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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사흘 뒤, 나는 어머니랑 함께 여행을 떠났다.

제일 먼저 이집트에 도착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구경했고 다음 행선지로 모로코로 떠나 흰색의 도시 카사블랑카로 갔다.

어느새 겨울이 되자 우리는 북유럽으로 오로라 구경하러 떠났다.

밤하늘 가득한 별과 몽환적인 오로라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랐지만 더는 곡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 내 기분을 눈치채고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인생은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면 되는 게 아니란다. 가끔 뒤도 돌아보고 해야 해. 아들아, 이것 하나만 기억하고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영원히 널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줄 거란다.”

4개월의 여행은 끝이 났다. 마음도 정리되어 나는 아버지의 회사로 들어갔다.

바쁜 하루에 궁둥이 붙일 새도 없었지만 아버지는 하루하루 그런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공급업체의 접대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날 이세리가 나한테 연락했다.

“지해일, 성질 그만 부리고 얼른 돌아와. 자꾸 나 화나게 하지 말라고. 정말로 널 연예계에 발도 못 들이게 할 수 있으니까! 그땐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해!”

이세리는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청초한 겉모습과 달리 사실 돈에 눈이 먼 사람이었다.

연예계에서 돈을 벌기는 아주 쉬웠기에 이세리는 인력을 뛰는 사람의 아들인 내가 절대 이런 성공하기만 하면 빛나는 인생을 포기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성균이가 이미 사과했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풀고 용서해줘! 해일아, 나도 너 보고 싶어. 이제 그만 돌아와 줘.”

“자기야, 자기는 내게 피아노 쳐주는 걸 좋아했잖아. 최근에 뭐 곡 작업한 거 없어? 나 들려주면 안 될까?”

이세리의 너무도 다른 태도에 나는 이세리와 진성균이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확신하며 충동적으로 전화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연예계를 벗어나고 나니 일상은 아주 평화로웠다.

나는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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