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말에 강우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불만 가득한 그들의 눈초리, 그녀도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비록 억울했지만 여기는 강 씨 가문이고 그녀의 가족들이 있는 곳이다. 강학주가 저 멀리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그는 내심 그녀가 이 강 씨 가문을 떠나길 바랐다. 그러면 덜 괴로울 수 있지 않을 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다른 이들은 그저 강우연을 내쫓고 싶었다.강우연이 한지훈과 잡은 손을 풀며 입을 열었다.“지훈 씨, 미안해요. 여기는 우리 집이고 저의 가족들이에요. 난.......그들을 떠날 수 없어요. 미안해요......”강우연이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를 한지훈은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며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럼, 내가 남기로 한 너의 곁에 함께 있을게! 너의 앞에서 모든 비바람을 막아줄게.”강우연이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봤다. 감동한 그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이 남자는 자신을 이렇게 아껴주는가?“지훈 씨, 난......”더 말하려고 했지만 입가에서 맴돌 뿐 전할 수 없었다.한지훈이 씩 웃고는 강씨 가족들을 두러본 후 강준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일주일도 기다리지 못해요?”강준상은 눈썹을 들썩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이렀다. 이윽고 그가 헛기침을 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좋아! 더 기다려 줄게. 네놈이 누굴 찾아서 어떤 방벙으로 연 씨 가문과의 일을 처리하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보겠어!”말을 마친 강준상은 가족들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갔다.넓은 회의실에는 강학주 일가와 강우연 그리고 한지훈만 남았다.강학주는 한지훈의 품에 안겨 울먹이는 강우연이 마음이 아팠다. 위로하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서경희가 제지했다.“뭘 봐! 도울 힘은 있고? 그러다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튄다고! ”서경희는 고개를 돌려 차갑게 말했다.“넌 아무
한지훈은 표준우의 어깨를 밀치고는 강우연의 허리를 감싸고 유유히 사라졌다.표준우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내가 뭘 하러 온 거지?고백하러 왔는데 한지훈이 훼방을 놓았다!짜증이 났다.표준우는 재빨리 따라가 한지훈의 어깨를 잡았다. 그대로 쓰러뜨리려 했지만 한지훈은 꿈쩍하지 않았다. 도리어 관성 때문에 표준우가 비틀거리다 하마터면 똥을 밟을 뻔했다.“너!이!”표준우가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이 몹쓸 놈아! 네가 우연 씨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좋게 말할 때 우연 씨에게서 떨어져! 오직 나, 표준우만 우연 씨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원하는 모든 걸 사줄 수 있어. 그런데 너는 그럴 수 없잖아!”표준우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모양은 마치 장난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한지훈은 가볍게 몸을 돌려 표준우를 노려보며 미소 지었다.“뭐? 뭐든 해줄 수 있다고?”“그래! 난 할 수 있어! 난 표 씨 가문의 귀공자야. 난 연봉이 20억 원이 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가문의 재산은 500억 원이 넘어. 우연 씨가 원한다면 차도 사줄 수 있고 마음껏 여행도 시켜줄 수 있어. 하지만 넌? 너의 가문은 5년 전에 이미 풍비박살났지. 그런데 무슨 수로 우연 씨의 행복을 책임질 거야?”표준우의 얼굴에 점점 생기가 돌았다. 그의 미소에 비웃음이 담겼다.이것이 바로 격차!이것이 바로 재벌과 빈털터리의 격차이다.표준우는 금전상에서 뒤지지 않는 우월함과 자부심이 있다.잠자코 듣고 있던 한지훈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강우연을 더욱 감싸 안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우연아, 뭐든 다 줄 수 있다고 하는데 받아줄래?”강우연이 한지훈을 흘겼다. 그리고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준우 씨, 미안해요. 그 마음을 받을 수 없어요. 전 이미 남편이 있고 아이도 있어요.”표준우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강우연, 바보인가?“우연 씨, 잘 생각해야 해요. 이놈은 연 씨가문에 폐를 끼쳤어요. 연 씨 가문이 이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것보다 전 진심으로 우연
