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에 밀린 우씨 가문 가족들은 서로 눈치만 보았다.너무 강한 기운이었고 황당하지만, 너무 섬뜩한 선언이었다.감히 우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이 가문을 멸하겠다고 선언했다.우경훈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곧 큰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패기는 봐줄 만하군. 수십 년을 M시에서 세력을 넓혀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겪었지만 너처럼 오만방자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녀석은 또 처음이야. 이 세상에서 우씨 가문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네 놈이 무슨 수로 우리 가문을 사라지게 하는지 내 두 눈 뜨고 똑똑히 봐주지.”“거만한 녀석. 감히 그딴 헛소리나 지껄이다니. 우리가 여기서 전화 한 통만 해도 네 놈 목이 날아갈 거거든?”“웃기는 녀석이네.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남영구 흑용 총사령관이 여기를 와도 가장 먼저 우리 가문을 방문했어. 네가 흑용 총사령관보다 더 높은 인물이야?”“웃겨 죽겠네. 어디 흑용 총사령관을 저런 녀석이랑 비교를 해?”우정아의 가족들은 너도나도 비웃음을 퍼부었다.한지훈은 말없이 친위대를 이끌고 현관을 나섰다.하지만 우경훈의 경호원들은 그들을 이대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들은 이미 출입구를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하고 있었다.우경훈이 손을 흔들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냥 보내줘.”“아버지, 안 돼요. 저들을 왜 살려서 돌려보내요?”우정아가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우경훈의 팔목을 잡았다.우경훈이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비도 다 생각이 있어. 저 녀석이 저택까지 찾아와서 하루 뒤에 결전을 치르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갔으니 우린 M시를 대표하는 데 가문으로서 한 번쯤은 관용을 베풀어 줘야지. 하루 더 기다리지 뭐. 내일 저 건방진 녀석을 끌고 태우와 사위의 무덤 앞으로 끌고 가서 죽음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우정아도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그녀는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뜨고 떠나는 한지훈 일행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저택을 나선 한지훈은 바로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북양 총사령관의 분노는 한 개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키고도 남았다.“그리고 용이는 직접 M시에 주둔 중인 허인봉 장관을 찾아가서 전해. 북양 총사령관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말라고. 한 명의 병사라도 움직임이 있으면 북양 전체를 적으로 돌릴 거라고 말이야.”말을 마친 한지훈의 눈에는 싸늘한 살기가 번뜩였다.“네!”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는 우씨 가문 저택을 떠나 그들이 잠시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십여 분이 지난 뒤, M시의 각 기업과 정치인들은 낯선 전화 한통을 받았다. 통화 내용은 간단하고 명확했다.모든 기업과 정치인은 우씨 가문과의 협력관계를 하루 안에 청산한다. 내일 우씨 가문은 M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며, 경고를 무시한 자는 명령 불이행으로 간주하고 참수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순식간에 M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각 업계의 상회와 기업 연맹, 정치인들까지 모두 모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M시의 하늘이 바뀔 징조였다.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정확하게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그들은 회의실에 모여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이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아무도 우씨 가문의 입지를 뒤흔들 수 없어요. 그냥 장난전화 같은데요?”“그야 모르지! 정보원이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이미 M시 반경 20키로 이내에 갑자기 무장 부대가 나타났어. 무려 3만이나!”“그 소문은 나도 들었어요. 어제 시장님과 M시를 대표하는 기업가가 오밤중에 급급히 공항으로 행차하셔서 신비의 인물을 마중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제 이후로 5대 가문의 가주가 전부 문을 걸어잠그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요.”비슷한 토론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심지어 조폭 연맹마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M시를 장악하고 있는 모든 인물과 세력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우씨 가문의 뿌리를 제거한다는 이 경고를 무시하기로 했다.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단호하게 우씨 가문과의 협력 관계를 정리했
