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뒤에도 맹시현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그의 지인들이 장난치듯 말했다.“부회장,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조심스러워? 우리 맹 부회장이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맹시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도영그룹.”그 말을 들은 지인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도영그룹에서 갑자기 왜? 여긴 S시잖아. 그쪽에서 우리한테 연락할 일이 뭐가 있다고.”맹시현은 차로 목을 축이고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강운그룹을 무너뜨릴 계획에 동참해 달라고 하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그 말을 들은 지인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맹 부회장, 이건 기회야! 세력도 배경도 없는 회사 하나 무너뜨리면 도영이라는 큰 배에 탈 수 있는데! 그쪽 자금이 우리 S시로 들어오고 새 지사까지 설립한다는데 이만한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왕 사장 말이 맞아요. 형님, 그래서 도영그룹의 요구는 뭡니까?”“우리도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 나중에 도 회장 앞에서 얘기나 잘 해줘.”맹시현은 지인들을 바라보며 점차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자네들 같은 든든한 아군이 잇는데 무서울 거 없지. 요구는 아주 간단해. 강운에서 최근에 공장을 하나 인수했는데 설비가 필요한가 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운에서 설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야.”“내가 확인해 봤는데 강운에서 필요한 설비는 S시에 일곱 곳에서 판매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회사들을 찾아가서 강운그룹에 설비를 팔지 못하게 막는 거야.”그의 생각을 들은 지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간단하지. 다 우리가 아는 회사들이니까 문제없을 거야.”잠시 후, 일곱 회사는 강운에 설비를 절대 팔지 말라는 상회의 공문을 받았다. 제한 기간은 3개월이었다.맹시현은 강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몇 달만 시간을 끌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납품 일자가 연기되어 알아서 와해될 것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한편, 강우연은 공장을 확보했다는 연락을 받고 설비 판매 회사 중 한 곳인 부영으
“자, 다 같이 한잔합시다!”그들이 흥에 겨워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 강우연은 조형욱이 대표로 있는 헨리로 갔다.“누구시죠?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입구를 지키던 경비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강우연은 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조 대표님 좀 만나러 왔는데요. 생산 설비를 구매하려고요.”“우리 대표님? 예약은 하셨어요?”경비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강우연이 말했다.“강운그룹 강우연 부장입니다.”“강우연 씨? 그냥 돌아가세요. 대표님은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나중에 다시 오세요.”경비 직원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인상을 구기며 그녀의 어깨를 떠밀었다.뒤로 밀려난 강우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그대로 바닥에 부딪혀 살갗이 벗겨지며 피가 났다.“부장님, 괜찮으세요?”비서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고는 분노한 눈빛으로 경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왜 사람을 밀치고 그러세요?”경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그러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했잖아.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꺼져!”비서가 이를 악물며 경비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강우연은 그녀를 말렸다.“우영 씨, 난 괜찮으니까 다른 데로 가자.”그렇게 강우연은 비서와 함께 남은 다섯 공장을 찾아갔지만 사장이 자리를 비웠다며 받아주지 않았다.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그들을 비웃고 비난하기까지 했다.조바심이 난 비서는 발을 동동 굴렀다.“부장님, 이제 어떡할까요? 이 공장들 분명 서로 합의하고 우리만 안 만나주는 것 같아요.”강우연도 속이 타들어 갔다.오늘 설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일도 생산을 가동할 수 없게 되고 납품 일자는 또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되면 강문복은 모든 게 그녀가 무능한 탓이라며 비난할 게 분명했다.“일단 돌아가서 대책을 상의해 보자.”강우연이 말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회사로 돌아가 상황을 강문복에게 보고했다.소식을 들은 강문복은 크게 화를 내며 임
강우연은 한참을 울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물었다.“지훈 씨가 설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요?”한지훈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지훈 씨가 인맥이 풍부한 건 알지만 계속 도움만 받다가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면 어떡해요?”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런 건 걱정하지 마. 다 친한 친구들이고 내가 부탁하는데 거절할 리 없어.”“하지만 S시에 설비를 가진 회사는 전부 우리한테 안 팔겠다고 선언했는데 무슨 수로 설비를 구해요?”강우연은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었다.한지훈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그럼 다른 지방에 가서 설비를 사 오면 되지. H시도 괜찮잖아. 내가 상황을 알아볼 테니 소식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한지훈은 그 길로 출발했다.강우연이 뒤에서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우아하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강우연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한편, 회사를 나선 한지훈은 곧장 고운그룹으로 직행했다.원 한정그룹을 개명한 고운그룹은 이제 완전히 한지훈의 소유가 되었다.안타깝게도 5년 전 사고로 그는 가족 모두를 잃고 혼자 남게 되었다.한지훈은 백 선생의 신분으로 원 한정그룹을 인수하고 부모님의 평생 피땀을 되찾았다.용일은 회사로 온다는 한지훈의 연락을 받고 곧장 고운그룹 임원들에게 사실을 알렸다.임원들 중 대부분은 한정그룹 때부터 함께한 직원들이었다.물론 새로 들어온 임원들도 있었다.“뭐라고요? 회장님이 방문하신다고요?”“백 선생 말씀하시는 건가요?”“소문에 아주 잘생긴 재력가라고 들었는데 얼굴이라도 봐야겠어요!”회사 직원들은 한지훈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술렁이기 시작했다.적지 않은 직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주인이 된 백 선생의 얼굴을 보려고 회사 로비로 몰려들었다.며칠 사이에 백 선생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문은
