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은 채 소파에 앉아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한편 낙구영과 일행은, 한지훈이 비밀리에 강중으로 돌아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낙구영은 거듭하여 간곡히 타일렀지만 당백성은 전혀 듣지를 않았다. 당백성은 도청 전인의 좋지 않은 안색을 발견하고는, 그의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할 지병이 생겼다고 확신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이야말로 도청 전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설사 나중에 한지훈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도청 전인이 먼저 죽게 되면 그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 “두 문주 님, 제가 보기에는 오늘 밤 당장 도청 전인을 처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당백성은 천우종과 무영종의 두 종주에게 말했다. 반면 낙구영은 홀로 이미 먼저 청봉문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그렇게 진 씨 집안 별장에는 당백성과 나머지 두 명의 문주만 남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진국화는 저도 모르게 놀랍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내 그는 당백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 문주야말로 정말 저희 진 씨 집안의 구원자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만약 저희 진 씨 집안이 위기를 넘기게 된다면 반드시 당 씨 집안에 큰 사례를 해드릴 겁니다!”진국화의 이 말을 들은 천우종과 무영종의 두 종주도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잇달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도청 전인 그 영감, 몸이 아주 성치 않은 것 같아요. 이 시점이야말로 바로 그를 제거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아요!”천우종 종주 노덕왕도 눈을 가늘게 뜬 채 살벌하게 말했다. 뒤이어 무영종의 종주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도청 전인만 순조롭게 제거할 수 있다면, 잇달아 천검종도 함께 삼켜버릴 수 있겠네요!”자고로 천검종은 10위 안에 드는 대종문이었기에, 일단 정말 삼켜버리기만 한다면 세 종주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더욱 확장시킬 수가 있었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당백성도 차갑게 웃
별장 입구에 다다른 당백성은, 평소와 달리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에 의심을 하게 됐지만 일단 조심스레 대문을 살짝 밀었다. “삐걱!”‘뭐야?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 거지. 오래된 낡은 나무 문의 소리잖아.’ 그러나 한 씨 집안 별장의 대문은 누가 봐도 깨끗한 철문이었다. 당백성이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머뭇거리는 한편, 그의 뒤를 따르던 노덕왕과 유혁선은 어리둥절했다. “당 문주, 왜 그러세요? ”그러자 당백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듯 일단 웃어넘기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한 씨 집안 대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의심이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굳이 수백 수천 명의 경호원이 있다 하더라도 별 소용은 없겠죠.”이내 당백성은 직접 문을 밀고 들어섰다. 곧이어 세 사람이 별장 앞 정원에 들어서게 되자, 갑자기 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악!”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에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몸서리를 쳤다. 잠깐만으로도 이 정원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됐다. 다만 그들은 그 정체에 대해 전혀 알아챌 수가 없었다. 겨우 다시 정원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한지훈이 갑자기 두 눈을 뜨고는 문밖의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드디어 왔네요!”도청 전인은 다시 손에 장검을 들고는 천천히 두 눈을 뜨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상, 제가 직접 가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급할 거 없어요!”이내 그는 천천히 일어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깥의 뜰을 바라보았다. 문어귀에 나타난 한지훈의 그림자에, 당백성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하찮은 웃음을 지었다. 한지훈은 기껏해야 4성 천왕계의 실력으로, 사실상 그들 세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도청 전인은 그들과는 달리, 실력이 조금 차이가 났다. 즉 현재 3대2의 국면이긴 하지만, 세 종주들이 이길 가능성이 한지훈 일행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장검을 뽑아들자마자, 순간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당백성은 멀리 몇 미터 밖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삼엄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헉!”당백성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도청 전인의 검의가 이렇게나 짙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가 지닌 장검 또한 심상치 않아 보였다. “누가 먼저 나올 거야? 