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무슨 태도야!”이한명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보세요, 이게 바로 당신이 데리고 온 경호원이에요! 만약 직원 문제를 잘 처리하지 않는다면 당장 이사회 사람들한테 전화를 해서 그쪽에서 처리를 해라하겠어요.”말을 하면서 이한명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순식간에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유치하지도 않아요? 어른이나 돼 가지고 고자질이나 하고 너무 무능하네요?”한지훈은 이한명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장난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당신! 뭐라고요?!"이한명은 눈을 부릅떴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드는 것은 처음이어서 화가 났다. "도설현, 보세요! 이런 문제를 가진 직원을 어떻게 채용했어요?" “그만하세요!”도설현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고는 “한지훈은 제가 채용한 직원이고 제가 일을 안배했어요. 한지훈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이 부사장님께서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한지훈, 먼저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시 나가 있어.”한지훈은 어깨를 펴고 휴대폰을 이한명한테 넘겨주고 두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건들건들거리며 사무실에서 나갔다.그가 나가자마자 사무실에서는 이한명의 분노 소리가 들려왔다.“무조건 해고해야 해!”한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휴게실로 가서 잡지를 보고 있었다.한지훈이 업무는 원래 간단하다. 바로 도설현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일이 없을 때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휴게실에서 한지훈은 마케팅 부서의 여자 동료 몇 명이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회사에 부사장이 새로 왔는데 잘생겼어." “들은데 의하면 H 시에서 낙하산으로 왔다던데 심지어 회장 부인의 외숙부로 인척 관계를 타고 왔다고 한 것 같던데.”...... 한지훈은 몇 마디를 듣더니 옆에 있는 한 남자 동료에게 고개를 돌려 "그 부사장이 새로 왔어요?"라고 물었다."맞아요. 며칠 전에 낙하산으로 왔어요.”그 남자 동료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밥을 먹으러 왔는데 감히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를 데리고 오다니! 나 송천우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거야?”송천우는 오늘 이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어떠한 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나 송천우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죽거나 병신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송천우가 마중 나가려는 찰나 옆에 부하가 급하게 달려오며 그의 귀에 “송 도련님, 성호가 잡혔습니다.”라고 말했다.송천우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걔가 왜 잡혔어? 일단 상관하지 말고 오늘 밤 일이 더 중요해! 몇 사람을 더 데리고 와서 잘 안배해, 오늘 밤 그 어떠한 착오도 있어서는 안 돼!”라고 말했다.성호는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되려 망쳐먹다니! 쟤를 도와준 사람들로 하여금 손해를 보게 하다니.송천우는 마음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오는 화를 간신히 가라앉혔다.성호는 송천우의 안배로 도씨 그룹에 가서 난동을 피운 것이다. 그 이유는 오늘 저녁 식사의 흥정거리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잡혔으니 어떡하는가!송천우는 어두운 얼굴색으로 부하들더러 물러나라고 하고 자신의 넥타이를 정리하고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걸어 나갔다.“도 사장님, 오래 기다리셨죠.”송천우는 큰 손을 내밀며 도설현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이 작은 손은 차가웠고 뼈가 없는 듯 부드러웠고 우유 빛깔 피부색에 아주 매끄러웠다.한지훈은 도설현의 뒤에서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불쾌함이 있는 것을 느꼈다.보아하니 도 사장님이 리양 제약회사의 도련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그는 마침내 이해했다. 도설현이 오늘 밤 자신을 데리고 온 목적은 술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1초, 2초......송천우는 도설현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서 잠시 정신을 잃고 손을 놓지 못했다.도설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그녀는 원래 오고 싶지 않았지만 도씨 그룹과 리양 제약회사와 업무상의 합작 왕래가 있었고 또한 이번에 송천우가 제안한 항암제의 연구개발과 판매경로에 관한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도설현은 어쩔 수 없이 왔다!도
이때의 한지훈은 마치 쉽게 격노하는 선머슴처럼 보였다. 술잔을 들기만 하면 원샷을 했다!이 행동은 송천우로 하여금 엄청 기쁘게 했다. 원래 한지훈을 해결하려 했는데 이 녀석이 이렇게 짜릿함을 금치 못할 줄은 몰랐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이제는 그를 취하게 할 일만 남았다. 이 녀석이 쓰러지기만 하면 자신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그럼 도설현 혼자 남게 되면 헤헤… 송천우은 그녀를 위해 아주 큰 선물을 준비했다!도설현은 급해났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끊임없이 한지훈을 향해 눈치를 줬지만 그는 도설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바보 같은 놈. 이 녀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송천우가 우리 둘을 취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안 보인단 말인가?