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상황에 당백성 역시 등잔불을 흘깃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여기에 진법이라도 세운 건가?” 당백성의 추측에, 노덕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진법을 제외하고는, 그 다른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간을 질질 끌면서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자 도청 전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목숨 따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서 뭐 하는 거야!”이내 도청 전인은 다시 칼을 휘둘렀고, 무수한 검의 기운이 잇달아 두 사람을 덮쳤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살기에, 당백성은 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사실 그는 자신이 유혁선보다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유혁선이 이미 도청 전인의 손에 죽게 된 이상, 그는 더 이상 똑같은 결말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반드시 살아남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일단 한 씨 집안 별장에 들어온 이상, 다시 멀쩡히 살아서 나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곧바로 당백성이 문어귀로 도망치려는 순간, 한지훈은 갑자기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무서운 자태로 당백성의 뒤에 다가갔다. 이내 오릉군 가시를 들고는 곧장 당백성에게로 달려갔다. 눈치 빠른 당백성은 뒤통수가 서늘한 것을 느끼고는 급히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오릉군 가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이, 다시 정확한 각도로 당백성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악!”그제야 당백성은, 방금 유혁선이 왜 도청 전인의 공격을 하나도 막아내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역시도 자신의 평소 실력의 절반만큼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2성 현급 천왕계의 실력에 그칠 뿐이었다. 청천벽력의 상황에 당백성은 후회하게 됐다. “푸!”그가 망설이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다시 당백성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찔러 오른쪽 옆구리로 아예 관통하였다. “한... 한지훈, 너... 진법을 할 줄 알았어?”당백성
그러나 한지훈은 그들을 살육하는 게 본질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필경 다들 용국의 무종이니까. “청봉문?”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거두고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말했다. “청봉문이 움직이지 않는 한, 우리도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좋아. 괜히 많은 목숨을 앗아 갔다가는 우리한테도 좋을 건 없을 테니까!”“당장 저 세 사람의 시체를 수습하고, 우리는 곧 청봉문으로 가자!”뒤이어 도청전인은 급히 제자 몇 명에게 명령하여 당백성 일행의 시체를 처리하고는, 각자의 종문으로 돌려보냈다. 수습을 마치고 나서야 그는 한지훈을 따라 함께 청봉문으로 달려갔다. 한편 그 시각, 낙구영은 서재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오후에 돌아온 후로부터, 낙구영의 마음은 줄곧 초조하고 불안했다. 안절부절못한 그의 모습에, 제자들조차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낙구영이 한창 심란해하고 있을 무렵, 청봉문의 제자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들어섰다. “장문 님, 문밖에 두 사람이 찾아와서 문주 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합니다!”“응?”낙구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군데?”“한 명은 한지훈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천검종의 장교라고 주장하더군요. 도청전인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제자는 조심스럽게 보고하였다. “얼른 안으로 모셔!”곧바로 낙구영은 로비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과 도청전인은 나란히 로비로 들어섰다. “한 선생님, 도청 어르신, 얼른 앉으시죠!”낙구영은 매우 겸손한 모습을 보였고, 이내 제자 한 명이 한지훈과 도청전인에게 의자를 건네주었다. 한지훈 역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자리에 앉고는, 입을 열었다. “낙 문주, 저희가 이번에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긴히 낙문주에게 할 말이 있어서입니다!”곧이어 한지훈은 도청전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도청전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방금 일어난 모든 일들을 낙구영에게 털어놓았다. “뭐라고요?”당백성 일행이 전부 한 씨 집안 별장에서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낙구영은
곧이어 한지훈과 도청 전인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낙구영은 진국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그 시각, 진국화는 홀로 황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일단 당백성이 도청 전인을 처단하게 되면 진 씨 집안의 산업도 따라서 성장하게 될 거라 믿었다. “아버지, 만약 정말 도청 전인을 깨끗이 제거하게 된다면 그때는 저희가 원 씨 집안에 도움을 청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남은 사람이라고는 한지훈 한 명뿐인데, 원 씨 집안이 설마 한 명도 상대 못하겠어요?”진이신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원 씨 집안과 손을 잡아 천 씨 집안을 나락으로 끌어들인 것 같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바로 자신의 그 일시적인 충동 덕에 진 씨 집안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국화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이신, 진이군, 너희들 모두 명심해. 