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문신을 두른 조폭들이 동시에 용일에게 달려들었다.용일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달려오는 놈의 팔을 꺾어버렸다.십여 명의 조폭들은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악! 내 팔!”“내… 내 다리… 다리가 부러졌어!”“저건 악마야….”십여 명의 문신 조폭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앞에 선 용일을 바라보았다.그에게서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한지훈은 여유 넘치는 보폭으로 안으로 들어와서는 바닥에 쓰러진 조폭들을 둘러보며 싸늘하게 물었다.“장우영 어디 있어?”그 말을 들은 조폭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몰라. 형님은 여기 없어.”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까운 곳에 있는 문신남의 무릎을 짓밟았다.순식간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신남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악! 내 무릎… 그만해요.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 형님은 위층에 있어요.”문신남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한지훈은 곧장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혼란을 틈타 조폭 중 한 명이 계단 입구로 도망쳤다. 놈은 곧장 맨 위층으로 향했다.그 시각, 위층 장우영의 사무실.안에는 비키니를 입은 업소녀들이 장우영의 주변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상석에 앉은 장우영은 윗옷을 벗어 던지고 여자들과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그의 앞에는 팔에 석고를 두른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직전에 한지훈에게 맞아 팔이 부러진 도형이었다.도형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형님, 이번 일은 형님이 꼭 나서주셔야 합니다. 그 자식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요. 우리 애들도 대부분 놈의 손에 다쳤어요. 제가 보기에는 고일우가 불러온 용병 같아요.”장우영은 훌쩍이는 도형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사내 녀석이 울긴 왜 울어? 당장 일어서지 못해?”도형은 눈물을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형님, 그 자식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시내의 조폭 세력 중에 누가 보낸 놈 같은데 우리 실력을 염탐하러 왔을
장우영이 고개를 들자 젊은 남자 두 명이 유유자적하게 안으로 들어섰다.둘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장우영이 인상을 찌푸렸다.뒤에 있던 도형은 두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형님, 바로 저놈들입니다. 저놈들이 저와 우리 애들을 때려눕혔어요.”짝!장우영은 짜증스럽게 도형의 귀뺨을 치며 고함을 질렀다.“나도 눈이 있으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저리 꺼져! 가서 애들이나 불러와.”도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가린 채, 핸드폰을 꺼냈다.장우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앞의 용일과 한지훈을 노려보며 물었다.“너희들이 우리 애들 때렸어?”“맞아.”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천천히 장우영에게 다가갔다.장우영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대단한 기세로군.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쳐들어온 거니? 나 장우영이야. 누가 보냈는지나 말해.”한지훈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히 알지. 장우영이 관리하는 업소라며? 서랑구를 네가 관리한다지?”“알면서 내가 일하는 곳에서 난동을 부린 거야? 그것도 둘이서? 죽고 싶어?”장우영은 분노를 터뜨리며 고함쳤다.“누가 보냈는지 똑바로 대답하면 목숨은 살려주지.”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시각,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천상 클럽 입구를 봉쇄했다.차 문이 열리고 안에서 칼과 야구방망이를 든 조폭들이 차에서 내렸다.백 명이 넘는 인원들이 클럽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더 장관인 것은 주변에서도 수많은 조폭들이 몰려왔다는 점이었다.그 시각 클럽 안에는 수십 명이 되는 장우영의 인력들이 한지훈과 용일을 포위했다.용일은 담담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전투 태세를 취했다.한지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보내서 온 게 아니라 너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 왔어.”그 말을 들은 장우영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젊은 친구, 내가 너한테 뭐 빚진 거 있어?”“없지.”한지훈이 말했다.“그런데 왜 시비야? 게다
이어서 그는 폭소를 터뜨리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5년 전에 모든 걸 잃고 잠적했던 그 한지훈?”한지훈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차올랐다.“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혼자 여기까지 쳐들어온 거야? 그것도 고일우 그 무능한 노친네를 위해? 5년 전 한정그룹이면 대단했지. 그땐 나도 이 바닥에서 말단 직원에 불과했고. 네 명성은 나도 익히 들어서 알아.”“하지만 지금은 5년 전이 아니야. 한지훈 넌 그냥 아무것도 없는 폐급에 불과하다고. 어디 주제도 모르고 내 업소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피워? 죽고 싶어?”장우영은 살기를 번뜩이며 분노에 차서 호통쳤다.“그러게요. 주제도 모르고 형님 업소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릴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옆에 있던 도형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는 벌써 한지훈이 비굴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았다.한지훈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형을 바라보며 말했다.