“내가 어떻게 이 녀석을 믿겠어!”도설현은 마음속으로 급해 났지만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고 그저 한지훈한테 눈치만 주었다.송천우는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한지훈과 원샷을 때렸다!단숨에 다 마셔버리자!“하하하, 오늘 술이 잘 받네! 오늘 후로 우리 둘은 친구로 먹자!”송천우는 겉으로는 웃으며 한지훈에게 술을 부어주면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형이라고 불러. 이 술은 내가 형으로써 너한테 권하는 술이야.”라고 말했다.한지훈은 자기 앞에 놓여진 빼갈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술기운 때문에 붉어졌다.이 녀석 진짜 취하려고 작정을 하다니!송천우는 한지훈의 표정 변화를 보고 아주 기뻐했다. 그는 한지훈의 주량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속으로 기분이 좋았고 주량도 좋지 않으면서 허세를 부렸다는 자체가 주제넘는다고 생각했다!“자, 동생, 이 술은 형이 너한테 권하는 술이야!”송천우는 술을 권하고는 목을 젖히며 원샷을 했다.그는 상업계의 고수다. 별의별 식사 자리에 다 참석해 왔고 일찌감치 솜씨를 마련했다. 세 병의 유량예는 그한테는 끄떡없었다!게다가 지금 이 카빙스키 호텔은 이미 그의 사람들로 배치되었기 때문에 그는 도설현이 오늘 밤 여기서 도망칠 수 있다는 걱정은 전혀
이 젊은 남성은 누구인가?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한지훈 몸으로 향했다. 마치 그를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던 중년 남성은 한지훈의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급히 "당신한테 정말 방법이 있어요? 만약 우리 노장군을 살릴 수만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어요!”한지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몇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한지훈은 이미 땅에 누워 있는 이 어르신이 H 시에서 온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H 시 군관구의 노장군은 뛰어난 전훈을 가지고 있으며 일찍이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전역에 나갔으며 용국의 명예로운 노병이며 일신의 공훈이다!그리고 용국의 삼성 명예급 노병이다!이런 노병을 한지훈도 손 놓고 볼 수가 없었다!옆에서 침을 거두려던 소예민은 눈썹을 찌푸리며 갑자기 뛰어 들어온 이 젊은 남자를 보며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미 인 어른신의 병세를 단정했고 화타가 되살아난다 해도 살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무턱대고 쳐들어온 이 남자가 구할 수 있다고 말하다니!소예민은 안색이 어두워진 것은 그녀가 사람을 깔보는 게 아니라 그녀는 H 시의 유명한 의사이고 심지어 소천규의 손녀이다!소 명의에 대해 말하자면 H 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누구인가?기사회생이다!소예민은 동년배 중 자신만큼 의술이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용국의 세 명의 신의들이 여기에 있다면 인 어르신을 치료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 세 명의 명의 중 어느 한 명이 고위층의 사람이 아니겠는가!만약 그들을 모셔 온다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소예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녀 옆에 있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먼저 "어디서 온 망나니야! 술 냄새를 좀 봐! 여기는 당신이 와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당신들 몇 명은 빨리 이 술주정뱅이를 쫓아내지 않고 뭐 해! 감히 예민 여신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다니, 당신은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아요?"라고 말
그들은 좀 화가 났고 후배가 감히 자기 앞에서 부하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이 매우 불쾌했다!만약 소예민의 체면 때문이 아니라면 이놈은 벌써 쫓겨났을 것이다!한지훈은 그 잘생긴 남자를 곁눈질하고는 그의 앞에 침착하게 다가갔다.“너 뭐 하는 거야?”그 잘생긴 남자는 멍해졌고 무의식 간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팍!”우렁찬 뺨 소리가 온 룸에 울려 퍼졌다!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한마디의 말도 없이 곧바로 사람을 때리다니!“왜 말이 그렇게도 많아. 내가 치료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거야!”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포스가 있다!한지훈 몸에서 나오는 포스 있는 기운에 모두들 몸서리를 쳤다.“감히 나를 때리다니! 당장 너를 강에 던져 물고기 먹잇감으로 만들겠어!”그 잘생긴 남자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하여 붉어진 뺨을 감싸 쥐고 소리를 쳤다.“그만해요!”옆에 있던 중년 남자도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그 멋진 남자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그는 놀라서 얼른 머리를 파묻은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 나서 그는 화가 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이렇게 사람을 때린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한지훈은 차갑게 “그의 눈에는 용국 노병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찌 되었든 간에 한번 시도는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미친 듯이 으르렁거렸고 이는 환자의 심장에 무리를 주는 행위에요! 환자의 죽음을 가속화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중년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을 생각한 후에 "만약 당신이 정말로 어르신을 고칠 수 있다면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누구도 당신을 찾지 않을 거예요. 만약 술을 많이 마시고 소란을 피우러 왔다면 그 후과는 감당하세요!”라고 말했다.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노란 알약을 하나 꺼내더니 "이 약을 어르신께 드리면 그가 곧 깨어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많은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한 개의 노란색 알약으로 어르신이 깨어날 수
