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문신을 두른 조폭들이 동시에 용일에게 달려들었다.용일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달려오는 놈의 팔을 꺾어버렸다.십여 명의 조폭들은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악! 내 팔!”“내… 내 다리… 다리가 부러졌어!”“저건 악마야….”십여 명의 문신 조폭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앞에 선 용일을 바라보았다.그에게서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한지훈은 여유 넘치는 보폭으로 안으로 들어와서는 바닥에 쓰러진 조폭들을 둘러보며 싸늘하게 물었다.“장우영 어디 있어?”그 말을 들은 조폭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몰라. 형님은 여기 없어.”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까운 곳에 있는 문신남의 무릎을 짓밟았다.순식간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신남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악! 내 무릎… 그만해요.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 형님은 위층에 있어요.”문신남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한지훈은 곧장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혼란을 틈타 조폭 중 한 명이 계단 입구로 도망쳤다. 놈은 곧장 맨 위층으로 향했다.그 시각, 위층 장우영의 사무실.안에는 비키니를 입은 업소녀들이 장우영의 주변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상석에 앉은 장우영은 윗옷을 벗어 던지고 여자들과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그의 앞에는 팔에 석고를 두른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직전에 한지훈에게 맞아 팔이 부러진 도형이었다.도형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형님, 이번 일은 형님이 꼭 나서주셔야 합니다. 그 자식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요. 우리 애들도 대부분 놈의 손에 다쳤어요. 제가 보기에는 고일우가 불러온 용병 같아요.”장우영은 훌쩍이는 도형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사내 녀석이 울긴 왜 울어? 당장 일어서지 못해?”도형은 눈물을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형님, 그 자식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시내의 조폭 세력 중에 누가 보낸 놈 같은데 우리 실력을 염탐하러 왔을
장우영이 고개를 들자 젊은 남자 두 명이 유유자적하게 안으로 들어섰다.둘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장우영이 인상을 찌푸렸다.뒤에 있던 도형은 두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형님, 바로 저놈들입니다. 저놈들이 저와 우리 애들을 때려눕혔어요.”짝!장우영은 짜증스럽게 도형의 귀뺨을 치며 고함을 질렀다.“나도 눈이 있으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저리 꺼져! 가서 애들이나 불러와.”도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가린 채, 핸드폰을 꺼냈다.장우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앞의 용일과 한지훈을 노려보며 물었다.“너희들이 우리 애들 때렸어?”“맞아.”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천천히 장우영에게 다가갔다.장우영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대단한 기세로군.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쳐들어온 거니? 나 장우영이야. 누가 보냈는지나 말해.”한지훈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히 알지. 장우영이 관리하는 업소라며? 서랑구를 네가 관리한다지?”“알면서 내가 일하는 곳에서 난동을 부린 거야? 그것도 둘이서? 죽고 싶어?”장우영은 분노를 터뜨리며 고함쳤다.“누가 보냈는지 똑바로 대답하면 목숨은 살려주지.”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시각,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천상 클럽 입구를 봉쇄했다.차 문이 열리고 안에서 칼과 야구방망이를 든 조폭들이 차에서 내렸다.백 명이 넘는 인원들이 클럽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더 장관인 것은 주변에서도 수많은 조폭들이 몰려왔다는 점이었다.그 시각 클럽 안에는 수십 명이 되는 장우영의 인력들이 한지훈과 용일을 포위했다.용일은 담담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전투 태세를 취했다.한지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보내서 온 게 아니라 너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 왔어.”그 말을 들은 장우영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젊은 친구, 내가 너한테 뭐 빚진 거 있어?”“없지.”한지훈이 말했다.“그런데 왜 시비야? 게다