“팔 하나 부러뜨린 걸로는 성에 안 차는 모양이군. 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너 지금 뭐라고 했어? 죽고 싶어?”분노한 도형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찔한 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있던 한지훈이 갑자기 손을 뻗어 도형의 손가락을 꺾어버린 것이다.“악! 내 손! 이 미친 놈이… 이거 안 놔?”도형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이마에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여긴 우영이 형 아지트야! 우리 형님이 보는 앞에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우리 형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잔말 말고 꿇어!”한지훈은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발로 도형의 무릎을 걷어찼다.털썩!도형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질렀다.“악! 내 무릎!”“형님, 빨리 저놈을 없애 버려요!”그 모습을 본 장우영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감히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하를 무릎 꿇리다니!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젠장! 당장 저놈 모가지를 비틀어 버려!”
“목숨을 취하는 자에게는 10억을 주겠다! 빨리 움직여!”“시… 십억? 비켜! 그 돈은 내 거야!”“죽여 버려!”순식간에 조폭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수십 명의 조폭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쾅!용일은 순식간에 폭발적인 살기를 방출하며 놈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4성 천급 전신의 위력은 건물을 박살낼 기세로 적들에게 휘몰아쳤다.수십 명의 조폭들은 제대로 반격할 기회도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들을 집어삼킬 것처럼 덮쳐왔다.섬뜩한 살기는 그들의 영혼까지 갉아먹을 것처럼 뼛속 깊이 공포를 심어주었다.장우영마저 흠칫하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는 멍한 표정으로 용일을 바라보았다.이 정도로 진한 살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마지막으로 봤던 게 그가 만났던 지존급 인물 옆을 지키던 경호원이었다.그는 4성 천급 병왕의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장우영은 이 세상에 그 경호원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는 몇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이 순간, 그는 그 경호원보다 더 진한 살기를 보게 되었다.용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4성 천급 병왕 열 명을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장우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그제야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인지했다.이 둘이 죽어야 그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공격해! 200억! 놈들의 목을 취한 자에게는 200억을 주겠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위엄 있는 호통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지금 누굴 죽이라고 한 거야? 장우영, 죽고 싶어?”입구를 지키던 장우영의 부하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시선을 돌려 보니 정도현이 검은 정장을 입은 조폭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정도현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방 안을 꽉꽉 채웠다.그 시각, 천상 클럽 입구.수백 대의 검은색 승용차는 클럽의 모든 입구를 봉쇄했다.수백
그 모습을 본 장우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군 지하세력의 왕으로 불리는 정도현이 하찮은 평민인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이다니!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말했다.“늦은 정도는 아니야. 마침 잘 왔어.”정도현이 말했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애들은 4백 명 정도 됩니다. 다 제 밑에서 일하는 에이스들이지요. 천상 클럽은 이미 우리 애들이 장악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장우영이 관리하는 다른 업소와 하우스를 포위했을 겁니다. 선생께서 지시만 내리면 오늘 안에 장우영의 세력을 서랑에서 뿌리뽑을 수 있습니다.”정도현은 자신의 계획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한지훈에게 보고했다.한번 물면 뿌리를 뽑아야 하는 한지훈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는 그가 바라던 바였다.그 말을 들은 장우영이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쳤다.“정 회장,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 나 장우영이를 서랑에서 밀어내겠다고 하셨나요? 시내에 있는 재벌 회장님들이 이쪽으로 인력을 보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말하는 거요?”사실 정도현의 계획을 들었을 때 장우영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허황된 계획이라고 스스로 단정지었다.장우영이 관리하는 업소와 회사, 하우스를 합치면 적어도 백 곳 정도는 될 것이다.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세력이 아니라는 소리였다.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많은 정부 관료와 재벌들에게 뒷돈을 먹였다.서랑구를 장관하는 일부 관료와 재벌들도 장우영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장우영이 쓰러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분들이 아니었다.정도현은 뒤돌아서 싸늘한 눈빛으로 장우영을 노려보며 말했다.“장우영, 예전에 서랑구를 건들지 않은 건 귀찮은 싸움을 피하고 싶어서였어. 네가 본분만 지키고 선을 넘지 않으면 계속 이 구도를 유지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넌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분을 건드렸어. 한 선생께서 너를 뿌리뽑겠다고 말씀하신 이상, 여기 네가 서 있을 곳은 없
