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1의 수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도청 전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상을 입었었다. “어르신, 안 돼요!”걱정되는 마음에 강우연은 도청 전인의 장검을 붙잡고는 말렸다. “어찌 됐든 저희도 따로 상의할 시간을 줘야죠. 내일 이 시간에 여러분들한테 답장을 드리는 건 어떨까요?”강우연이 순순히 복종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낙구영은 급히 일어선 채 말했다. “물론이죠. 저희도 인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강 대표님께서는 저희가 실망하는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진국화를 데리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끌려나가는 진국화의 모습에 당백성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그러나 회의실을 나서기 전까지도, 당백성은 매서운 눈빛으로 도청 전인을 한 번 흘깃 보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살의가 은은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그들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강우연은 도청 전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르신, 몸도 성치 않은데 혼자서 저놈들을 상대하는 건 죽음 밖에 남는 게 없어요! 차라리 진 씨 집안의 산업을 포기할지 언정, 어르신께서 이렇게 목숨을 바치는 건 전 용납 못해요!”그 말을 들은 도청 전인은 자기도 모르게 감동했다. 강우연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그는 이내 털썩하며 강우연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모님의 관심은 매우 감사합니다만, 이번 일은 어떻게든 무력으로만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천검종 4대 수좌로서,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강중에 돌아올 것입니다! 설령 제 뼈가 부서지더라도, 한 선생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제가 반드시 주모님을 잘 보호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강우연도 내심 크게 감동하여 급히 두 손으로 도청 전인을 부축했다. “주모님, 오늘 밤에는 되도록이면 돌아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나 씨 집안에 가서 잠시 하룻밤 묵는 건 어떨까요?”도청 전인은 여전히 걱정되는 마음으로 제안을 했다. 사실 방금 당백성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아낸 도청 전
“나 지금 밖에 있어. 무슨 일이야?”전화를 받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갑작스레 강우연으로부터 연락이 온건, 두말할 것도 없이 뭔가 큰일이 난 거라 직감했다. 아니면 도청 전인과 나계홍의 보필 속에서, 강우연이 자신에게 굳이 연락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어르신의 안전이 걱정돼서요. 사실 오늘 아침…”강우연은 방금 있었던 모든 일을 한지훈에게 전했다. 그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여보, 어르신은 기어코 무력을 이용해서 해결하려 하는데 사실 어르신 몸도 편치 않잖아요. 이... 이젠 어떻게 해야 하죠? 차라리 우리가 한 걸음 물러서는 게 낫지 않을까요?”강우연은 한지훈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더는 물러설 수 없어! 4대 종문이 이미 개입까지 했잖아. 그런데 만약 우리가 물러나게 된다면 그들은 오히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릴 향해 돌진할 거야!”“내가 알아서 방법을 생각해 볼게. 일단 넌 오늘 밤에 강중으로 돌아가서 나계홍이 안배한 별장에서 잠시 묵고 있어. 당분간은 큰 걱정은 하지 마!”한지훈은 일단 강우연을 달래주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용왕님, 무슨 일이시죠?”마침 한 무더기의 문건을 들고 나타난 용월은, 굳어진 한지훈의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한지훈이 대답했다. “별 일 아니야. 일단 이따가 헬리콥터 한 대를 배치해 놔. 오늘 밤, 나 강중으로 돌아가 봐야 돼!”“강중이요?” 순간 의아해하던 용월은 대충 눈치를 알아차리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신룡전에서도 사람을 보낼까요...”“아니야, 필요 없어. 단지 집에 좀 시끄러운 일이 생겨서 가서 직접 처리하려는 거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용월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신룡전에는 무장 헬리콥터뿐만 아니라 10여 대의 전투기도
도청 전인은 할 말만을 마치고는 제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부님!”세 명의 제자들은 모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도청 전인 앞에 무릎을 꿇고는 통곡하였다. “얼른...”도청 전인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갑자기 그의 머리 위로 헬리콥터의 굉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헬리콥터에서는 한 사람이 뛰어내렸다. “한... 한 선생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순간 도청 전인의 제자들은 눈빛이 번쩍하더니, 얼른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내고는 빠른 걸음으로 뜰로 달려 나갔다. “한 선생님!”“한 선생님!”한지훈은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 자국을 보아내고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이건...”“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 선생님께서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너무 행복합니다!”이내 제자들은 곧바로 한지훈을 별장으로 모셨다. 뒤이어 마찬가지로 한지훈을 발견한 도청 전인 역시 급히 몸을 돌려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주상! 