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말에 강우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불만 가득한 그들의 눈초리, 그녀도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비록 억울했지만 여기는 강 씨 가문이고 그녀의 가족들이 있는 곳이다. 강학주가 저 멀리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그는 내심 그녀가 이 강 씨 가문을 떠나길 바랐다. 그러면 덜 괴로울 수 있지 않을 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다른 이들은 그저 강우연을 내쫓고 싶었다.강우연이 한지훈과 잡은 손을 풀며 입을 열었다.“지훈 씨, 미안해요. 여기는 우리 집이고 저의 가족들이에요. 난.......그들을 떠날 수 없어요. 미안해요......”강우연이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를 한지훈은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며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럼, 내가 남기로 한 너의 곁에 함께 있을게! 너의 앞에서 모든 비바람을 막아줄게.”강우연이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봤다. 감동한 그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이 남자는 자신을 이렇게 아껴주는가?“지훈 씨, 난......”더 말하려고 했지만 입가에서 맴돌 뿐 전할 수 없었다.한지훈이 씩 웃고는 강씨 가족들을 두러본 후 강준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일주일도 기다리지 못해요?”강준상은 눈썹을 들썩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이렀다. 이윽고 그가 헛기침을 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좋아! 더 기다려 줄게. 네놈이 누굴 찾아서 어떤 방벙으로 연 씨 가문과의 일을 처리하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보겠어!”말을 마친 강준상은 가족들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갔다.넓은 회의실에는 강학주 일가와 강우연 그리고 한지훈만 남았다.강학주는 한지훈의 품에 안겨 울먹이는 강우연이 마음이 아팠다. 위로하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서경희가 제지했다.“뭘 봐! 도울 힘은 있고? 그러다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튄다고! ”서경희는 고개를 돌려 차갑게 말했다.“넌 아무
한지훈은 표준우의 어깨를 밀치고는 강우연의 허리를 감싸고 유유히 사라졌다.표준우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내가 뭘 하러 온 거지?고백하러 왔는데 한지훈이 훼방을 놓았다!짜증이 났다.표준우는 재빨리 따라가 한지훈의 어깨를 잡았다. 그대로 쓰러뜨리려 했지만 한지훈은 꿈쩍하지 않았다. 도리어 관성 때문에 표준우가 비틀거리다 하마터면 똥을 밟을 뻔했다.“너!이!”표준우가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이 몹쓸 놈아! 네가 우연 씨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좋게 말할 때 우연 씨에게서 떨어져! 오직 나, 표준우만 우연 씨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원하는 모든 걸 사줄 수 있어. 그런데 너는 그럴 수 없잖아!”표준우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모양은 마치 장난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한지훈은 가볍게 몸을 돌려 표준우를 노려보며 미소 지었다.“뭐? 뭐든 해줄 수 있다고?”“그래! 난 할 수 있어! 난 표 씨 가문의 귀공자야. 난 연봉이 20억 원이 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가문의 재산은 500억 원이 넘어. 우연 씨가 원한다면 차도 사줄 수 있고 마음껏 여행도 시켜줄 수 있어. 하지만 넌? 너의 가문은 5년 전에 이미 풍비박살났지. 그런데 무슨 수로 우연 씨의 행복을 책임질 거야?”표준우의 얼굴에 점점 생기가 돌았다. 그의 미소에 비웃음이 담겼다.이것이 바로 격차!이것이 바로 재벌과 빈털터리의 격차이다.표준우는 금전상에서 뒤지지 않는 우월함과 자부심이 있다.잠자코 듣고 있던 한지훈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강우연을 더욱 감싸 안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우연아, 뭐든 다 줄 수 있다고 하는데 받아줄래?”강우연이 한지훈을 흘겼다. 그리고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준우 씨, 미안해요. 그 마음을 받을 수 없어요. 전 이미 남편이 있고 아이도 있어요.”표준우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강우연, 바보인가?“우연 씨, 잘 생각해야 해요. 이놈은 연 씨가문에 폐를 끼쳤어요. 연 씨 가문이 이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것보다 전 진심으로 우연