우경호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고는 말했다.“내가 걱정하는 게 바로 이런 점이에요. 이 한지훈이라는 자는 우리가 찾아낸 정보와 괴리감이 있어요.”우경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장 한지훈에 대해 자시 조사해 와. 놈의 진짜 신분을 알아야겠어!”“이미 애들 시켜서 조사하고 있어요. 곧 연락이 오겠죠.”우경호가 담담히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부하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서류 한 뭉치를 우경호에게 건넸다.“어르신, 형님, 이건 S시에서 전해온 긴급 소식입니다.”문서를 건네받은 우경호는 신속히 훑어보았다. 점차 읽어 내려갈수록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그자가 바로….”그 모습을 본 우경훈은 재빨리 동생의 손에서 서류를 낚아채고 훑어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역시, 우리가 처음에 받았던 정보에 오류가 있었어. 한지훈이라는 자가 북양에서 퇴역한 장병이었을 줄이야! 재밌네. S시 길씨 가문에서 곧 군단장으로 승진 예정이던 인물이 한지훈을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잖아! 동원구의 총사령관이 직접 행차하셨다니… 경호야, 이 한지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운 상대였어.”우경호의 표정도 싸늘하게 식었다. 조금 전의 기세와는 다르게 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형님, 그러니까 지금 북양의 누군가가 우리 가문을 흔들려는 수작인 거죠?”잠시 고민하던 우경훈이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건 절대 불가능해. 우린 북양과 수천 키로 떨어진 곳에 있어. 한 번도 북양의 사람을 건드린 적 없다고.”말을 마친 그는 한지훈에 관한 최신 정보가 담긴 서류를 짜증스럽게 구기더니 말했다.“그런데 이 한지훈이라는 자의 신분이 걸리는구나. 북양에서 퇴역한 장병이라… 내 기억이 맞다면 북양의 총사령관은 자기 병사를 무척이나 아낀다고 들었어. 아무리 퇴역한 장병이라도 내 새끼처럼 아낀다더군. 그렇다면 우리도 원래 계획을 좀 수정해야겠어
“1연대는 운해호텔을 포위하고 3연대와 5연대는 조폭 세력의 아지트를 친다. 명령에 저항하는 놈들은 전부 죽여도 좋아.”“남은 병력은 전부 우경훈의 저택을 포위한다.”“예!”용이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시각, 무려 천 명이 넘는 무장 조폭들이 호텔 주변을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했다.검은색 벤틀리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차에서 내린 우경호는 싸늘한 살기를 내뿜으며 부하들에게 다가갔다.M시와 인근 도시의 조폭 세력까지 장악한 우두머리로서 상당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형님!”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그들은 손에 칼과 야구방망이를 든 채,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보스의 지시를 기다렸다.우경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안으로 쳐들어가서 한지훈 일행을 끌고 내 앞에 데려와!”“예, 형님!”순간 건장한 사내들이 칼을 휘두르며 호텔에 침입했다.하지만 10분 뒤, 잠입했던 자들은 최상층에서 유리창을 깨고 아래로 추락하고 말했다.추락한 자들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즉사했다.순식간에 분위기는 싸하게 가라앉았다.남은 인력들은 산산조각이 난 동료의 시체를 보고 분노에 찬 함성을 질러댔다.“형님, 저희가 올라가겠습니다!”“맞아요! 그냥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형님,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저희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부하들의 분노한 목소리에 우경호의 얼굴은 점점 더 음침하게 굳었다.“망할 자식! 감히 나 우경호가 보는 앞에서 내 부하를 죽여? 다들 나와 같이 호텔에 쳐들어간다! 보이는 자는 전부 찔러! 특별히 한지훈, 그 놈은 사지를 찢어서 내 앞으로 가져와!”분노한 우경호의 외침이 주차장에 울려퍼졌다.“가자!”“아우들 복수하러 가자!”수백 명의 무기를 든 조폭들이 순식간에 호텔로 쳐들어갈 준비를 마쳤다.하지만!진한 살기와 함께 무거운 발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오더니 싸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