이 모든 게 다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 감히 주상을 걱정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굳이 한지훈이 얘기하지 않아도 도청 전인은 대충 짐작이 갔다. 틀림없이 강우연이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 이유 말고는 한지훈이 갑자기 돌아올 리가 없었다. “어르신, 강중의 일에 대해서 모두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가 4대 종문과 무력으로 다퉈야 한다고요?”한지훈은 본론을 꺼냈다. “그건 아닙니다!”도청 전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사실 청봉문의 문주인 낙구영은 저희와 평화적으로 협상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주인 당백성이라는 사람이 기어코 저희와 끝장을 보려 하더군요!”“필경 그들 네 사람은 보통의 관계가 아니라 방심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자리를 뜰 때, 당백성의 표정은 매우 좋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오늘 밤 당백성은 무조건 이곳으로 찾아올 겁니다. 이 기회를 빌어, 무영종과 천우종도 위엄을 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무영종과 천우종 또한 이번 일에 이렇게
도청 전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진법을 세우자고?’ 진법은 예로부터 용국 무종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천년 전부터, 진법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날까지 무종 수백 개의 종문 중에서도 진법을 세울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였다. 반면 부상의 음양 가문은 지금까지도 진법의 일부를 계승하고 있긴 했지만, 역시나 제대로 정통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지훈의 입에서 진법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의심 가득한 도청 전인의 눈빛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법은 그렇게 심오하지 않습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4성 천왕계의 경지에 다다르긴 했지만, 필경 둘 다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까?”“그러므로 지금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놈들이 일단 이 별장에 발을 들여놓을 때 실력이 퇴화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진법은 어르신 스스로도 충분히 세우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경의 위력도 증강시킬 수 있고요!”한지훈은 진법에 대해 간략하게 도청 전인에게 얘기해 주었다. 곧이어 그는 열한 자루의 장검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묻었다. 말없이 혼자서 움직이는 한지훈의 모습에, 도청 전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이게 된다고?’ 도청 전인이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수 없는 한편, 한지훈은 이내 9개의 등잔불을 꺼내 각각 9개의 부동한 방향으로 배치한 후 숨을 죽인 채 정신을 집중하고는 손을 내저었다. 곧바로 아홉 개의 등잔불이 동시에 켜졌고, 별장 전체의 분위기는 고요해졌다. “주상,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죠?”도청 전인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는 물었다. “이것이 바로 검성진입니다. 그 누구라도 일단 이곳에 들어서기만 하면 실력은 크게 감소될 테고, 도리여 어르신의 검경의 위력을 향상할 수가 있습니다! 이 진법은 얼마든지 크든 작든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범위와 상관없이 일단 들어서기만 하면 놈들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습니다!”“가장 최소한으로는 방 한 칸
이내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은 채 소파에 앉아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한편 낙구영과 일행은, 한지훈이 비밀리에 강중으로 돌아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낙구영은 거듭하여 간곡히 타일렀지만 당백성은 전혀 듣지를 않았다. 당백성은 도청 전인의 좋지 않은 안색을 발견하고는, 그의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할 지병이 생겼다고 확신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이야말로 도청 전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설사 나중에 한지훈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도청 전인이 먼저 죽게 되면 그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 “두 문주 님, 제가 보기에는 오늘 밤 당장 도청 전인을 처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당백성은 천우종과 무영종의 두 종주에게 말했다. 반면 낙구영은 홀로 이미 먼저 청봉문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그렇게 진 씨 집안 별장에는 당백성과 나머지 두 명의 문주만 남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진국화는 저도 모르게 놀랍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내 그는 당백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 문주야말로 정말 저희 진 씨 집안의 구원자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만약 저희 진 씨 집안이 위기를 넘기게 된다면 반드시 당 씨 집안에 큰 사례를 해드릴 겁니다!”진국화의 이 말을 들은 천우종과 무영종의 두 종주도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잇달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도청 전인 그 영감, 몸이 아주 성치 않은 것 같아요. 이 시점이야말로 바로 그를 제거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아요!”천우종 종주 노덕왕도 눈을 가늘게 뜬 채 살벌하게 말했다. 뒤이어 무영종의 종주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도청 전인만 순조롭게 제거할 수 있다면, 잇달아 천검종도 함께 삼켜버릴 수 있겠네요!”자고로 천검종은 10위 안에 드는 대종문이었기에, 일단 정말 삼켜버리기만 한다면 세 종주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더욱 확장시킬 수가 있었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당백성도 차갑게 웃