건방진 녀석!눈앞에 누워 있는 노인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절대 저런 건방은 떨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약 여기 있으니까 드시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한지훈은 유건실에게 약을 건네며 덤덤히 말했다.이것은 평범한 알약이 아니었다.용국의 신의 손강수가 3년의 연구를 거쳐서 제작해 낸 약이었다.기혈을 보강하는 약으로, 질병에 고통받던 사람에게 활기를 되찾아주고 기사회생의 효능이 있는 명약이었다.게다가 이 약은 용국에 고작 다섯 알밖에 존재하지 않았다.손강수는 자기가 두 알 남기고 나머지 세 알을 한지훈에게 주었다.한지훈은 만일을 대비해 항상 이 약을 품에 지니고 다녔는데 오늘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물론 한지훈은 침술로 이 노인을 치료해 줄 수는 있었다.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약을 주기로 했다. 나중에 누가 발견하면 손강수와의 친분을 내세우면 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용국의 의학 거장에 뒤처지지 않는 의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북양의 총사령관이자 용국의 5대 주국의 수석 군의관이기도 했다.유건실은 의심 가득한 얼굴로 소예민에게 약을 건넸다.“소 선생, 이 약… 정말 괜찮은 거 맞아?”소예민은 한지훈의 신분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혹시… 조금 쓸모가 있을 수는 있겠죠.”그녀는 자신 없는 얼굴로 말했다.“그래. 모든 책임은 내가 지지.”유건실은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어서 약을 장군의 입에 넣어드려!”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회혼단을 직원에게 건넸다. 직원이 약을 들고 다가가서 기절한 노인의 입에 넣었다.룸 안에 삭막한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그 노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룸 밖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입구를 단단히 봉쇄했다.한지훈은 자신이 도망칠까 봐 그들이 경계를 강화했다고 판단했다.‘재밌네.’그는 전혀 걱정이 없었기에 느긋하게 구석에서 차를 마셨다.일분이 지나갔지만 노인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젊은 남자가 이때다 싶어 달려 나와 한지훈
유건실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 남자의 귀뺨을 후려치고는 소리쳤다.“닥치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원망 가득한 두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유건실은 그제야 노인에게 다가갔다. 40대 중년 남자는 눈물을 훔치며 감격에 겨워 노인을 불렀다.“최 장군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서며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이렇게 온몸에 힘이 샘솟은 게 얼마만이야! 유 청장이랑 달리기를 해도 이길 것 같아.”소예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노인이 지금 기운이 펄펄 남아돈다며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다.안색도 생기가 돌아온 것으로 보아 지병은 완전히 치유된 것 같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한지훈에게로 시선이 갔다.이 사람 대체 뭐지?약 한 알로 다 죽어가던 사람을 살려내다니!‘설마 약왕파 사람인가?’알약으로 각종 희귀병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약왕파 사람이어야 가능했다.약왕파는 용국의 신의로 불리는 손강수가 창건한 의학 문파였다.신이 내린 손으로 불리는 손강수는 신묘한 제약 실력으로 용국의 약왕이라고도 불렸다.“소 선생, 빨리 확인해 봐.”유건실은 다급히 소예민을 호출했다. 눈앞에 보고도 한지훈이 알약 하나로 노인의 병을 치료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소예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 장군의 맥박을 짚었다.힘 있게 뛰는 맥박 상태로 최 장군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건강히 살 수 있었다.“유 청장님, 맥박 상태로 보아 어르신께서는….”소예민은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유건실이 다급히 물었다.“아까 그 알약으로 최 장군은 최소 10년의 수명을 연장하셨습니다.”소예민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한지훈에 대한 경외심과 궁금증이 점점 깊어져갔다.대대로 의학을 전공한 그녀의 가문도 손강수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형님.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만약 눈앞의 인물이 북양의 총사령관인 걸 알았더라면 절대 형님 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잠깐, 젊은 친구. 아직 내 인사도 받지 않고 어딜 가?”최 장군은 만면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도운 것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한지훈은 다급히 다가가서 노장군의 팔을 부축했다. 그는 용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군인을 고개 숙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최 장군은 흐뭇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인성 좋고 노인 공경할 줄도 아는 남자다운 청년!만약 그가 20년 젊었더라면 이 청년을 끌고 연병장으로 달려가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었다.한지훈은 그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룸을 나와 도설현을 찾아갔다. 