이어서 그는 폭소를 터뜨리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5년 전에 모든 걸 잃고 잠적했던 그 한지훈?”한지훈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차올랐다.“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혼자 여기까지 쳐들어온 거야? 그것도 고일우 그 무능한 노친네를 위해? 5년 전 한정그룹이면 대단했지. 그땐 나도 이 바닥에서 말단 직원에 불과했고. 네 명성은 나도 익히 들어서 알아.”“하지만 지금은 5년 전이 아니야. 한지훈 넌 그냥 아무것도 없는 폐급에 불과하다고. 어디 주제도 모르고 내 업소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피워? 죽고 싶어?”장우영은 살기를 번뜩이며 분노에 차서 호통쳤다.“그러게요. 주제도 모르고 형님 업소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릴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옆에 있던 도형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는 벌써 한지훈이 비굴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았다.한지훈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형을 바라보며 말했다.“팔 하나 부러뜨린 걸로는 성에 안 차는 모양이군. 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너 지금 뭐라고 했어? 죽고 싶어?”분노한 도형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찔한 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있던 한지훈이 갑자기 손을 뻗어 도형의 손가락을 꺾어버린 것이다.“악! 내 손! 이 미친 놈이… 이거 안 놔?”도형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이마에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여긴 우영이 형 아지트야! 우리 형님이 보는 앞에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우리 형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잔말 말고 꿇어!”한지훈은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발로 도형의 무릎을 걷어찼다.털썩!도형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질렀다.“악! 내 무릎!”“형님, 빨리 저놈을 없애 버려요!”그 모습을 본 장우영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감히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하를 무릎 꿇리다니!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젠장! 당장 저놈 모가지를 비틀어 버려!”
“목숨을 취하는 자에게는 10억을 주겠다! 빨리 움직여!”“시… 십억? 비켜! 그 돈은 내 거야!”“죽여 버려!”순식간에 조폭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수십 명의 조폭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쾅!용일은 순식간에 폭발적인 살기를 방출하며 놈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4성 천급 전신의 위력은 건물을 박살낼 기세로 적들에게 휘몰아쳤다.수십 명의 조폭들은 제대로 반격할 기회도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들을 집어삼킬 것처럼 덮쳐왔다.섬뜩한 살기는 그들의 영혼까지 갉아먹을 것처럼 뼛속 깊이 공포를 심어주었다.장우영마저 흠칫하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는 멍한 표정으로 용일을 바라보았다.이 정도로 진한 살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마지막으로 봤던 게 그가 만났던 지존급 인물 옆을 지키던 경호원이었다.그는 4성 천급 병왕의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장우영은 이 세상에 그 경호원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는 몇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이 순간, 그는 그 경호원보다 더 진한 살기를 보게 되었다.용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4성 천급 병왕 열 명을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장우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그제야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인지했다.이 둘이 죽어야 그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공격해! 200억! 놈들의 목을 취한 자에게는 200억을 주겠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위엄 있는 호통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지금 누굴 죽이라고 한 거야? 장우영, 죽고 싶어?”입구를 지키던 장우영의 부하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시선을 돌려 보니 정도현이 검은 정장을 입은 조폭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정도현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방 안을 꽉꽉 채웠다.그 시각, 천상 클럽 입구.수백 대의 검은색 승용차는 클럽의 모든 입구를 봉쇄했다.수백
