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돌아서서 총애하는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우연아, 날 믿어. 말해 줄 거야.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너는 내 한지훈의 여자이고 한고운의 엄마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내가 해결할 거야. 난 당신과 고운이에게 행복한 미래를 줄 거야. 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해"강우연은 표정이 풀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열정적인 한지훈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을 믿을게요! "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당신 먼저 가서 고운이랑 있어요. 전 아직 회사에 볼일이 있어요.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연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배웅했다.그리고 차를 불러 정원으로 왔다.정원에서 고운은 착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지훈이 돌아온 것을 보고 고운은 귀엽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그림을 들고 한지훈 앞으로 달려왔다. 손에 그림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것 봐. 고운이가 그렸어. 아빠, 엄마, 고운이…… "한지훈은 앉아서 한 손으로 고운을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고운의 그림을 받았다. 그림 안에는 간단하게 빨간색, 노란색, 핑크색 세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중간의 핑크색 작은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다."그래, 고운이가 최고야. 어느 게 아빠야?" 한지훈이 물었다."빨간색, 아빠는 빨간색. 태양처럼 따뜻해." 고운이 그림 속의 빨간 어른을 가리키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고운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 고운을 안고 정원에서 놀았다.이때 강씨 가문 회사.강우연은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오후 내내 바쁘게 일했고 공장에도 가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하지만, 그녀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회사 분위기가 이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래 그녀를 훔쳐봤다.그녀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오자, 보조 송효진이 몰래 들어와 휴대폰을 들고 문을 닫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
영상을 확인한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거 나 아니야. 분위기는 좀 비슷하네. 군인 출신이라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 받다 보니 몸매가 비슷해 보일 수는 있어. 그런데 갑자기 이건 왜? 어디서 찍은 거야?”강우연은 진지한 얼굴로 한지훈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런 수상한 반응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영상인데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이제 밥 먹어요.”강우연은 가슴을 옥죄던 답답함이 조금은 사라졌다. 만약 한지훈이 그 사람이 자신이 맞다고 인정했다면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 정말 어려웠다.5년 전에 자신에게 상처를 준 남자가 비록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건 힘들었다.강우연은 그 어떤 거짓말이나 기만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반찬을 챙겨 주었다.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강우연이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참, 지훈 씨. 길씨 가문 사태는 정말 해결할 방법이 있는 거죠? 최근에 지인들을 만나봤는데 다들 도와주기 꺼려하는 눈치더라고요.”말을 마친 강우연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미안했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에게 생각이 있어. 아직 다음 달 8일까지는 일주일이나 남았잖아.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강우연은 겉으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할아버지한테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식사가 끝난 뒤, 강우연이 말했다.“내일 팀원들에게 밥 한끼 사줄까 해요. 요즘 다들 수고가 많았잖아요.”“그거 좋지. 그렇게 해. 아니면 내가 레스토랑 예약해 줄까? 좋은 곳으로 예약할게.”강우연은 예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한지훈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다음 날, 한지훈은 강우연을 회사에 데려다준 뒤, 한고운을 데리고 시내로 나왔다.
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카운터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손님,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려면 4천만 원 정도의 예약금이 필요한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네, 그렇게 해주세요.”한지훈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카운터 직원이 환한 미소를 짓더니 점장을 호출했다.“점장님, 여기 손님이 가게를 통째로 빌리고 싶다고 하는데 한번 나와보세요.”“점장님 곧 오실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카운터 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고운이를 내려놓았다. 로비에는 어린이용 놀이시설이 있어서 아이가 뛰놀기 적합했다.잠시 후,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종종걸음으로 로비로 달려왔다.“손님은 어디 계셔?”직원은 놀이시설 옆에 있는 한지훈을 가리켰다. 점장은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저는 스카이 타운 점장입니다. 반가워요. 손님께서 우리 가게를 오늘 통째로 빌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맞습니까?”한지훈은 다가오는 점장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하지만 한지훈의 얼굴을 확인한 점장이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한… 지훈?”한지훈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한지훈인데요.”순간 점장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비아냥거렸다.“진짜네? 한지훈, 오랜만이야! 나 못 알아보겠어? 우리 고등학교 같이 다녔잖아. 예전에 같은 반도 다녔는데. 너 그때도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아서 인기가 많았었지.”한지훈은 기억을 되살려 겨우 남자를 기억해냈다.“유재호?”유재호가 웃으며 말했다.“날 기억하고 있었네?”유재호는 옷깃을 정리하더니 한지훈의 어깨를 다독이며 애석하다는 듯이 말했다.“너희 가문 얘기는 들었어.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될 거야. 넌 공부도 잘했으니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거야. 최근에 강운그룹 데릴사위로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거