“우경호, 지금 날 죽이겠다고 했어?”지옥의 목소리를 닮은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지자 조금전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조폭들이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이미 기세에서부터 압도당하고 있었다.불빛을 빌어 호텔 정문 입구에 나타난 두 명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검은색 전포 밑으로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금용 전포…이게 어떻게 된 거지?용국의 열병 의식에서나 나올 법한 사령관 의복이 아닌가?숨 막히는 공포가 몰려왔다.찰나에 조폭들은 아연실색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무형의 한기가 현장을 집어삼켰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이 두 사람, 용국 전쟁부에서 나온 사람이란 말인가?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맨 앞에 선 우경호였다.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눈앞의 한지훈은 분명히 금용 전포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넌… 도대체 누구지? 네가 왜 금용 전포를 두르고 있지?”당황한 우경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그가 입은 이 군복 하나로 현장의 모두를 압도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목인 우경호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들의 가문에도 장군을 두 명이나 배출했고 그들은 최소 2성 전신급 장교였다.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한지훈의 뒤에 선 용이도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3성 상관의 휘장이 빛나고 있었다.“3성 상관?”우경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3성 상관이 이 자리에 있다니!우빈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장교였다.하지만 더 두려운 건 3성 상관이 한지훈의 뒤에 서서 공손한 자세로 그를 보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두려움이 몰려왔다.3성 상관이 한지훈의 오른팔이라니!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북양…한지훈은 북양에서 퇴역한 군인 출신이라고 했다. 3성 상관의 보필을 받을 정도라면 그가 북양에서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설마…아니야!그럴 리
이런 인물 앞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았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바로 북양의 총수다. 총수가 앞에 있는데 감히 두 다리로 서 있을 것이냐?”북양의 총수!그가 바로 북양의 총수였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몸에서 섬뜩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현장을 압도했다. 그것은 무형의 칼날처럼 사방에서 날아들었다.찰나, 천 명을 오가는 조폭들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뒤늦게 떨리는 우경호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온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자신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고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당장 일어나! 저건 북양 총수가 아니야! 너희가 다 속았어! 저놈은 마누라한테 용돈이나 타 쓰는 백수에 불과하다고!”우경호의 비명과 함께 부하들은 잠깐 정신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다.북양의 총수, 용국 최강의 총사령관이었다.누가 감히 그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우경호는 분노한 목소리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나까지 속을 뻔했네! 북양 총수? 가문을 잃고 백수 신세로 전락한 네가? 감히 북양 총수를 사칭해? 네 신분은 오기 전에 이미 조사를 마쳤다! 넌 그저 사고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없어서 강운그룹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무능한 녀석이잖아! 아, 북양에서 퇴역한 장병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감히 자신의 상관을 사칭해?”“다들 잘 들어. 한지훈은 북양 총수가 아니다. 그는 그저 퇴역한 군인일 뿐이야. 평범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라고! 저놈의 말빨에 속지 마. 당장 일어나서 놈을 잡아!”“놈의 사지를 절단 낸 자에게 2억을 주겠다. 놈의 목을 따서 가져온 자에게는 10억을 준다!”우경호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돈 앞에 이성을 잃은 건지, 수십 명의 칼을 든 조폭들이 함성을 지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순식간에 피가 현장에 흩뿌려졌다.수십 쌍의 손목이 바닥을 나뒹굴었다.한지훈에게 달려들었던 놈들은 팔목