그 모습을 본 장우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군 지하세력의 왕으로 불리는 정도현이 하찮은 평민인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이다니!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말했다.“늦은 정도는 아니야. 마침 잘 왔어.”정도현이 말했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애들은 4백 명 정도 됩니다. 다 제 밑에서 일하는 에이스들이지요. 천상 클럽은 이미 우리 애들이 장악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장우영이 관리하는 다른 업소와 하우스를 포위했을 겁니다. 선생께서 지시만 내리면 오늘 안에 장우영의 세력을 서랑에서 뿌리뽑을 수 있습니다.”정도현은 자신의 계획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한지훈에게 보고했다.한번 물면 뿌리를 뽑아야 하는 한지훈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는 그가 바라던 바였다.그 말을 들은 장우영이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쳤다.“정 회장,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 나 장우영이를 서랑에서 밀어내겠다고 하셨나요? 시내에 있는 재벌 회장님들이 이쪽으로 인력을 보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말하는 거요?”사실 정도현의 계획을 들었을 때 장우영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허황된 계획이라고 스스로 단정지었다.장우영이 관리하는 업소와 회사, 하우스를 합치면 적어도 백 곳 정도는 될 것이다.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세력이 아니라는 소리였다.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많은 정부 관료와 재벌들에게 뒷돈을 먹였다.서랑구를 장관하는 일부 관료와 재벌들도 장우영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장우영이 쓰러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분들이 아니었다.정도현은 뒤돌아서 싸늘한 눈빛으로 장우영을 노려보며 말했다.“장우영, 예전에 서랑구를 건들지 않은 건 귀찮은 싸움을 피하고 싶어서였어. 네가 본분만 지키고 선을 넘지 않으면 계속 이 구도를 유지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넌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분을 건드렸어. 한 선생께서 너를 뿌리뽑겠다고 말씀하신 이상, 여기 네가 서 있을 곳은 없
부하직원들이 모두 잡혀간 상황!5년 동안 끌어모은 피땀이 무너진 순간이었다.그는 고개를 들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박 대표님, 접니다. 이쪽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지원 좀 부탁드립니다!”박 대표는 장우영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었다.수많은 재력과 세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존재!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칭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런 존재였다.장우영조차도 박 대표가 가진 재력과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박 대표는 단 한 번 오군에 방문한 적 있었다.그때 보여준 잔인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에 장우영은 평생 이분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박 대표는 오군 사람이 아닌 용경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BY그룹의 대표였다.용경에서 BY그룹은 8대 기업 중 하나로, 그 재력과 가진 세력이 어마어마했다.용경에서 의원직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외부에서는 박 의원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장우영은 박 대표가 지원만 해준다면 정도현이든 송호문이든 아니면 이안그룹 이한승 회장이 와도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박 대표는 말 한마디로 한 개 도시의 시장까지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인물이었다.게다가 박 대표는 개인자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장 사장?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당황했어?”수화기 너머로 여유 넘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변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여자들의 웃음소리도 뒤섞여서 들려왔다.장우영은 음산한 눈빛으로 정도현과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말했다.“정도현이 애새끼들 데리고 제 아지트에 쳐들어왔습니다. 어느 주제도 모르는 녀석을 주인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그 녀석이 제 세력을 오늘 내로 뿌리 뽑으라고 했다더군요. 불과 몇 분 전에 제가 관리하는 업소와 도박장에서 애들이 잡혀갔어요. 경찰까지 동원했더군요. 박 대표님, 저 좀 살려주세요!”“정 회장까지 깍듯이 모시는 인물이라… 재밌네. 그
