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는 다급히 대답했다.“도영그룹이요. 그쪽에서 150억에 이 공장을 사겠다고 했습니다.”“도영? 도중기 그 인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공장을 떠났다.공장을 인수한 뒤, 그는 바로 강우연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생산을 가동하려면 부족한 설비를 구매해야 했다.한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온 도진수는 도영그룹의 연락을 받았다.“도 사장,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한테 150억에 공장 넘기기로 했잖아요. 왜 40억에 다른 사람에게 팔았어요? 미쳤습니까?”상대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도영그룹? 젠장!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당신들이 아니었으면 헐값에 공장 넘길 일도 없었다고! 당장 꺼져!”도진수는 욕설을 퍼붓고는 전화를 끊었다.도영그룹 회장 사무실, 비서는 끊어진 전화를 노려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도중기에게 보고했다.“회장님, 실패했습니다.”도중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다음 계획으로 넘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운그룹을 무너뜨려야 해!”비서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회장님. 방금 입수한 소식인데 비록 강운 쪽에서 공장을 인수했지만 설비가 부족해서 아직은 생산을 가동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인맥을 동원해 상회 쪽 사람들을 움직이면 강운에서 설비를 인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해!”도중기가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비서는 곧장 S시 상회 부회장 맹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상회 부회장 사무실, 맹시현은 지인들과 함께 이번 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있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에 낯선 번호인 전화가 걸려 왔다.“맹시현입니다.”맹시현은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부회장님. 도영그룹 비서실 서주안입니다. 도 회장님 지시를 받고 연락드렸어요.”“도영그룹이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는지….”맹시현은 흥분과 기대로 입꼬리가 올라갔다.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지인들도 멍한
전화를 끊은 뒤에도 맹시현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그의 지인들이 장난치듯 말했다.“부회장,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조심스러워? 우리 맹 부회장이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맹시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도영그룹.”그 말을 들은 지인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도영그룹에서 갑자기 왜? 여긴 S시잖아. 그쪽에서 우리한테 연락할 일이 뭐가 있다고.”맹시현은 차로 목을 축이고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강운그룹을 무너뜨릴 계획에 동참해 달라고 하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그 말을 들은 지인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맹 부회장, 이건 기회야! 세력도 배경도 없는 회사 하나 무너뜨리면 도영이라는 큰 배에 탈 수 있는데! 그쪽 자금이 우리 S시로 들어오고 새 지사까지 설립한다는데 이만한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왕 사장 말이 맞아요. 형님, 그래서 도영그룹의 요구는 뭡니까?”“우리도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 나중에 도 회장 앞에서 얘기나 잘 해줘.”맹시현은 지인들을 바라보며 점차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자네들 같은 든든한 아군이 잇는데 무서울 거 없지. 요구는 아주 간단해. 강운에서 최근에 공장을 하나 인수했는데 설비가 필요한가 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운에서 설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야.”“내가 확인해 봤는데 강운에서 필요한 설비는 S시에 일곱 곳에서 판매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회사들을 찾아가서 강운그룹에 설비를 팔지 못하게 막는 거야.”그의 생각을 들은 지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간단하지. 다 우리가 아는 회사들이니까 문제없을 거야.”잠시 후, 일곱 회사는 강운에 설비를 절대 팔지 말라는 상회의 공문을 받았다. 제한 기간은 3개월이었다.맹시현은 강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몇 달만 시간을 끌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납품 일자가 연기되어 알아서 와해될 것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한편, 강우연은 공장을 확보했다는 연락을 받고 설비 판매 회사 중 한 곳인 부영으
“자, 다 같이 한잔합시다!”그들이 흥에 겨워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 강우연은 조형욱이 대표로 있는 헨리로 갔다.“누구시죠?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입구를 지키던 경비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강우연은 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조 대표님 좀 만나러 왔는데요. 생산 설비를 구매하려고요.”“우리 대표님? 예약은 하셨어요?”경비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강우연이 말했다.“강운그룹 강우연 부장입니다.”“강우연 씨? 그냥 돌아가세요. 대표님은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나중에 다시 오세요.”경비 직원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인상을 구기며 그녀의 어깨를 떠밀었다.뒤로 밀려난 강우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그대로 바닥에 부딪혀 살갗이 벗겨지며 피가 났다.“부장님, 괜찮으세요?”비서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고는 분노한 눈빛으로 경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왜 사람을 밀치고 그러세요?”경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그러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했잖아.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꺼져!”비서가 이를 악물며 경비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강우연은 그녀를 말렸다.“우영 씨, 난 괜찮으니까 다른 데로 가자.”그렇게 강우연은 비서와 함께 남은 다섯 공장을 찾아갔지만 사장이 자리를 비웠다며 받아주지 않았다.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그들을 비웃고 비난하기까지 했다.조바심이 난 비서는 발을 동동 굴렀다.“부장님, 이제 어떡할까요? 이 공장들 분명 서로 합의하고 우리만 안 만나주는 것 같아요.”강우연도 속이 타들어 갔다.오늘 설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일도 생산을 가동할 수 없게 되고 납품 일자는 또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되면 강문복은 모든 게 그녀가 무능한 탓이라며 비난할 게 분명했다.“일단 돌아가서 대책을 상의해 보자.”강우연이 말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회사로 돌아가 상황을 강문복에게 보고했다.소식을 들은 강문복은 크게 화를 내며 임
