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무슨 태도야!”이한명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보세요, 이게 바로 당신이 데리고 온 경호원이에요! 만약 직원 문제를 잘 처리하지 않는다면 당장 이사회 사람들한테 전화를 해서 그쪽에서 처리를 해라하겠어요.”말을 하면서 이한명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순식간에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유치하지도 않아요? 어른이나 돼 가지고 고자질이나 하고 너무 무능하네요?”한지훈은 이한명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장난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당신! 뭐라고요?!"이한명은 눈을 부릅떴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드는 것은 처음이어서 화가 났다. "도설현, 보세요! 이런 문제를 가진 직원을 어떻게 채용했어요?" “그만하세요!”도설현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고는 “한지훈은 제가 채용한 직원이고 제가 일을 안배했어요. 한지훈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이 부사장님께서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한지훈, 먼저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시 나가 있어.”한지훈은 어깨를 펴고 휴대폰을 이한명한테 넘겨주고 두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건들건들거리며 사무실에서 나갔다.그가 나가자마자 사무실에서는 이한명의 분노 소리가 들려왔다.“무조건 해고해야 해!”한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휴게실로 가서 잡지를 보고 있었다.한지훈이 업무는 원래 간단하다. 바로 도설현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일이 없을 때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휴게실에서 한지훈은 마케팅 부서의 여자 동료 몇 명이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회사에 부사장이 새로 왔는데 잘생겼어." “들은데 의하면 H 시에서 낙하산으로 왔다던데 심지어 회장 부인의 외숙부로 인척 관계를 타고 왔다고 한 것 같던데.”...... 한지훈은 몇 마디를 듣더니 옆에 있는 한 남자 동료에게 고개를 돌려 "그 부사장이 새로 왔어요?"라고 물었다."맞아요. 며칠 전에 낙하산으로 왔어요.”그 남자 동료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밥을 먹으러 왔는데 감히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를 데리고 오다니! 나 송천우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거야?”송천우는 오늘 이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어떠한 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나 송천우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죽거나 병신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송천우가 마중 나가려는 찰나 옆에 부하가 급하게 달려오며 그의 귀에 “송 도련님, 성호가 잡혔습니다.”라고 말했다.송천우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걔가 왜 잡혔어? 일단 상관하지 말고 오늘 밤 일이 더 중요해! 몇 사람을 더 데리고 와서 잘 안배해, 오늘 밤 그 어떠한 착오도 있어서는 안 돼!”라고 말했다.성호는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되려 망쳐먹다니! 쟤를 도와준 사람들로 하여금 손해를 보게 하다니.송천우는 마음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오는 화를 간신히 가라앉혔다.성호는 송천우의 안배로 도씨 그룹에 가서 난동을 피운 것이다. 그 이유는 오늘 저녁 식사의 흥정거리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잡혔으니 어떡하는가!송천우는 어두운 얼굴색으로 부하들더러 물러나라고 하고 자신의 넥타이를 정리하고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걸어 나갔다.“도 사장님, 오래 기다리셨죠.”송천우는 큰 손을 내밀며 도설현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이 작은 손은 차가웠고 뼈가 없는 듯 부드러웠고 우유 빛깔 피부색에 아주 매끄러웠다.한지훈은 도설현의 뒤에서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불쾌함이 있는 것을 느꼈다.보아하니 도 사장님이 리양 제약회사의 도련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그는 마침내 이해했다. 도설현이 오늘 밤 자신을 데리고 온 목적은 술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1초, 2초......송천우는 도설현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서 잠시 정신을 잃고 손을 놓지 못했다.도설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그녀는 원래 오고 싶지 않았지만 도씨 그룹과 리양 제약회사와 업무상의 합작 왕래가 있었고 또한 이번에 송천우가 제안한 항암제의 연구개발과 판매경로에 관한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도설현은 어쩔 수 없이 왔다!도
