질투를 하는 건데! 본가로 돌아가서 뭐하게? 네 아빠랑 같이 공사 현장이라도 뛰겠다는 거야?”

이세리는 기가 찬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네 아빠한테 위약금은 물어줄 돈이나 있으시고?”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기에 웃으며 돌아섰다.

사실 이세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재벌 2세였다.

십몇 년 전 우리 아버지는 확실히 공사 현장을 뛰던 사람이셨다. 하지만 마침 창업에 성공하면서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위약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아버지에겐 그저 집 몇 채 사는 것뿐이었다.

가수의 꿈을 포기한다면 나는 돌아가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다.

나는 지켜볼 생각이다. 내가 작곡에서 손을 뗀다면 진성균이 어떻게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계속 남을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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