천명이 넘는 호랑지사 정예부대원들의 노기가 하늘을 찔렀다.행군의 물결은 호텔 밖까지 이어졌다.실탄을 장전한 무장 군인들이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찰나에 우경호를 비롯한 조폭들은 당황하더니 생생한 공포를 느끼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포위된 건가?“사격 준비!”또 한번의 외침이 울려퍼졌다.천이 넘는 장병들이 총을 들고 조폭들을 향해 겨누었다.하늘을 찌르는 살기가 조폭들을 엄습했다.겁에 질린 우경호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한지훈과 용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북양 총사령관이라는 게 사실이었어?”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가문의 철천지원수가 그 명성 하나로 용국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였다니!어떻게 된 거지?왜?우경호는 혼란스러웠다. M시 조폭 세력의 우두머리로 군림해온 그마저 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북양의 총사령관이었다니!’8개 국의 백만 대군조차 기세로 몰아내는 인물이었다.그의 한마디로 가문 전체가 M시에서 존재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그런 인물이 직접 M시까지 행차하셨다니…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겁에 질린 우경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바로 북양의 총사령관이야.”철렁!우경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어떡하지? 우리 가문 이대로 망하는 건가?’“우경호, 사령관님 앞에 당장 무릎 안 꿇을 거야?”한지훈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던 용이가 서슬퍼런 장검을 빼들고 살기를 내뿜으며 그를 재촉했다.그 말이 끝난 순간에 우경호는 하늘을 찌르는 살기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직 뒤에서 관망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마저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털썩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그들과는 완전히 딴 세상을 사는 존재였다.천 명의 정예병사들은 족히 한 개 군단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동네에서 싸움 좀 한다는 양아치들로 구성된 그들의 집단과는 동일 선상
그는 갑자기 폭주하며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한지훈의 뒤통수를 겨누었다.“우리 가문은 절대 멸망하지 않아! 네가 북양의 총수라고? 그래서 뭐? 내가 널 죽이면 아무도 네 신분을 모를 거야!”하지만!우경호가 일어서자마자 섬뜩한 빛이 번쩍이더니 총을 든 그의 손이 공중에서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순식간에 시뻘건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용이는 칼을 도로 칼집에 넣으며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령관님께서 굳이 살인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기에 살은 줄 알아. 안 그랬으면 손목이 아니라 네놈의 목을 쳤을 거니까!”우경호는 절단된 오른 손목을 붙잡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악! 내 손… 내 손! 북양의 총수여! 우리 가문은 쉽게 뿌리 뽑을 수 있는 가문이 아니야! 우린 M시에서 완벽한 경제 협력망을 구축한 1등 재벌이라고! 우리 가문에서도 장군이 두 명이나 나왔어! 우리를 건드리는 순간 남영구 전체와 전쟁을 선포하는 거야!”우경호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한지훈은 고개 한번 돌리지 않았다.용이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대기 중인 장병들을 향해 소리쳤다.“놈들을 모두 체포해!”조폭 무리는 순식간에 제압되었다.우경호 역시 사지가 묶인 채로 미리 준비했던 승용차로 끌려갔다.출혈이 심했기에 가는 도중에 비명횡사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한 응급처치도 진행되었다.한지훈은 터벅터벅 걸어가서 대기 중인 아우디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여동해 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사령관님, 우경호를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놈들은 M시 경찰청에 맡기지. 지금 연락해서 현장을 청소하라고 해.”“예….”여동해는 눈치를 살피며 이마에 묻은 식은땀을 훔쳤다.우씨 가문의 가세가 점점 기울고 있었다.한지훈이 싸늘한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말했다.“저택으로 가지!”여동해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창밖에서 조폭들을 끌고 가는 한지훈의 정예부대원들을 바라보며 긴장한 한숨을 토해냈다.