이때의 한지훈은 마치 쉽게 격노하는 선머슴처럼 보였다. 술잔을 들기만 하면 원샷을 했다!이 행동은 송천우로 하여금 엄청 기쁘게 했다. 원래 한지훈을 해결하려 했는데 이 녀석이 이렇게 짜릿함을 금치 못할 줄은 몰랐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이제는 그를 취하게 할 일만 남았다. 이 녀석이 쓰러지기만 하면 자신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그럼 도설현 혼자 남게 되면 헤헤… 송천우은 그녀를 위해 아주 큰 선물을 준비했다!도설현은 급해났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끊임없이 한지훈을 향해 눈치를 줬지만 그는 도설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바보 같은 놈. 이 녀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송천우가 우리 둘을 취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안 보인단 말인가?“내가 어떻게 이 녀석을 믿겠어!”도설현은 마음속으로 급해 났지만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고 그저 한지훈한테 눈치만 주었다.송천우는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한지훈과 원샷을 때렸다!단숨에 다 마셔버리자!“하하하, 오늘 술이 잘 받네! 오늘 후로 우리 둘은 친구로 먹자!”송천우는 겉으로는 웃으며 한지훈에게 술을 부어주면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형이라고 불러. 이 술은 내가 형으로써 너한테 권하는 술이야.”라고 말했다.한지훈은 자기 앞에 놓여진 빼갈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술기운 때문에 붉어졌다.이 녀석 진짜 취하려고 작정을 하다니!송천우는 한지훈의 표정 변화를 보고 아주 기뻐했다. 그는 한지훈의 주량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속으로 기분이 좋았고 주량도 좋지 않으면서 허세를 부렸다는 자체가 주제넘는다고 생각했다!“자, 동생, 이 술은 형이 너한테 권하는 술이야!”송천우는 술을 권하고는 목을 젖히며 원샷을 했다.그는 상업계의 고수다. 별의별 식사 자리에 다 참석해 왔고 일찌감치 솜씨를 마련했다. 세 병의 유량예는 그한테는 끄떡없었다!게다가 지금 이 카빙스키 호텔은 이미 그의 사람들로 배치되었기 때문에 그는 도설현이 오늘 밤 여기서 도망칠 수 있다는 걱정은 전혀
이 젊은 남성은 누구인가?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한지훈 몸으로 향했다. 마치 그를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던 중년 남성은 한지훈의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급히 "당신한테 정말 방법이 있어요? 만약 우리 노장군을 살릴 수만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어요!”한지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몇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한지훈은 이미 땅에 누워 있는 이 어르신이 H 시에서 온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H 시 군관구의 노장군은 뛰어난 전훈을 가지고 있으며 일찍이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전역에 나갔으며 용국의 명예로운 노병이며 일신의 공훈이다!그리고 용국의 삼성 명예급 노병이다!이런 노병을 한지훈도 손 놓고 볼 수가 없었다!옆에서 침을 거두려던 소예민은 눈썹을 찌푸리며 갑자기 뛰어 들어온 이 젊은 남자를 보며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미 인 어른신의 병세를 단정했고 화타가 되살아난다 해도 살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무턱대고 쳐들어온 이 남자가 구할 수 있다고 말하다니!소예민은 안색이 어두워진 것은 그녀가 사람을 깔보는 게 아니라 그녀는 H 시의 유명한 의사이고 심지어 소천규의 손녀이다!소 명의에 대해 말하자면 H 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누구인가?기사회생이다!소예민은 동년배 중 자신만큼 의술이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용국의 세 명의 신의들이 여기에 있다면 인 어르신을 치료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 세 명의 명의 중 어느 한 명이 고위층의 사람이 아니겠는가!만약 그들을 모셔 온다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소예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녀 옆에 있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먼저 "어디서 온 망나니야! 술 냄새를 좀 봐! 여기는 당신이 와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당신들 몇 명은 빨리 이 술주정뱅이를 쫓아내지 않고 뭐 해! 감히 예민 여신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다니, 당신은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아요?"라고 말
그들은 좀 화가 났고 후배가 감히 자기 앞에서 부하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이 매우 불쾌했다!만약 소예민의 체면 때문이 아니라면 이놈은 벌써 쫓겨났을 것이다!한지훈은 그 잘생긴 남자를 곁눈질하고는 그의 앞에 침착하게 다가갔다.“너 뭐 하는 거야?”그 잘생긴 남자는 멍해졌고 무의식 간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팍!”우렁찬 뺨 소리가 온 룸에 울려 퍼졌다!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한마디의 말도 없이 곧바로 사람을 때리다니!“왜 말이 그렇게도 많아. 내가 치료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거야!”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포스가 있다!한지훈 몸에서 나오는 포스 있는 기운에 모두들 몸서리를 쳤다.“감히 나를 때리다니! 당장 너를 강에 던져 물고기 먹잇감으로 만들겠어!”그 잘생긴 남자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하여 붉어진 뺨을 감싸 쥐고 소리를 쳤다.“그만해요!”