장우영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는 마치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턱을 높게 치켜들었다.그만큼 그는 박 대표에게 자신이 있었다.그는 박 대표가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아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정도현? 송호문? 박 대표에 비하면 벌레 같은 목숨들이었다.장우영은 눈엣가시 같은 정도현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박 대표가 도움을 주기로 한 이상 더는 정도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어쩌면 정도현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그래! 그럼 나 장우영은 S시에서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한지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가식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장 사장한테 들었는데 어느 벌레만도 못한 녀석이 서랑구 세력을 뿌리뽑겠다고 했다면서?”경멸과 조롱이 가득 담긴 말투였다.주변 공기마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용기를 얻은 장우영의 부하들이 정도현의 인력과 대치 중이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덤덤하게 물었다.“박용진?”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내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재밌는 녀석이네. 별 볼일 없는 S시의 벌레가 내 이름을 다 알고 말이야. 너 누구야?”거만하고 무례한 말투!한지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북양구!”탁!순식간에 전화가 끊어졌다.한지훈은 놈의 빠른 판단에 어이가 없었다.이 정도로 빨리 도망칠 줄이야!‘3년이 지났는데 겁 많은 건 여전하네, 이 자식.’그 시각, 용경의 어느 한 호화 별장. 노천 수영장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거의 벗다시피 한 여자 DJ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현장에는 용경의 재벌 자제들이 모여 환락을 즐기고 있었다.별장 입구에는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여러 외제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멀리 내다보니 남자들은 각자 옆에 화끈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을 끼고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재벌 2세들이 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그라도 이 남자 앞에서는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이 세상에 그 인간보다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는 없었다.그 남자는 용경 재벌 2세들의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그의 이름은 그들끼리 모였을 대도 금지어가 되었다.과거 한지훈이 용경에서 재직 중일 때, 박용진과 충돌이 좀 있었는데 그때 박용진이 가문의 재력을 믿고 한지훈을 들이받은 적 있었다.그날로 한지훈은 북양에서 10만 대군을 호출하여 용경 주변을 개미 한 마리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했다.그날 BY그룹은 폭풍의 중심이 되었다. 북양의 군졸들이 무자비하게 그들의 저택을 습격했다.가주인 박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박용진을 비롯한 식솔들을 거느리고 한지훈이 거주하는 저택 앞으로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한지훈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박 회장은 손자인 박용진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자식 농사를 망친 재벌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한지훈의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당시 이 사건은 용경 전체를 뒤흔들었다.백 명이 넘는 BY그룹 식솔들이 한지훈을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다니!충격적이고 믿기지 않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당황한 박용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지훈 형님, 정말 형님이십니까?”한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당연히 나지. 그런데 목소리만 듣고 그렇게 벌벌 떨어서야 큰일을 할 수 있겠어?”“형님은 농담도 잘하십니다. 갑자기 전화하니까 긴장해서 그랬죠. 형님을 존경해서 그런 겁니다.”박용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장우영 네 사람이야?”한지훈은 옆에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우영을 지그시 노려보며 물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해두고 박용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제 사람은 맞습니다만… 혹시 녀석이 형님 심기를 건드렸나요? 그럼 혼내야죠! 그 자식은 멍청이예요. 형님이 놈을 뿌리 뽑고 싶으시다면 굳이 형님 손을 더럽힐