유재호는 냉랭한 눈빛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가문에서 쫓겨나고 마누라 집에 얹혀서 사는 주제에 무슨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다고!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유재호는 당장 그를 뿌리치고 가고 싶었지만 어렵게 찾아온 한지훈을 모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과거 그에게서 느꼈던 굴욕감을 되갚아 줄 절호의 기회였다.한지훈의 얼굴도 차갑게 일그러졌다.“아니면 이렇게 하자. 네 꼬라지 보니까 여기서 소비할 능력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나한테 무릎 꿇고 빌면 내가 작은 룸 하나 내줄게. 음식도 내가 대신 결제하고. 어때? 대박이지 않아?”유재호가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던가!가문에서 내쳐진 한지훈을 마음대로 짓밟는 이 느낌은 정말 통쾌했다.한지훈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을 찍어서 동창생 단톡방에 올리면 애들이 분명 난리 나겠지?허나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대꾸했다.“유재호, 내가 전에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 이러는 거 정말 기분 안 좋아. 난 이 가게를 통째로 빌리러 왔어. 너한테 업신여김이나 당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고. 그리고 4천만 원,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당장 지갑을 꺼내려 호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유재호가 소리 내어 웃더니 말했다.“한지훈, 아직도 허세야? 4천만 원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강운그룹에서도 사람 취급 못 받잖아! 고아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허풍을 떨지? 한씨 가문은 5년 전에 이미 망했어. 넌 그냥 집 잃은 개와 같다고! S시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잘난 척이야?”유재호가 보기에 한지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저 기분 나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꼴이라니!저 눈빛이 유재호는 마음에 안 들었다.분명 가문도 망하고 처가에서도 대접 받지 못하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지!한지훈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재호, 전
한지훈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달려들어 유재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유재호가 힘없이 튕겨져 나가더니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갑자기 신물이 올라오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유재호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젠장! 치라고 했더니 정말 쳤어? 너 오늘 잘 만났다! 다들 멍하니 뭐 해? 당장 저 놈 잡아서 쓰러뜨려! 다리를 분질러 버리든 팔목을 분지르든 병신 만들어서 가게 앞에 내다버리라고! 저기 저 인간 딸도 같이 던져버려!”겁에 질린 한고운은 한지훈의 등 뒤에 숨어 온몸을 떨고 있었다. 아이는 전기방망이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보자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았다.“아빠, 고운이 무서워….”한고운이 소리쳤다.한지훈은 곧장 딸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달랬다.“걱정하지 마. 아빠가 있잖아.”저 인간들을 상대하는데 한손이면 충분했다.아니나 다를까, 한지훈은 마치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어 무기를 든 경호원들을 하나씩 때려눕혔다.일부는 기습을 시도했으나 한지훈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피하고 상대의 가슴팍을 힘껏 걷어찼다.갈비뼈가 부러진 그 경호원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재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경호원들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한지훈, 넌 오늘 죽었어! 여기 사장님이 누군지 알고 감히 우리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당장 사장님 불러올 테니까 거기 꼼짝 말고 있어!”말을 마친 유재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큰일 났어요! 가게에 난동을 부리는 놈이 나타나서 우리 경호원들을 때려눕혔어요! 당장 이쪽으로 사람을 좀 보내주세요. 이러다가 가게가 다 박살나겠어요!”“뭐라고? 누가 감히 스카이 타운에서 난동을 부려? 지금 출발할 테니까 당장 그 놈 막아! 망할 자식! 감히 내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한창 구연그룹에서 그룹 업무를 처리하던 구경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안 그래도 회사 일이 안 풀려서 짜증 나는데 누군가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
유재호는 곧장 다가가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사장님, 저희가 실력이 딸려서 그런 게 아니라 저 놈이 미친 놈이에요. 장사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손님을 상대로 무력을 쓰겠어요. 그런데 저놈이 봐주는 줄도 모르고 먼저 주먹을 날리지 뭡니까.”유재호는 자기가 한지훈을 도발한 부분은 쏙 빼고 유리한 부분만 얘기했다.구경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놈 지금 어디 있어?”유재호는 놀이기구 옆에서 고운이와 놀아주고 있는 한지훈을 가리켰다.“사장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요!”한지훈의 뒷모습을 본 구경은 스무 명의 인원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한지훈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우리 가게에서 소란을 피운 놈이 너야?”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뒤돌아서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구경, 며칠 안 봤더니 그룹 문제는 잘 처리됐어?”한지훈의 얼굴을 확인한 구경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이 사람이 소란을 피웠다고?가게를 통째로 내놓으라고 해도 두 손으로 가져다 바쳐야 할 인물 아닌가!구경에게 한지훈은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유재호는 구경 앞에서도 태도를 굽히지 않는 한지훈이 못마땅해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이분이 구경, 구 사장님이야. 어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할까? 너 정말 죽고 싶어?”유재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구경까지 직접 나섰는데 어디로 도망가려고?이 바닥에서 구경의 악명은 소문이 자자했다.그런데.구경이 뒤돌아서더니 분노한 얼굴로 유재호에게 주먹을 날렸다. 유재호의 어금니가 부러지며 입 안에 핏물이 고였다.“무례한 녀석! 한 선생한테 그게 무슨 말본새야! 너야말로 죽고 싶어?”구경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유재호까지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든다면 분노한 한지훈이 그의 가문을 상대로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보헤미 별장 사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손에 식은땀이 났다.유재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구경을 바라보며 물