전화를 끊은 표준우는 싸늘한 시선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의 입가에 비열한 웃음이 걸렸다."우연 씨, 두고 봐요.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고 말 테니까."차갑게 중얼거린 표준우가 신경질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포르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현장을 벗어났다.한편, 황대식은 그의 아지트나 다름없는 제이드 바의 호화로운 룸에 앉아 있었다.가죽 재킷을 대충 걸치고 시가를 뻑뻑 피워대는 그는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저처럼 부상을 몇 군데씩 달고 있는 부하들을 서늘하게 바라보던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얘들아, 2억짜리 의뢰다. 이번 일만 제대로 끝마치면 당분간은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거다."얼마 전 한지훈에게 잔뜩 얻어터진 그들의 얼굴엔 멍이 채 가시지 않았다."형님, 대체 무슨 의뢰 비용이 2억이나 된답니까?"아부하듯 슬쩍 다가온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표씨 가문 도련님 지시야. 적당히 사람 하나만 잡아 오면 돼."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 황대식이 제 부하들을 거느리고 차에 올랐다. 표준우가 지시한 장소로 봉고차 두 대가 벼락같이 달려갔다.마침 한지훈은 딸과 아내를 차에 태우고 생필품을 사러 마트로 출발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눈앞에 봉고차 두 대가 그들을 턱 가로막았다.깜짝 놀란 강우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저 사람들 뭐예요?"눈앞의 봉고차를 싸늘하게 노려보던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진정해. 별일 아닐 거야."쇠파이프를 쥔 열 몇 명의 건달들이 봉고차에서 우르르 내리며 세 가족이 탄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위협적으로 다가온 몇몇이 쇠파이프로 차체를 쾅쾅 내려쳤다."어이, 좋은 말로 할 때 내려. 미적거리다간 차를 박살 내는 수가 있어.""뭐야, 꼴에 신형 BMW네. 돈깨나 있는 사람들인가 봐. 이번 건은 좀 짭짤하겠어."저희끼리 지껄이던 건달들이 탐욕스러운 눈길로 차를 바라보았다.강우연은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엄마
쇠파이프를 휘두르려던 건달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뒤로 주춤 물러났다.제 부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황대식이 사납게 윽박질렀다."야 이 한심한 새끼들아, 뭣들 하는 거야? 여럿이서 사람 하나 족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대체 어떤 대단한 놈이길래 그렇게 겁을 집어먹었어! 쓸모없는 새끼들."부하에게서 쇠파이프를 뺏어 든 황대식이 빼곡히 앞을 가로막은 부하들을 밀치며 성큼성큼 한지훈을 향해 걸어갔다. 무기를 꽉 움켜쥔 황대식이 막 차에서 내린 한지훈의 머리를 겨냥하며 달려들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황대식은 쇠파이프를 허공에 멈춘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황대식이 차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삐질삐질 흘러내렸다.얼른 정신을 차린 황대식이 냉큼 쇠파이프를 제 뒤로 숨겼다. 얼굴에는 두려움이 역력했다. 이내 비굴한 웃음을 짓던 그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한... 한 선생님께서 왜 이곳에..."어떻게 또 이 사람일 수가 있단 말인가.그 대단하신 정 나리조차도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조 국장과 한 과장도 달려왔다. 심지어 그는 구씨 가문을 손 봐주지 않았던가.황대식은 문득 제가 오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이렇게 또 보는군, 황대식. 팔은 다 나았나 보지?"한지훈의 싸늘한 목소리를 들은 황대식은 제 쓸모없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무릎을 꿇은 황대식이 콘크리트 바닥에 이마를 퍽퍽 찧으며 두서없이 사죄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한 선생님,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차 안에 선생님이 계실 줄은... 제가 미처 몰라뵙고 멍청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알았다면 제가 감히 선생님을 가로막았겠습니까?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한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황대식을 아무 말 없이 노려보았다. 이미 한지훈의 실력을 몸소 확인한 적 있던 몇몇 건달들도 얼굴이 퍼렇게 질린 채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한지훈의 살벌한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황대식 패거리들을 둘러보던 한지훈이 미소를 지었다."