“흠, 아마 약탈당한 국가에서 복수를 위해 고수를 보낸 걸지도 몰라.”“에이? 혹시 용국의 한지훈 아니야? 그자가 예전에 오륙의 이성 천신계 강자 넷을 상대로 싸운 적 있잖아!”“말도 안 돼.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지훈이 감히 함부로 나설 리가 없지.”사람들 눈에는 한지훈이 지금 숨기 바쁠 시점이었고, 신분을 드러낼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고 본 것이다.같은 시각, 허씨 가문의 대청 안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그들 중에는 곧 천신계 돌파를 앞둔 고수들도 있었지만, 수십 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이때 흰옷을 입은 남자가 바깥에서 급히 들어오자, 허천지가 얼른 일어나 물었다.“소식이 있나?”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손을 쓸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전부 조사해 봤지만, 단서 하나 찾지 못한 것이다.“가주님, 설마 얼굴조차 못 보신 겁니까?”그가 물었다.얼굴을 봤느냐고?허천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상대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뭘 봤겠는가?“어젯밤, 그 자는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끄럽게도, 누가 저희를 도운 건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허천지가 고개를 저었다.“가주님, 일성 준천신을 순식간에 죽인 실력이라면… 혹시 역외에서 귀환한 강자가 아닐까요? 설마 서천술 선배께서 은밀히 보낸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아닐세. 서천술 선배라면 사전에 반드시 통보가 있었을 테지. 그래야 우리가 마중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몰래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허천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더 캐낼 게 없다면 그만두게. 당분간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하고.”이때, 허천과 함께 방을 쓰는 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천이가 데리고 온 그 친구 아닐까요? 어젯밤 그 친구 부탁으로, 천이가 할아버지를 뵈러 간 거잖아요.”허천지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말도 안 된다! 한지훈이 그를 보낸 건 자기한테 불똥 튈까 봐
죽은 두 사람은 비록 이제 막 준천신계를 돌파한 강자이긴 했지만, 외부 세계에선 대륙 하나를 제압할 만한 존재였다.그런데 방금 전, 단 한 방에 살해당한 것이다!게다가 그 천성구요 진법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였다!구하러 나섰던 허천지조차 넋을 잃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하늘에 아홉 개의 태양이 뜬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그 뜨겁고 불타는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바닥에 흩어진 투명한 살점들을 바라보며, 장령풍은 자신의 목숨을 간신히 건진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피를 토하며 날아간 서영호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허천지는 급히 다가가 서영호의 상처를 살폈고, 다행히 내장은 다치지 않아 하루이틀만 쉬면 회복될 수 있었다.사람들을 시켜 서영호를 옮기게 한 뒤, 허천지는 냉랭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방금 전, 그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운을 느꼈다.즉, 지금 죽은 둘 외에도 또 한 사람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앞선 두 명이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걸 보고는, 나머지 한 사람이 은둔하여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방금 전 천성구요의 위력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허천지는 장령풍을 한 번 흘겨보았고, 방금 전 무릎 꿇고 살려달라 외쳤던 모습이 너무 또렷했다.과연 저자가 장씨 가문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무겁게 한숨을 쉰 허천지가 장령풍을 향해 말했다.“장 도련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경호원을 붙여드릴 테니, 돌아가 쉬세요.”그러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장령풍의 흠뻑 젖은 바짓가랑이를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민망함이 스쳤다.“예, 예, 허 선배님.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 말을 남기고 장령풍은 서둘러 호텔 쪽으로 달려갔다.그날 밤, 진가복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죽은 자들 중에는 비륙의 고수뿐 아니라, 오륙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로드 가문에서 파견한 강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모두 무도학원 진법루에서 큰 수확을 얻은 자들이었지만, 운이 장령풍이나 서영호만큼은
하지만 그 누구도 정식 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대학살극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영호와 장령풍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을 때, 폭풍 같은 기류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서영호는 반응조차 못 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장령풍은 겁에 질린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살려주십시오! 저는 하등 쓸모없는 놈입니다! 단지 이곳에 구경하러 온 것뿐입니다......”“저…… 저 그냥 시중도 들겠습니다! 