별장 입구에 다다른 당백성은, 평소와 달리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에 의심을 하게 됐지만 일단 조심스레 대문을 살짝 밀었다. “삐걱!”‘뭐야?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 거지. 오래된 낡은 나무 문의 소리잖아.’ 그러나 한 씨 집안 별장의 대문은 누가 봐도 깨끗한 철문이었다. 당백성이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머뭇거리는 한편, 그의 뒤를 따르던 노덕왕과 유혁선은 어리둥절했다. “당 문주, 왜 그러세요? ”그러자 당백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듯 일단 웃어넘기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한 씨 집안 대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의심이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굳이 수백 수천 명의 경호원이 있다 하더라도 별 소용은 없겠죠.”이내 당백성은 직접 문을 밀고 들어섰다. 곧이어 세 사람이 별장 앞 정원에 들어서게 되자, 갑자기 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악!”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에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몸서리를 쳤다. 잠깐만으로도 이 정원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됐다. 다만 그들은 그 정체에 대해 전혀 알아챌 수가 없었다. 겨우 다시 정원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한지훈이 갑자기 두 눈을 뜨고는 문밖의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드디어 왔네요!”도청 전인은 다시 손에 장검을 들고는 천천히 두 눈을 뜨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상, 제가 직접 가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급할 거 없어요!”이내 그는 천천히 일어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깥의 뜰을 바라보았다. 문어귀에 나타난 한지훈의 그림자에, 당백성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하찮은 웃음을 지었다. 한지훈은 기껏해야 4성 천왕계의 실력으로, 사실상 그들 세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도청 전인은 그들과는 달리, 실력이 조금 차이가 났다. 즉 현재 3대2의 국면이긴 하지만, 세 종주들이 이길 가능성이 한지훈 일행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장검을 뽑아들자마자, 순간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당백성은 멀리 몇 미터 밖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삼엄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헉!”당백성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도청 전인의 검의가 이렇게나 짙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가 지닌 장검 또한 심상치 않아 보였다. “누가 먼저 나올 거야? 아니면 세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도청 전인은 손에 장검을 쥔 채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당 문주, 제가 먼저 나설게요!”이때 유혁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자진해서 말했다. 사실 유혁선은 나름 머리를 굴린 선택이었다. 필경 한지훈과 도청 전인 중 진정한 강적은 한지훈이니까. 자신이 먼저 나서서 약한 사람을 처단하게 되면, 남은 두 사람은 강적과 맞설 수밖에 없게 되니까. 그렇게 그는 빠른 판단력으로 먼저 나서게 됐다. 만약 순조롭게 진행되기만 한다면, 그는 기세를 몰아 바로 이 자리에서 도청 전인까지 죽일 생각이었다. 설령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는 언제든지 도망칠 생각이었다. 몸이 성치 않은 도청 전인이었기에, 쫓아가고 싶어도 쉽게 따라잡지는 못할 거라 확신했다. 사실 남은 두 사람 또한 당연히 유혁선의 꿍꿍이를 알아채긴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말릴 수는 없었다. 당백성은 어쩔 수 없이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문주, 조심하세요! 그리고 안심해요, 한지훈이 절대 나서지는 못할 테니까. 만약 나서게 된다면, 저희 두 사람이 반드시 붙잡고 있을 거예요!”당백성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유혁선이 도청 전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노덕왕과 함께 절대 주동적으로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유혁선은 내심 두 사람을 늙은 여우들이라고 욕하며, 일단 도청 전인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더 이상 유혁선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도청 전인은 바로 검을 들었다. 쏴! 순간 하늘을 가린 눈부신 빛이 갑자기 유혁선을 덮쳤다. 크게 당황한 유