별일은 아니고, 아는 사람들이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한지훈이 서둘러 강우연을 차에 태우며 말했다."먼저 들어가."재빨리 두 사람을 차에 밀어 넣은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대식을 쏘아보았다."두 사람을 데려다준 다음에 다시 얘기하지. 주소 불러. 곧 찾아갈 테니."건달들은 혼비백산하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예예, 한 선생님, 살펴 가십시오."황대식의 손짓에 가지런히 길가에 선 부하들이 한지훈의 차를 배웅했다. 마침내 차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황대식은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가 몇 번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형님, 저희 이젠 어떡합니까? 2억짜리 의뢰라면서요."한지훈에 대해 잘 모르는 부하가 입을 열었다.황대식이 그의 뺨을 후려갈기며 버럭 소리쳤다."그걸 질문이라고 해? 2억 벌어보겠다고 네놈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거야? 저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정 나리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분이라고. 그런데도 그깟 2억이 대수야?"잠자코 황대식의 말을 듣고 있던 세상 물정 모르던 몇몇 부하도 덩달아 경악했다.그 대단하신 정도현 나리조차도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봐야 하는 인물이라니. 그들은 이 상황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살벌하게 낯을 굳힌 황대식이 두 눈을 번뜩였다."표준우, 이 개자식 같으니라고. 하마터면 날 지옥으로 밀어 넣을 뻔했잖아. 흥, 한 선생 눈 밖에 난 그놈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도 슬슬 돌아가 한 선생 맞이할 준비나 하자고."한 무리 건달들이 서둘러 현장을 벗어났다.강우연과 딸아이를 집에 데려간 한지훈은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벗어났다. 현재 그가 도착한 곳은 황대식 아지트인 제이드 바였다.황대식이 제 모든 부하를 이끌고 그를 맞이했다. 자그마치 마흔 명을 넘어서는 이들이 공손하게 예의를 차렸다.한지훈의 차가 가까이 다가오자 일제히 90도로 허리를 숙인 그들이 큰 소리로 외쳤
그 무시무시한 행렬에 기겁한 사람들이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룸에 도착한 한지훈이 황망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황대식을 향해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표준우에게 연락해. 날 잡아들였으니 직접 와보라고.""예예예!"눈치 빠른 황대식이 표준우에게 전화를 걸어 들뜬 목소리를 꾸며냈다."도련님, 말씀하신 그놈 잘 데려다 놨습니다. 저희가 할까요, 아니면 직접 손보시겠습니까."그 시각, 표준우는 클럽에 제 술친구들을 잔뜩 불러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의 품에는 늘씬한 미녀 두 명이 안겨 있었다."빠르네? 알았어. 지금 당장 가지. 도망 못 가게 잘 지켜야 해."잔뜩 흥분한 표준우가 제 친구들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으하하, 한지훈 그 버러지 새끼가 황대식에게 잡혔대. 당장 가서 손봐줘야겠어. 너희들 딱 기다려, 곧 그 새끼가 무릎 꿇고 싹싹 비는 걸 영상에 담아올 테니까."클럽을 나선 표준우가 잔뜩 신이 난 채로 포르쉐를 몰고 쏜살같이 제이드 바로 향했다.3층에 도착한 표준우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수고 많았어, 황대식. 그 자식은 어디 있어? 오늘 이몸이 직접 그 자식을 병신으로 만들어 주겠어. 내게 맞서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우쳐 줘야지."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늘한 목소리가 룸 안에 울려 퍼졌다."표준우, 또 보는군."표준우가 흠칫했다. 흐릿한 불빛 속에서도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빌어먹을 한지훈이었다."뭐야, 한지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네놈이 왜 거기 앉아 있어. 당장 내 앞에 무릎 꿇어!"상황 파악이 덜 된 표준우가 버럭 화를 냈다.고개를 틀어 옆을 보니 황대식이 싸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룸 안에는 또한 일여덟 명의 건달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도 마찬가지로 살기가 가득했다.표준우가 바로 황대식에게 따졌다."황대식, 대체 어떻게 된 거야?"사실 그는 조금 전부터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발뺌할 생각부터 하다니.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한지훈이 황대식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소매를 걷어 올린 황대식이 부하들을 쳐다보았다. 