종이든 말이든 다 할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그들은 사실 특수한 단약을 써서 겨우 실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을 뿐, 진짜 실전 경험은 전무했다.그런데 상대는 고작 기류 한 줄기로 서영호를 반쯤 죽여놨으니, 분명 최소 준천신 강자일 것이다!자신보다 강한 강자를 만나자, 장령풍은 그대로 오줌을 싸버렸다.몸은 덜덜 떨리고, 눈조차 제대로 들 수 없었다.“휙!”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명의 검은 복면을 찬 사람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고, 싸늘한 눈빛으로 장령풍을 노려보며 말했다.“진법루에서 가져온 진법 비책을 네가 갖고 있지?”장령풍은 이미 잔뜩 겁에 질린 상태였고, 지금 이 순간 목숨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는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용국 무종의 미래 따위는 전혀 그와 무관한 일이 되었다!상대가 다시 묻기도 전에, 장령풍은 품속에서 두툼한 비책들을 꺼내 내밀었다.분명히 상대는 진법을 빼앗기 위해 온 것이니, 넘겨주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검은 복면인은 그것을 낚아채며 한쪽 손으로 품었다.“멈춰라!!”“쉬익!”그 순간, 한 줄기 은빛이 스치며 주변 집들이 한바탕 흔들렸다.마침 이때 허천지가 검을 들고 있었다.진작에 진가복 전체가 진법에 쌓여 있었고, 이때 허천지는 즉시 진법을 가동했다.동쪽 하늘에서 솟은 눈부신 백광 아래, 진가복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수많은 살기가 일순간에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을 겨눴다!그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허천지는 한눈에 필 칸트를 알아봤다.그는 오륙의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칸트 가문의 가장 유망한 후계자였다!게다가 요즘은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칸트 가문에도 두 명의 강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런데, 겨우 북양왕이라 불리는 자, 소문만 무성한 초라한 일성 준천신 경지의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그런 자격으로 오륙 십 대 가문의 정점에 선 젊은이에게 말을 건다고?만약 상대방이 기분이라도 상하면, 한지훈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자신의 손녀까지 휘말리면 큰일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천지는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곁에 서 있던 허천을 확 잡아끌었다.“천아, 내가 뭐라고 했지? 밥 다 먹었으면 바로 한 선생을 모시고 돌아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했잖아. 길거리에서 이러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할아버지, 이분이 먼저 한 선생님에게 아는 척하며 인사하셨어요. 우리가 무례할 수는 없잖아요.”허천은 억울하다는 듯 허천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여긴 길 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대단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야. 괜히 문제 생기면 누가 너희를 지켜주겠어? 게다가 저 사람, 오륙 십 대 가문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이라니까!”“한지훈이 먼저 인사했다고? 웃기고 있군! 그쪽에서 먼저 말 걸 일이 뭐가 있어! 당장 데리고 돌아가! 이런 곳에 더 있지 마!”“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은 책임질 의무 따위 없다!”허천지는 싸늘하게 한지훈을 한번 흘겨보곤, 멀리 서 있는 몇 사람을 보고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가 말없이 돌아섰다.한지훈은 필 칸트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허천과 함께 허씨 가문에서 마련해 준 민박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밤이 막 내려앉은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졌다!곧이어 수많은 빛줄기가 창문을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사람 그림자들이 빠르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녔고, 한지훈은 창밖으로 수십 명이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한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절대 나오지 마십시오!”문을 두
장세풍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허천지는 눈빛이 번쩍였다.장세풍, 세속 세계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외 강자들과 오대 명산에겐 익히 알려진 이름이었다.이 사람은 바로 천사도 제7대 조사, 즉 장천사의 일곱 번째 제자였던 것이다!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설마 장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천사도 전승을 이은 그 장세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허천지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이지요.”장령풍은 허천지가 장세풍을 경외하는 태도를 보이자, 얼굴에 더한 자부심을 드러냈다.“흠, 장 선배께서 오신다면, 이번 대전은 틀림없이 압승이겠지요. 