아니면 세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도청 전인은 손에 장검을 쥔 채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당 문주, 제가 먼저 나설게요!”이때 유혁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자진해서 말했다. 사실 유혁선은 나름 머리를 굴린 선택이었다. 필경 한지훈과 도청 전인 중 진정한 강적은 한지훈이니까. 자신이 먼저 나서서 약한 사람을 처단하게 되면, 남은 두 사람은 강적과 맞설 수밖에 없게 되니까. 그렇게 그는 빠른 판단력으로 먼저 나서게 됐다. 만약 순조롭게 진행되기만 한다면, 그는 기세를 몰아 바로 이 자리에서 도청 전인까지 죽일 생각이었다. 설령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는 언제든지 도망칠 생각이었다. 몸이 성치 않은 도청 전인이었기에, 쫓아가고 싶어도 쉽게 따라잡지는 못할 거라 확신했다. 사실 남은 두 사람 또한 당연히 유혁선의 꿍꿍이를 알아채긴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말릴 수는 없었다. 당백성은 어쩔 수 없이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문주, 조심하세요! 그리고 안심해요, 한지훈이 절대 나서지는 못할 테니까. 만약 나서게 된다면, 저희 두 사람이 반드시 붙잡고 있을 거예요!”당백성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유혁선이 도청 전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노덕왕과 함께 절대 주동적으로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유혁선은 내심 두 사람을 늙은 여우들이라고 욕하며, 일단 도청 전인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더 이상 유혁선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도청 전인은 바로 검을 들었다. 쏴! 순간 하늘을 가린 눈부신 빛이 갑자기 유혁선을 덮쳤다. 크게 당황한 유
심상치 않은 상황에 당백성 역시 등잔불을 흘깃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여기에 진법이라도 세운 건가?” 당백성의 추측에, 노덕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진법을 제외하고는, 그 다른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간을 질질 끌면서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자 도청 전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목숨 따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서 뭐 하는 거야!”이내 도청 전인은 다시 칼을 휘둘렀고, 무수한 검의 기운이 잇달아 두 사람을 덮쳤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살기에, 당백성은 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사실 그는 자신이 유혁선보다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유혁선이 이미 도청 전인의 손에 죽게 된 이상, 그는 더 이상 똑같은 결말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반드시 살아남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일단 한 씨 집안 별장에 들어온 이상, 다시 멀쩡히 살아서 나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곧바로 당백성이 문어귀로 도망치려는 순간, 한지훈은 갑자기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무서운 자태로 당백성의 뒤에 다가갔다. 이내 오릉군 가시를 들고는 곧장 당백성에게로 달려갔다. 눈치 빠른 당백성은 뒤통수가 서늘한 것을 느끼고는 급히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오릉군 가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이, 다시 정확한 각도로 당백성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악!”그제야 당백성은, 방금 유혁선이 왜 도청 전인의 공격을 하나도 막아내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역시도 자신의 평소 실력의 절반만큼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2성 현급 천왕계의 실력에 그칠 뿐이었다. 청천벽력의 상황에 당백성은 후회하게 됐다. “푸!”그가 망설이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다시 당백성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찔러 오른쪽 옆구리로 아예 관통하였다. “한... 한지훈, 너... 진법을 할 줄 알았어?”당백성
그러나 한지훈은 그들을 살육하는 게 본질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필경 다들 용국의 무종이니까. “청봉문?”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거두고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말했다. “청봉문이 움직이지 않는 한, 우리도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좋아. 괜히 많은 목숨을 앗아 갔다가는 우리한테도 좋을 건 없을 테니까!”“당장 저 세 사람의 시체를 수습하고, 우리는 곧 청봉문으로 가자!”뒤이어 도청전인은 급히 제자 몇 명에게 명령하여 당백성 일행의 시체를 처리하고는, 각자의 종문으로 돌려보냈다. 수습을 마치고 나서야 그는 한지훈을 따라 함께 청봉문으로 달려갔다. 한편 그 시각, 낙구영은 서재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오후에 돌아온 후로부터, 낙구영의 마음은 줄곧 초조하고 불안했다. 안절부절못한 그의 모습에, 제자들조차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낙구영이 한창 심란해하고 있을 무렵, 청봉문의 제자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들어섰다. “장문 님, 문밖에 두 사람이 찾아와서 문주 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합니다!”“응?”낙구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군데?”“한 명은 한지훈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천검종의 장교라고 주장하더군요. 