지시가 떨어진 순간 건장한 사내들이 유재호에게 다가갔다.절망한 유재호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하지만 곧이어 처참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사내들은 유재호를 인정사정 없이 걷어차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10분 뒤, 맞아서 걸레짝이 된 유재호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구경은 그 모습을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공손하게 말했다.“한 선생님, 이 정도로 만족하십니까?”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난 사람을 때리라고 한 적 없는데? 이러면 내가 꼭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당황한 구경이 스스로 뺨을 때리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네요. 이건 다 제가 한 일이고 한 선생과는 무관합니다.”직원들은 처참한 모습의 유재호와 어떻게든 한지훈에게 잘 보이겠다고 애쓰는 구경을 보며 두려움이 차올랐다.한지훈은 더 이상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난 이 가게를 통째로 빌리려고 해. 와이프가 회사 직원들과 단체회식을 하기로 했거든.”구경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밤 사모님과 직원분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참석하지 않을 테니까 너무 요란법석 떨지 않아도 돼. 내 신분은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하니까.”구경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는 옆에서 멍하니 있는 직원들에게 소리쳤다.“다들 보고만 있을 거야? 당장 준비하지 않고 뭐 해! 오늘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한 선생님과 사모님만을 위해 서비스할 거야!”나머지는 구경이 해야 할 일이었기에 한지훈은 고운이를 안고 위풍당당하게 스카이 타운을 나섰다.저녁 퇴근시간이 되어 한지훈은 직접 차를 운전해 강우연을 데리러 갔다. 물론 다른 직원들에게도 차량을 준비해 주었다. 그들은 차를 타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 그 정도로 부자 아니야. 구 대표가 열정적인 분이라서 그렇겠지. 안 그래요, 구 대표님?”구경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그럼요. 강 부장님께서 우리 레스토랑으로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마중을 나오고 싶었습니다.”강우연은 반신반의하며 직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인테리어에 넋을 빼앗겼다.사치와 센스가 적절히 조화된 완벽한 인테리어였다.왜 그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하나같이 꼭 와봐야 할 맛집으로 선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웅장한 궁궐 같은 분위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게다가 오후부터 손님을 받지 않았기에 환경도 아주 아늑하고 조용했다.강우연이 안으로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파티용 폭죽을 동시에 터뜨렸다. 공중에서 금박지와 꽃잎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스카이 타운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전체 직원이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했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과 그녀의 직원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분분히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이어서 그들은 구경의 안내를 따라 스카이 타운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룸으로 직행했다.한 남자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운을 뗐다.“강 부장님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도 와봤는데 첫 잔은 강 부장님을 위해 듭시다.”강우연 역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비록 술은 잘 못하지만 첫잔은 꼭 마셔야 했다.그녀가 말했다.“여태 옆에서 믿어주시고 응원해준 여러분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해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요. 보너스는 섭섭지 않게 드릴게요.”“네, 강 부장님!”“강 부장님을 처음 봤을 때는 엄숙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정말 소탈하시고 성격 좋으신 분 같아요.”“회사에서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유일한 분이죠. 강희연 실장님 봐요. 까탈스럽고 각박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 직원들 탓이
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십 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단해룡을 중심으로 한 무리는 더 이상 강우연과 말다툼을 벌이지 않았고, 행동으로 강우연에게 한씨 가문이 반드시 멸할 것이라고 알렸다! “너희들…… 정말 내 스승님이 돌아오시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이냐?!”천검종의 한 제자가 급히 앞으로 나서서 강우연을 가로막으며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도청전인은 이제 단해룡과 무리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단해룡 일당에게 있어 초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도청전인은 대화조차 나눌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네가 말하는 게 도청전인이냐?! 그가 내 앞에 선다 해도, 감히 나를 반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단해룡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과 함께, 단해룡의 몸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순식간에 강우연을 향해 돌진했다.“멈춰라!”단해룡이 강우연으로부터 다섯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때, 무리 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도포를 두른 한 노인이 있었다.