만약 당시 그분이 역외로 은둔하지 않았다면, 어찌 그 후손의 변발 병사들이 용국을 차지했겠습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요, 이번 대회에 그분까지 속세에 돌아오시다니!”허천지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흥, 이번엔 반드시 우리 용국이 승리할 겁니다. 누구나 알고 있잖습니까, 대전에서 이기는 자는 명성을 떨칠 뿐 아니라, 용국의 국운까지 계승할 수 있다는걸!”서영호가 냉소하며 말했다.“한지훈 그 자식의 좋은 날도 이제 끝났습니다. 대전이 끝나는 날이 바로 그가 용심을 넘기고, 목숨을 내놓는 날이 될 겁니다!”이 말을 하며, 서영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태어나서 지금껏 누가 그를 무릎 꿇게 한 적 있었던가?하지만 오륙에서, 한지훈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그때의 굴욕을 떠올릴 때마다 서영호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삼켰다.허천지는 서영호가 한지훈을 언급하며 증오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속으로 기뻐했다.한편, 한지훈 일행은 점심을 먹은 뒤 허천이 한지훈을 데리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다.과거엔 이 작은 마을이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각국의 거물들이 몰려오면서, 연예계 스타나 유명 국제 서커스단까지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길을 걷는 동안에도 한지훈은 익숙한 얼굴들을 여럿
허천지가 멀리 떠나기 전에 허천은 서둘러 뒤쫓아가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한 선생님은 그래도 용국의 북양왕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허름한 민박에 머물게 할 수는 없잖아요!”“민박이면 어때서?”허천지는 고개를 돌려 허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 고급 호텔들, 그게 누굴 위해 준비된 거라고 생각하느냐? 전부 다 역외 강자들과 오대 명산의 친척들을 위한 거다. 한지훈을 민박에 재우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오륙의 육군 원수도 민박에서 자고 있다. 그 사람들은 불평도 안 하는데, 뭘 그리 유난이냐!”그 말에 허천은 울컥했다.“할아버지, 한 선생님도 천신계 강자잖아요. 게다가 예전에 혼자 힘으로 오륙의 천신계 강자 넷을 죽이기도 했어요. 그 전력만으로도 민박에서 묵일 이유는 없잖아요!”“천아, 넌 아직 몰라서 그래. 한지훈이 천신계이라지만,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기 전이나 천신계가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못하는 계약이 유효하던 시절에는 그 신분이 귀중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그의 수준은 고작 일성 준천신계일 뿐, 진짜 강자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게다가 그는 아직 스물 몇 살밖에 안 됐다. 천신계라는 건, 한 단계 오르기도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는 전에 오대 명산에 무례한 짓을 저질렀으니 그 순간부터 그의 앞길은 막힌 거다. 그런 사람에게 굳이 정을 줄 필요는 없어.”“오히려 그런 자와는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 괜히 엮였다가 불똥 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난 그가 널 도운 목적도 의심스럽다. 우리 허씨 가문과 엮이려는 의도가 아니면 뭐겠느냐? 하지만 그가 잘못 생각한 거지.”“됐고, 이제 그만 돌아가 봐라. 난 지금 장씨 가문의 장령풍과 서천술 선배의 자손인 서영호를 맞이하러 가야 해. 그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지, 지나간 북양왕에게 시간 낭비할 여유는 없다!”“기억해라. 식사가 끝나면 한지훈을 민박으로 데려가. 조용히 머물게 하고, 절대 밖으로 나돌지 않게 해. 괜히 감당 못 할 인물을 건
허천은 노인을 향해 서둘러 소개했다.노인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힐끗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하지만 북양왕이라는 이 세 글자가 1년 전이었다면 값진 칭호였을 터였다.그때 노인이 한지훈을 봤다면 몸을 숙여 예를 표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이제는 북양왕은커녕, 국왕조차도 그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그래서 노인은 단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 아무런 예도 취하지 않았다.“한 선생님, 천이가 철없어 한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린놈의 말이니, 너무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됩니다.”노인은 천천히 입을 열며 한지훈에게 말했고, 한지훈은 고개를 들고 노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그 노인은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희고, 새하얀 장삼을 입고 있어 멀리서 보기엔 마치 신선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게다가 실력도 오성 용급 천왕계 정도였으며, 진법에도 능하여 거의 진천왕계라 불릴 만한 고수였다.“저는 허천지라 합니다. 한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노인은 자리에 앉은 후, 가볍게 주먹을 쥐고 한지훈에게 인사했다.말로는 감사의 뜻을 표했지만, 그 표정엔 오만함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사실, 아까 허천이 한 말은 결코 어린 아이의 허튼소리가 아니었고, 허씨 가문은 실제로 공수반의 유일한 전승자였던 것이다!지금 용국 내에서도 무도의 대가라 불릴 만한 존재는 손에 꼽히고, 게다가 진법에 능하면서 완전한 진법 전승을 지닌 가문은 거의 없었다.오히려 오대 명산의 고위 인사들조차도 허씨 가문에게는 고개를 숙일 지경이었다.장씨 가문을 제외하면, 허씨 가문은 오대 명산 내부에서도 흔들릴 수 없는 입지를 자랑하는 존재였다.그러니, 한지훈이 아무리 북양왕이라 한들 허천지의 눈엔 아무런 값어치도 없었던 것이다.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인해 서천술까지 직접 사람을 보내어 자신을 초청하기까지 했다.그건 어떤 경지의 예우인가?서천술이 언제 남에게 부탁 같은 걸 한 적 있었단 말인가?적어도 이 진가복 내에선,