도청전인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제자는 조심스럽게 보고하였다. “얼른 안으로 모셔!”곧바로 낙구영은 로비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과 도청전인은 나란히 로비로 들어섰다. “한 선생님, 도청 어르신, 얼른 앉으시죠!”낙구영은 매우 겸손한 모습을 보였고, 이내 제자 한 명이 한지훈과 도청전인에게 의자를 건네주었다. 한지훈 역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자리에 앉고는, 입을 열었다. “낙 문주, 저희가 이번에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긴히 낙문주에게 할 말이 있어서입니다!”곧이어 한지훈은 도청전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도청전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방금 일어난 모든 일들을 낙구영에게 털어놓았다. “뭐라고요?”당백성 일행이 전부 한 씨 집안 별장에서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낙구영은
곧이어 한지훈과 도청 전인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낙구영은 진국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그 시각, 진국화는 홀로 황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일단 당백성이 도청 전인을 처단하게 되면 진 씨 집안의 산업도 따라서 성장하게 될 거라 믿었다. “아버지, 만약 정말 도청 전인을 깨끗이 제거하게 된다면 그때는 저희가 원 씨 집안에 도움을 청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남은 사람이라고는 한지훈 한 명뿐인데, 원 씨 집안이 설마 한 명도 상대 못하겠어요?”진이신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원 씨 집안과 손을 잡아 천 씨 집안을 나락으로 끌어들인 것 같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바로 자신의 그 일시적인 충동 덕에 진 씨 집안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국화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이신, 진이군, 너희들 모두 명심해. 평생 다른 사람한테 빌붙으려는 생각은 하지 마. 게다가 이번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아니면 전혀 이겨낼 수가 없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낙구영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진국화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낙 문주?”진국화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 “진 문주, 전 더 이상 진 씨 집안일에 끼어들 여력이 없습니다. 당 문주와 나머지 두 문 주는 이미 모두 한 씨 집안 별장에서 죽게 됐고요! 제 말 잘 들으세요. 당장 진 씨 그룹 산업을 내놓고 멀리 타지로 떠나세요!”“지금으로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닙니다!”낙구영은 할 말만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진국화는 휴대폰을 든 채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당백성... 그 세 사람 모두 다 죽었다고?’ “아버지, 왜 그러세요?”진이신은 하얗게 질린 진국화의 표정을 보고는 급히 다가가 물었다. “당... 당 문주, 그 일행들이 죽었대! 지금 당장 우리 진 씨 집안의 모든 산업과 지
진이군은 겁에 질린 나머지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한지훈은 개의치 않고, 뒷짐을 진 채 앞으로 나아갔다. 진국화가 청하기도 전에, 그는 먼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유유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두 형제가 제 아무리 떠들어도 한지훈은 침묵만을 지켰다. 반면 진국화는, 한지훈의 예리한 눈빛에 극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 선생, 내... 내가 잘못했어. 나의 죄를 인정할게... 하지만 당 문주가 벌인 짓은, 정말 내가 시킨 게 아니야!”곧바로 진국화는 한지훈 앞에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쉽게 무릎까지 꿇고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비는 진국화의 모습에, 형제 두 사람 역시 어쩔 수 없이 모두 머리를 숙였다. “네가 시킨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넌 아직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야. 하지만 진 씨 집안에 대한 나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없어. 내가 딱 한 번만 말할게. 당장 모든 재산을 내놓고 강중에서 나가!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모두 죽게 될 거야!”한지훈은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걸어갔다. 도청 전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씨네 부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야! 만약 내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내일이 바로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거야!”뒤이어 도청 전인도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 “꼴깍!”공포심에 휩싸인 진국화는 겨우 침을 한 모금 삼키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그 5분의 시간은 그에게 있어 5년처럼 느껴졌다. 한지훈의 눈빛은 마치 화살처럼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뿜어 나오는 어마어마한 위세에, 진국화는 거의 숨도 못 쉴 정도로 괴로웠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당장 소 변호사한테 연락하여 모든 수속을 밟도록 해.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모든 회사 자료를 우연 그룹에 넘겨!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진 씨 집안은 재앙을 맞이하게 될 거야!”진국화는 진이신을 향해 큰