부하직원들이 모두 잡혀간 상황!5년 동안 끌어모은 피땀이 무너진 순간이었다.그는 고개를 들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박 대표님, 접니다. 이쪽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지원 좀 부탁드립니다!”박 대표는 장우영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었다.수많은 재력과 세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존재!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칭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런 존재였다.장우영조차도 박 대표가 가진 재력과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박 대표는 단 한 번 오군에 방문한 적 있었다.그때 보여준 잔인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에 장우영은 평생 이분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박 대표는 오군 사람이 아닌 용경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BY그룹의 대표였다.용경에서 BY그룹은 8대 기업 중 하나로, 그 재력과 가진 세력이 어마어마했다.용경에서 의원직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외부에서는 박 의원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장우영은 박 대표가 지원만 해준다면 정도현이든 송호문이든 아니면 이안그룹 이한승 회장이 와도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박 대표는 말 한마디로 한 개 도시의 시장까지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인물이었다.게다가 박 대표는 개인자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장 사장?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당황했어?”수화기 너머로 여유 넘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변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여자들의 웃음소리도 뒤섞여서 들려왔다.장우영은 음산한 눈빛으로 정도현과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말했다.“정도현이 애새끼들 데리고 제 아지트에 쳐들어왔습니다. 어느 주제도 모르는 녀석을 주인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그 녀석이 제 세력을 오늘 내로 뿌리 뽑으라고 했다더군요. 불과 몇 분 전에 제가 관리하는 업소와 도박장에서 애들이 잡혀갔어요. 경찰까지 동원했더군요. 박 대표님, 저 좀 살려주세요!”“정 회장까지 깍듯이 모시는 인물이라… 재밌네. 그
장우영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는 마치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턱을 높게 치켜들었다.그만큼 그는 박 대표에게 자신이 있었다.그는 박 대표가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아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정도현? 송호문? 박 대표에 비하면 벌레 같은 목숨들이었다.장우영은 눈엣가시 같은 정도현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박 대표가 도움을 주기로 한 이상 더는 정도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어쩌면 정도현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그래! 그럼 나 장우영은 S시에서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한지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가식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장 사장한테 들었는데 어느 벌레만도 못한 녀석이 서랑구 세력을 뿌리뽑겠다고 했다면서?”경멸과 조롱이 가득 담긴 말투였다.주변 공기마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용기를 얻은 장우영의 부하들이 정도현의 인력과 대치 중이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덤덤하게 물었다.“박용진?”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내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재밌는 녀석이네. 별 볼일 없는 S시의 벌레가 내 이름을 다 알고 말이야. 너 누구야?”거만하고 무례한 말투!한지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북양구!”탁!순식간에 전화가 끊어졌다.한지훈은 놈의 빠른 판단에 어이가 없었다.이 정도로 빨리 도망칠 줄이야!‘3년이 지났는데 겁 많은 건 여전하네, 이 자식.’그 시각, 용경의 어느 한 호화 별장. 노천 수영장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거의 벗다시피 한 여자 DJ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현장에는 용경의 재벌 자제들이 모여 환락을 즐기고 있었다.별장 입구에는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여러 외제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멀리 내다보니 남자들은 각자 옆에 화끈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을 끼고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재벌 2세들이 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그라도 이 남자 앞에서는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이 세상에 그 인간보다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는 없었다.그 남자는 용경 재벌 2세들의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그의 이름은 그들끼리 모였을 대도 금지어가 되었다.과거 한지훈이 용경에서 재직 중일 때, 박용진과 충돌이 좀 있었는데 그때 박용진이 가문의 재력을 믿고 한지훈을 들이받은 적 있었다.그날로 한지훈은 북양에서 10만 대군을 호출하여 용경 주변을 개미 한 마리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했다.그날 BY그룹은 폭풍의 중심이 되었다. 북양의 군졸들이 무자비하게 그들의 저택을 습격했다.