심상치 않은 상황에 당백성 역시 등잔불을 흘깃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여기에 진법이라도 세운 건가?” 당백성의 추측에, 노덕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진법을 제외하고는, 그 다른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간을 질질 끌면서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자 도청 전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목숨 따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서 뭐 하는 거야!”이내 도청 전인은 다시 칼을 휘둘렀고, 무수한 검의 기운이 잇달아 두 사람을 덮쳤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살기에, 당백성은 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사실 그는 자신이 유혁선보다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유혁선이 이미 도청 전인의 손에 죽게 된 이상, 그는 더 이상 똑같은 결말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반드시 살아남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일단 한 씨 집안 별장에 들어온 이상, 다시 멀쩡히 살아서 나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곧바로 당백성이 문어귀로 도망치려는 순간, 한지훈은 갑자기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무서운 자태로 당백성의 뒤에 다가갔다. 이내 오릉군 가시를 들고는 곧장 당백성에게로 달려갔다. 눈치 빠른 당백성은 뒤통수가 서늘한 것을 느끼고는 급히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오릉군 가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이, 다시 정확한 각도로 당백성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악!”그제야 당백성은, 방금 유혁선이 왜 도청 전인의 공격을 하나도 막아내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역시도 자신의 평소 실력의 절반만큼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2성 현급 천왕계의 실력에 그칠 뿐이었다. 청천벽력의 상황에 당백성은 후회하게 됐다. “푸!”그가 망설이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다시 당백성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찔러 오른쪽 옆구리로 아예 관통하였다. “한... 한지훈, 너... 진법을 할 줄 알았어?”당백성
곧이어 차는 노먼 시내를 벗어나, 한 오래된 장원 앞에 도착하였다. 입구에는 수백 명의 하인과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공손히 서 있었다. 얼핏 보아 노인의 나이는 칠순은 넘어 보였지만 여전히 늠름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나 두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을 발하기도 했다. 노인을 한 번 쓱 훑은 한지훈은, 그가 적어도 5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한 선생님, 내리시죠!”마르스는 빠른 걸음으로 차 문 앞에 다가가 한지훈을 도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내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한지훈을 향해 허리 굽혀 절을 하고는 인사하였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뒤이어 에밀리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팔을 잡고는 노인에게 다가가 간단한 소개를 해주었다. “한 선생님, 이분이 바로 저의 할아버지입니다.” 그러고는 노인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할아버지, 이 분이 바로 제가 방금 얘기한 한 선생님입니다!”그러자 노인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혀 인사를 했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것만 해도 저희 가문에게 있어 매우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노인은 직접 한지훈을 데리고 장원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거실에 도착한 한지훈은, 주위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대가문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노인은 한지훈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한 선생님, 저는 하이얼 로드라고 합니다. 사실 전부터 한 선생님의 명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매우 영광입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전 방금 용국에서 오게 됐는데 어르신께서는 누구로부터 저의 얘기를 듣게 된 거죠?” 노인은 대답했다. “공해 사건 당시 에밀리도 그 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손녀는 단지 평범한 인물일 뿐이라 한 선생님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욱!”이내 또 하나의 석궁이 한지훈에게로 날려왔고, 한지훈은 바로 손을 들어 석궁을 잡아냈다. 이내 석궁을 들고는 골목 안으로 걸어갔다. “누구야!”그러자 검은 옷의 한 남자가 머리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매우 무거운 살기가 어려 있었다. 한지훈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석궁을 휘두르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너희들이 알 바 아니야. 중요한 건 너희들이 날린 석궁이 하마터면 나를 다치게 할 뻔했다는 거야.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하지 않겠어?”뭐라고? 그의 말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흉악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살기 어린 웃음을 띤 채 말했다. “눈치 없는 놈아, 당장 꺼져! 우리 일을 방해하지나 말고. 괜히 건드렸다가는 너도 죽게 될 거야.”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손을 뿌리치고는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푸! 곧바로 그 검은 옷의 남자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남은 사람들은 크게 놀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설마 놈들의 지원병이 벌써 도착한 건가? 그나저나... 그나저나 이 지원병의 실력은 너무나도 강한데? 한 방에 2성 현급 천왕계 강자를 짓밟아버리다니. “너 대체 누구야!”