“회장님.”회사의 임원들은 일제히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구경하러 나온 여직원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세상에! 분위기가 너무 멋있잖아!”“저분이 회장님이라고? 가면을 쓴 신비주의라니!”“세상에! 내가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이야!”여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후,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회의실에 모였다.상석으로 간 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긴장들 푸시고 자리에 앉으세요.”솔직히 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부모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가 드디어 그의 손에 돌아왔다.그리고 임원들 중에는 한지훈이 아는 얼굴도 보였다.예전에 그의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위해 일하던 부하직원들이었다.한지훈이 손짓하자 옆에서 대기하던 용일이 정중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오늘 여러분을 모이라고 한 건 중요한 사안이 있어서입니다. 회사 명의로 H시에서 인테리어 자재 생산 설비를 구입할 예정인데 나눠드린 서류에 리스트가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세요. 오늘 안에 무조건 구매를 완료해야 할 설비들입니다. 돈은 문제가 아니니 다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임원들은 다급히 서류를 펼치고 리스트를 확인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다.“회장님,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설비는 아닌 것 같은데요.”“맞아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시려는 겁니까?”사람들의 의혹에도 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응대했다.“일단은 그렇게 진행하세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요. 최대한 빨리 설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으세요.”말을 마친 한지훈은 회의실을 나가 회장 사무실로 갔다.회사를 인수한 직후, 그는 용일에게 부탁해서 사무실을 예전에 아버지가 있을 때와 똑같이 꾸몄다.전에 있었던 고전 명화와 화분들도 경매장에서 구매해서 원래 있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사무실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던 한지훈의 눈시울이
용일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신속히 동원 주군 본부에 연락을 취했다.전화를 받은 서효양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다.“북양 총사령관께서 나한테 부탁을 했다고?”“네, 서 사령관님. 저희 사령관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용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잠시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좋아요. 북양 총사령관의 부탁인데 당연히 도와야지요.”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고 참모장을 호출했다.“당장 군공장이나 군부와 협력 계약을 맺은 회사에 연락해서 이 리스트에 있는 설비들을 천향 공장으로 보내라고 지시해! 오늘 안에 무조건 도착해야 해!”“북양 총사령관께서 그런 부탁을 하셨다고요?”참모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효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니까? 높으신 분께서 여자 한 명을 위해 나한테 부탁을 다 하시다니. 재밌어! 지금 당장 움직이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참모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지휘관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설비 구매 문제를 해결한 한지훈은 용일에게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이 사람들 어디 사는지 알아보고 나랑 같이 나가자.”말을 마친 한지훈은 그에게 리스트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다섯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이들은 예전 한정그룹에서 한지훈의 아버지를 위해 일했던 심복들이자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우들이었다.5년 전 사고로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룹이 무너지자 그들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4대 가문에서 그들의 재취업을 방해했기에 한정그룹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하던 사람들은 현재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그중 두 명의 이름 옆에는 특별한 기호로 체크해 두었다.그들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그룹의 기밀을 팔아넘긴 배신자였다.이 둘이 아니었으면 아마 한정그럽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둘은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와 한정그룹에 칼을 겨누었다.한지훈은 이 원한을 한순간도 잊은 적