‘라이언 의약?’ 무릇 의약 분야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회사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국의 모든 의료 약품은 이 회사에서 공급하고 있다. 즉 어느 회사든지, 일단 라이언 의약과 구매 협의를 맺을 수 있게 되면 바로 떼돈을 버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혈압약 말씀하시는 건가요?”강우연은 이내 작은 약병을 꺼내 스미스에게 건네주었다. 스미스는 자세히 약병을 훑어보고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고 나서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바로 이거예요!”우연 그룹이 만든 이 혈압약은 다른 약품과는 달리, 은은한 식물향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가 있었다. “저희가 이 약품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싶습니다. 다만 우연 그룹이 그만큼 뛰어난 공급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네요.”스미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강우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한 번에 얼마를 주문하실 생각이신가요?”“현재 가격으로 총 150억 달러의 양을 주문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저희가 요구하는 공급 시간은 다소 빠듯합니다. 단 4개월 안에 끝내야 합니다!”“저희 회사에 대해서는 제가 자세히 얘기하지 않아도, 강 대표님께서는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사실 4개월 후가 바로 이국 의약국이 가격을 경쟁하는 가장 치열한 시기입니다. 그리하여 그전에 저희는 반드시 제품을 받아야 합니다!”“그래야만 나중에 의약국에 의료 보험 심사를 제출할 수 있고, 심사를 통과해야만 일주일 내에 이국 전역으로 제품이 공급이 될 겁니다!”스미스는 특별히 강우연에게 이국 의약국의 정상적인 심사 절차까지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150억 원 가치에 달하는 거래는 확실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용국 화폐로 환전하면 약 700여 억이 되는 금액이었다. 이것은 단언컨대 우연 그룹이 설립된 이래 제안받은 가장 큰 주문양이었다. 그러나 단 4개월 안에 이렇게나 많은 약품을 생산해 내는
여천충과 장상옥 두 사람도 창문을 박차고 뛰어내렸다.“여보! 차라리...”강우연은 말하며, 손에 쥔 단방을 몇 번이나 움켜쥐었다.분명, 한지훈의 안전을 고려한 그녀는 이미 단방을 넘길 결심을 하고 있었다.“괜찮아. 단방은 국왕 폐하께 넘길 수도 있고, 용각에 맡길 수도 있지만, 저들에게만큼은 절대 줄 수 없어!”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강우연의 작은 손을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몸을 날려 뛰어내렸다!한지훈이 건물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아래 공터에는 이미 육망성 전술도가 펼쳐져 있었다!육망성의 별자리에선 한 줄기 은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주위의 공기 속에서도 얼음꽃이 피어났다!병원 안에 있던 환자들과 의료진조차 공포에 질려 건물 안으로 숨어버렸고, 감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기운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번엔 한지훈도 끝장이다!유준혁은 불안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그조차도 알 수 있을 만큼, 상대는 이미 진법을 세워놓고 한지훈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한지훈이 상대해야 할 것은 단순히 세 명의 강자가 아니었다.그들에 의해 펼쳐진 진법까지 감안하면, 수많은 불리한 요소들이 한지훈을 압박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유준혁이 한지훈을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겠는가?! “한지훈, 곧 네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여천충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육망성진은 항산의 병설기전 중 하나였다!겉보기엔 공기 중에 떠도는 서리가 단순한 냉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그것이 실체화된 살기였다!진법을 주관하는 자의 실력이 충분히 강하다면, 설령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 진법에 들어온 이상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그리고 지금, 한지훈은 이 살진의 중심에 스스로 뛰어들었으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다. 죽어라!”소유덕이 단호하게 외치며, 가장 먼저 검을 휘둘러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여천충 또한 높이
비록 한지훈 역시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이며, 그의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더라도, 이는 일대일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천왕계 경지에 오르면, 아무리 강한 자라 하더라도 결코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다!지금, 눈앞에 세 명의 천왕계 강자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상황은 단숨에 한지훈에게 극도로 불리해졌다!강우연은 걱정스럽게 한지훈의 옷깃을 살며시 잡아당겼다.“네놈이 정말 혼자서 세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 누구를 상대하는지조차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은데 말이지.”