평생 다른 사람한테 빌붙으려는 생각은 하지 마. 게다가 이번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아니면 전혀 이겨낼 수가 없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낙구영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진국화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낙 문주?”진국화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 “진 문주, 전 더 이상 진 씨 집안일에 끼어들 여력이 없습니다. 당 문주와 나머지 두 문 주는 이미 모두 한 씨 집안 별장에서 죽게 됐고요! 제 말 잘 들으세요. 당장 진 씨 그룹 산업을 내놓고 멀리 타지로 떠나세요!”“지금으로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닙니다!”낙구영은 할 말만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진국화는 휴대폰을 든 채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당백성... 그 세 사람 모두 다 죽었다고?’ “아버지, 왜 그러세요?”진이신은 하얗게 질린 진국화의 표정을 보고는 급히 다가가 물었다. “당... 당 문주, 그 일행들이 죽었대! 지금 당장 우리 진 씨 집안의 모든 산업과 지
진이군은 겁에 질린 나머지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한지훈은 개의치 않고, 뒷짐을 진 채 앞으로 나아갔다. 진국화가 청하기도 전에, 그는 먼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유유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두 형제가 제 아무리 떠들어도 한지훈은 침묵만을 지켰다. 반면 진국화는, 한지훈의 예리한 눈빛에 극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 선생, 내... 내가 잘못했어. 나의 죄를 인정할게... 하지만 당 문주가 벌인 짓은, 정말 내가 시킨 게 아니야!”곧바로 진국화는 한지훈 앞에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쉽게 무릎까지 꿇고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비는 진국화의 모습에, 형제 두 사람 역시 어쩔 수 없이 모두 머리를 숙였다. “네가 시킨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넌 아직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야. 하지만 진 씨 집안에 대한 나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없어. 내가 딱 한 번만 말할게. 당장 모든 재산을 내놓고 강중에서 나가!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모두 죽게 될 거야!”한지훈은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걸어갔다. 도청 전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씨네 부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만약 내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내일이 바로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거야!”뒤이어 도청 전인도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 “꼴깍!”공포심에 휩싸인 진국화는 겨우 침을 한 모금 삼키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그 5분의 시간은 그에게 있어 5년처럼 느껴졌다. 한지훈의 눈빛은 마치 화살처럼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뿜어 나오는 어마어마한 위세에, 진국화는 거의 숨도 못 쉴 정도로 괴로웠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당장 소 변호사한테 연락하여 모든 수속을 밟도록 해.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모든 회사 자료를 우연 그룹에 넘겨!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진 씨 집안은 재앙을 맞이하게 될 거야!”진국화는 진이신을 향해 큰
‘라이언 의약?’ 무릇 의약 분야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회사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국의 모든 의료 약품은 이 회사에서 공급하고 있다. 즉 어느 회사든지, 일단 라이언 의약과 구매 협의를 맺을 수 있게 되면 바로 떼돈을 버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혈압약 말씀하시는 건가요?”강우연은 이내 작은 약병을 꺼내 스미스에게 건네주었다. 스미스는 자세히 약병을 훑어보고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고 나서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바로 이거예요!”우연 그룹이 만든 이 혈압약은 다른 약품과는 달리, 은은한 식물향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가 있었다. “저희가 이 약품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싶습니다. 다만 우연 그룹이 그만큼 뛰어난 공급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네요.”스미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강우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한 번에 얼마를 주문하실 생각이신가요?”“현재 가격으로 총 150억 달러의 양을 주문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저희가 요구하는 공급 시간은 다소 빠듯합니다. 단 4개월 안에 끝내야 합니다!”“저희 회사에 대해서는 제가 자세히 얘기하지 않아도, 강 대표님께서는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사실 4개월 후가 바로 이국 의약국이 가격을 경쟁하는 가장 치열한 시기입니다. 그리하여 그전에 저희는 반드시 제품을 받아야 합니다!”“그래야만 나중에 의약국에 의료 보험 심사를 제출할 수 있고, 심사를 통과해야만 일주일 내에 이국 전역으로 제품이 공급이 될 겁니다!”스미스는 특별히 강우연에게 이국 의약국의 정상적인 심사 절차까지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150억 원 가치에 달하는 거래는 확실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용국 화폐로 환전하면 약 700여 억이 되는 금액이었다. 이것은 단언컨대 우연 그룹이 설립된 이래 제안받은 가장 큰 주문양이었다. 그러나 단 4개월 안에 이렇게나 많은 약품을 생산해 내는