직원에게서 도설현이 이미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달받고 호텔을 나오는데 입구에서 한무리 사내들이 들이닥쳤다.“이게 누구야? 한지훈 아니야? 수갑 채워서 끌고 가!”제복을 입은 남자가 한지훈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소리쳤다.조국진은 오후에 송천우의 연락을 받은 뒤,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 입구에서 잠복하며 한지훈을 기다렸다.“제가 뭘 잘못했죠?”한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조국진에게 물었다.조국진은 손에 번쩍이는 수갑을 들고 흔들거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한지훈을 노려보았다.“하, 뭘 잘못했냐고?”그는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듯,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오늘 오후 도영그룹에서 손님들에게 폭행을 휘두른 게 너지? 폭력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아! 나랑 같이 조용히 서로 가자고. 조사를 해서 아무 문제 없다는 게 밝혀지면 곱게 돌려보내 줄 거야. 법대로 진행하는 거니까 힘빼지 말고 따라와.”“하!”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법대로 진행한다고요? 그 사람들이 일부러 회사에 쳐들어와서 난동을 부린 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아는데요? 그 사람들이 먼저
한지훈의 말에, 유장군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꺼내자 유장군은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필칸트는 4성 천급 천왕계인데, 너 같은 사령관 강자가 찾아가서 괜히 남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텐데? 일단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마영리를 되찾을 생각은 영원히 기대하지도 마! 그러나 한지훈은 필경 흑병대 사람이기에 유장군은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용국에서의 흑병대 권력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으니까. 만일 잘못 보였다가 한지훈이 용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왕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그 길을 떠나려 한다면, 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똑똑히 지켜볼게! 이내 진개국은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선생님,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 정말 필칸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희 용인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매우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고요!”그러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희 용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고요? 그럼 더더욱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네요! 마침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그 말을 들은 유장군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 반면 진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흑병대 본부가 한지훈을 파견한 이상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긴 진개국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럼 저희는 한 선생님이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선물을 준비하고, 저희는 저녁에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1원짜리 봉투 두 개만
그 말에 진개국은 난색한 표정을 띤 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선생님, 전 사실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도 서열 6위를 차지하는 대가문입니다. 반면 저는 단지 소상인일 뿐이라 그만큼의 대가문을 만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내 진개국은 한지훈과 유 장군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사실 칸트 가문은 용국이나 미륙에서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의 공작 가문으로서,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근 십여 년 동안 가문에서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용국과 달리 프랑스는 전투력으로 귀족 간의 서열을 구분하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칸트 가문은 젊은 세대 강자만 해도 네 명의 천왕급 인물을 배양시켰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까지 달성했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 그리고 수제자 오마르와 함께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에 오른 후, 유장 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진 선생이 전혀 힘을 쓰려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칸트 가문은 지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감히 마영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러니 한 선생께서는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어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니 남에게 강요하기도 불편했다. 이때 한창 운전하고 있던 진개국이 한마디 했다. “한 선생님, 만약 정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네? 무슨 방법이죠. 말해보세요!”진개국은 허허 웃