전화를 끊은 표준우는 싸늘한 시선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의 입가에 비열한 웃음이 걸렸다."우연 씨, 두고 봐요.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고 말 테니까."차갑게 중얼거린 표준우가 신경질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포르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현장을 벗어났다.한편, 황대식은 그의 아지트나 다름없는 제이드 바의 호화로운 룸에 앉아 있었다.가죽 재킷을 대충 걸치고 시가를 뻑뻑 피워대는 그는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저처럼 부상을 몇 군데씩 달고 있는 부하들을 서늘하게 바라보던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얘들아, 2억짜리 의뢰다. 이번 일만 제대로 끝마치면 당분간은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거다."얼마 전 한지훈에게 잔뜩 얻어터진 그들의 얼굴엔 멍이 채 가시지 않았다."형님, 대체 무슨 의뢰 비용이 2억이나 된답니까?"아부하듯 슬쩍 다가온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표씨 가문 도련님 지시야. 적당히 사람 하나만 잡아 오면 돼."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 황대식이 제 부하들을 거느리고 차에 올랐다. 표준우가 지시한 장소로 봉고차 두 대가 벼락같이 달려갔다.마침 한지훈은 딸과 아내를 차에 태우고 생필품을 사러 마트로 출발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눈앞에 봉고차 두 대가 그들을 턱 가로막았다.깜짝 놀란 강우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저 사람들 뭐예요?"눈앞의 봉고차를 싸늘하게 노려보던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진정해. 별일 아닐 거야."쇠파이프를 쥔 열 몇 명의 건달들이 봉고차에서 우르르 내리며 세 가족이 탄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위협적으로 다가온 몇몇이 쇠파이프로 차체를 쾅쾅 내려쳤다."어이, 좋은 말로 할 때 내려. 미적거리다간 차를 박살 내는 수가 있어.""뭐야, 꼴에 신형 BMW네. 돈깨나 있는 사람들인가 봐. 이번 건은 좀 짭짤하겠어."저희끼리 지껄이던 건달들이 탐욕스러운 눈길로 차를 바라보았다.강우연은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엄마
쇠파이프를 휘두르려던 건달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뒤로 주춤 물러났다.제 부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황대식이 사납게 윽박질렀다."야 이 한심한 새끼들아, 뭣들 하는 거야? 여럿이서 사람 하나 족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대체 어떤 대단한 놈이길래 그렇게 겁을 집어먹었어! 쓸모없는 새끼들."부하에게서 쇠파이프를 뺏어 든 황대식이 빼곡히 앞을 가로막은 부하들을 밀치며 성큼성큼 한지훈을 향해 걸어갔다. 무기를 꽉 움켜쥔 황대식이 막 차에서 내린 한지훈의 머리를 겨냥하며 달려들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황대식은 쇠파이프를 허공에 멈춘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황대식이 차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삐질삐질 흘러내렸다.얼른 정신을 차린 황대식이 냉큼 쇠파이프를 제 뒤로 숨겼다. 얼굴에는 두려움이 역력했다. 이내 비굴한 웃음을 짓던 그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한... 한 선생님께서 왜 이곳에..."어떻게 또 이 사람일 수가 있단 말인가.그 대단하신 정 나리조차도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조 국장과 한 과장도 달려왔다. 심지어 그는 구씨 가문을 손 봐주지 않았던가.황대식은 문득 제가 오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이렇게 또 보는군, 황대식. 팔은 다 나았나 보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를 들은 황대식은 제 쓸모없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무릎을 꿇은 황대식이 콘크리트 바닥에 이마를 퍽퍽 찧으며 두서없이 사죄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한 선생님,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차 안에 선생님이 계실 줄은... 제가 미처 몰라뵙고 멍청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알았다면 제가 감히 선생님을 가로막았겠습니까?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한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황대식을 아무 말 없이 노려보았다. 이미 한지훈의 실력을 몸소 확인한 적 있던 몇몇 건달들도 얼굴이 퍼렇게 질린 채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한지훈의 살벌한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황대식 패거리들을 둘러보던 한지훈이 미소를 지었다."