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선을 넘는 발언에, 낙구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언짢은 눈빛으로 당백성을 쳐다보았다. 참다못해 낙구영이 입을 열려는 순간, 도청 전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여러분들의 뜻은, 무력으로 해결하자는 겁니까?”“아니에요!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당백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낙구영이 급히 먼저 나서서 해명했다. “사실 진 씨 집안더러 모든 산업을 내놓으라고 한 요구에 대해서는 저도 납득할만합니다. 하지만 강 사장님, 조금만 더욱 넓은 아량으로 진 씨 집안에게 살아남을 길 하나 정도는 남겨주시죠!” 낙구영은 최대한 나긋한 말투로 부탁을 했다.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낙구영을 지그시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희 한번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죠. 만약 그날 원 씨 집안사람들이 이겼다면 진 씨 집안은 과연 저희 우연 그룹을 봐줬을까요?”“이제는 더 이상 단순한 비즈니스 문제가 아닙니다. 보세요, 이런 회사들도 사실 원래부터 산업을 모두 넘기기로 약속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왜 다시 그들에게 돌려줘야 되죠?”“그 이유가 혹시, 그들은 주모자가 아닌 종범일 뿐이니 제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용서하고는 주모자만 처단하라는 겁니까?”“그게...”낙구영은 헛기침을 두 번 하며 당황을 감추치 못했다. 고작 20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강우연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매우 똑 부러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단번에 상대들을 기선제압하였다. “강우연,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나 얘기해!”당백성은 이 와중에도 눈치 없이 끼어들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내 진국화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대표님, 사실 지금 이 모든 일의 발단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저희 몇 명의 문주들이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만약 강 대표님께서 계속하여 고집부리고 저희한테 미움을 사려 한다면, 진 씨 집안뿐만 아니라 저희 4대 종문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때가 되
4대 1의 수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도청 전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상을 입었었다. “어르신, 안 돼요!”걱정되는 마음에 강우연은 도청 전인의 장검을 붙잡고는 말렸다. “어찌 됐든 저희도 따로 상의할 시간을 줘야죠. 내일 이 시간에 여러분들한테 답장을 드리는 건 어떨까요?”강우연이 순순히 복종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낙구영은 급히 일어선 채 말했다. “물론이죠. 저희도 인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강 대표님께서는 저희가 실망하는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진국화를 데리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끌려나가는 진국화의 모습에 당백성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그러나 회의실을 나서기 전까지도, 당백성은 매서운 눈빛으로 도청 전인을 한 번 흘깃 보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살의가 은은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그들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강우연은 도청 전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르신, 몸도 성치 않은데 혼자서 저놈들을 상대하는 건 죽음 밖에 남는 게 없어요! 차라리 진 씨 집안의 산업을 포기할지 언정, 어르신께서 이렇게 목숨을 바치는 건 전 용납 못해요!”그 말을 들은 도청 전인은 자기도 모르게 감동했다. 강우연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그는 이내 털썩하며 강우연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모님의 관심은 매우 감사합니다만, 이번 일은 어떻게든 무력으로만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천검종 4대 수좌로서,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강중에 돌아올 것입니다! 설령 제 뼈가 부서지더라도, 한 선생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제가 반드시 주모님을 잘 보호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강우연도 내심 크게 감동하여 급히 두 손으로 도청 전인을 부축했다. “주모님, 오늘 밤에는 되도록이면 돌아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나 씨 집안에 가서 잠시 하룻밤 묵는 건 어떨까요?”도청 전인은 여전히 걱정되는 마음으로 제안을 했다. 사실 방금 당백성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아낸 도청 전
“나 지금 밖에 있어. 무슨 일이야?”전화를 받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갑작스레 강우연으로부터 연락이 온건, 두말할 것도 없이 뭔가 큰일이 난 거라 직감했다. 아니면 도청 전인과 나계홍의 보필 속에서, 강우연이 자신에게 굳이 연락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어르신의 안전이 걱정돼서요. 사실 오늘 아침…”강우연은 방금 있었던 모든 일을 한지훈에게 전했다. 그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여보, 어르신은 기어코 무력을 이용해서 해결하려 하는데 사실 어르신 몸도 편치 않잖아요. 이... 이젠 어떻게 해야 하죠? 차라리 우리가 한 걸음 물러서는 게 낫지 않을까요?”강우연은 한지훈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더는 물러설 수 없어! 4대 종문이 이미 개입까지 했잖아. 그런데 만약 우리가 물러나게 된다면 그들은 오히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릴 향해 돌진할 거야!”“내가 알아서 방법을 생각해 볼게. 일단 넌 오늘 밤에 강중으로 돌아가서 나계홍이 안배한 별장에서 잠시 묵고 있어. 당분간은 큰 걱정은 하지 마!”한지훈은 일단 강우연을 달래주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용왕님, 무슨 일이시죠?”마침 한 무더기의 문건을 들고 나타난 용월은, 굳어진 한지훈의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한지훈이 대답했다. “별 일 아니야. 일단 이따가 헬리콥터 한 대를 배치해 놔. 오늘 밤, 나 강중으로 돌아가 봐야 돼!”“강중이요?” 순간 의아해하던 용월은 대충 눈치를 알아차리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신룡전에서도 사람을 보낼까요...”“아니야, 필요 없어. 단지 집에 좀 시끄러운 일이 생겨서 가서 직접 처리하려는 거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용월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신룡전에는 무장 헬리콥터뿐만 아니라 10여 대의 전투기도