강우연은 한참을 울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물었다.“지훈 씨가 설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요?”한지훈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지훈 씨가 인맥이 풍부한 건 알지만 계속 도움만 받다가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면 어떡해요?”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런 건 걱정하지 마. 다 친한 친구들이고 내가 부탁하는데 거절할 리 없어.”“하지만 S시에 설비를 가진 회사는 전부 우리한테 안 팔겠다고 선언했는데 무슨 수로 설비를 구해요?”강우연은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었다.한지훈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그럼 다른 지방에 가서 설비를 사 오면 되지. H시도 괜찮잖아. 내가 상황을 알아볼 테니 소식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한지훈은 그 길로 출발했다.강우연이 뒤에서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우아하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강우연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한편, 회사를 나선 한지훈은 곧장 고운그룹으로 직행했다.원 한정그룹을 개명한 고운그룹은 이제 완전히 한지훈의 소유가 되었다.안타깝게도 5년 전 사고로 그는 가족 모두를 잃고 혼자 남게 되었다.한지훈은 백 선생의 신분으로 원 한정그룹을 인수하고 부모님의 평생 피땀을 되찾았다.용일은 회사로 온다는 한지훈의 연락을 받고 곧장 고운그룹 임원들에게 사실을 알렸다.임원들 중 대부분은 한정그룹 때부터 함께한 직원들이었다.물론 새로 들어온 임원들도 있었다.“뭐라고요? 회장님이 방문하신다고요?”“백 선생 말씀하시는 건가요?”“소문에 아주 잘생긴 재력가라고 들었는데 얼굴이라도 봐야겠어요!”회사 직원들은 한지훈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술렁이기 시작했다.적지 않은 직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주인이 된 백 선생의 얼굴을 보려고 회사 로비로 몰려들었다.며칠 사이에 백 선생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문은
“회장님.”회사의 임원들은 일제히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구경하러 나온 여직원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세상에! 분위기가 너무 멋있잖아!”“저분이 회장님이라고? 가면을 쓴 신비주의라니!”“세상에! 내가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이야!”여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후,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회의실에 모였다.상석으로 간 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긴장들 푸시고 자리에 앉으세요.”솔직히 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부모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가 드디어 그의 손에 돌아왔다.그리고 임원들 중에는 한지훈이 아는 얼굴도 보였다.예전에 그의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위해 일하던 부하직원들이었다.한지훈이 손짓하자 옆에서 대기하던 용일이 정중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오늘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건 중요한 사안이 있어서입니다. 회사 명의로 H시에서 인테리어 자재 생산 설비를 구입할 예정인데 나눠드린 서류에 리스트가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오늘 안에 무조건 구매를 완료해야 할 설비들입니다. 돈은 문제가 아니니 다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임원들은 다급히 서류를 펼치고 리스트를 확인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다.“회장님,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설비는 아닌 것 같은데요.”“맞아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시려는 겁니까?”사람들의 의혹에도 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응대했다.“일단은 그렇게 진행하세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요. 최대한 빨리 설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으세요.”말을 마친 한지훈은 회의실을 나가 회장 사무실로 갔다.회사를 인수한 직후, 그는 용일에게 부탁해서 사무실을 예전에 아버지가 있을 때와 똑같이 꾸몄다.전에 있었던 고전 명화와 화분들도 경매장에서 구매해서 원래 있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사무실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던 한지훈의 눈시울이