옆에 있던 중년 남자도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그 멋진 남자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그는 놀라서 얼른 머리를 파묻은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 나서 그는 화가 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이렇게 사람을 때린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한지훈은 차갑게 “그의 눈에는 용국 노병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찌 되었든 간에 한번 시도는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미친 듯이 으르렁거렸고 이는 환자의 심장에 무리를 주는 행위에요! 환자의 죽음을 가속화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중년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을 생각한 후에 "만약 당신이 정말로 어르신을 고칠 수 있다면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누구도 당신을 찾지 않을 거예요. 만약 술을 많이 마시고 소란을 피우러 왔다면 그 후과는 감당하세요!”라고 말했다.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노란 알약을 하나 꺼내더니 "이 약을 어르신께 드리면 그가 곧 깨어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많은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한 개의 노란색 알약으로 어르신이 깨어날 수
건방진 녀석!눈앞에 누워 있는 노인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절대 저런 건방은 떨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약 여기 있으니까 드시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한지훈은 유건실에게 약을 건네며 덤덤히 말했다.이것은 평범한 알약이 아니었다.용국의 신의 손강수가 3년의 연구를 거쳐서 제작해 낸 약이었다.기혈을 보강하는 약으로, 질병에 고통받던 사람에게 활기를 되찾아주고 기사회생의 효능이 있는 명약이었다.게다가 이 약은 용국에 고작 다섯 알밖에 존재하지 않았다.손강수는 자기가 두 알 남기고 나머지 세 알을 한지훈에게 주었다.한지훈은 만일을 대비해 항상 이 약을 품에 지니고 다녔는데 오늘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물론 한지훈은 침술로 이 노인을 치료해 줄 수는 있었다.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약을 주기로 했다. 나중에 누가 발견하면 손강수와의 친분을 내세우면 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용국의 의학 거장에 뒤처지지 않는 의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북양의 총사령관이자 용국의 5대 주국의 수석 군의관이기도 했다.유건실은 의심 가득한 얼굴로 소예민에게 약을 건넸다.“소 선생, 이 약… 정말 괜찮은 거 맞아?”소예민은 한지훈의 신분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혹시… 조금 쓸모가 있을 수는 있겠죠.”그녀는 자신 없는 얼굴로 말했다.“그래. 모든 책임은 내가 지지.”유건실은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어서 약을 장군의 입에 넣어드려!”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회혼단을 직원에게 건넸다. 직원이 약을 들고 다가가서 기절한 노인의 입에 넣었다.룸 안에 삭막한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그 노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룸 밖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입구를 단단히 봉쇄했다.한지훈은 자신이 도망칠까 봐 그들이 경계를 강화했다고 판단했다.‘재밌네.’그는 전혀 걱정이 없었기에 느긋하게 구석에서 차를 마셨다.일분이 지나갔지만 노인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젊은 남자가 이때다 싶어 달려 나와 한지훈
유건실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 남자의 귀뺨을 후려치고는 소리쳤다.“닥치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원망 가득한 두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유건실은 그제야 노인에게 다가갔다. 40대 중년 남자는 눈물을 훔치며 감격에 겨워 노인을 불렀다.“최 장군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서며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이렇게 온몸에 힘이 샘솟은 게 얼마만이야! 유 청장이랑 달리기를 해도 이길 것 같아.”소예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노인이 지금 기운이 펄펄 남아돈다며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다.안색도 생기가 돌아온 것으로 보아 지병은 완전히 치유된 것 같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한지훈에게로 시선이 갔다.이 사람 대체 뭐지?약 한 알로 다 죽어가던 사람을 살려내다니!‘설마 약왕파 사람인가?’알약으로 각종 희귀병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약왕파 사람이어야 가능했다.약왕파는 용국의 신의로 불리는 손강수가 창건한 의학 문파였다.신이 내린 손으로 불리는 손강수는 신묘한 제약 실력으로 용국의 약왕이라고도 불렸다.“소 선생, 빨리 확인해 봐.”유건실은 다급히 소예민을 호출했다. 눈앞에 보고도 한지훈이 알약 하나로 노인의 병을 치료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소예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 장군의 맥박을 짚었다.