스미스를 떠나보낸 후 강우연은 가장 먼저 나계홍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라이언 의약이 대규모 주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계홍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300억의 주문을 4개월 안에 받게 되다니,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약 회사는 국내에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익도 어마어마했다! “강 대표님, 이 사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어가야 합니다. 제… 제가 다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참, 우연 그룹의 주주들에게도 다시 전화를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이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나계홍이 강우연에게 제안했다.어쨌든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그만큼 힘이 커질 테니,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좋습니다,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대표님!”그제야 강우연은 자신의 회사에도 주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지만, 그녀는 동방염의 일 때문에 이국호를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국호도 결국 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고, 동방염에게 뺨을 맞아 객실에서 기절까지 했으니 동방염과 그다지 깊은 교제는 없었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하자, 강우연은 곧장 이국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이국호와 동방염 두 사람은 강중의 5성급 호텔 객실 안이었다. “도련님, 역시나 강우연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울리는 전화기를 꺼내며 이국호는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빨리 받아!”동방염은 퉁명스럽게 이국호를 흘끗 쳐다보며 소리쳤다. “여보세요, 이국호입니다. 강 대표님 맞으십니까?”이국호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이 대표님, 상의드릴 일이 있는데 잠시 강중으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강우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강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용경에서 사업 협상을 하고 있어서 시간을 내기 어려울 듯합니다!”이국호가 난처한 말투로 대답하자, 강우연은 어쩔 수 없이 라이언 그룹의 거액 주문 건을 한 번 설명했다. 이국호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강우연의
동방염은 강우연이 이미 자신의 함정에 빠지자, 돌아서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전화기를 꺼내 원상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원씨 가문은 이미 동방염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비록 비무에서는 패배했지만, 시장에서는 강우연을 물리치고 심지어는 우연 그룹을 단기간에 파산시키는 것도 원씨 가문의 체면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용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동방염 군, 강우연 측에서 답이 있소?”“이미 됐습니다. 강우연은 절대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이번에는 제가 원씨 가문의 화풀이를 도와주고 있으니 삼촌께서는 제가 헛수고를 하게 내버려두지 않으시겠죠?”동방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원상용은 눈을 가늘게 떴다, 동방염 이 개자식이 감히 이 틈을 이용해 한몫을 챙기려 들다니!전화상으로도 원상용이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지만, 동방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 원씨 가문은 더 이상 안중에도 없었고, 두 가주가 연이어 한지훈에 의해 죽은 후 원씨 가문의 체면은 이미 저 지하 끝까지 떨어졌다! 체면이 구겨진 걸 만회하지 않으면, 이전의 원씨 가문에 의존했던 세력들은 곧 선을 긋게 될 것이다! “동방염 군, 만약 강우연이 계략에 빠지면 우리 두 가문이 공평하게 이익을 나누도록 하지. 이걸로 동방 가문은 만족하겠소?”원상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역시 삼촌께서는 매우 호탕하십니다. 며칠 안에 삼촌께 반드시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동방염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잔에 와인을 더 따른 뒤 한 모금 들이켰다. 한편, 강우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며 전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었다. 나씨 가문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모든 산업도 라이언 그룹의 주문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 밤, 스미스는 강우연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강우연을 더욱 확신에 차게 만들었다. 이튿날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이국호는 우연 그룹 사옥에 도착했다. “이 대표님,
