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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악연
우연과 악연
작가: 베리리

제1화

“오늘 점심 12시에 네 신곡 공개가 될 거야.”

“긴장하지 마. 네 이번 신곡은 올해 골든 뮤직 어워즈의 최고의 작곡상은 떼 놓은 당상일 테니까!”

오민혁은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나는 금방 악몽에서 깨어났던지라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익숙한 거실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오민혁을 보니 나는 그제야 신곡 발표 당일로 회귀했음을 실감했다.

“며칠 동안 밤샘 곡 작업하느라 수고했어. 다음 스케줄은 나중에 다시 정해줄 테니까 일단 푹 쉬어.”

“잠깐만, 형!”

나는 얼른 문 쪽으로 가고 있는 오민혁을 부르며 벽에 걸린 시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째깍째깍 크게 들려왔다. 분침이 10을 가리킬 때 나는 핸드폰을 열어 진성균의 SNS로 들어갔다.

지난 생처럼 진성균은 음원 링크와 글귀를 SNS에 올렸다.

[제 자작곡 ‘폐허 속의 햇빛' 음원이 공개되었으니 많이 들어주세요.]

링크를 누르자 남자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거, 네 신곡이잖아!”

오민혁은 바로 나에게로 다가와 내 핸드폰을 가져갔다.

“멜로디랑 가사도 똑같아. 이건 네가 만든 곡인데 왜 진성균이 음원을 발표한 거냐고!”

“설마 녹음실에서 누가 듣고 유출한 거 아니야? 기다려 봐, 내가 지금 바로 알아보라고 할게!”

나는 얼른 그런 오민혁을 잡았다.

“형, 일단 제가 신곡 발표한다는 것부터 회사에 연락해서 취소해줘요!”

지난 생에 내가 진성균과 똑같은 곡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원치 않은 표절꾼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나는 음원 제작 과정을 전부 공개했지만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표절했으면 표절한 거지 아직도 인정을 안 하네!”

“하, 이젠 음원 제작 과정까지 조작해서 공개하는 거야? 정말 쓰레기네!”

“표절 쟁이는 가족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진성균 절대 지켜! 반드시 저 사람 집안도 망하게 해야 해!”

나의 매니저 오민혁과 녹음실 담당자가 나와서 나의 결백을 증명해주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네티즌들은 더 심한 악플을 달았다.

이때 톱배우 나의 여자친구가 라이브를 시작했다.

나와의 열애 사실을 절대 밝히지 않으려고 했던 여자친구는 라이브 방송 중 갑자기 진성균과의 열애 사실을 밝히면서 내가 진성균의 곡을 표절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내 신곡은 분명 그녀에게 먼저 들려주었었다. 그런데 내 여자친구는 진성균을 지키기 위해 진짜 남자친구인 나를 배신해 버렸다.

그녀의 선동 하에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나의 SNS 계정은 악플로 도배되었다.

나와 콜라보한 적 있던 가수와 배우들도 나를 피하며 친한 사이 아니라며 딱 잘라 선을 긋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면 바로 수많은 팬들의 악플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바람대로 나는 결국 가요계에서 퇴출당했고 작곡가 협회에서도 제적당했다. 심지어 전에 받은 수상 경력도 전부 회수되었다.

소속사도 결국 여론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나와 계약 해지했다.

그날 이후로 진성균이 신곡만 발표하면 사람들은 조용히 지내던 나를 언급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떤 네티즌은 내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만들기도 했고 집 주소도 알아내 내 집에 페인트로 낙서하기도 했다.

몇 년간의 악플 공격에 나는 결국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부모님은 나의 결백을 밝혀주기 위해 집안 모든 재산을 쓰게 되었지만 열성팬이 저지른 방화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진성균이 자작곡으로 골든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하던 그 날 나는 결국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신곡 발표하기 몇 시간 전으로 돌아왔다.

‘하늘이 다시 내게 준 기회야. 이번엔 반드시 어떻게 된 일인지 전부 알아내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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