별일은 아니고, 아는 사람들이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한지훈이 서둘러 강우연을 차에 태우며 말했다."먼저 들어가."재빨리 두 사람을 차에 밀어 넣은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대식을 쏘아보았다."두 사람을 데려다준 다음에 다시 얘기하지. 주소 불러. 곧 찾아갈 테니."건달들은 혼비백산하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예예, 한 선생님, 살펴 가십시오."황대식의 손짓에 가지런히 길가에 선 부하들이 한지훈의 차를 배웅했다. 마침내 차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황대식은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가 몇 번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형님, 저희 이젠 어떡합니까? 2억짜리 의뢰라면서요."한지훈에 대해 잘 모르는 부하가 입을 열었다.황대식이 그의 뺨을 후려갈기며 버럭 소리쳤다."그걸 질문이라고 해? 2억 벌어보겠다고 네놈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거야? 저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정 나리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분이라고. 그런데도 그깟 2억이 대수야?"잠자코 황대식의 말을 듣고 있던 세상 물정 모르던 몇몇 부하도 덩달아 경악했다.그 대단하신 정도현 나리조차도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봐야 하는 인물이라니. 그들은 이 상황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살벌하게 낯을 굳힌 황대식이 두 눈을 번뜩였다."표준우, 이 개자식 같으니라고. 하마터면 날 지옥으로 밀어 넣을 뻔했잖아. 흥, 한 선생 눈 밖에 난 그놈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도 슬슬 돌아가 한 선생 맞이할 준비나 하자고."한 무리 건달들이 서둘러 현장을 벗어났다.강우연과 딸아이를 집에 데려간 한지훈은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벗어났다. 현재 그가 도착한 곳은 황대식 아지트인 제이드 바였다.황대식이 제 모든 부하를 이끌고 그를 맞이했다. 자그마치 마흔 명을 넘어서는 이들이 공손하게 예의를 차렸다.한지훈의 차가 가까이 다가오자 일제히 90도로 허리를 숙인 그들이 큰 소리로 외쳤
그 무시무시한 행렬에 기겁한 사람들이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룸에 도착한 한지훈이 황망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황대식을 향해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표준우에게 연락해. 날 잡아들였으니 직접 와보라고.""예예예!"눈치 빠른 황대식이 표준우에게 전화를 걸어 들뜬 목소리를 꾸며냈다."도련님, 말씀하신 그놈 잘 데려다 놨습니다. 저희가 할까요, 아니면 직접 손보시겠습니까."그 시각, 표준우는 클럽에 제 술친구들을 잔뜩 불러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의 품에는 늘씬한 미녀 두 명이 안겨 있었다."빠르네? 알았어. 지금 당장 가지. 도망 못 가게 잘 지켜야 해."잔뜩 흥분한 표준우가 제 친구들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으하하, 한지훈 그 버러지 새끼가 황대식에게 잡혔대. 당장 가서 손봐줘야겠어. 너희들 딱 기다려, 곧 그 새끼가 무릎 꿇고 싹싹 비는 걸 영상에 담아올 테니까."클럽을 나선 표준우가 잔뜩 신이 난 채로 포르쉐를 몰고 쏜살같이 제이드 바로 향했다.3층에 도착한 표준우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수고 많았어, 황대식. 그 자식은 어디 있어? 오늘 이몸이 직접 그 자식을 병신으로 만들어 주겠어. 내게 맞서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우쳐 줘야지."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늘한 목소리가 룸 안에 울려 퍼졌다."표준우, 또 보는군."표준우가 흠칫했다. 흐릿한 불빛 속에서도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빌어먹을 한지훈이었다."뭐야, 한지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네놈이 왜 거기 앉아 있어. 당장 내 앞에 무릎 꿇어!"상황 파악이 덜 된 표준우가 버럭 화를 냈다.고개를 틀어 옆을 보니 황대식이 싸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룸 안에는 또한 일여덟 명의 건달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도 마찬가지로 살기가 가득했다.표준우가 바로 황대식에게 따졌다."황대식, 대체 어떻게 된 거야?"사실 그는 조금 전부터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발뺌할 생각부터 하다니.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한지훈이 황대식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소매를 걷어 올린 황대식이 부하들을 쳐다보았다. 