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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소속사에서 이번 신곡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네가 취소하라고 하면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도 위에다 설명하기 어렵단 말이야!”

“이렇게 하자. 일단 내가 음원이 어디서 유출된 것인지 알아볼게. 그리고 넌 최대한 빨리 다른 곡을 써서 이번 신곡과 바꿀 수 있게 해줘.”

오민혁이 나간 뒤 나는 혼자 소파에 앉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진성균은 나의 톱배우 여자친구 이세리의 소꿉친구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지금까지 친하게 지냈다.

해외의 음대에서 졸업한 뒤 진성균은 이세리의 인맥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세리 같은 톱배우가 소꿉친구이니 진성균은 바로 국내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소속사 유하 엔터와 계약하게 되었다.

데뷔하자마자 해외 유명 감독의 영화 주제곡을 불렀다.

이것들은 진짜 남자친구인 나조차도 누려보지 못한 호사들이었다.

이세리는 늘 그에게 잘해주었던지라 질투를 하고 삐지는 쪽은 항상 그였다.

하지만 이세리는 진성균과 집안끼리도 서로 잘 아는 사이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녀가 난처해하는 것이 싫었던 나는 결국 그녀가 진성균을 도와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진성균이 그녀가 그토록 마음에 담아왔던 사람일 줄은 몰랐다.

나는 부단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진성균의 SNS로 들어가 실마리라도 찾으려고 했다. 드디어 한 달 전 진성균이 올린 게시물에서 낌새를 발견했다.

8월 26일에 진성균은 사진 한 장과 글귀를 올렸다.

[아이디어가 샘 솟네.]

나는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보았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노트엔 나와 똑같은 아이디어를 적어 놓았다.

심지어 내가 지워버린 가사마저도 글씨 하나 틀린 것 없이 똑같았다.

이 곡의 가사는 나의 이야기로 쓴 것이었으니 내가 다른 사람의 것을 표절할 가능성은 없었다.

‘설마 진성균도 나와 같은 날에 그 지진을 겪은 건가?'

‘아니, 절대 그럴 리 없어!'

진성균과 이세리는 같은 지역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작은 섬에서 살던 나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저 지워진 글마저 똑같은 노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고 있던 때에 오민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역시나 음원 유출에 관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오민혁의 말이 맞았다. 이번 신곡은 소속사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며 홍보도 했다. 플랫폼 인기 순위는 물론 대형 스크린에도 광고 홍보를 했기에 신곡 발표 전만 해도 이미 최소 몇억이 들었다.

회사에서 받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는 얼른 다른 신곡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작업실로 들어가 나는 오랜만에 기타를 잡았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이번엔 반드시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되어 지난 생에 받은 억울함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진성균이 나와 같이 회귀했을 거라곤 믿지 않았다.

이틀 뒤, 나는 밤샘 작업 끝에 드디어 새로운 곡의 가사를 작성해 냈다.

나는 잘 쓰지 않던 다른 핸드폰으로 간단히 샘플을 녹음한 뒤 바로 오민혁에게 전송해주었다.

오민혁은 듣자마자 흥분한 듯 연달아 이모티콘을 다섯 개나 보내왔다.

[록이야? 지해일, 넌 정말 천재야! 아니, 내가 모르는 네 재능 또 뭐 있는데?]

내가 답장하기도 전에 오민혁은 이번에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녹음실 예약해두었으니까 한 시간 뒤에 데리러 갈게.”

녹음을 끝내고 나오니 하늘엔 어느새 어둠이 드리워졌다.

오민혁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말했다.

“곧 휴가라 회사에서도 지금 예민한 상태야. 이 곡은 아마 10월 3일이 되어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때?”

나는 조급하게 오민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진성균의 근황을 물었다.

“아는 친구가 유하 엔터에 있긴 한데 진성균이 최근에 회사로 온 적 없다고 하더라고. 대체 뭘 하느라 바쁜지 모르겠네.”

신곡을 냈다면 당연히 전국을 돌면서 홍보하러 다녀야 했지만 진성균은 아무런 행보도 없었다.

너무도 이상했다.

뜻밖의 사건이 또 발생하기 전에 일단 먼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쉰 뒤 소속사에서 제안한 신곡 발표 날짜를 받아들였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드디어 회귀 이후 편히 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는 오민혁 때문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해일아, 큰일 났어!”

“진성균이 또 신곡을 발표했어! 네가 새벽에 녹음한 거랑...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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