“물론 가능하죠! 그럼 내일 점심에 개선 빌딩에서 뵙겠습니다!”강우연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 곁에는 도청전인이 있었기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동방염은 도청전인의 제자이지 않은가! 동방염 외에 또 누가 감히 그녀를 노리겠는가? 강우연은 여전히 자신감이 있었다. 이국호를 떠나보낸 후, 강우연도 전방위적인 준비를 했다. 적어도 이 건의 이윤이 얼마나 높은지,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먼저 명확하게 생각해야 했다. 우연 그룹과 동방염 모두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동방염 도련님, 혹시 도련님께서도 같이…”“아니, 내 스승님께서 틀림없이 동행하실 거다. 만약 내가 가면 일을 성사시키기 어려워지겠지!”동방염은 고민 끝에 결국 그날이 밝는 날까지 숨어있기로 결심했다! “그럼, 원씨 가문에서 보낸 그 라 선생은 알아보지 못하겠죠?”이국호는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라해붕이라는 이 사람도 한때 무종 사람이었고, 원씨 가문에 받아들여진 후 그들의 충견이 되었다! “그자는 줄곧 해외에 있었고, 무종도 용국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무종이 전 세계에 있는데 해외에서 돌아온 그를 누가 알아보겠어? 내일 이 성대한 쇼를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끝내야 해!”“돈만 입금되고, 강우연이 스미스와의 계약서에 서명하기만 하면 성공이라고!”동방염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때, 그는 강우연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애원하는 모습을 본 듯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동방염의 기분은 더욱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가서 이 아름다운 여인을 어떻게 유린하지?! 동방염은 이 생각을 하며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띠었다. 같은 날 오후, 강우연이 한창 바쁜 와중에 나계홍이 갑자기 그녀를 찾아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나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강우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 대표님, 제가 의심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나계홍은 몇 번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뭔데 그러세요?!”강우연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나계홍을 바라보
이는 정말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세계 각지에서 온 수련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무도학원의 교수들조차 이런 특권은 없었다!필칸트가 이렇게 하는 건 학원 내부 규정을 일부 위반하는 것이었지만, 한지훈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번 일로 인해 그는 가문에서 천 톤의 황금을 손해 봤고, 강력한 후원자가 없으면 그는 곧 가문에게 소외될 게 분명했다. “좋아, 네가 준비해라. 나는 잠시 쉬겠다.”한지훈은 진법루에 더욱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플랜지 제국의 수도, 무도학원 학생 기숙사 안. 용국 출신의 중년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옆에 앉은 한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설령아, 이번에 네가 무도학원에 들어갔으니 꼭 방법을 찾아 진법루에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는 오륙에서 실전된 최고급 진법들이 있다고 하니, 그걸 배워 돌아오면 네 오빠의 복수도 머지않았어!”젊은 여자는 고개를 들어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우리 오빠를 죽였으니 이 피의 원한을 반드시 피로 되갚아야 할 겁니다!”“우리 동방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원씨 가문에 눌려 지내면서, 끊임없이 원 씨를 뛰어넘을 기회를 찾고 있었다. 네 오빠는 본래 동방 가문을 용국 최고의 가문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였다. 그런데, 그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한지훈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지!”중년 남자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대리석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쾅!대리석 탁자는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방법을 찾아 진법루에 들어가겠습니다. 그곳에서 안드레가 천신계에 오르게 한 그 고대 진법을 손에 넣기만 하면, 한지훈 따위 두렵지 않습니다! 그가 설마 천신계를 넘어선 존재라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동방오우가 한지훈에게 죽은 뒤, 동방설령은 계속해서 이를 갈고 있었다.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동방 가문에 의해 비밀리에 오륙으로 보내졌고, 십 대 가문 중 하나인 아시란치 가문의 양녀가 되었다.그
필칸트는 말을 마친 뒤, 몸에서 작은 방패를 꺼내어 한지훈에게 공손하게 건넸다.“한 선생님, 이건 우리 가문의 어른께서 제게 맡기신 특별한 증표입니다!”“정확히 어떤 용도인지 저도 잘 모르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무도학원의 진법루에 들어가서 원하는 진법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한지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품에서 하이얼 로드가 준 방패를 꺼냈다.“이 물건은 나도 이미 가지고 있는 듯한데.”더 놀라운 건, 한지훈의 방패는 필칸트의 것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이... 이럴 수가...”필칸트는 순간 얼어붙었다.한지훈은 오륙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십 대 가문에서만 전해지는 증표를 가지고 있는 거지?칸트 가문 어른은 그에게 분명 이 방패는 오직 십 대 가문의 직계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는 특별한 증표라고 분명히 말했었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에 십 대 가문에서 젊은 인재들을 진법루에 보내는 것도 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고대 진법을 얻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진법루에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이 증표를 소지하는 것뿐이었다!잠시의 침묵 끝에, 필칸트는 재빨리 자신의 방패를 품에 넣고 한지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한 선생님, 혹시 이 증표의 용도를 잘 모르십니까?”“이걸 가지고 있으면 진법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기엔 수백 년 전에 실전된 진법들이 가득합니다. 어떤 진법은 우리가 빠르게 천신계로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물론, 선생님은 이미 천신계 강자이시겠지만, 분명 유익한 게 있을 겁니다!”진법의 깊이는 끝이 없었다.천왕계이든, 천신계이든, 혹은 그 이상이든 강자라면 반드시 진법의 힘이 필요했다.공격력 강화는 물론, 어떤 진법은 무적의 방어막이 되어 상대의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용족 유적을 찾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한지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필칸트가 말한 것들을 하이얼 로드는 한 번도 그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오륙이 진법에