검은 옷의 무리는, 즉시 두 남녀와의 교전을 멈추고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 경각심을 가진 채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한지훈이 그들에게 준 위협감은, 확실히 두 남녀보다는 훨씬 강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단호하게 손을 흔들 뿐이었다.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알 필요가 없다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이나 당장 꺼져!”하나같이 칼날을 잡고 있던 검은 옷의 무리는, 단호한 한지훈의 말에 달갑지 않은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방금 눈앞에서 당한 자신들의 동료를 생각하노라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게 됐다. 그렇게 검은 옷 무리가 멀리 도망갈 때까지, 남은 두 남녀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지훈은 그런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
절망적인 표정의 엘칸트는,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며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이내 그는 또 고개를 돌려 필칸트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칸트 가문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필칸트를 다져버려 진흙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화가 가득했다. 바로 그때, 한지훈이 엘칸트를 흘겨보며 물었다. “왜, 주기 싫은 거야?!”“드릴 겁니다!”엘칸트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맥없이 땅에서 일어나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저벅저벅 호텔을 나섰다. 그렇게 칸트 가문은 한지훈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고, 뒤이어 오늘의 생일 주인공은 자리를 떠났고 안드레는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한 선생님, 이젠 일이 다 해결됐으니... 제가 모셔다드릴까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마영리는 고작 흑병대의 일개 소속원일 뿐인데, 대체 그놈이 어떻게 칸트 가문과 얽히게 된 거야?”“대체 누가 그 중개자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해! 설령 광명파와 연관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나한테 보고하고, 용국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야 해!”그 말에 안드레는 골치가 아파놓았다. 한지훈은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사실 이번 일에 얽히게 된 가문에 대해서 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게다가 유럽에서도 매우 유명한 가문이었다. 하지만 그 가문의 정체에 대해서 밝히게 되면 그 결과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안드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필칸트가 서둘러 말했다. “한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희 칸트 가문은 반드시 깔끔하게 이번 일을 해결할 것입니다!”한지훈은 그런 필칸트를 힐끗 훑어보았다. 사람의 태도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빨리 변하게 됐다. 얼마든지 쉽게 굴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놈들이 보증을 한 이상 한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배웅할 필요는 없어. 3일 내에 나한테 명확한 대답을 내놔!”곧이어 한지훈과 진
여인은 순간 주위의 모든 것과 단절된 듯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귀띔을 하고 나서야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었다. 지금 이 순간, 유장군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났다. 마치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지내면서 특사라고 불리긴 했지만, 유럽은 줄곧 용국과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결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그가 아부하며 모신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한지훈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이야. 그제야 그는 자신의 특사 신분이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지훈은 멍하니 서 있는 유장군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 특사, 내가 전에 말했지.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그들은 반드시 순순히 우리에게 사람을 넘겨줄 것이라고.”그 말에 유장군은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칸트 가문이든 유럽 천재든, 한지훈 앞에서는 전부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가 찾는 사람은?”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시선을 엘칸트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엘칸트는 급히 일어서서 말했다. “한... 한 선생님, 그분은 지금 저희 가문 장원에 있습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죠. 제가 직접 부하들과 함께 그분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죠!” 엘칸트는 고개조치 들지 못할 정도로 겸손하게 몸을 굽혔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굳이 내 앞에 데려다줄 필요 없어. 그냥 사람을 보내서 바로 용국으로 돌려보내. 만약 이틀 안에 용국 흑병대가 사람을 받지 못한다면, 그 후로 유럽에는 더 이상 칸트 가문이 존재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엘칸트의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러한 도발을 했다면, 엘칸트는 분명히 비웃었을 것이다. 필경 칸트 가문은 유럽에서 6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오래된 가문이다. 그만큼 바탕과