제이슨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한지훈은 그제야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뒤이어 이틀 동안 한지훈은 줄곧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필경 이번 유럽 방문기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제이슨 또한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용국 특산물까지 가득 사들고는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의 미래는, 이 집안에서 미움을 받게 되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더욱더 위로 올라가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지훈은 제이슨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 한지훈은 제이슨으로부터 이번에 유럽 무도 학원에 모집된 용국인 학생은 6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6명의 실력은 대부분 사령관 경지에 머물러 있었고, 유럽의 학생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응시하였다. “그 말은 즉, 용국에는 천왕계 실력의 수강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거네!”“주인님, 비록 천왕계 수강생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용국에서는 두 명의 교사를 파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학생 모집은 바로, 무도 학원이 고의로 용국을 소외시켜 다른 수단을 통해 용국을 배척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야비한 속셈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행기는 프랑스의 수도에 착륙하였고, 제이슨은 한지훈을 데리고 가장 먼저 무도 학원으로 향하여 등록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도와 학원에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는, 한지훈을 데리고 무도 학원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제이슨은 비로소 식은땀을 닦아냈다. “주인님, 방금 엄청 위험했어요. 아까 그 교관이 바로 러셀로란 가문 사람이었어요!”“방금 주인님께서 계속 아래
한지훈은 반드시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유럽 여행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한 선생님, 사실... 그 출입국 기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진 선생님과 함께 출국하셨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한 군림의 정체가 바로 한 선생님이라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나계홍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곧바로 진우에게 문자를 보내, 즉시 그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소각하라고 했다. 이내 한지훈은 나계홍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그러자 나계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일단 제 차에 타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한 씨 공관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한 씨 공관?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강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또 한 씨 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어두워진 한지훈의 표정에 나계홍은 급히 해명했다. “한 선생님, 사실 변한 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조금 개선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도청 선배님의 뜻이라 전 단지 명령받은 대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 이름까지 지었습니다. 필경 사모님도 이젠 국부인의 신분이 되셨으니 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나계홍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는 한 씨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한 씨 별장은, 며칠 전 한지훈이 지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담장만 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었고, 담장 정중앙에 있는 별장은 앞문과 뒷문으로 향하는 길에 모두 1리 정도 되는 광활한 땅을 두고 있었다. 이는 도청 전인이 강우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였다. 또한 주위에 안배한 천검종 제자 초소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초소라 하더라도 최소 4성 전신계 강자였다. 일반 무종이라면 감히 한 씨 공관에 한 발짝도 들어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강중에 벌써 도착했다고?”“그렇습니다. 저는 가문을 대표해서 용국 무도 학원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러 온 겁니다. 이틀 안에 오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 사람들이 의심할 겁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시간이 이렇게 촉박하다고?”한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주인님, 사실상 무도생은 이미 내정되어 있고 저는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는 겁니다. 혹시 미리 정해둔 학생과 얼굴이 좀 다른지 정도만 확인하면 됩니다!”“다른 건 제가 나설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 권한으로 주인님은 실력 테스트를 면제해 드릴 수 있습니다!”제이슨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오늘 오후에 바로 강중으로 돌아가지.”