가주인 박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박용진을 비롯한 식솔들을 거느리고 한지훈이 거주하는 저택 앞으로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한지훈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박 회장은 손자인 박용진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자식 농사를 망친 재벌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한지훈의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당시 이 사건은 용경 전체를 뒤흔들었다.백 명이 넘는 BY그룹 식솔들이 한지훈을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다니!충격적이고 믿기지 않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당황한 박용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지훈 형님, 정말 형님이십니까?”한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당연히 나지. 그런데 목소리만 듣고 그렇게 벌벌 떨어서야 큰일을 할 수 있겠어?”“형님은 농담도 잘하십니다. 갑자기 전화하니까 긴장해서 그랬죠. 형님을 존경해서 그런 겁니다.”박용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장우영 네 사람이야?”한지훈은 옆에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우영을 지그시 노려보며 물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해두고 박용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제 사람은 맞습니다만… 혹시 녀석이 형님 심기를 건드렸나요? 그럼 혼내야죠! 그 자식은 멍청이예요. 형님이 놈을 뿌리 뽑고 싶으시다면 굳이 형님 손을 더럽힐
“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임천덕의 뺨을 강타했다.임천덕은 그 자리에서 바닥을 뒹굴며 마당으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광대뼈까지 함몰되었다.얼굴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임천덕은 마치 부모를 잃은 듯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들어와라!”한지훈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날카롭게 호통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러운 태도로 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때가 돼서야 도청전인은 사태의 전말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는 한지훈의 손에 들린 약환 세 알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한지훈의 의도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천덕은 손으로 함몰된 얼굴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기어 다시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그가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말해라. 이 약은 대체 무슨 약이지? 그리고 네 몸에 해독제는 있는 거냐?!”한지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이 약은 ‘백일단장단’이라 불리는 약입니다. 이걸 먹으면 백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아무리 경지가 높은 강자라도 창자가 썩어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임천덕은 말을 하며 몰래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한지훈의 살기가 서린 시선을 마주친 순간, 그는 몸을 움츠리며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그러더니 서둘러 몸에서 파란색 작은 병을 꺼내 들고는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하, 한지훈 선생님! 이… 이게 해독제입니다!”한지훈이 병을 받아 들고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왔고, 확실히 해독제임이 틀림없었다. 한지훈은 다시 임천덕에게 차갑게 물었다.“이 약을 더 가지고 있나?”임천덕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의 손끝을 보았고, 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백일단장단이었다.임천덕은 서둘러 남은 다섯 알을 꺼내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 약은 총 여덟 알뿐입니다. 이것은 제 스승님께서 임종 전에 물려주신 것입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 약을 조제할 줄 모릅니다!”한지훈은 약환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천덕은 품에서 검붉은 약환 세 알을 꺼내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약은 현재 다섯 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세 알이면 한지훈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예를 갖추며 약환 세 알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쳐 한지훈에게 내밀었다.한지훈은 약환 한 알을 집어 들고 코밑에 가져가 냄새를 맡았고, 순간 지독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사람을 살리는 약이라면, 그 향기가 반드시 은은하게 퍼지기 마련이다.그러나 이처럼 비린내가 나는 약은 독약임이 분명했다.초보적인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알아챌 수 있는 이런 속임수는 한지훈 앞에서 더더욱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오호, 약이 꽤 좋아 보이는군요.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백생단입니까?”한지훈은 약환을 손에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 척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임천덕은 순간 당황했다. 이건 명백한 만성 독약인데, 백생단이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귀의문의 역대 종사들은 독약을 연구하는 데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전혀 열의가 없었다.한지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천덕은 대답을 망설이다 결국 떠듬거리며 말했다.“그, 그것이... 