안드레는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조차도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 없는데, 그렇게나 많은 가문과 연합한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체로 죽게 될 운명뿐이다. 천신에게 있어 그 이하 강자들은 하나같이 땅강아지 같은 존재이기에, 결코 과장은 아니었다. 오성 용급 천왕계이든, 진천왕이든 천신계 강자의 눈에는 그저 한 손바닥으로 끝날 일이었다. 게다가 손바닥 하나만으로도 상대에게 제대로 큰 타격을 날릴 수 있었다. “안드레... 님… 저희 유럽 귀족들이 대체 왜 용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요!”필칸트는 피를 토하며 달갑지 않은 듯 소리쳤다. 화가 난 안드레는 얼굴마저 검푸르게 질린 채, 필칸트의 옷깃을 잡아들고는 그의 얼굴에 바짝 붙어 큰 소리로 외쳤다. “왜 고개를 숙여야 하냐고?” “좋아, 그럼 내가 그 이유를 말해줄게. 왜냐면, 난 그들의 적수가 아니기 때문이야. 알겠어?”그 발언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두 크게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가, 눈앞의 이 용국 젊은이의 적수가 되지도 못한다니. 이는 그야말로 그들 모두의 인식을 깨뜨렸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몽유병에 걸린 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었다. 안드레는 줄곧 유럽의 정신적 지주이자, 더욱이는 유럽 강자들의 상징과도 같았다. 근 몇 년간 유럽이 줄곧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이국의 일부 중대한 결책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 이유 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징과도 같은 거물이 무릎을 꿇게 됐다니? 그의 말에, 필칸트 역시 자신의 정신적 지주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 안드레는 줄곧 그의 마음속에서 유일한 우상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제2의 안드레가 되겠다고 소원을 품고 있었다. 충격적인 이 상황에 필칸트는 미친 듯이 노호하며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다 거짓말이야!”“안드레 님, 저를 속이고 있는 거라고 제발 말씀해 주세요
황금 1000톤? 기가 막힌 요구에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결국 고개를 들어 반박하려는 순간, 안드레로부터 따귀를 맞게 됐다. “팍!”거세게 내리친 따귀는, 필칸트의 얼굴을 찌그러뜨릴 지경이었다. 한지훈이 제기한 요구에 대해서, 안드레는 감히 한 마디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는 결코 한지훈을 건드리고 싶지 않고, 유럽에서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면 필칸트는? 뭣도 모르고 감히 남을 비웃으려 하다니? 한지훈의 말에 반박하려 하다니? 필칸트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힘차게 따귀를 내려쳤다. “쾅!”결국 필칸트의 몸은 7~8미터 밖까지 날아가 돌기둥에 세게 부딪혀 아예 갈라 뜨렸다. 그렇게 그는 힘없이 땅에 쓰러지게 됐다. 연속하여 따귀를 맞게 된 필칸트는, 어느새 머리가 윙윙 울리는 듯했다. 눈앞은 별빛이 번쩍이기만 할 뿐, 더 이상 일어나지도 못했다. “네가 뭔데? 칸트 가문의 미래 샛별? 유럽의 어린 천재?” “사실이든 아니든, 난 반드시 너를 죽일 거야!”안드레는 눈을 부릅뜬 채 필칸트를 노려보았다. 한지훈의 뒤에 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진개국은, 숙연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대체 진우가 보낸 이 특파원, 정체가 뭐지? 어떤 사람이길래 안드레마저 도와서 나서냐고? 게다가 칸트 가문으로부터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고 필칸트를 반쯤 죽여놨어. 안드레는 누구나 알다시피, 명실상부한 천신계 강자잖아. 무려 세계 대전을 평정한 인물. 그런데 그런 그가, 한지훈 앞에서는 종과 같은 존재가 됐다니.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유장군이었다. 분명 그는 한지훈을 따라 이곳에 오긴 했지만, 중도에 칸트 가문 쪽으로 이미 넘어가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편을 들기 위해 한지훈에게 무례하게 굴기까지 했다. 근데 지금은? 자신이 비위를 맞춰줬던 필칸트는 안드레에게 두드려 맞아 일어나지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도,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왔다니? 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공손히 선 채 안드레에게 몸을 굽혀 절을 했다. 필칸트 또한 몸을 곧게 펴고는 안드레에게 곁눈질도 하지 않고 바로 목례를 했다. 유장군은 안드레를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지내면서, 안드레의 뒷모습을 멀리서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에 순간에 안드레를 직접 만나게 되자, 유장군은 흥분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 “한군림! 너 이젠 죽게 됐어. 설령 진우가 직접 와서 말리게 되더라도 넌 오늘 이곳에서 죽게 될 운명이야! 안드레 님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해?”유장군의 한 마디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지훈에게 쏠렸다. 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짊어진 채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는 노예를 보는 듯한 일종의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설마 진짜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사람들은 내심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안드레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 사실 그는 용국에서 유럽으로 향한 후, 노먼에 머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칸트 가문 족장인 윌칸트가 그를 거듭 초대한 것이다. 그렇게 안드레는 칸트의 체면을 봐서라도, 겸사겸사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방금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방금 그가 한창 커피를 마시고 있을 무렵 귓바퀴에서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심지어 그가 2층 방을 뛰쳐나와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에도, 하마터면 두 다리가 나른해져 무릎을 꿇을 뻔했다. 젠장! 지금으로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한지훈이었다. 그에게 있어 한지훈은 악몽 같은 존재이다. 그나저나 칸트 가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미움을 사더라도 하필 이런 거물을 건드리게 된 거야! “지금 이게 웃겨?”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필칸트를 바라