한지훈의 말에, 유장군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꺼내자 유장군은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필칸트는 4성 천급 천왕계인데, 너 같은 사령관 강자가 찾아가서 괜히 남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텐데? 일단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마영리를 되찾을 생각은 영원히 기대하지도 마! 그러나 한지훈은 필경 흑병대 사람이기에 유장군은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용국에서의 흑병대 권력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으니까. 만일 잘못 보였다가 한지훈이 용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왕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그 길을 떠나려 한다면, 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똑똑히 지켜볼게! 이내 진개국은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선생님,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 정말 필칸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희 용인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매우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고요!”그러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희 용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고요? 그럼 더더욱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네요! 마침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그 말을 들은 유장군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 반면 진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흑병대 본부가 한지훈을 파견한 이상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긴 진개국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럼 저희는 한 선생님이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선물을 준비하고, 저희는 저녁에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1원짜리 봉투 두 개만
그 말에 진개국은 난색한 표정을 띤 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선생님, 전 사실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도 서열 6위를 차지하는 대가문입니다. 반면 저는 단지 소상인일 뿐이라 그만큼의 대가문을 만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내 진개국은 한지훈과 유 장군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사실 칸트 가문은 용국이나 미륙에서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의 공작 가문으로서,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근 십여 년 동안 가문에서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용국과 달리 프랑스는 전투력으로 귀족 간의 서열을 구분하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칸트 가문은 젊은 세대 강자만 해도 네 명의 천왕급 인물을 배양시켰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까지 달성했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 그리고 수제자 오마르와 함께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에 오른 후, 유장 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진 선생이 전혀 힘을 쓰려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칸트 가문은 지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감히 마영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러니 한 선생께서는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어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니 남에게 강요하기도 불편했다. 이때 한창 운전하고 있던 진개국이 한마디 했다. “한 선생님, 만약 정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네? 무슨 방법이죠. 말해보세요!”진개국은 허허 웃
제이슨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한지훈은 그제야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뒤이어 이틀 동안 한지훈은 줄곧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필경 이번 유럽 방문기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제이슨 또한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용국 특산물까지 가득 사들고는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의 미래는, 이 집안에서 미움을 받게 되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더욱더 위로 올라가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지훈은 제이슨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 한지훈은 제이슨으로부터 이번에 유럽 무도 학원에 모집된 용국인 학생은 6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6명의 실력은 대부분 사령관 경지에 머물러 있었고, 유럽의 학생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응시하였다. “그 말은 즉, 용국에는 천왕계 실력의 수강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거네!”“주인님, 비록 천왕계 수강생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용국에서는 두 명의 교사를 파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학생 모집은 바로, 무도 학원이 고의로 용국을 소외시켜 다른 수단을 통해 용국을 배척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야비한 속셈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행기는 프랑스의 수도에 착륙하였고, 제이슨은 한지훈을 데리고 가장 먼저 무도 학원으로 향하여 등록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도와 학원에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는, 한지훈을 데리고 무도 학원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제이슨은 비로소 식은땀을 닦아냈다. “주인님, 방금 엄청 위험했어요. 아까 그 교관이 바로 러셀로란 가문 사람이었어요!”“방금 주인님께서 계속 아래