용일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신속히 동원 주군 본부에 연락을 취했다.전화를 받은 서효양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다.“북양 총사령관께서 나한테 부탁을 했다고?”“네, 서 사령관님. 저희 사령관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용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잠시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좋아요. 북양 총사령관의 부탁인데 당연히 도와야지요.”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고 참모장을 호출했다.“당장 군공장이나 군부와 협력 계약을 맺은 회사에 연락해서 이 리스트에 있는 설비들을 천향 공장으로 보내라고 지시해! 오늘 안에 무조건 도착해야 해!”“북양 총사령관께서 그런 부탁을 하셨다고요?”참모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효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니까? 높으신 분께서 여자 한 명을 위해 나한테 부탁을 다 하시다니. 재밌어! 지금 당장 움직이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참모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지휘관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설비 구매 문제를 해결한 한지훈은 용일에게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이 사람들 어디 사는지 알아보고 나랑 같이 나가자.”말을 마친 한지훈은 그에게 리스트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다섯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이들은 예전 한정그룹에서 한지훈의 아버지를 위해 일했던 심복들이자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우들이었다.5년 전 사고로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룹이 무너지자 그들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4대 가문에서 그들의 재취업을 방해했기에 한정그룹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하던 사람들은 현재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그중 두 명의 이름 옆에는 특별한 기호로 체크해 두었다.그들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그룹의 기밀을 팔아넘긴 배신자였다.이 둘이 아니었으면 아마 한정그럽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둘은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와 한정그룹에 칼을 겨누었다.한지훈은 이 원한을 한순간도 잊은 적
“맞아요. 도망자 신세인지 얼굴에 가면이나 쓰고 나타나서는!”“회사가 발전하려면 우리 방 부장님 말을 따라야죠!”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한지훈의 코앞까지 다가왔다.한지훈을 본 방 부장이 싸늘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길 막지 말고 비켜.”방준우는 어딘가 낯이 익은 한지훈을 자세히 보더니 놀란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당신은… 한지훈?”한지훈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방준우를 바라보았다.예전 한정그룹에서 일반 사원에 지나지 않았던 방준우가 부장까지 승진했을 줄이야!조금 전 회의실에서는 존재감도 없던 인물이었다.과거 방준우는 능력이 출중한 직원은 아니었다. 그가 잘리지 않고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었던 것도 후계자였던 한지훈에게 열심히 아부한 결과였다.“오랜만이야.”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응대해 주었다.방준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전대 회장님 아들을 여기서 만나다니! 참, 이제는 한정그룹이 아니라 고운그룹으로 개명했지? 당신도 이제 후계자가 아니고.”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히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하지만 방준우는 그를 곱게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예전에 개처럼 한지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부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아가 치밀었다.그때는 그런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한정그룹이 무너지면서 그는 아부 신공으로 쾌속 승진하여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그래서인지 한지훈을 다시 만나자 알 수 없는 보복 욕구가 치밀었다.“잠깐, 이대로 간다고?”방준우는 자리를 떠나려는 한지훈의 어깨를 잡고 비웃음을 머금더니 동료들에게 그를 소개했다.“다들 초면이지? 이분이 바로 한때 유명했던 한정그룹 후계자였어. 전대 회장님의 아들이자 전임 이사님이셨지.”방준우의 부하직원들은 그 말을 듣자 다들 경악한 반응을 보였다.“저 사람이 그 한지훈?”“세상에! 저 사람이 여긴 왜 왔대?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니까 면접이라도 보러 왔나?”“자존심도 없는 사
강렬한 수치심이 방준우의 가슴에 차올랐다.그의 부하직원들은 다급히 달려가서 그를 부축해 일으키고 한지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너 미쳤어? 감히 우리 방 부장님한테!”“백수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났어? 아직도 네가 재벌가 도련님인 줄 알아?”“당장 방 부장님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우리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말을 마친 직원들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당장이라도 한지훈에게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한지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넷이서 내 몸에 상처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겁을 집어먹은 직원들은 연신 뒤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사람 눈빛이 저렇게 매서울 수 있지?그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 방준우는 직원들을 밀치고 나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한지훈, 죽고 싶어? 여긴 이제 한정그룹이 아니라 고운그룹이라고! 너도 더 이상 이 회사의 주인이 아니야! 내 이놈을 그냥 확!”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연기를 방준우의 얼굴에 뱉으며 말했다.“이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그 말을 들은 방준우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저 자식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지훈, 너 미쳤어? 망상증이라도 걸린 거야? 아직도 회사가 네 것 같아?”“잘 들어. 지금 이 회사는 우리 회장님께서 거금을 주고 인수하고 고운그룹이라고 이름을 바꿨다고!”“한정그룹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이 되었어. 그것도 아주 치욕스러운 역사로.”방준우의 부하직원들도 팔짱을 끼고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얘기를 하다가 생각난 건데 회사에 너희같이 밥이나 축내는 직원들이 너무 많네. 지금부터 방준우, 그리고 너희 네 명은 해고야.”그 말을 끝으로 주변에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방준우 일행은 서로를 번갈아 보다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저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