그 말에 필칸트는 멍해졌다. 눈앞의 한지훈은, 얼핏 봐도 자신의 또래로 보일 뿐인데 과연 용국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기나 할까? 필칸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이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나한테 장난해? 용국이 고작 네 말만 믿고 1천 톤의 황금씩이나 꺼내 들어 사람 한명과 바꾸려 할 거라고?” 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필칸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해한 것 같네. 내 말은 칸트 가문이 용국의 반역자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받아들였으니 국제관례에 따라 우리 용국에 발생한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거야!”“이 천 톤의 황금이 바로, 당신들 칸트 가문이 프랑스를 대표하여 용국에 배상해야 할 손해 비용이야! 그리고 칸트 가문은 직접 용국에 사죄하고 앞으로 영원히 이런 비슷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게끔 할 거라고 보장해야 해!”그 말에 유장군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고, 진개국조차도 깜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칸트 가문 사람들더러 용국에 황금 1천 톤을 배상하게끔 요구하고, 게다가 용국을 상대로 보증서까지 써야 한다고? 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멍한 표정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꼴깍!”유장군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군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한군림은 한지훈이 유럽에 도착하기 전에 자신에게 직접 지어준 가명이다. 그동안 한지훈은 모든 증명 서류에 이 가명을 사용하였다. “무슨 말이긴, 똑같이 사람이 한 말이잖아. 필칸트, 설마 내 말 못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콜록… 바로 이때, 홀에서는 한바탕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필칸트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그가 이를 꽈악 물다 못해 울린 소리였다. 노먼의 수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날 모욕해? 역시 못되기 그지없는 용인들이야. 내가 방금 그 일성 준천신계 용인을 죽인 것도 똑똑히 봤겠는데? 그 순간, 필칸트의 온몸에서는 4
이 충격적인 장면에 깜짝 놀란 유장군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준 천왕계 강자를 상대로, 필칸트가 이렇게 손쉽게 죽일 수 있다고?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상대는 엄연히 무도 학원의 선생이라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일성 준 천왕계 강자를 죽이는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내 유장군은 빠른 걸음으로 필칸트에게 다가가 더없이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 “필칸트 씨,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인 유장군의 모습에 진개국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장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선생님, 이게 대체...”그러자 한지훈은 진개국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일단 따라가죠!”이내 한지훈은 홀 중앙으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진개국도 급히 따라갔다. 유장군은 한지훈과 진개국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허리를 굽힌 채 필칸트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갑작스레 손을 내밀자 필칸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 필칸트의 표정에서는 하찮은 기색을 보아낼 수 있었다. 그는 엄연히 칸트 가문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유럽에서는 줄곧 어린 천재라는 존칭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만큼 그에게 아부하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유장군 같은 사람은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전 용국에서 프랑스에 파견한 특사 유장군이라고 합니다!”유장군은 이를 악문 채 웃음을 보였다. 필칸트의 무시와 경멸을 마주하고도, 그는 조금도 난감해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데?” 필칸트는 뒷짐을 진 채, 유장군이 내민 악수를 받지도 않았다. 유장군은 손을 비비며 머쓱한 웃음을 드러냈다. “아무 일도 아니고요, 사실 제가 데려온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니, 동포라고 할 수 있죠. 멀지 않은 용국에서 온 사람인데...”“용건이 뭔데?” 필칸트는 유장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필칸트 선생님, 사실 그분은 명령을 받고 칸트 가문과 협상하여 마영리를 되찾기 위해 이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