이 약을 복용하면 부패한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며, 오장을 보양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어서 백생단이라 부릅니다!”“임 문주, 이렇게 좋은 약이라면 문주께서도 하나 드셔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한지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약환을 들고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아, 아뇨!”임천덕은 두 손을 흔들며 급히 말했다.“이 약은 너무나 귀해서 제가 먹으면 낭비일 뿐입니다! 필요한 분께 써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임천덕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임천덕, 정말 내가 의술에 대해 모를 줄 알았나? 이 약의 냄새가 이토록 비릿한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성이 섞인 것이지?”“아, 아뇨! 한지훈 선생님, 오해십니다! 저희
한지훈은 손을 가볍게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에이, 사람이 이렇게 선의로 다가오는데, 우리가 너무 차갑게 대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임 문주?”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염려 마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그는 한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뻗어 맥을 짚기 시작했다.약 오 분 정도 지나, 임천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제 진단에 따르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상처가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오장육부에 손상이 갔습니다. 만약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한지훈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 제 상처가 그렇게 심각합니까? 얼마나 심한 상태란 말이죠? 치료를 미루면 어떻게 됩니까?”“그게... 치료를 미루면 오장이 손상되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임천덕은 신중한 척하며 답했다.하지만 그의 말은 전부 허풍이었고, 그는 한지훈이 의술에 무지하리라 믿고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지훈 앞에서 그의 의술은 고사하고 황약사조차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로 보잘것없다는 것을 말이다! 천생서문에는 만 가지 학문이 담겨 있었으며, 의술은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게다가 한지훈은 본래 의술에 관심이 많아, 용국군에서도 ‘신의’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이었다.천생서문의 여러 학문 중에서도 한지훈이 가장 정통한 분야는 바로 의학이었다.“아이고,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임 문주께서 제때 와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아직도 무지한 채로 있을 뻔했군요. 오늘 아침만 해도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한지훈이 이런 말을 하자, 도청전인은 다급해지며 황급히 손을 저었다.“한지훈 선생님, 이런 자의 말만 믿어선 안 됩니다. 비록 제가 부족하지만, 의학에 조금 식견이 있으니, 제가 직접 진맥을 해보겠습니다!”하지만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선생님, 저희
문에 들어서자마자, 임천덕은 한마디 말도 없이 두 제자의 뺨을 연달아 갈기고는 한지훈의 발치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아직도 뭐 하고 있느냐! 어서 한지훈 선생님께 무릎 꿇고 사죄드려라!”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됐습니다. 저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니, 그냥 그들을 내버려두십시오.”“어서 한지훈 선생님의 너그러운 은혜에 감사드려라!”임천덕이 제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한지훈 선생님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두 제자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고 물러났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임천덕은 한지훈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평소 문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제자들이 감히 한지훈 선생님을 모독하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괜찮습니다, 임 문주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미소를 띠고 물었다.임천덕은 도청전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머뭇거렸고, 다시 한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한지훈 선생님, 사실 요 몇 년간 특히 젊은 세대 가운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이는 다름 아닌 한지훈 선생님이십니다!”“무엇보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친히 파용군을 이끄시어 오국 연합군을 격파한 그 업적은, 용국의 국경을 수호하신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위대한 공로입니다!”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천덕을 바라보았다.이 늙은이는 말만 열었다 하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군, 이런 자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하는 법!“며칠 전, 제가 강중 지역을 지나던 중 라이언 킹 찰리가 한지훈 선생님께 도전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필 얼마 전, 한지훈 선생님께서 청봉문에서 부상을 입지 않으셨습니까!”“제가 알기로 이 찰리라는 자는 내력이 대단하며, 아시란치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래서 한지훈 선생님의 상태를 염려하여 이렇게 진료를 도와드리려 온 것입니다. 제 의술은 변변찮습니다만, 그래도 귀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지훈 선생님께 조금이