하이얼 로드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고, 한지훈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되니, 무도 학원의 일도 쉽게 설명이 되었다!어쩌면 용국의 강자들이 역외에서 무슨 문제에 휘말려 다른 나라의 강자들이 용국을 넘볼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아닐까?그리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한지훈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용족 유적!두 사람은 밤늦도록 대화를 이어갔고, 하이얼 로드는 한지훈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집사에게 지시했다.다음 날 아침, 로드 가문의 전용 차량이 한지훈을 리츠 호텔로 다시 데려다주었다.비록 양측이 명확한 협약을 맺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신뢰는 쌓인 듯했다.하이얼 로드는 한지훈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고, 세상을 뒤흔들 만한 비밀조차 전부 털어놓았다.한지훈을 배웅한 후, 에밀리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이얼 로드에게 물었다.“할아버지, 어제 그렇게 많은 비밀을 다 털어놓으셨는데 우리 가문에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요?”그러자 하이얼 로드는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다. “얘야, 아직도 모르겠느냐? 이제 세상은 곧 커다란 격변에 휩싸일 것이다. 역외의 강자들은 용국을 삼키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지.”“하지만 몇천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그런 야망을 품었고, 실제로 행동에 나선 이들도 많았어.결과는 어떠했지? 용국은 여전히 건재하다!”“우리가 오륙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가문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결코 스스로를 오륙인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지!”그는 말하는 동안 조용히 금고에서 작은 신호탄을 꺼내 손에 쥐었다. 만약 한지훈이 이걸 본다면, 단번에 이것이 흉노왕의 증표인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에밀리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우리가... 우리가 오륙 사람이 아니라고요?!”“천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사람들을 이끌고 이 땅에 왔다. 우리는 이곳을 정복했지만, 본래 우리는 흉노의 분파였지. 그러니 우리는 진정한 오륙 사람이 아니다.”“시간은 침묵하지만, 모든 걸 흐릿하게 만들지. 오늘
하이얼 로드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한 선생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일행은 곧바로 고보의 꼭대기 층 연회장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이미 로드 가문의 젊은 세대가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하이얼 로드와 한지훈이 홀에 들어서자, 모두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에게 예를 표했다.상황을 보니, 이는 분명 하이얼 로드가 의도적으로 준비한 자리였다.한지훈 같은 인물과의 교류는 로드 가문의 젊은 세대에게는 분명 큰 이점이 될 터였다.모두가 착석한 후, 하이얼 로드는 한 명 한 명 한지훈에게 소개하며 훗날 젊은 세대들을 잘 돌봐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한지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하이얼 로드가 언급한 역외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그는 이미 대장군에게서도 역외 네 개의 전장에 대해 들은 바 있었고, 그곳은 모두 수라장으로 냉병기에 의한 참살과 열무기에 의한 파괴가 있었다! 하지만 역외에 천신계 경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존재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더구나, 역외의 세력이 전 세계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연회가 끝난 뒤 한지훈은 다시 거실로 초대되었고, 곧장 역외 전장에 대해 다시 물었다.하이얼 로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네 개의 전장은, 사실 역외 세계로 이어지는 네 개의 입구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역외는 그 너머의 광활한 세계입니다. 강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요. 그리고 이 물건을 보면, 한 선생님도 뭔가 느끼실 겁니다.”그는 금고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상자를 연 순간, 한지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그 안에는 천 년도 더 된 갑옷의 고리가 들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선명하게 '항' 자가 새겨져 있었다!천생서문에 따르면, 역사상 이 갑옷 고리를 소유한 인물은 단 한 명, 바로 패왕 항우뿐이었다.항우는 젊은 나이에 천하무쌍의 위엄을 떨쳤고, 그의 갑옷은 남다른 위엄을 담고