그 후 며칠 동안 한지훈은 집에 머물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또한 한씨 공관에서 작은 연회를 열어 작은 아들의 백일을 축하했다.가문의 족보에 따라 작은 아들의 이름을 한진천, 아명은 천천이라 정했다.그리고 관례대로 작은 아들의 이름도 정식으로 족보에 등재되었다.강우연은 갓 백일을 넘긴 천천이를 안고, 감회에 젖은 눈빛으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사실 그녀는 늘 한씨 가문의 대를 잇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지고 있었던 터였다.하지만 이제, 막내아들의 이름이 족보에 올라간 이상 그 무거웠던 돌덩이가 비로소 내려앉은 셈이었다.그 후, 한지훈은 용월과 용운에게 명을 내려 귀환한 역외 강자들과 각국에서 온 참관 사절단들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도록 지시했다.조정이든, 용국 무종이든, 이번 역외 강자 간의 대결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번만큼은 각국의 역외 강자들이 모두 용경 근방에 집결했고, 겉으로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곳곳에 암류가 흐르고 있었다.한지훈은 도청전인을 데리고 용경으로 향했고, 집안은 용월에게 맡겼다.이런 배치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전하기 위함이었다.도청전인은 이미 수일 전 천신경으로 돌파한 상태였고, 만일 용경 쪽에서 무슨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도청전인은 분명 한지훈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용경에서 80리 떨어진 진가복에 도착했을 때, 이 이름 없던 작은 마을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주변 곳곳에는 각국 강자들의 수행원과 호위병들, 그리고 용국 무종에서 파견한 순찰병들로 가득했다.이들이 비록 정규군은 아니었지만, 전투력만큼은 정규군 이상이었고 한지훈은 그들 사이에서 일성 준천왕계 강자를 목격하기도 했다!예전 같으면 천왕계 강자는 한 나라를 좌우할 존재였지만 지금은 고작 순찰병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이 또한, 이번에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들이 하나같이 당세를 뒤흔들 수 있는 존재임을 방증하는 바였다.그리고
“사실 우리 같은 경지에 이르게 되면, 모두들 알다시피 우린 그저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용심을 얻고 용족 유적지에 들어가야만 한 단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거지!”이천성은 매혹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확실히 매우 솔깃하긴 했다.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상대는 한지훈이다. “나에 대해서 꽤나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어떤 걸 가장 싫어하는지도 알려줄게. 난 남한테 비겁한 협박을 받는걸 가장 싫어해! 그리고 난 너랑 같은 편이 아니야!”“난 너와는 달리 더 강해지기 위해서 남은 일생을 사는 게 아니야. 내 인생은 오직 용국을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거야!”한지훈은 단 두 마디로 이천성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말에 이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린 더 이상 깊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것 같네. 이렇게 된 이상 난 이만 돌아갈게!”“부디 앞으로, 네가 방금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래!”이천성은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천성이 떠나는 모습에 도청 천진의 표정은 굳어졌다. “한 선생님, 헌팅 리스트는 매우 위험한 겁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도맹약의 타깃에서 벗어나게 된 사람은 없습니다!”“제가 보기에는 일단은 잠시라도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다시 천천히 협상해 보는 것도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그래? 저 놈이 말한 헌팅 리스트란게 정말 그렇게 대단해?”도청 전인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제 스승님께서 살아계실 때 일찍이 저한테 얘기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지만 예비는 확실히 헌팅 리스트에 올라 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원승환도 그 리스트에 올라 죽은 겁니다.” “하지만 오기의 죽음은 아직 확실치 않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