한지훈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국왕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지훈 사령관, 이번에 오륙에 가는 김에 용국을 위해 한 사람만 데려와 줄 수 있겠나? 그자는 광명존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네.”“하지만 칸트라는 가문에 의해 숨겨져서 우리가 사람을 보내 몇 번이나 교섭을 시도했지만 전부 허탕만 쳤지!”한지훈은 눈썹을 두어 번 꿈틀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오? 그자의 이름이 뭡니까?”“마영리! 한때 흑병대 소속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지. 광명존의 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 그자가 용국의 기밀 문서를 다수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다만 그 문서들은 용국 내에 있어서, 섣불리 용국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니……”국왕은 말을 하다 말고 진우에게 시선을 돌렸고, 진우는 재빨리 말을 받았다. “그 기밀 문서들이 바로 그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패인 셈입니다. 그자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문서를 넘기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영리만 잡아들여서 기밀 문서를 전부 없애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진우는 명함 한 장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오늘, 진왕검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우리 용국의 국운은 창대하리라!”쏴아!진왕검의 칼날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양옆으로 서 있었던 사졸들은 일제히 총을 높이 치켜들고, 국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수많은 백성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고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백 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웅장한 굉음이 멎은 후에야, 한지훈은 몸을 일으켜 국왕에게 말을 건넸다. “국왕 폐하,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해 갔던 카일 가문이 오늘 폐하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엎드려 있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으로 안드레 일행을 가리켰다.한지훈의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안드레와 카일 가문의 무리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국왕은 부릅뜬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를 뿜어내며, 눈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무리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비록 그들이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했던 원흉들은 아니었지만, 나라의 원한과 가문의 깊은 슬픔은 뼈에 사무쳐 잊을 수 없었다!“무릎 꿇어라!”수천 명의 어림군이 일제히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무릎 꿇어라!”수만 명의 백성들 또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조차 국왕과 어림군, 그리고 용국 백성들이 뿜어내는 거대한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의 뒤에 서 있던 카일 가문 사람들은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안드레,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나의 용국 국왕께, 열 번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라!”한지훈은 뒷짐을 진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털썩!안드레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쳐들고 국왕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 안드레가 카일 가문을 대표하여, 용국의 국왕 폐하와 용국 만백성에게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안드레는, 두 눈을 감고 오만했던 고개를 숙였다.쿵!무거운 굉음과 함께, 안드레의 이마가 땅에
용칠은 소매로 이미 굳어버린 눈가의 핏자국을 거칠게 훔쳐냈고, 두 손으로 정복자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자루를 움켜쥔 그의 손에 온 힘이 실리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오마르는 섬뜩한 냉기를 뿜어내는 정복자의 검날이 자신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안 돼!”푸욱!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오마르의 머리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잘려나간 머리가 뒹굴고, 몸통은 핏물을 왈칵 쏟아내며 갑판 위로 푹 쓰러졌다.오마르의 시체가 갑판에 쓰러지는 것을 본 안드레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을 휘청이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오마르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미래의 후계자였다!20년 안에 천신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강자였거늘!그런 제자가, 하필이면 용국에서 온 저 정체불명의 젊은이를 잘못 건드린 탓에 목이 잘려 죽다니!“안드레, 네놈이 직접 카일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용경으로 가서 국왕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도록 하라. 불만은 없겠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안드레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치욕감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 불만 없습니다!”한지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용칠의 손에 들린 정복자의 검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 검은 내 친구에게 선물로 주겠다. 괜찮겠나?”괜찮겠냐고?!안드레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뱃머리로 걸어가 거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때 유람선은 이미 방향을 틀어 용국을 향해 뱃머리를 돌린 후였고, 밤낮으로 꼬박 하루를 항해한 끝에 유람선은 용국의 북방 항구에 닿았다.이곳에서 용경까지는 불과 200리 떨어져 있었고,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 일행은 용경으로 돌아왔다.천자각.흑병대로부터 진왕검이 용국으로 돌아왔다는