한지훈은 반드시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유럽 여행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한 선생님, 사실... 그 출입국 기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진 선생님과 함께 출국하셨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한 군림의 정체가 바로 한 선생님이라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나계홍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곧바로 진우에게 문자를 보내, 즉시 그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소각하라고 했다. 이내 한지훈은 나계홍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그러자 나계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일단 제 차에 타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한 씨 공관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한 씨 공관?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강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또 한 씨 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어두워진 한지훈의 표정에 나계홍은 급히 해명했다. “한 선생님, 사실 변한 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조금 개선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도청 선배님의 뜻이라 전 단지 명령받은 대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 이름까지 지었습니다. 필경 사모님도 이젠 국부인의 신분이 되셨으니 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나계홍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는 한 씨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한 씨 별장은, 며칠 전 한지훈이 지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담장만 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었고, 담장 정중앙에 있는 별장은 앞문과 뒷문으로 향하는 길에 모두 1리 정도 되는 광활한 땅을 두고 있었다. 이는 도청 전인이 강우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였다. 또한 주위에 안배한 천검종 제자 초소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초소라 하더라도 최소 4성 전신계 강자였다. 일반 무종이라면 감히 한 씨 공관에 한 발짝도 들어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강중에 벌써 도착했다고?”“그렇습니다. 저는 가문을 대표해서 용국 무도 학원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러 온 겁니다. 이틀 안에 오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문 사람들이 의심할 겁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시간이 이렇게 촉박하다고?”한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주인님, 사실상 무도생은 이미 내정되어 있고 저는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는 겁니다. 혹시 미리 정해둔 학생과 얼굴이 좀 다른지 정도만 확인하면 됩니다!”“다른 건 제가 나설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 권한으로 주인님은 실력 테스트를 면제해 드릴 수 있습니다!”제이슨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오늘 오후에 바로 강중으로 돌아가지.”한지훈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국왕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지훈 사령관, 이번에 오륙에 가는 김에 용국을 위해 한 사람만 데려와 줄 수 있겠나? 그자는 광명존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네.”“하지만 칸트라는 가문에 의해 숨겨져서 우리가 사람을 보내 몇 번이나 교섭을 시도했지만 전부 허탕만 쳤지!”한지훈은 눈썹을 두어 번 꿈틀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오? 그자의 이름이 뭡니까?”“마영리! 한때 흑병대 소속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지. 광명존의 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인데, 그자가 용국의 기밀 문서를 다수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다만 그 문서들은 용국 내에 있어서, 섣불리 용국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니……”국왕은 말을 하다 말고 진우에게 시선을 돌렸고, 진우는 재빨리 말을 받았다. “그 기밀 문서들이 바로 그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패인 셈입니다. 그자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문서를 넘기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영리만 잡아들여서 기밀 문서를 전부 없애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진우는 명함 한 장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오늘, 진왕검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우리 용국의 국운은 창대하리라!”쏴아!진왕검의 칼날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양옆으로 서 있었던 사졸들은 일제히 총을 높이 치켜들고, 국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수많은 백성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고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백 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웅장한 굉음이 멎은 후에야, 한지훈은 몸을 일으켜 국왕에게 말을 건넸다. “국왕 폐하,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해 갔던 카일 가문이 오늘 폐하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엎드려 있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으로 안드레 일행을 가리켰다.한지훈의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안드레와 카일 가문의 무리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국왕은 부릅뜬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를 뿜어내며, 눈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무리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비록 그들이 백여 년 전 진왕검을 강탈했던 원흉들은 아니었지만, 나라의 원한과 가문의 깊은 슬픔은 뼈에 사무쳐 잊을 수 없었다!“무릎 꿇어라!”수천 명의 어림군이 일제히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무릎 꿇어라!”수만 명의 백성들 또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천신계 강자인 안드레조차 국왕과 어림군, 그리고 용국 백성들이 뿜어내는 거대한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의 뒤에 서 있던 카일 가문 사람들은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안드레,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나의 용국 국왕께, 열 번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라!”한지훈은 뒷짐을 진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털썩!안드레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쳐들고 국왕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 안드레가 카일 가문을 대표하여, 용국의 국왕 폐하와 용국 만백성에게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안드레는, 두 눈을 감고 오만했던 고개를 숙였다.쿵!무거운 굉음과 함께, 안드레의 이마가 땅에