백발이 바람에 휘날리며, 선인과 같은 풍모를 자아내며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도청전인?!”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청전인이 강우연을 위해 직접 나설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문제는, 과연 단 한 명의 도청전인이 단해룡을 포함한 수십 명의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모두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였고, 도청전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 이 모든 적을 상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도청전인, 나는 불필요한 살생을 원치 않는다. 천검종과 한씨 가문은 본래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강우연과 초천서의 자식들을 위해 이 많은 무림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냐?”단해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도청전인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빠르게 강우연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예를 갖춘 채 말했다.“노비가 늦게
그때가 되면 누가 국왕의 자리에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단해룡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단해룡! 감히 국왕 폐하를 무시하다니, 네 놈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이순풍이 분노를 터뜨리며 손을 들어 단해룡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고, 사성 천왕계의 강대한 힘으로 주변 공기가 요동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그 기세는 단해룡을 단숨에 제압할 듯했지만, 이순풍의 손바닥이 단해룡에게 닿기 불과 세 치 거리에서 단해룡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주먹에는 강력한 진법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이순풍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그가 채 손을 떼기도 전에, 단해룡의 주먹이 이미 그의 가슴에 명중했다!“푸욱!”이순풍은 즉시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은 무려 7~8미터가 날아가 거대한 고목을 들이받고서야 땅에 나뒹굴었다.“이 장로님!”대장로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쓰러진 이순풍을 부축했다.“이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상처가 깊습니까?”이순풍은 이미 숨이 가빠져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는 힘겹게 손가락을 들어 단해룡을 가리켰지만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흥! 난 이미 경고했다. 당신 따위는 감히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다고!”그는 거만하게 고개를 젖히고 큰소리로 웃었다.“단해룡! 감히 종묘의 장로를 해치다니,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알고나 있느냐!”대장로는 이를 악물며 쏘아붙였다. 그러나 단해룡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흥, 아직도 이해를 못 한 것 같군. 그 계약이 폐기되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그때가 되면 무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텐데, 너희 같은 종묘나 무종 장로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말해주지, 그날은 멀지 않았다!”이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종과 명산들은 그동안 산속에 틀어박혀 세속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이 말은 마치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용국을 배반한다니?!이순풍의 흰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단해룡을 바라보았다.“용국을 배반한다고? 단 맹주, 자네 간이 참으로 크구려!”말이 끝나자마자, 이순풍은 사성 천왕계 강자의 기운을 뿜어내며 단해룡을 응시했다.무종의 대장로 또한 손에 든 지팡이를 힘껏 쥐며, 차디찬 눈빛으로 단해룡을 주시했다.'배반'이라는 단어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대역죄다.단해룡이 어떤 신분이든,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곧바로 역적이 되는 것이며, 역적이라면 누구든 죽여 마땅했다!“흥! 겨우 사성 천왕계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거요?!”단해룡은 이순풍을 전혀 눈에 두지 않았다.종묘 장로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그들의 권위는 단해룡 같은 무종 강자 앞에서는 무의미했다.무종에서 통하는 것은 오직 주먹뿐이며, 힘이 곧 정의였다! “쾅!”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센 돌풍이 평지를 휩쓸었다.이때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며 대낮의 태양마저 어둠 속에 가려졌다.곧이어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더니, 맑았던 하늘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비록 아직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승부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비록 서로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미 우열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단해룡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법을 펼쳐, 기후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이순풍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드러나는 것이었다!“이 씨 어르신, 어찌 생각하오?”단해룡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얼굴이 굳어진 이순풍을 보고 비웃듯 말했다.“자네는 아직도 내가 예전과 같은 경지일 거라 생각한 거요?”“지난 수십 년간, 나는 단 하루도 단련을 멈춘 적이 없소. 비록 옛날에 내가 자네에게 한 수 밀렸던 적이 있긴 했지. 하지만 지금 자네는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오!”쿠궁!단해룡의 이 말은 그야말로 극도로 거만했다!종묘 장로조차 자신과 싸울 자격이 없다는 듯이 내뱉다니!이순풍의 호흡이 한층 거칠어졌다.강우