그에 비해 한지훈의 입학 카드는 매우 평범했다. 영문을 알 리 없는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르신, 이 입학 카드는 뭔가 특별한 점이라도 있나요?”그러자 하이얼 로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선생님께서는 아마 무도 학원의 진정한 내력에 대해 아직 잘 알지는 못하실 겁니다. 진정한 내력은 외부에서 밝혀진 것과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뭐라고? 그 말에 놀란 한지훈은, 그제야 진우가 자신에게 알려준 정보를 모두 하이얼 로드에게 공유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하이얼 로드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선생님,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설령 저희 10대 가문이 다 같이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천신계 강자를 세상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규약을 폐지할 수는 없습니다!”“그것은 바로 역외 강자들이 직접 정한 규칙입니다. 저희 10대 가문은 역외 강자와 비교하면 그저 땅강아지 같은 존재입니다!”“저희가 반항을 하더라도 상대가 대수롭게 여기기라도 할까요? 반대로 역외 강자가 이런 의향을 밝힌다면 감히 누가 반대할 수가 있을까요?!”역외 강자? 전혀 생각지 못한 상대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도 학원이 역외 강자와 연관이 있었어? 한지훈이 의심스러운 기색을 띠자 하이얼 로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 선생님, 지금 틀림없이 많이 혼란스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용국에는 분명히 그렇게나 많은 천신계 강자들이 있었는데 대체 왜 8개 국에 의해 해체되었을까요!”“그리고 또, 그렇게나 많은 천신계 강자들이 왜 부상인이 보는 앞에서도 당당히 동포들을 괴롭혔을까요!”“사실 이 모든 것이 바로 역외와 연관된 겁니다. 왜냐하면 매번 300년의 시간이 흐를 때마다 역외 강자들은 한 번씩 매번 세계 질서를 다시 정리하기 때문입니다!”뭐라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은 그의 할아버지인 한용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어르신, 그나저나 세계 질서를 다시 정리한다는 건 또 뭐죠?”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곧이어 차는 노먼 시내를 벗어나, 한 오래된 장원 앞에 도착하였다. 입구에는 수백 명의 하인과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공손히 서 있었다. 얼핏 보아 노인의 나이는 칠순은 넘어 보였지만 여전히 늠름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나 두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을 발하기도 했다. 노인을 한 번 쓱 훑은 한지훈은, 그가 적어도 5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한 선생님, 내리시죠!”마르스는 빠른 걸음으로 차 문 앞에 다가가 한지훈을 도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내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한지훈을 향해 허리 굽혀 절을 하고는 인사하였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뒤이어 에밀리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팔을 잡고는 노인에게 다가가 간단한 소개를 해주었다. “한 선생님, 이분이 바로 저의 할아버지입니다.” 그러고는 노인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할아버지, 이 분이 바로 제가 방금 얘기한 한 선생님입니다!”그러자 노인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혀 인사를 했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것만 해도 저희 가문에게 있어 매우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노인은 직접 한지훈을 데리고 장원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거실에 도착한 한지훈은, 주위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대가문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노인은 한지훈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한 선생님, 저는 하이얼 로드라고 합니다. 사실 전부터 한 선생님의 명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매우 영광입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전 방금 용국에서 오게 됐는데 어르신께서는 누구로부터 저의 얘기를 듣게 된 거죠?” 노인은 대답했다. “공해 사건 당시 에밀리도 그 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손녀는 단지 평범한 인물일 뿐이라 한 선생님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욱!”이내 또 하나의 석궁이 한지훈에게로 날려왔고, 한지훈은 바로 손을 들어 석궁을 잡아냈다. 이내 석궁을 들고는 골목 안으로 걸어갔다. “누구야!”그러자 검은 옷의 한 남자가 머리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매우 무거운 살기가 어려 있었다. 한지훈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석궁을 휘두르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너희들이 알 바 아니야. 중요한 건 너희들이 날린 석궁이 하마터면 나를 다치게 할 뻔했다는 거야.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하지 않겠어?”뭐라고? 그의 말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흉악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살기 어린 웃음을 띤 채 말했다. “눈치 없는 놈아, 당장 꺼져! 우리 일을 방해하지나 말고. 괜히 건드렸다가는 너도 죽게 될 거야.”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손을 뿌리치고는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푸! 곧바로 그 검은 옷의 남자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남은 사람들은 크게 놀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설마 놈들의 지원병이 벌써 도착한 건가? 그나저나... 그나저나 이 지원병의 실력은 너무나도 강한데? 한 방에 2성 현급 천왕계 강자를 짓밟아버리다니. “너 대체 누구야!”검은 옷의 무리는, 즉시 두 남녀와의 교전을 멈추고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 경각심을 가진 채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한지훈이 그들에게 준 위협감은, 확실히 두 남녀보다는 훨씬 강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단호하게 손을 흔들 뿐이었다.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알 필요가 없다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이나 당장 꺼져!”하나같이 칼날을 잡고 있던 검은 옷의 무리는, 단호한 한지훈의 말에 달갑지 않은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방금 눈앞에서 당한 자신들의 동료를 생각하노라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게 됐다. 그렇게 검은 옷 무리가 멀리 도망갈 때까지, 남은 두 남녀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지훈은 그런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