용칠은 소매로 이미 굳어버린 눈가의 핏자국을 거칠게 훔쳐냈고, 두 손으로 정복자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자루를 움켜쥔 그의 손에 온 힘이 실리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오마르는 섬뜩한 냉기를 뿜어내는 정복자의 검날이 자신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악! 안 돼!”푸욱!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오마르의 머리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잘려나간 머리가 뒹굴고, 몸통은 핏물을 왈칵 쏟아내며 갑판 위로 푹 쓰러졌다.오마르의 시체가 갑판에 쓰러지는 것을 본 안드레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을 휘청이며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오마르는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자, 미래의 후계자였다!20년 안에 천신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강자였거늘!그런 제자가, 하필이면 용국에서 온 저 정체불명의 젊은이를 잘못 건드린 탓에 목이 잘려 죽다니!“안드레, 네놈이 직접 카일 가문 사람들을 이끌고 용경으로 가서 국왕께 머리 조아려 사죄하도록 하라. 불만은 없겠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안드레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치욕감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 불만 없습니다!”한지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용칠의 손에 들린 정복자의 검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 검은 내 친구에게 선물로 주겠다. 괜찮겠나?”괜찮겠냐고?!안드레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그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괜찮습니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뱃머리로 걸어가 거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때 유람선은 이미 방향을 틀어 용국을 향해 뱃머리를 돌린 후였고, 밤낮으로 꼬박 하루를 항해한 끝에 유람선은 용국의 북방 항구에 닿았다.이곳에서 용경까지는 불과 200리 떨어져 있었고,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지훈 일행은 용경으로 돌아왔다.천자각.흑병대로부터 진왕검이 용국으로 돌아왔다는
저분은 틀림없이 한지훈 사령관님이시다! 한지훈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 용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국보인 진왕검을 되찾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애초에 이 배에 오를 때부터 용칠은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상대가 아무리 모진 고문을 가해도, 그는 단 한 마디의 정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한지훈은 성큼 걸음을 옮겨 용칠의 바로 앞에 섰고, 온통 피투성이인 용칠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랬느냐!”한지훈의 질문에 오마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그는 안드레를 향해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다.“한지훈 선생님, 저희는 정복자의 검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용국 국왕께 무릎 꿇고 사죄드릴 것을 맹세합니다! 부디......”안드레가 한 걸음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그의 속내는 뻔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내가 너에게 묻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냐?”한지훈은 안드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용칠에게 다시 물었다.용칠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안드레 뒤에 서 있는 오마르를 가리켰다.“한지훈 선생님, 저는......”안드레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짝!한지훈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안드레의 뺨을 후려쳤고,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네놈을 살려둔 것만으로도 이미 은혜가 하늘에 닿을 듯하거늘, 쓸데없는 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지껄였다간, 그땐 죽음뿐이다!”안드레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었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물러섰다.“저놈을 쳐 죽여라!”한지훈은 손가락으로 오마르를 가리키며 명령했다.“예!”용칠은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가 주먹을 휘둘러 오마르의 얼굴을 강타했다.퍽! 퍽! 퍽!연달아 세 방의 주먹이 꽂혔고, 오마르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네
너무 업신여긴다고?!한지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진왕검을 손에 쥔 채 안드레의 코앞까지 다가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업신여겨? 네놈은 아직 업신여기는 게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섬광처럼 뻗어나간 발이 안드레의 뺨을 후려갈겼다!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안드레의 뺨에는 선명한 신발 자국이 새겨졌다.“감히 나의 용국 백성을 살해해? 천벌 받을 놈!”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강타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해수면에 닿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을 뻗자 불가사의한 힘이 안드레를 끌어당겨 다시 한지훈의 눈앞으로 되돌려 놓았다.콰앙!한지훈의 묵직한 주먹이 안드레의 흉곽 정중앙을 꿰뚫었다.“커헉!”안드레는 입안 가득 피를 쏟아내며 곧장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쏴아아!한지훈이 손을 들자, 심해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는 안드레의 몸을 휩쓸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식간에 백 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다!“묻겠다, 카일 가문을 용경에 끌고 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는 것에 이의가 있나?!”한지훈은 손을 뻗어 안드레의 멱살을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안드레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의 없습니다!”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에, 안드레의 얼굴은 불타는 듯 뜨거웠다.그가 누구인가?발 한 번 구르면 오륙 전체가 떨며 그 앞에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는 안드레였다!그런 그가 지금, 굴욕을 삼키고 있었다.평소라면 일국의 국왕조차 함부로 알현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국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만나려면 삼고초려를 해야 했고, 막상 만난다 해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지금은?한지훈의 눈앞에서 그는 그저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나의 용국 백성에게 사죄하라 명할 것이다. 불만 있나?!”한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진왕검은 섬뜩한 빛을 뿜어냈다!“없… 없습니다!”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무릎 꿇어라!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