중년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승소천은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지훈, 넌 아마 모를 거다. 이분들이 바로 우리 항산 검종과 진종의 고수들이다!”“너 하나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령 네가 도청전인과 함께 온다 해도, 오늘 살아 돌아갈 생각은 접어라!”승소천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이 중년 남성은 진종의 수재, 여천충!그리고 방금 그 검은 옷의 노인은 검종의 고수, 장상옥과 소유덕이었다!이전에 창릉과 항산의 몇몇 제자들이 한지훈에게 손을 쓰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몰래 한지훈을 관찰하고 있었다.또한 한지훈의 전력에 대해서도 정확한 분석을 한 상태였다! 오늘 승소천이 팔극속명단의 약방을 탈취하러 온 것은 이미 철저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으며, 애초에 한지훈을 위협 요소로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종의 장로들이 미리 대비하여 세 명의 강자를 몰래 파견해 두었고, 그들이 약종의 무리들 틈에 숨어 있다가 천부성까지 따라왔던 것이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도, 이 세 명의 강자들이 결국 실전에 투입되게 된 것이다!특히, 승소천이 여천충을 확인한 순간, 그는 더욱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고작 세 명을 상대하는 것뿐인데, 대수롭지 않군. 도청전인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 내가 혼자 해결하면 될 문제야!”한지훈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혼자 해결한다고?!여천충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이들
강우연이 차갑게 말했다.“흥! 오늘 반드시 널 죽여……”초천서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강우연이 갑자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그대로 초천서의 뺨을 후려쳤다.“짝!”선명한 소리와 함께, 초천서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저년이! 감히 함부로 손을 놀려!”바로 그때, 검은색 긴 셔츠를 걸친 노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나왔다.삼성 지급 천왕계 강자의 기운이 단숨에 병실 전체를 뒤덮었고, 모든 이들이 그 강력한 기운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큰일이다!유준혁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강우연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국 사성 천급 전신 경지에 불과하니 삼성 천왕계 강자와 마주하면 어떤 기적도 일어날 수 없었다!이 순간, 강우연 또한 그 엄청난 기운에 눌려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그대로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그녀는 검은 옷을 걸친 노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오늘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너희가 약방을 손에 넣을 순 없다!”강우연은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약방을 꺼내 들고, 당장이라도 이를 찢어버릴 기세였다!바로 그때, 강하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어깨 위에 얹혔다.그 손이 닿는 순간, 한줄기 온기가 그녀의 심장을 스며들 듯 따뜻하게 감싸왔다.그리고 방금 전까지 그녀를 억누르던 보이지 않는 압박감도 한순간에 가벼워지며, 적어도 이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검은 옷의 노인 또한 발걸음을 멈추고, 묘한 눈빛으로 강우연의 뒤편을 바라보았다.“우연아,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그녀의 뒤에서 애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강우연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굳어 있던 몸이 풀린 듯 돌아서서 한지훈의 품속으로 뛰어들어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도 결국 여성이었고, 방금 전까지의 상황 속에서도 강한 척했지만 그저 억지로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이 수많은 적들의 위협과 협박 속에서, 그녀는 얼마나 간절히 한지훈이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던가?하지만, 설령 한지훈
“쾅!”주먹이 뻗어나가자마자 주변이 순식간에 연기로 휩싸였고, 강우연과 초천서가 서 있던 대리석 바닥에는 균열이 생겼다. 그러자 나장명은 놀라서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그들이 있는 곳은 5층이었다!만약 바닥이 무너진다면 다른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그는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아직 연기가 가시지 않은 그 순간, 한 사람의 그림자가 연기 속에서 날아올랐다. “퍽!”초천서는 창문 쪽으로 날아가 한 모금 가득 피를 토해냈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절망이 서려 있었다.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자신이 한낱 스물 몇 살짜리 젊은 여인에게 이렇게 날아갈 정도로 얻어맞다니?!그것도 신농파의 비진을 가동한 상태에서, 피를 토할 정도로?!유준혁은 더욱 충격에 휩싸여 멍하니 얼어붙었다.조금 전 초천서가 주먹을 날렸을 때만 해도, 그는 강우연과 함께 죽을 각오까지 했었다.강우연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는 결코 혼자 살아남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사람이 다름 아닌 초천서라니?!“흥, 겉모습은 위엄이 있어 보이더니, 고작 이 정도였나?”강우연의 얼굴에는 아직도 긴장감이 남아 있었지만, 동시에 한지훈이 가르쳐 준 진법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방금 전 모든 사람이 그 억압된 힘을 느꼈지만, 오직 강우연만이 여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그것은 바로 한지훈이 그녀에게 가르쳐 준 진법이 초천서의 진법보다 훨씬 강력했기 때문이었다.부문 진법은 상대를 단시간 동안 속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단지 외부 자기장을 이용한 것에 불과할 뿐, 강우연의 체내 자기장은 부문 진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너… 너…!”큰 소리가 울려 퍼지며 초천서는 무겁게 바닥에 내리꽂혔다. 오랜 시간 몸부림친 끝에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강우연을 가리켰다.하지만 그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이 순간, 그의 내장은 완전히 뒤틀려버려 온몸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고통스러웠