“맞아요. 도망자 신세인지 얼굴에 가면이나 쓰고 나타나서는!”“회사가 발전하려면 우리 방 부장님 말을 따라야죠!”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한지훈의 코앞까지 다가왔다.한지훈을 본 방 부장이 싸늘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길 막지 말고 비켜.”방준우는 어딘가 낯이 익은 한지훈을 자세히 보더니 놀란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당신은… 한지훈?”한지훈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방준우를 바라보았다.예전 한정그룹에서 일반 사원에 지나지 않았던 방준우가 부장까지 승진했을 줄이야!조금 전 회의실에서는 존재감도 없던 인물이었다.과거 방준우는 능력이 출중한 직원은 아니었다. 그가 잘리지 않고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었던 것도 후계자였던 한지훈에게 열심히 아부한 결과였다.“오랜만이야.”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응대해 주었다.방준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전대 회장님 아들을 여기서 만나다니! 참, 이제는 한정그룹이 아니라 고운그룹으로 개명했지? 당신도 이제 후계자가 아니고.”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히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하지만 방준우는 그를 곱게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예전에 개처럼 한지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부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아가 치밀었다.그때는 그런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한정그룹이 무너지면서 그는 아부 신공으로 쾌속 승진하여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그래서인지 한지훈을 다시 만나자 알 수 없는 보복 욕구가 치밀었다.“잠깐, 이대로 간다고?”방준우는 자리를 떠나려는 한지훈의 어깨를 잡고 비웃음을 머금더니 동료들에게 그를 소개했다.“다들 초면이지? 이분이 바로 한때 유명했던 한정그룹 후계자였어. 전대 회장님의 아들이자 전임 이사님이셨지.”방준우의 부하직원들은 그 말을 듣자 다들 경악한 반응을 보였다.“저 사람이 그 한지훈?”“세상에! 저 사람이 여긴 왜 왔대?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니까 면접이라도 보러 왔나?”“자존심도 없는 사
강렬한 수치심이 방준우의 가슴에 차올랐다.그의 부하직원들은 다급히 달려가서 그를 부축해 일으키고 한지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너 미쳤어? 감히 우리 방 부장님한테!”“백수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났어? 아직도 네가 재벌가 도련님인 줄 알아?”“당장 방 부장님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우리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말을 마친 직원들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당장이라도 한지훈에게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한지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넷이서 내 몸에 상처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겁을 집어먹은 직원들은 연신 뒤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사람 눈빛이 저렇게 매서울 수 있지?그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 방준우는 직원들을 밀치고 나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한지훈, 죽고 싶어? 여긴 이제 한정그룹이 아니라 고운그룹이라고! 너도 더 이상 이 회사의 주인이 아니야! 내 이놈을 그냥 확!”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연기를 방준우의 얼굴에 뱉으며 말했다.“이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그 말을 들은 방준우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저 자식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지훈, 너 미쳤어? 망상증이라도 걸린 거야? 아직도 회사가 네 것 같아?”“잘 들어. 지금 이 회사는 우리 회장님께서 거금을 주고 인수하고 고운그룹이라고 이름을 바꿨다고!”“한정그룹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이 되었어. 그것도 아주 치욕스러운 역사로.”방준우의 부하직원들도 팔짱을 끼고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얘기를 하다가 생각난 건데 회사에 너희같이 밥이나 축내는 직원들이 너무 많네. 지금부터 방준우, 그리고 너희 네 명은 해고야.”그 말을 끝으로 주변에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방준우 일행은 서로를 번갈아 보다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저
한지훈이 회장?어떻게 이런 일이!나머지 네 직원들도 경악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무명 백수로 전락했던 한지훈이 어떻게 또 회사의 주인이 된 거지?그렇다면 아까 가면을 쓰고 나타났던 사람이 바로 한지훈?방준우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떠나는 한지훈의 뒤통수에 대고 머리를 조아렸다.“회장님, 제발 해고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 집에 먹여 살려야 할 마누라와 자식이 있단 말입니다. 제가 다 잘못했어요. 해고 명령은 철회해 주세요!”말을 마친 그는 바닥에 쿵쿵 머리를 찧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한 마디만을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떠나버렸다.“넌 언제든 회사를 배신할 놈이라 너 같은 놈을 남겨둘 이유가 없어.”용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방준우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다 네가 자초한 거야. 오늘부터 너희는 해고야. 다른 회사에도 공문을 보낼 거니까 앞으로 최소 3년 안에는 재취직이 어려울 거다!”“아, 그리고 오늘 본 거, 들은 거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회장님 신분이 알려지면 너희를 찾아갈 거니까 알아서 해!”말을 마친 그는 재빨리 앞서가는 한지훈을 뒤쫓아갔다.잠시 후, 방준우 일행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났다.한편, 한지훈은 차에서 리스트를 꼼꼼히 훑어보았다.그가 가장 먼저 만나볼 사람은 고일우였다.“아저씨는 잘 지내실까?”한지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고일우는 아버지의 가장 충실한 오른팔이자 친구였다.그는 한지훈이 자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기도 했다.어린 한지훈도 고일우를 아저씨라고 부르며 무척 따랐다.한정그룹이 무너지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자존심 다 버리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사람이 고일우였다.하지만 혼자 힘으로 강력한 4대 가문의 음모를 막을 수는 없었다.나중에 그 일로 그는 자본 세력의 미움을 사 사업판을 떠나 작은 과일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한다.“빨리 가자!”한지훈이 말했다.용일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서랑 거리