한지훈은 그들을 다시 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며, 천검종의 두 제자에게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냥 쫓아내라. 나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천덕의 두 제자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돌아와 임천덕에게 울며 하소연을 했다.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반쯤 감긴 눈으로 둘을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이런 네놈들의 태도에 한지훈이 어찌 고분고분 따를 거란 말이냐!"노 씨 어르신이 화를 내자 임천덕이 앞으로 나와 다급히 말했다. “노 씨 어르신, 진정하십시오. 제가 직접 가서 반드시 한지훈이 고분고분 따르게 만들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두 제자를 흘겨보고 소리쳤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당장 따라와라!”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임천덕의 뒤를 따라 한지훈의 별장 앞에 다시 도착했다.별장 입구에 있던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자 눈썹을 치켜세우며 칼자루를 움켜쥐고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아까 준 교훈이 부족했나 보군!”“아뇨, 아닙니다! 두 분은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저는 임덕천이라고 하고, 특별히 한지훈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임천덕은 상냥하고 공손한 태도로 두 천검종 제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못하는 법.게다가 임천덕은 어쨌든 귀의문 문주로서 나름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천검종 제자들도 함부로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의 두 제자와는 다르게 임천덕은 상황 판단이 빨랐으며 처음부터 태도에서 격식과 진지함이 느껴졌다.“너희 둘, 당장 이리 와라!”임천덕이 뒤에 있던 두 제자를 향해 소리치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은 얼굴로 다가갔다. “두 분께 사과드려라!”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임천덕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이 주저하는 사이, 임천덕이 그들의 뺨을 갈겼다. “귀가 먹었느냐?!”임천덕이 또다시 호통을 치자,
필경 상대방의 신분을 알지는 못했기에, 제자들은 냅다 경솔하게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키 큰 남자는 여전히 실눈을 뜨고는 고개까지 쳐든 채 얄미운 표정으로 그들을 도발하였다. “얼른 나와서 우리를 맞이하라고 해! 우린 귀의 임천덕 문주의 제자들이거든! 우리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한지훈 사령관이 곧 용국 무종의 체면이 걸린 찰리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기에 특별히 직접 나서서 상처를 치료해 주겠다고 하셨거든!”“사실 우리 사부님은 이렇게 쉽게 주동적으로 나서서 은혜를 베풀지는 않으셔! 이번에는 오직 무종을 위해서 나서신 거지. 무려 우리 사부님의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키 큰 남자는 거만한 표정을 한 채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암만 생각해도 그들이 감히 사사로이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아 이내 급히 별장으로 달려가 한지훈에게 보고하였다. “한 선생님, 별장 앞에 두 중년 남자가 찾아왔는데 귀의 임천덕의 문하생들이라고 합니다.” “귀의 임천덕이 직접 하산하여 한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고, 선생님더러 얼른 나와서 자신들을 맞이하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천덕은 무종의 체면을 위해서 이번에 특별히 나서려고 한답니다!”‘뭐? 임천덕?’ 한지훈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지만, 도청 전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실 임천덕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을 구한다면 기본적으로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긴 했지만, 반면 누군가 독극물을 먹고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열 건 중 아홉 건을 흔히 임천덕의 짓으로 의심하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달려와서 한지훈의 상처를 치료한다니. “주상, 이 사람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맹의 편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차라리...”도청 전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예상이 갔다. 그는 노 씨 어르신이 보낸 살인자라는
그 말을 들은 임천덕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목숨을 살리는 게 아니라 끊으라고?’ “그건... 어렵진 않긴 한데, 어르신께서 그렇게까지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여전히 어리둥절했던 임천덕은, 노 씨 어르신이 자신을 강중으로 부른 목적을 알지 못했다. 임천덕은 사람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히 황약사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죽이는 건 아예 다른 일이었다. “사실...”이내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또 라이언 킹 찰리와 한지훈의 결전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임천덕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한동안 깊이 생각에 잠긴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저더러 독을 넣으라는 것입니까?”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임천덕을 노려보았다. “뭔 소리 하는 거야! 난 엄연히 무맹 장로인데, 어떻게 그렇게나 일을 추잡하게 진행할 수가 있어?” “게다가 라이언 킹 찰리는 이방인이야. 이방인이 우리 용국 공신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데 내가 어찌 용국 공신에게 독을 먹일 수가 있냐고! 