신농파에는 예로부터 신비한 부문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강물을 단류 시킬 수도 있고, 한쪽 천지를 진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해져 내려온 지 적어도 수백 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부문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무종 사람들조차도 이 일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신농파 제자들이 겸손한 게 아니라, 신농파는 오랜 시간 동안 줄곧 무종의 각 대종문이 우러러보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몰락하기 시작한 건 단지 최근 수십 년뿐이었다. 반면 신농파 곡주로서 초천서는 당연히 이러한 부문 진법에 대해 매우 익숙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휘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방금 강우연이 따귀로 낙천우를 반쯤 죽인 것을 보고는, 초천서도 더욱 조심하게 됐다. 그리하여 그는 몸을 움직이는 동시에, 강우연을 향해 신농파의 비밀 진법을 사용했다. 이내 초천서가 갑자기 손을 들자, 이상한 부호가 적힌 부지 한 장이 던져졌다. 부지는 공기를 만나자마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갇힌 듯한 이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몸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느낌이 어때? 이제 내가 한 장만 더 던지면 넌 더 이상 팔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야!”초천서는 흉악한 웃음을 한 채 말했다. “헉? 이것이 바로 전설의 신농파 부문 진법인 건가?”“듣기만 해 오던 전설이 다 사실이었구나!”“어쩐지 초천서가 이렇게 자신만만하더라니!”주위 사람들은 분분히 의논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장명마저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이 기운을 가장 뚜렷하게 느낀 사람은, 당연히 나장명이라는 일반인이었다. 방금 부지가 사라지는 동시에 나장명은 자신의 사지가 보이지 않는 힘에 갇혀 있게 된 느낌을 받게 됐다. 팔을 들기는커녕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이때 초천서의 몸에도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허공에서 갑자기 한줄기 금빛이 나타나더니 천천히 내려와 초천서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 금빛을 보아
“난 사실 너 같은 어린 여자애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난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관례를 깨뜨려야 할 것 같아!”초천서는 기세를 몰아 사람을 억압하는 한편,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대체 시독이 어떻게 시내로 번지게 된 건데? 모든 무덤들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당신은 내가 정말 그걸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내가 보기에 너희들의 목적은 단지 내 손에 있는 단방을 빼앗아내어 날 협박하려는 것 같은데?”강우연은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비꼬았다. 그 말을 들은 초천서의 얼굴은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졌다. 강우연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히 낙씨 집안과 협상을 했었다. 단방만 얻으면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천서도 굳이 멀리 있는 신농파에서 이곳까지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박한 년! 감히 우리를 모독해?”초천서가 나서기도 전에, 무리 속에서 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붉힌 채 강우연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연, 너 우리가 이렇게 세력을 들먹이며 고작 너 한 명을 괴롭히려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단방을 내놓아. 이렇게나 많은 선배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우리가 원한대로만 해주면 적어도 너희 두 사람,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 줄게!”한편 승소천은 뒷짐을 진 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승소천은 천천히 사령관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장명조차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를 무사히 이곳에서 보내줄 수 있다고? 너희들이야말로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강우연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솔직히 말해 무종 문주가 와도 감히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해. 그랬다가는 비참한 결말만 맞이하게 될 테니까!”