저분은 틀림없이 한지훈 사령관님이시다! 한지훈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 용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국보인 진왕검을 되찾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애초에 이 배에 오를 때부터 용칠은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상대가 아무리 모진 고문을 가해도, 그는 단 한 마디의 정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한지훈은 성큼 걸음을 옮겨 용칠의 바로 앞에 섰고, 온통 피투성이인 용칠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랬느냐!”한지훈의 질문에 오마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그는 안드레를 향해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한지훈 선생님, 저희는 정복자의 검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용국 국왕께 무릎 꿇고 사죄드릴 것을 맹세합니다! 부디......”안드레가 한 걸음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그의 속내는 뻔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내가 너에게 묻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냐?”한지훈은 안드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용칠에게 다시 물었다.용칠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안드레 뒤에 서 있는 오마르를 가리켰다.“한지훈 선생님, 저는......”안드레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안드레의 뺨을 후려쳤고,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네놈을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미 은혜가 하늘에 닿을 듯하거늘, 쓸데없는 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지껄였다간, 그땐 죽음뿐이다!”안드레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었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물러섰다.“저놈을 쳐 죽여라!”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오마르를 가리키며 명령했다.“예!”용칠은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가 주먹을 휘둘러 오마르의 얼굴을 강타했다.퍽! 퍽! 퍽!연달아 세 방의 주먹이 꽂혔고, 오마르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네
너무 업신여긴다고?!한지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진왕검을 손에 쥔 채 안드레의 코앞까지 다가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업신여겨? 네놈은 아직 업신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섬광처럼 뻗어나간 발이 안드레의 뺨을 후려갈겼다!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안드레의 뺨에는 선명한 신발 자국이 새겨졌다.“감히 나의 용국 백성을 살해해? 천벌 받을 놈!”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강타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해수면에 닿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을 뻗자 불가사의한 힘이 안드레를 끌어당겨 다시 한지훈의 눈앞으로 되돌려 놓았다.콰앙!한지훈의 묵직한 주먹이 안드레의 흉곽 정중앙을 꿰뚫었다.“커헉!”안드레는 입안 가득 피를 쏟아내며 곧장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쏴아아!한지훈이 손을 들자, 심해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는 안드레의 몸을 휩쓸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식간에 백 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다!“묻겠다, 카일 가문을 용경에 끌고 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는 것에 이의가 있나?!”한지훈은 손을 뻗어 안드레의 멱살을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안드레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에, 안드레의 얼굴은 불타는 듯 뜨거웠다.그가 누구인가?발 한 번 구르면 오륙 전체가 떨며 그 앞에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는 안드레였다!그런 그가 지금, 굴욕을 삼키고 있었다.평소라면 일국의 국왕조차 함부로 알현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만나려면 삼고초려를 해야 했고, 막상 만난다 해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지금은?한지훈의 눈앞에서 그는 그저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나의 용국 백성에게 사죄하라 명할 것이다. 불만 있나?!”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진왕검은 섬뜩한 빛을 뿜어냈다!“없… 없습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무릎 꿇어라!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