도청 전인은 할 말만을 마치고는 제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부님!”세 명의 제자들은 모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도청 전인 앞에 무릎을 꿇고는 통곡하였다. “얼른...”도청 전인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갑자기 그의 머리 위로 헬리콥터의 굉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헬리콥터에서는 한 사람이 뛰어내렸다. “한... 한 선생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순간 도청 전인의 제자들은 눈빛이 번쩍하더니, 얼른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내고는 빠른 걸음으로 뜰로 달려 나갔다. “한 선생님!”“한 선생님!”한지훈은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 자국을 보아내고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이건...”“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 선생님께서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너무 행복합니다!”이내 제자들은 곧바로 한지훈을 별장으로 모셨다. 뒤이어 마찬가지로 한지훈을 발견한 도청 전인 역시 급히 몸을 돌려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주상! 이 모든 게 다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 감히 주상을 걱정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굳이 한지훈이 얘기하지 않아도 도청 전인은 대충 짐작이 갔다. 틀림없이 강우연이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 이유 말고는 한지훈이 갑자기 돌아올 리가 없었다. “어르신, 강중의 일에 대해서 모두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가 4대 종문과 무력으로 다퉈야 한다고요?”한지훈은 본론을 꺼냈다. “그건 아닙니다!”도청 전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사실 청봉문의 문주인 낙구영은 저희와 평화적으로 협상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주인 당백성이라는 사람이 기어코 저희와 끝장을 보려 하더군요!”“필경 그들 네 사람은 보통의 관계가 아니라 방심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자리를 뜰 때, 당백성의 표정은 매우 좋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오늘 밤 당백성은 무조건 이곳으로 찾아올 겁니다. 이 기회를 빌어, 무영종과 천우종도 위엄을 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무영종과 천우종 또한 이번 일에 이렇게
도청 전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진법을 세우자고?’ 진법은 예로부터 용국 무종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천년 전부터, 진법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날까지 무종 수백 개의 종문 중에서도 진법을 세울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였다. 반면 부상의 음양 가문은 지금까지도 진법의 일부를 계승하고 있긴 했지만, 역시나 제대로 정통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지훈의 입에서 진법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의심 가득한 도청 전인의 눈빛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법은 그렇게 심오하지 않습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4성 천왕계의 경지에 다다르긴 했지만, 필경 둘 다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까?”“그러므로 지금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놈들이 일단 이 별장에 발을 들여놓을 때 실력이 퇴화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진법은 어르신 스스로도 충분히 세우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경의 위력도 증강시킬 수 있고요!”한지훈은 진법에 대해 간략하게 도청 전인에게 얘기해 주었다. 곧이어 그는 열한 자루의 장검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묻었다. 말없이 혼자서 움직이는 한지훈의 모습에, 도청 전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이게 된다고?’ 도청 전인이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수 없는 한편, 한지훈은 이내 9개의 등잔불을 꺼내 각각 9개의 부동한 방향으로 배치한 후 숨을 죽인 채 정신을 집중하고는 손을 내저었다. 곧바로 아홉 개의 등잔불이 동시에 켜졌고, 별장 전체의 분위기는 고요해졌다. “주상,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죠?”도청 전인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는 물었다. “이것이 바로 검성진입니다. 그 누구라도 일단 이곳에 들어서기만 하면 실력은 크게 감소될 테고, 도리여 어르신의 검경의 위력을 향상할 수가 있습니다! 이 진법은 얼마든지 크든 작든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범위와 상관없이 일단 들어서기만 하면 놈들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습니다!”“가장 최소한으로는 방 한 칸