절망적인 표정의 엘칸트는,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며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이내 그는 또 고개를 돌려 필칸트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칸트 가문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필칸트를 다져버려 진흙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화가 가득했다. 바로 그때, 한지훈이 엘칸트를 흘겨보며 물었다. “왜, 주기 싫은 거야?!”“드릴 겁니다!”엘칸트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는 맥없이 땅에서 일어나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저벅저벅 호텔을 나섰다. 그렇게 칸트 가문은 한지훈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고, 뒤이어 오늘의 생일 주인공은 자리를 떠났고 안드레는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한 선생님, 이젠 일이 다 해결됐으니... 제가 모셔다드릴까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마영리는 고작 흑병대의 일개 소속원일 뿐인데, 대체 그놈이 어떻게 칸트 가문과 얽히게 된 거야?”“대체 누가 그 중개자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해! 설령 광명파와 연관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나한테 보고하고, 용국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야 해!”그 말에 안드레는 골치가 아파놓았다. 한지훈은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사실 이번 일에 얽히게 된 가문에 대해서 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게다가 유럽에서도 매우 유명한 가문이었다. 하지만 그 가문의 정체에 대해서 밝히게 되면 그 결과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안드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필칸트가 서둘러 말했다. “한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희 칸트 가문은 반드시 깔끔하게 이번 일을 해결할 것입니다!”한지훈은 그런 필칸트를 힐끗 훑어보았다. 사람의 태도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빨리 변하게 됐다. 얼마든지 쉽게 굴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놈들이 보증을 한 이상 한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배웅할 필요는 없어. 3일 내에 나한테 명확한 대답을 내놔!”곧이어 한지훈과 진
여인은 순간 주위의 모든 것과 단절된 듯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귀띔을 하고 나서야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었다. 지금 이 순간, 유장군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났다. 마치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지내면서 특사라고 불리긴 했지만, 유럽은 줄곧 용국과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결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그가 아부하며 모신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한지훈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이야. 그제야 그는 자신의 특사 신분이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지훈은 멍하니 서 있는 유장군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 특사, 내가 전에 말했지.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그들은 반드시 순순히 우리에게 사람을 넘겨줄 것이라고.”그 말에 유장군은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칸트 가문이든 유럽 천재든, 한지훈 앞에서는 전부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가 찾는 사람은?”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시선을 엘칸트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엘칸트는 급히 일어서서 말했다. “한... 한 선생님, 그분은 지금 저희 가문 장원에 있습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죠. 제가 직접 부하들과 함께 그분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죠!” 엘칸트는 고개조치 들지 못할 정도로 겸손하게 몸을 굽혔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굳이 내 앞에 데려다줄 필요 없어. 그냥 사람을 보내서 바로 용국으로 돌려보내. 만약 이틀 안에 용국 흑병대가 사람을 받지 못한다면, 그 후로 유럽에는 더 이상 칸트 가문이 존재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엘칸트의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러한 도발을 했다면, 엘칸트는 분명히 비웃었을 것이다. 필경 칸트 가문은 유럽에서 6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오래된 가문이다. 그만큼 바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