힘 있게 뛰는 맥박 상태로 최 장군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건강히 살 수 있었다.“유 청장님, 맥박 상태로 보아 어르신께서는….”소예민은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유건실이 다급히 물었다.“아까 그 알약으로 최 장군은 최소 10년의 수명을 연장하셨습니다.”소예민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한지훈에 대한 경외심과 궁금증이 점점 깊어져갔다.대대로 의학을 전공한 그녀의 가문도 손강수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형님.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만약 눈앞의 인물이 북양의 총사령관인 걸 알았더라면 절대 형님 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잠깐, 젊은 친구. 아직 내 인사도 받지 않고 어딜 가?”최 장군은 만면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도운 것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한지훈은 다급히 다가가서 노장군의 팔을 부축했다. 그는 용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군인을 고개 숙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최 장군은 흐뭇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인성 좋고 노인 공경할 줄도 아는 남자다운 청년!만약 그가 20년 젊었더라면 이 청년을 끌고 연병장으로 달려가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었다.한지훈은 그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룸을 나와 도설현을 찾아갔다. 직원에게서 도설현이 이미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달받고 호텔을 나오는데 입구에서 한무리 사내들이 들이닥쳤다.“이게 누구야? 한지훈 아니야? 수갑 채워서 끌고 가!”제복을 입은 남자가 한지훈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소리쳤다.조국진은 오후에 송천우의 연락을 받은 뒤,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 입구에서 잠복하며 한지훈을 기다렸다.“제가 뭘 잘못했죠?”한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조국진에게 물었다.조국진은 손에 번쩍이는 수갑을 들고 흔들거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하, 뭘 잘못했냐고?”그는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듯,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오늘 오후 도영그룹에서 손님들에게 폭행을 휘두른 게 너지? 폭력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아! 나랑 같이 조용히 서로 가자고. 조사를 해서 아무 문제 없다는 게 밝혀지면 곱게 돌려보내 줄 거야. 법대로 진행하는 거니까 힘빼지 말고 따라와.”“하!”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법대로 진행한다고요? 그 사람들이 일부러 회사에 쳐들어와서 난동을 부린 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아는데요? 그 사람들이 먼저
그러나 두펑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군자는 이미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나 군자야. 10초 줄 테니까 당장 너희 이집트 원수한테 전화를 바꿔. 아니면 앞으로 3일 안에, 이집트를 아예 전복시켜 버릴 거니까!”군자의 무서운 경고에, 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 났다. 그는 말 그대로 무려 한 나라의 원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룡전의 비육 총책임자로서, 그는 충분히 이 정도 능력과 자격이 있었다. 그렇게 5초도 안 되어 수화기 너머로는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자님, 안녕하세요. 저 카스트로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전체 통화 과정은 스피커폰으로 켜져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똑똑히 듣고 있었다. 짧은 한 마디 속에서도, 이집트 원수는 세 번이나 존칭을 썼다. “당신한테 단 5분의 시간만 줄게. 지금 당장 데클라 호텔 412호로 달려와. 1분이라도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군자는 할 말을 마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순간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편 나국화는 후회막심하며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로의 고위 관원이 충성하고 있는 이 사람이 뜻밖에도 한지훈의 수하였다니. 더 이상 한지훈과 얼굴을 맞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메이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내 2분도 안 되어 호텔 주위 전체는 수백 대의 헬리콥터로 포위되었다. 수백 대의 각종 전차는 모래 바람을 이끌며 데클라 호텔을 포위했다. 그중 001호라고 표시된 무장 헬리콥터 한 대는 빠른 속도로 호텔 꼭대기층에 착륙하였다. 곧이어 검은 옷의 경호원 몇 명이 흰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를 철저히 보호하며 4층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 “원수님!”“미친... 대통령이잖아!”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에 많은 이집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하지만 놀라움은 그치지 않았다.