한지훈의 아이들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이곳에 모인 자들은 애초부터 강우연과 말로 해결할 생각이 없었고, 그들의 신분만으로도 강우연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 검은색 SUV 한 대가 달려와 한지훈의 저택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는 바로 무종의 대장로였다! “이 많은 인원이 모여서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려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더구나 한지훈의 시신이 아직도 식지도 않았거늘, 국왕 폐하의 조명이 내려진 상태에서 국부인인 강우연을 감히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대장로는 지팡이를 짚고 서서 묵직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동시에, 반대편 차 문이 열리며 종묘의 한 장로도 차에서 나와 단해룡 무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종이든 무맹이든, 국가의 법도를 따를 줄 알아야 할 것이다!”“혹시, 자네들은 천성종의 사례를 잊은 것이냐? 설마 국왕 폐하께서 다시 한번 천성종의 비극을 자네들에게도 반복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 믿는 게야?!”종묘 장로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천선종은 30년 전에 국가의 대군에 의해 멸망한 무종의 종문이었다. 그 당시 천성종의 한 제자가 사소한 자존심 싸움 끝에 한 도위소병을 살해했고, 무종 제자의 신분인 그는 조정이 이 일을 그냥 넘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뜻밖에도 국왕은 즉시 명을 내려 두 개의 야전 군단을 출동시켜 천성종을 포위했고, 살인자를 넘기지 않으면, 천성종을 평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 천성종의 문주는 무종의 고위층 및 무맹 맹주와 친분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조정의 행동이 그저 경고일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두 전투 군단은 만 개 이상의 포를 동시에 쏘아 올리며 심지어 공군까지 동원했다. 무종의 제자들이 강하다고 한들, 이런 급이 다른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당시 국왕은 작전부에 포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부인,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 수십 명의 고수가 몰려왔습니다. 게다가 천검종 제자들 중 상당수가 중상을 입었고, 상대측에서 십 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쳐들어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한 천검종 제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강우연 앞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뭐라고?!강우연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이 분명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무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한지훈이 사라지고 도청전인마저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강우연의 현재 실력으로는 이 많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우연은 설령 싸워서 이길 수 없더라도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물러나 있어라. 내가 직접 나가 보겠다!”강우연은 단호히 말한 뒤, 간단히 몸을 정리하고 검복으로 갈아입은 뒤 저택을 나섰다. “여러분,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몰려와 죄를 묻는 것이죠?”단해룡 등 무리를 마주해도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네 따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자격이 있단 말이냐? 사실대로 말해 주지. 오늘 우리가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한지훈이 남긴 빚을 갚으러 온 것이다!”단해룡이 뒷짐을 진 채 험상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원상호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어쨌든 우리에게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해명?!강우연은 이를 악물고 싸늘하게 말했다. “어떤 해명을 말하는 거지?”“흥! 한지훈이 저지른 죄악을 말하자면 끝이 없지. 하지만 우리 원씨 가문은 원래 도리를 중시하는 집안이다. 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의 두 어르신을 죽였으니, 그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겠지!”“목숨은 목숨으로 되갚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정한 처사다! 그렇지 않습니까?”원상호가 말하며 뒤쪽에 서 있는 무리들을 돌아보았다.“옳소! 살인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그래! 한 목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청전인?”국왕은 지금까지 도청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하지만 한지훈이 추천한 인물이라면 믿을 만했다.“그럼 짐이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여,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는가?”국왕이 신중하게 묻자,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용국이 위기에 처하면 그가 스스로 나설 것입니다. 그는 무종 사람으로 자유로운 삶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관직을 주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제가 그를 국왕께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오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 그대는 진정 나라의 기둥이로구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내와 자식이 아니라 짐이라니! 짐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구나!”위기가 해소되자 국왕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직 국왕 폐하의 근심을 덜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국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한지훈, 이번 곤륜에서의 경험이 상당했을 텐데... 지금의 그대는 어느 경지인가?”잠시 침묵이 흘렀다.“천신입니다!”짧고 날카로운 대답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한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천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국왕 폐하, 방금 누군가 다녀갔습니까?”진우가 문을 밀고 꼭대기 층 테라스로 들어오며 말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그래, 한지훈이었다!”국왕이 담담히 대답했다.“한지훈이라고 하셨습니까?!”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귀신이나 환영 같은 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지훈은 이미…“쓸데없이 놀라