너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쉿!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제대로 혼쭐이 난 임천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그... 그럼 대체 어떻게 진행하실 심산인 겁니까?”노 씨 어르신은 침착한 표정으로 임천덕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전에 낙구영과 한번 대결을 치르는 과정에 한지훈이 부상을 입게 됐어. 아마 결전 전에는 어떻게든 반드시 상처를 치료하려 할 거야. 하지만... 상처라고 모두 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 말 알겠지?”눈을 깜박거리던 임천덕은 한참을 궁리하고 나서야 노 씨 어르신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젠장... 그 말은 즉 한지훈한테 독을 내려라는 거 아니야?’ “하지만 결전 당일 전까지 한지훈은 죽으면 안 돼, 알겠어?”노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즉 노 씨 어르신
노 씨 어르신은 음흉한 표정을 한 채 이를 갈며 말했다. “안됩니다, 선생님! 찰리님의 뜻을 오해하지는 마세요. 결투하기 전까지, 절대 한지훈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혹여 죽게 되더라도 찰리님의 손에 죽어야 합니다!”로말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그 이유는 이번 결투는 찰리의 미래 인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이 찰리의 손에서 죽지 않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노 씨 어르신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다면 찰리 선생한테 이 말을 꼭 전해줘. 그가 원하는 대로, 결투 그날 반드시 한지훈을 죽여달라고!”그제야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내 서로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뒤이어 로말은 자리를 떠났고, 노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방 안을 몇 바퀴씩 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그는 갑자기 약왕파 황약사를 떠올렸다. 그러나 거듭된 고민 끝에 그는 생각을 접었다. 만약 황약사가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었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그의 손에 죽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황약사 또한 무맹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강자는 아니었다. 필경 무적천과는 동급의 강자였으니까. 노 씨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고는 성내의 다른 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문득, 귀의 임천덕이 떠올랐다. 귀의문은 무종 중에서도 무도 패륜이라고 불리는 작은 문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귀의문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독극물을 잘 이용하고 의술도 능통했다. 게다가 약왕파 다음으로, 의도로 문파를 세운 종문이었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귀의문의 문주인 임천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평소에 명성이 극히 나쁘기로 유명했던 임천덕이, 무려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건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격이었다. 무맹은 단지 민간 조직일 뿐이긴 하지만, 그 지위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귀의문의 미래도
한편 그 시각 강중의 한 스위트 룸에서는, 금발을 한 한 30대의 남자가 어린 모델 두 명을 껴안고는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옆에 있는 백인 남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뭐? 그 한지훈이라는 놈이 무맹 사람들한테까지 미움을 샀단 말이야?”이 금발의 남자가 바로 라이언 킹 찰리였다. 그가 이번에 강중으로 온 것은 바로 한지훈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일단 한지훈에게 손을 대지 않고 먼저 다른 몇 명의 용국 종문 장교나 문주들을 처단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모두 한지훈에게 덮어씌울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지훈은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될 테고, 무종도 한지훈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뜻밖에도 한지훈이 이미 무맹의 미움을 사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다 된 밥상에 누군가가 숟가락을 얹어준 셈이었다. “찰리, 저희 이번 기회를 아주 잘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무맹 쪽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려고요!”백인 남자는 라이언 킹 찰리의 곁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당장 무맹에 연락해서 내가 곧 3일 후에 한지훈과 결투를 하게 될 거라고 전달해! 만약 그가 감히 도망치려 한다면, 무종 전체는 전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야!”이내 찰리는 손에 든 물컵을 깨뜨리며 환호하였다. “네!”백인 남자는 짧은 대답과 함께 돌아서서는 스위트 룸을 나섰다. 아시란치 가문의 자손으로서 라이언 킹 찰리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격을 차리는 걸 중시했었다. 전에 서효양을 암살하러 갈 때도 그는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었다. 그런데 만약 이번 기회에 한지훈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 명예를 안고 유럽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온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에게 있어 권력과 명예는, 아시란치 가문의 명예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했던 건, 한지훈의 몸에 있는 하나의 용심이었다. 용심만 되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