겁도 없이 도발을 하는 한지훈의 태도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한지훈, 어디 감히 우리 이집트의 호국 장로님한테 무례하게 굴어!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메이어는 단단히 화가 났다. 한지훈이 두펑의 앞에서까지 이렇게나 건방지게 굴 줄은 몰랐다. 이내 두펑은 유유히 손을 흔들며 메이어더러 물러나라 하였고, 조용히 뒷짐을 진 채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용국 북양 왕 그리고 오성 룡수... 하지만 오성 룡수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이 세상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너한테 제대로 보여줄게!”곧이어 두펑의 시선이 식탁으로 향하자마자, 식칼 한 자루가 바로 날아올랐다. 식칼은 매우 빠른 속도로 옆에 있는 벽에 꽂혔는데, 3인치 남짓한 깊이로 들어갔다.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삼성 천왕계의 실력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 힘이면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데?”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다시 한번 조롱을 받게 된 두펑의 두 눈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여기서는 그 누구든지 너를 지켜줄 수가 없어!”곧이어 두펑은 직접 손바닥을 치켜들어 한지훈에게 손을 대려 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문 밖에서는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해! 누구도 움직이지 마!”‘뭐야?’ 순간 두펑의 표정은 흐려졌다. 카로에서 감히 그더러 동작을 멈추라고 명령을 하는 사람이 있게 될 줄이야. 이내 두펑은 뒤돌아서서 뒤에 있는 한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빼어난 몸매에 검은 정장을 걸치고는 강한 기세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군자. 이것이 바로 그의 코드명이었다. 비육에서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단지 그의 코드명만 알고 있었다. 현재는 신룡전 비육 지역의 총책임자의 신분을 지닌 그는, 과거에는 4대 용존의 직속 부하였다. 게다가 비육 열국의 수뇌들은 모두 이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군자?”“군자!”메이어뿐만 아
한지훈은 정말 오래간만에 누군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게 되었다. 강중에 있는 강우연의 곁으로 돌아간 이후로, 그는 한 번도 누군가와 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 곧바로 신호가 연결되었고, 핸드폰 너머로는 낮고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왕님!”“나 지금 데클라 호텔에 있는데, 얼른 이곳으로 와!”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메이어와 장로들은 모두 하하 웃어대기 시작했다. 여긴 엄연히 이집트의 수도인 카로이고, 한지훈이 상대하고 있는 메이어는 이 도시를 이끌고 있는 고위 간부 중 한 명이다. 게다가 메이어의 신분은 간부에 그칠 뿐만 아니라, 그는 호국 장로의 먼 친척이기도 했다. 그만큼 메이어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단 전화 한 통으로 수많은 군대를 불러들였고 또 호국 장로까지 직접 현장으로 소환시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한지훈이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고 메이어랑 싸우려 한다고? 암만 봐도 이곳에서는 한지훈이 평정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단단히 화가 난 나국화는 어느새 한지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메이어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저희는 저 사람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용국에서 버릇만 나쁘게 배워서 온 사람입니다!”나국화는 한지훈을 가리키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오직 양령아만이 여전히 한지훈의 뒤를 지키고 서 있었다. 이내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양령아를 흘깃 보았다. “넌 왜 저기로 안 가?”그러자 양령아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령아의 태도에 만족하였다. “그런데 선생님, 오늘은 일단 이만했으면 좋겠...”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인내심 갖고 기다리고만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또 한 명의 백발노인이 들어섰다. 흰 두루마기를 걸친 노인은, 모든 사람들을 깔보는
이 상황에 대원들이 나서게 된다면, 바로 이웃해 있는 호국 장로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필경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용국이 아닌 다른 나라니까. 이때 선두를 지키고 있던 한 장교가 앞으로 나아가 권총을 뽑아 들고는 나국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누구야!”그러자 메이어가 그 장교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한 선생, 오늘 이 일에 대해서 난 설명을 좀 들어야겠는데? 내 머리에서 왜 피가 흐르고 있는 거지?”“한 선생, 오늘 일은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놈들이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어느새 나국화는 아예 한쪽켠으로 돌아 앉아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하게 메이어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군용차 한 대가 들어왔고 심지어 무장 헬리콥터까지 출동하여 호텔 전체를 겹겹이 포위했다. 게다가 며칠 동안 멀리서 이곳의 동정을 정탐하고 있던 2성 천왕계의 강자들 또한, 언제든지 명령만 받으면 호텔로 돌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원에서는 오성 룡수의 기운이 몇 줄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나국화는 전혀 당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는 체념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국화의 모습에, 메이어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선생, 오늘 이 일은 엄연히 당신과는 무관하기에 안심해도 돼. 