건달들이 표준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너... 너희들 뭐 하는 거야. 헉, 그만해, 내 몸에 손대기만 해봐. 난 표씨 가문 도련님이란 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아시면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악! 아파! 얼굴은 건드리지 말라고..."처음엔 나름 기고만장하게 협박하던 표준우는 결국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빌기 시작했다.십 분 정도가 지나자 돼지 머리처럼 퉁퉁 부어오른 표준우가 바닥에 엎드려 헐떡댔다. 얼굴은 피범벅이었으며 내뱉는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았다."한... 한지훈... 네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표준우 앞으로 걸어간 한지훈이 몸을 숙여 처참한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 표준우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표준우, 내 아내 강우연에게 추근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다음은 없어."말을 마친 한지훈이 룸을 벗어났다.만약 황대식이 똑똑한 놈이라면 나머지 일은 그가 알아서 해결할 터였다.한지훈이 떠난 뒤 황대식은 표준우도 바에서 쫓아냈다. 바닥에 널브러진 표준우에게 황대식이 날카롭게 말했다."어이구, 도련님. 미안하게 됐습니다. 오늘 일은 제 뜻이 아니란 것만 알아주십시오. 혹시 복수를 하려거든 한 선생에게나 하시구요. 그런데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킥킥."말을 마친 황대식은 표준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다.차가운 도로에 드러누운 표준우를 보고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머, 표씨 가문에 그 도련님 아니야? 왜 꼴이 저 모양이래?""세상에, 어느 높으신 분 눈 밖에 났길래... 끔찍하군.""한때 그렇게 잘난척하던 사람도 더 강한 사람 앞에선 별수 없네. 이래서 사람은 시건방지면 안 된다니까. 그러다 큰코다칠라."사람들의 조롱을 무기력하게 듣고 있던 표준우는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핏발선 두 눈을 형형하게 부릅뜬 표준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정말이지? 나 대신 복수해 줘야 해? 꼭 그 자식이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줘. 아니라면 나도 콱 죽어버릴 거야."표준우는 더욱 불을 지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도혜영이 기겁하며 제 남편을 재촉했다."여보, 얼른 해결하지 않고 뭐해. 당신 아들이 죽는 꼴을 지켜볼 거야?"표중혁이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두르지 마. 내일 내가 직접 강씨 가문으로 찾아가지."다음날.열몇 대의 검은색 벤츠를 거느린 표중혁이 제 마이바흐에 올라타며 바로 강운그룹으로 향할 것을 명령했다.강운그룹 사람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에 떨며 회의실에서 소란스레 말다툼을 벌였다."이거 큰일 났습니다. 표씨 가문의 기세가 말이 아니라고요. 어르신, 우린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이게 다 빌어먹을 한지훈 그놈 때문입니다. 표준우 도련님을 때리라고 사람을 사주했다잖아요.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요.""한지훈은 아직이랍니까?"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뱉어내며 씨근거렸다.상석에 앉은 강준상도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아침부터 표중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어제저녁에 벌어진 일을 전하며 강씨 가문에서 순순히 범인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가문과 기업을 선동하여 강운그룹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그리하여 조급해 난 강준상이 회의를 소집했던 것이다."그만들 하세요. 긴장할 거 없습니다. 사실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 한지훈이 친 사고이니 표씨 가문에서 찾아오거든 그놈을 넘기면 되는 일이에요. 기껏해야 병원비나 좀 보태주고요."강문복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제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마침 회사에 도착한 한지훈과 강우연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회의실에는 긴장과 분노가 가득했다.사람들은 적의를 감추지도 않은 채 강우연과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할아버지, 사람들을 급하게 소집하셨다고 들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강우연은 아직 사건의 전말을 몰랐다.강준상이 차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