건달들이 표준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너... 너희들 뭐 하는 거야. 헉, 그만해, 내 몸에 손대기만 해봐. 난 표씨 가문 도련님이란 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아시면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악! 아파! 얼굴은 건드리지 말라고..."처음엔 나름 기고만장하게 협박하던 표준우는 결국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빌기 시작했다.십 분 정도가 지나자 돼지 머리처럼 퉁퉁 부어오른 표준우가 바닥에 엎드려 헐떡댔다. 얼굴은 피범벅이었으며 내뱉는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았다."한... 한지훈... 네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표준우 앞으로 걸어간 한지훈이 몸을 숙여 처참한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 표준우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표준우, 내 아내 강우연에게 추근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다음은 없어."말을 마친 한지훈이 룸을 벗어났다.만약 황대식이 똑똑한 놈이라면 나머지 일은 그가 알아서 해결할 터였다.한지훈이 떠난 뒤 황대식은 표준우도 바에서 쫓아냈다. 바닥에 널브러진 표준우에게 황대식이 날카롭게 말했다."어이구, 도련님. 미안하게 됐습니다. 오늘 일은 제 뜻이 아니란 것만 알아주십시오. 혹시 복수를 하려거든 한 선생에게나 하시구요. 그런데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킥킥."말을 마친 황대식은 표준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다.차가운 도로에 드러누운 표준우를 보고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머, 표씨 가문에 그 도련님 아니야? 왜 꼴이 저 모양이래?""세상에, 어느 높으신 분 눈 밖에 났길래... 끔찍하군.""한때 그렇게 잘난척하던 사람도 더 강한 사람 앞에선 별수 없네. 이래서 사람은 시건방지면 안 된다니까. 그러다 큰코다칠라."사람들의 조롱을 무기력하게 듣고 있던 표준우는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핏발선 두 눈을 형형하게 부릅뜬 표준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정말이지? 나 대신 복수해 줘야 해? 꼭 그 자식이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줘. 아니라면 나도 콱 죽어버릴 거야."표준우는 더욱 불을 지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도혜영이 기겁하며 제 남편을 재촉했다."여보, 얼른 해결하지 않고 뭐해. 당신 아들이 죽는 꼴을 지켜볼 거야?"표중혁이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두르지 마. 내일 내가 직접 강씨 가문으로 찾아가지."다음날.열몇 대의 검은색 벤츠를 거느린 표중혁이 제 마이바흐에 올라타며 바로 강운그룹으로 향할 것을 명령했다.강운그룹 사람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에 떨며 회의실에서 소란스레 말다툼을 벌였다."이거 큰일 났습니다. 표씨 가문의 기세가 말이 아니라고요. 어르신, 우린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이게 다 빌어먹을 한지훈 그놈 때문입니다. 표준우 도련님을 때리라고 사람을 사주했다잖아요.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요.""한지훈은 아직이랍니까?"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뱉어내며 씨근거렸다.상석에 앉은 강준상도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아침부터 표중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어제저녁에 벌어진 일을 전하며 강씨 가문에서 순순히 범인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가문과 기업을 선동하여 강운그룹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그리하여 조급해 난 강준상이 회의를 소집했던 것이다."그만들 하세요. 긴장할 거 없습니다. 사실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 한지훈이 친 사고이니 표씨 가문에서 찾아오거든 그놈을 넘기면 되는 일이에요. 기껏해야 병원비나 좀 보태주고요."강문복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제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마침 회사에 도착한 한지훈과 강우연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회의실에는 긴장과 분노가 가득했다.사람들은 적의를 감추지도 않은 채 강우연과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할아버지, 사람들을 급하게 소집하셨다고 들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강우연은 아직 사건의 전말을 몰랐다.강준상이 차갑게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