“좋아, 아주 좋아! 한지훈, 네가 감히 이토록 오만하게 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희 용국의 연안을 피바다로 만들어 주겠다!”안드레는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용국의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장창 끝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점점 강렬해졌고, 그 빛은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진법의 증폭을 받은 살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킬 기세였다.“한... 한 씨 형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진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든 안드레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가 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화를 당할 것이었다.“안드레, 네 따위가 감히 우리 용국 백성을 해치겠다고?”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쪽 팔을 뻗어 갑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진왕검!”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리더니 넉 자 세 치 길이의 진왕검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상자에서 튀어나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다.진왕검이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은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으며 반쪽 하늘 전체를 가득 채웠다.진왕검은 고대로부터 왕들이 차고 다니던 검이었으며,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검이었다. 진왕검이 가진 특성은 단순한 명검의 재질이 아니라, 어떤 보검도 가질 수 없는 제왕의 기운이 함께 깃들어 있다는 점이었다.그 은빛 광채 속에서는 마치 용의 포효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고, 게다가 검신 위에 새겨진 거대한 청룡 문양이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 수백 리 내의 공간이 진왕검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에 살기로 가득 차올랐으며, 마치 이 한 자루 검이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단숨에 두 동강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절대적인 압도적 기세가 하늘과 땅을 휩싸며 퍼져 나갔고, 이내 넓디넓은 바다가 폭풍처럼 요동쳤으며, 하늘의 구름마저 급변했다. 그곳에 있던
한지훈에게 손을 쓰는 순간 박살 날 텐데!“짝!”한지훈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바닥을 번쩍 들더니,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번에는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고, 안드레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손바닥 한 방은 그야말로 안드레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게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카일 가문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네… 네 이놈!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용국 동남 연안 전체가 무너지고, 제재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안드레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라 일그러져 있었고, 두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장창!”안드레가 손을 뻗자, 배 위에 놓여 있던 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장창을 손에 쥔 순간, 안드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기세는 하늘마저 어둡게 만들었고, 뜨거운 태양조차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가져온 이 치욕을 수많은 피로 씻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과거, 무려 십 년 넘게 이름을 날린 전신 강자와 싸웠을 때조차 이런 치욕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가 장창을 쥐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길게 늘어진 백발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렁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안 돼!”진우가 놀라 소리쳤다.안드레의 목표는 한지훈이 아니었다!그는 창끝을 용국 동남 연안의 해안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가 이 창을 내리꽂는 순간, 용국 동남 해안은 그 여파에 휩쓸릴 것이다!게다가, 분노에 찬 천신계 강자의 일격이라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지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국의 해안 도시들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안드레는 장창을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지훈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안드레마저 매우 놀랐고, 그가 허둥지둥 한지훈의 흔적을 찾는 순간 한지훈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그대로 안드레를 향해 내리꽂았다!안드레는 깜짝 놀라 급히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고,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방 수 리 내의 바다 위가 거센 파도로 출렁였다!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안드레와 한지훈의 주먹이 격돌했다!쿵!안드레가 자부하던, 모든 것을 단숨에 초토화할 것 같던 그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닿는 순간 그 힘이 한없이 무력해졌다.심지어 안드레의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콰득!”안드레는 한 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마, 자신이 한지훈에게 밀린단 말인가?“말했지,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른다고!”