이 시각, 강중에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용경은 한층 더 고요했다.용각에서 국왕은 홀로 천자각 꼭대기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국은 반드시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만 했다!그러나 유청은 그 기준에 명백히 미치지 못했다.적어도, 실력이나 경지에 있어서 유청은 열국을 위압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내려앉았다!“누구냐!”국왕은 즉시 돌아서며 크게 외쳤고, 동시에 허리에 손을 뻗어 검을 뽑으려 했다.“국왕 폐하, 저입니다.”스윽—!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국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한... 한지훈?!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국왕은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너...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국왕은 말을 하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니 과연 한지훈이었다!다만, 지금의 한지훈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고, 그의 분위기 역시 확연히 변화한 듯했다.예전의 한지훈에게서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졌다면, 지금의 한지훈은 더욱 깊고 심오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국왕 폐하,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하산한 뒤에서야 국상을 알았지만, 다행히 운 좋게도 죽지 않았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죽지 않았다니?!”국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한지훈! 네 녀석...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 뻔했구나! 네가 정말 죽었다면, 용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겠느냐!”국왕은 말하며 성큼 다가와 한지훈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세차게 흔들었다.“하지만, 예 씨 부부는 저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부부 덕분입니다! 그 부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수정층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저였을 것입니다!”한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예 씨 어르신
황약사가 말을 마치자,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마당을 나섰다.일반인들은 황약사가 의술이 뛰어나고 그 실력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극히 일부만이, 황약사가 진정한 천왕계 강자이며 무적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설령 단해룡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황약사의 손에서 쉽게 이득을 보지 못할 터였다.황약사의 예상대로, 한지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씨 가문이든 단해룡이든 가슴 한편에 약간의 설렘이 부풀어 올랐다. 한지훈이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괜히 희생된 것도 아니고, 단해룡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예충기가 살아 있다면 감히 나서지 못했겠지만, 그마저도 곤륜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노 씨 어르신 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 문파와 접촉했고, 화산과 항산 역시 이에 호응하며 손을 잡았다. 이제 강우연이 강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퍼졌다!겉보기엔 용국이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거센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대 가문 중에서도 특히 동방 가문과 원씨 가문이 한지훈과 가장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가주님, 듣기로는 노 씨 어르신과 무맹이 이미 열 개가 넘는 문파를 규합하여 한씨 가문을 찾아가 응징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원상용은 차분한 시선으로 보고한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원씨 가문의 원한이 그냥 묻힐 수는 없지!”“한지훈, 네가 살아 있을 때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이제 네가 죽었으니, 우리가 잔인하다고 탓하지는 말아라!”원상용은 말을 마친 뒤 보고를 한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원상호, 네가 원씨 가문을 대표하여 강중으로 가 강우연에게 책임을 물
이때, 약왕파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장로들이 하나같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약왕파와 한지훈 사이에는 오래된 원한이 있었으나, 한지훈의 삶은 의롭고 당당하여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하아! 북양왕의 생애가 너무나도 짧았구나. 만약 그에게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이처럼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수만 도에 달하는 고온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야. 하지만 제릉산에 의관총이라도 마련된 것이 그나마 영광이라 해야겠지.”장로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직 오 장로만은 깊은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엔 며칠 안 가서 무종의 사람들이 우리 문파를 찾아올 거요. 우리 약왕파는 이미 한지훈과 엮여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그의 말에 주변 장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오 장로, 자네가 한지훈에게 당한 게 있다 해도, 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무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한지훈이 막 숨을 거둔 상황에서 즉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문파의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터였다.“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약왕파 전체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해룡이나 원씨 가문, 동방 가문 같은 세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장씨 가문, 천산, 화산, 항산의 인물들이 한지훈을 가만히 두겠습니까?”“그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지훈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오직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예충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예충기 부부마저도 이번 사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그리고, 헬기를 통해 촬영된 그들의 시신 사진도 이미 공개되었습니다!”뭐라고?!앉아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