충격적인 눈앞의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이... 이럴 리가 없잖아! “너... 진법을 할 줄도 알아?”역시나 초천서는 눈치가 빨랐다. 방금 강우연이 손을 들어 주위의 공기를 비우자마자, 초천서는 예감을 하게 됐다. 뒤이어 강우연이 따귀를 내려치면서 낙천우의 몸을 굳게 만들어버리자, 그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사실 진법은 무종에서 결코 드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법에도 순위가 나뉘게 된다. 보통 무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법은 대부분 환술 같은 진법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이 방금 보여준 진법은 환술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힘까지 동원한 것이다. 초천서조차도 이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사모님! 설마... 진짜 진법을 하실 줄 아시는 겁니까?”유준혁도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줄곧 그렇게 연약해 보기만 했던 강우연이, 숨겨진 강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권법, 장법 그리고 진법이 결합되게 되면 그 위력이 기하학적인 배수로 증가할 수도 있다. 심하게 얻어맞은 낙천우가 내장까지 토해낸 것을 보아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낙천우는 땅에 쓰러진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꾹 잡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단지 우연 그룹의 대표이자 여리여리하기만 한 강우연을 상대로, 허무하게 뺨을 얻어맞고 쓰러지게 됐는데, 설령 그가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더 이상 무도에 발을 디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신감이 철저히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낙천우, 이번 일은 너희 낙씨 집안과는 무관한 일이길 바라. 아니면 나중에 한지훈이 천부성에 도착하게 되면, 그날이 바로 너희 낙씨 집안이 멸망할 날이 될 거거든!”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아무도 더 이상 감히 비웃지 못하고 감히 경시하지도 못했다. “강... 강우연, 그렇게 벌써 우쭐대지는 마! 내가 설령 네
그의 눈에는, 강우연은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 4성 천급 전신의 전투력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반면 그는 일성 준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주먹 한 방으로도 강우연을 짓밟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유준혁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 저지하려는 순간, 초천서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를 막고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방금 왜 그렇게까지 오만방자하게 군 거지? 결국 이렇게 끝없는 굴욕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면서. 고작 평범한 일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나 많은 약종 거물들을 상대로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승소천은 비웃는 얼굴로 강우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젠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게 됐다. 낙천우가 강우연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때가 되면 단방을 내놓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바로 이때, 낙천우가 강우연을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왼쪽 손바닥을 날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고약한 비린내가 코를 찌를 정도로 풍겼다. 이것이 바로 낙씨 집안 특유의 독장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연습하는 과정에 줄곧 독극물로 손바닥 피부를 침식하기 때문에, 손에서는 항상 이러한 비린내가 난다. 그리하여 일단 이 독장에 맞게 되면 즉시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게 되어 순식간에 행동 능력을 잃게 된다. 심지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강우연의 경지는 엄연히 낙천우보다 한 단계 낮았기에, 일단 이 손바닥을 맞게 되면, 강우연은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우연, 이젠 죽어...”“빵!”낙천우가 손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갑자기 강우연이 움직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리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며 주위의 공기를 모두 비워냈다. 그리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손바닥을 쳐냈다. 낙천우가 보기에는 그녀의 손바닥이 매우 느리게 보였고
“흥, 한지훈이 그렇게나 미쳐 날뛰더니 이제 와 보니까 그 와이프도 똑같이 미쳐 날뛰네. 너 지금 네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나 보군!”승소천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하든 나는 절대 손에 든 단방을 내놓지 않을 거야!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이야!”생각보다 강경한 강우연의 태도는, 유준혁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줄곧 여려 보이기만 하던 강우연에게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었다니. 그녀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나장명조차도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 무려 천부성 시수가 이 자리에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우연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뜻을 단호하게 밝히다니? “하하! 정말 웃기네!”초천서는 강우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멋대로 얘기한 적 없었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누가 너한테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 건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 소리를 하는 건지!”“하지만 나 또한 당당하게 너한테 얘기할 수 있어. 너의 배후가 누구든, 넌 오늘 반드시 단방을 내놓아야 해!”“난 그 어떤 배후의 조력자도 필요 없어! 설령 한지훈이 내 곁에 없다 하더라도 난 결코 너희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강우연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그 어떤 조력자도 필요 없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 거지!”이내 초천서는 성큼성큼 강우연에게 다가가 당장이라도 손을 댈 기세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유준혁은 황급히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았다. 비록 자신이 초천서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강우연을 보호해야만 했다. “어르신, 이런 일은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 저도 담판 질 게 있으니, 제가 직접 강 대표랑 결론짓겠습니다!”곧이어 낙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