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치켜들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완전히 본래의 기운을 드러냈다!천신계 강자의 강대한 위압이 해저에 사는 수생 생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이제 안드레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아니, 한지훈의 주먹을 감히 정면으로 받아칠 용기조차 사라졌다.한지훈의 주먹이 연달아 안드레의 몸을 강타했고, 안드레는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 날뛰는군!”안드레의 말이 끝나자, 한지훈은 손바닥을 들어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찰싹!”안드레의 몸이 다시 한번 옆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거침없이 뺨을 후려쳤다! 안드레의 몸이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연속된 광경을 바라보던 배 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저자가 정말 오륙에서 유일한 천신계 강자라는 안드레인가?정말로 오륙의 평화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따라서 한 수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천신계 강자의 기본이었다! “하아... 역시 너무 젊군.”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의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부딪히려 할 찰나,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펼쳐 손바닥으로 변환하며 안드레의 주먹을 아래로 눌렀다.“음?”안드레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소한 변화 속에 과연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인가?!“파악!”“쿵!”주먹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뒤를 따라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했다.거대한 폭발음이 마치 바다 위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한 위력을 뿜어냈다.순식간에 바다가 끓어오르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솟구쳤고, 수많은 물고기가 끓는 바닷물 속에서 익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부신 한 줄기 강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은 황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렇게 30분이 지나고서야 빛이 점차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며 한지훈과 안드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카일 가문의 무리들은 눈을 뜨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안드레 경의 이 강력한 일격에서 살아남을 자가 있겠는가?!아마도 한지훈의 육신조차 산산이 부서졌을 터!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동시에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이... 이럴 수가!”백발의 노인은 선박 난간을 붙잡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바다 위에서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몇백 미터 떨어진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안드레가 흐트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안드레의 가슴팍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안드레조차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방금 전, 한지훈의 손바닥과 맞닿았을 때 분명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지훈의 손바닥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한지훈과 안드레는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거대한 충격이 몇 초가 지나도록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바닷물은 광풍에 휩쓸려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안드레는 주먹을 살짝 쥐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분명한 통증을 느꼈다!천신계에 오른 이후, 안드레는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지훈의 일격이 그에게 통증을 안겨준 것이다!분명 서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발휘하긴 했지만, 한지훈은 막 천신계에 오른 젊은이일 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안드레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한지훈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고, 방금 받은 일격은 그가 살아오면서 맞은 가장 무거운 한 방이었다!만약 그의 몸이 뇌해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곤륜 뇌해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사실 안드레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했다!다만 이제 막 돌파한 터라, 아직 완전히 몸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젊은이, 정말 대단하군. 감히 우리 카일 가문에 도전할 만하겠어!”안드레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두 번째 주먹이 그림자처럼 날아들었다!그 일격이 뻗어나가자, 바다의 수면이 수십 미터나 움푹 내려앉으며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심지어 해저의 암초조차도 무너지며 부서졌고, 수백 미터 내의 바다 생물들이 동시에 죽고 말았다. 핏빛 안개가 해저에서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보며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안드레의 이 한 방은, 마치 용국 무학 중 격산타우와도 같은 기법이었다!겉보기엔 직선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변수가 숨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신계 강자의 신력인가……?”진우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고, 주변의 무리들도 연신 놀라움을 터뜨렸다.이 한 방이라면, 사람은 물론이고 전차나 전함조차도 견뎌낼 수 없을 것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