나는 결코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국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어 선생님!”그때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한 노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핏 봐도 일성 준 천왕계의 기운으로 가득했던 노인의 모습에,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깜짝 놀란 나국화도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지훈 이 사람 말이야, 태도가 아주 불친절하더라고. 다른 사람 집에서 어떻게 손님 행세를 해야 하는 건지 잘 좀 가르쳐줘!”메이어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메이어는 더없이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상대는 용국의 북양 왕이자, 무려 과거 5개 국까지 점령한 한지훈이었기에 절대 그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만약 한지훈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는 진작에 돈을 받고 통행증을 나국화에게 넘겨줬을 것이다. 메이어 성격 상, 굳이 평범한 사람을 상대로 겨냥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그는 한지훈더러 술을 권하게 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사진까지 찍으려는 계획이었다. 인증 숏을 남기면 앞으로 평생 술자리에서 자랑 거리가 될 것 같았다. 미국 수뇌나 응국 수상, 지어는 용국의 국왕한테서도 술을 권해 받은 사람은 있겠지만 이 세상에 한지훈으로부터 술을 받은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내 한지훈이 술 병을 들고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격동하기 시작한 메이어는 담배를 든 손까지 떨기 시작했다. 쾅! 방심하고 있는 순간, 한지훈이 갑자기 술병을 들어 올려 직접 메이어의 머리를 찧었다. 술 병은 바로 산산조각 났고, 술은 핏물과 함께 섞여 주르륵 흘러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메이어는 어안이 벙벙했다. ‘한지훈 이 놈, 나한테 술을 권하러 온 게 아니었어? 갑자기 술병은 왜 깨뜨린 거야?’ ‘이 새빨간 것들은 또 뭐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국화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쏜살같이 달려들어 급히 한지훈 앞을 가로막았다. 나머지 대원들도 잇달아 급히 둘러서서 메이어를 지켜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나서야 메이어는 겨우 정신을 차렸고, 이내 휴지를 들고는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주시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메이어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고 소리치지도 않고 화조차 내지 않았다. 그러나 나국화와 대원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자신들의 계획이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확신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분위기였다. 이 술 병으로 인해 눈앞의 통행증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살아남아서 이곳을 떠날 수 있게
이내 도련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경호원을 흘깃 보았다. “충성심 가득한 거 보소... 여봐라! 당장 술 열 상자 들고 와. 이 놈이 얼마까지 마실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안됩니다! 도련님, 이 술은 제가 마시겠습니다!”뜻밖의 상황에 조급해난 진강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그 술잔을 받았다. “팍!”바로 그때, 도련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들어 그 경호원의 얼굴을 내리쳤다. “네가 대체 뭔데 진강의 술을 대신 마시겠다고 하는 거야? 그럼 밥도 대신해서 먹지 그래?”곧이어 그 경호원의 멱살을 잡고는,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어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 “도련님, 제발 노여움 푸세요! 제가 버릇없게 키운 탓입니다. 이 놈을 대신해서 제가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이내 진강은 코를 막고는, 바로 술을 원샷하였다. 거하게 한 잔 들이키지마자, 위에서는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진강은 이를 악문 채 겨우 통증을 참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바로 그 순간, 도련님이 든 총구는 바로 진강을 겨누었다. “경호원이 이렇게 철이 없는 놈이란 거, 너도 알고 있었어?”“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진강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었기에 딱히 긴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용히 주먹을 꽉 쥐고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자신을 격려하였다. 한편 옆 룸에서는, 어느 정도 술을 걸친 나국화는 그제야 본론을 꺼냈다. “메이어 선생님, 그 특별 통행증 말입니다. 혹시...”“자고로 모든 일 처리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거야!”방금까지만 해도 흐뭇하게 웃고 있던 메이어는, 나국화가 또다시 통행증을 요구하자 순간 표정이 어두워나더니 손에 든 술잔을 바로 탁자 위로 내리쳤다. “그건 걱정 마세요. 원칙에 대해서는 저희도 다 알고 있습니다!”이내 나국화는 트렁크 하나를 꺼내 메이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메이어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보였다. “이건 원칙이 아니라 응당 거쳐야 될 절차야.
과거 팀원들과 함께 백전백승하여 열국을 휩쓸었던 그 강자. 진강은 매번 위기에 처하게 될 때마다, 정신적 지주인 그를 떠올렸다. 한편 옆 룸에서는, 나국화와 몇몇 대원들이 메이어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에게서 통행증을 얻어내야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메이어가 직접 명령을 내려 군대를 보내 그들을 호송하게끔 해야 했다. 통행증을 가져도, 군대의 호위 없이는 온갖 갑질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청렴한 용국과는 정반대였던 이곳은, 낮은 계급의 공무원들도 사람을 죽일 듯이 괴롭히는 일들이 흔하게 발생했다. 그리하여 다들 번갈아 메이어에게 술을 권하고 있는 한편, 한지훈은 자신의 차례가 다가와도 그저 조용히 음식만을 먹으며,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유회원을 용국으로 데려갈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었다. 사실 유회원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곳에 있는 신룡전의 세력을 동원하면 곧바로 찾을 수가 있다. 다만 문제는 아시란치 가문, 그리고 용국을 노리는 작은 나라들이 반드시 그 과정에 그들을 가로막으려 할 것이다. 한지훈은 전혀 끄떡없었다. 도보를 한다 하더라도 보름 안이면 용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저 평범한 일반인인 유회원을 데리고 수천 리의 사막을 건너가는 건 분명히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한지훈의 모습에, 나국화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방금 자신이 경고를 한 것 같은데, 한지훈이 여전히 조각처럼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이내 나국화는 어두운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양령아에게 눈짓을 했다. 바로 눈치챈 양령아는 다소 난처해하는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한 선생님, 메이어 선생은 저희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나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번쯤은 메이어 선생한테 술을 권해주는 건 어떨까요?”나국화는 마음속의 분노를 겨우 참아내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분은 메이어
이내 나국화는 한지훈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는 다시 술잔을 들어 술을 권했다. 그의 목표를 확고했다. 순리롭게 피라미드에 들어가 유회원의 행방을 똑똑히 조사하려면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 순순히 메이어에게 아부해야 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나국화를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메이어한테 아부하라고?’ 북양 왕이라는 신분에서 더 나아가 신룡전의 전주였던 한지훈은, 굳이 그한테 아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화 한 통이면 도리여 메이어가 순순히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옆 룸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중 우두머리로 예상되는 한 젊은이는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을 보이며, 어린 모델 몇 명을 옆에 껴안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린 모델들은 한눈에 봐도 이곳 비육의 현지인들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피부가 하얗고 훌륭한 미모에, 몸매까지 섹시한 게 딱 봐도 유럽 쪽의 유명한 모델들이었다. 그렇게 옷차림과 용모가 비슷한 7~8명 되는 어린 모델들은, 작디작은 한 룸에 비집고 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한 손은 어린 모델의 어깨에 걸치고 다른 한 손에는 술잔을 든 채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으로 그의 눈앞에 있는 한 용국 남자를 바라보았다. “진강!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당장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 절대 이 문을 나설 수가 없어!”“도련님, 어제 일은 정말 저와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도련님, 제발 그 사람들을 건드리지는 말아 주세요. 그들은 저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진강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과거 한지훈의 통신병이었던 진강은, 전투 과정에 부상을 입고는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쪽 다리가 파편에 맞아 심하게 절뚝거렸던 그는, 제대 후 마땅한 일자리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함께 귀화한 옛 전우 몇 명을 따라 비육으로 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디를
만약 평소의 나국화였다면, 그는 메이어와 같은 인물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몇 급이나 높은 관원이라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경 그의 신분은 특수 요원이자 암살조의 일원이기도 했기에, 그의 서열은 메이어보다도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예외였다. 지금으로선 메이어가 소유하고 있는 특별 통행증이 반드시 필요했다. “메이어 씨,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제 친구들입니다!”이내 나국화는 메이어에게 일행들을 소개했다. 그 와중에, 메이어는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반면 일행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어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줄곧 제자리에 앉아있었고, 심지어 엉덩이도 떼지 않았다. 꿈쩍도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나국화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북양 왕으로 세상을 거느린 것도 한때였지, 이젠 실권도 없는 한지훈이 비육까지 와서 감히 이렇게나 건방지게 굴 줄은 몰랐다. 이미 비육에서 근 20년을 생활해 온 나국화는 수많은 고위층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메이어와 동급인 사람들도 적지 않게 알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 메이어조차도 고위층 관원들한테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데, 한지훈이 대체 왜 허세를 부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한지훈이 이번 작전의 총사령관이라면 나국화도 뭐라 반박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국화는 단지 진우의 부탁대로, 한지훈을 작전에 투집시 킨 것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나국화와 한지훈은 종속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였다. 그리하여 나국화는, 한지훈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이곳에서만큼은 허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때로는 사람이 굽힐 줄도 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들의 최종 목적지인 피라미드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통행증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로지 메이어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이 상황에 괜히 메이어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하나도 좋을 게 없었다. 필경 이곳은 비육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