이내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은 채 소파에 앉아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한편 낙구영과 일행은, 한지훈이 비밀리에 강중으로 돌아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낙구영은 거듭하여 간곡히 타일렀지만 당백성은 전혀 듣지를 않았다. 당백성은 도청 전인의 좋지 않은 안색을 발견하고는, 그의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할 지병이 생겼다고 확신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이야말로 도청 전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설사 나중에 한지훈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도청 전인이 먼저 죽게 되면 그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 “두 문주 님, 제가 보기에는 오늘 밤 당장 도청 전인을 처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당백성은 천우종과 무영종의 두 종주에게 말했다. 반면 낙구영은 홀로 이미 먼저 청봉문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그렇게 진 씨 집안 별장에는 당백성과 나머지 두 명의 문주만 남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진국화는 저도 모르게 놀랍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내 그는 당백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 문주야말로 정말 저희 진 씨 집안의 구원자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만약 저희 진 씨 집안이 위기를 넘기게 된다면 반드시 당 씨 집안에 큰 사례를 해드릴 겁니다!”진국화의 이 말을 들은 천우종과 무영종의 두 종주도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잇달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도청 전인 그 영감, 몸이 아주 성치 않은 것 같아요. 이 시점이야말로 바로 그를 제거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아요!”천우종 종주 노덕왕도 눈을 가늘게 뜬 채 살벌하게 말했다. 뒤이어 무영종의 종주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도청 전인만 순조롭게 제거할 수 있다면, 잇달아 천검종도 함께 삼켜버릴 수 있겠네요!”자고로 천검종은 10위 안에 드는 대종문이었기에, 일단 정말 삼켜버리기만 한다면 세 종주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더욱 확장시킬 수가 있었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당백성도 차갑게 웃
별장 입구에 다다른 당백성은, 평소와 달리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에 의심을 하게 됐지만 일단 조심스레 대문을 살짝 밀었다. “삐걱!”‘뭐야?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 거지. 오래된 낡은 나무 문의 소리잖아.’ 그러나 한 씨 집안 별장의 대문은 누가 봐도 깨끗한 철문이었다. 당백성이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머뭇거리는 한편, 그의 뒤를 따르던 노덕왕과 유혁선은 어리둥절했다. “당 문주, 왜 그러세요? ”그러자 당백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듯 일단 웃어넘기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한 씨 집안 대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의심이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굳이 수백 수천 명의 경호원이 있다 하더라도 별 소용은 없겠죠.”이내 당백성은 직접 문을 밀고 들어섰다. 곧이어 세 사람이 별장 앞 정원에 들어서게 되자, 갑자기 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악!”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에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몸서리를 쳤다. 잠깐만으로도 이 정원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됐다. 다만 그들은 그 정체에 대해 전혀 알아챌 수가 없었다. 겨우 다시 정원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한지훈이 갑자기 두 눈을 뜨고는 문밖의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드디어 왔네요!”도청 전인은 다시 손에 장검을 들고는 천천히 두 눈을 뜨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상, 제가 직접 가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급할 거 없어요!”이내 그는 천천히 일어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깥의 뜰을 바라보았다. 문어귀에 나타난 한지훈의 그림자에, 당백성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하찮은 웃음을 지었다. 한지훈은 기껏해야 4성 천왕계의 실력으로, 사실상 그들 세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도청 전인은 그들과는 달리, 실력이 조금 차이가 났다. 즉 현재 3대2의 국면이긴 하지만, 세 종주들이 이길 가능성이 한지훈 일행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장검을 뽑아들자마자, 순간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당백성은 멀리 몇 미터 밖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삼엄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헉!”당백성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도청 전인의 검의가 이렇게나 짙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가 지닌 장검 또한 심상치 않아 보였다. “누가 먼저 나올 거야? 아니면 세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도청 전인은 손에 장검을 쥔 채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당 문주, 제가 먼저 나설게요!”이때 유혁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자진해서 말했다. 사실 유혁선은 나름 머리를 굴린 선택이었다. 필경 한지훈과 도청 전인 중 진정한 강적은 한지훈이니까. 자신이 먼저 나서서 약한 사람을 처단하게 되면, 남은 두 사람은 강적과 맞설 수밖에 없게 되니까. 그렇게 그는 빠른 판단력으로 먼저 나서게 됐다. 만약 순조롭게 진행되기만 한다면, 그는 기세를 몰아 바로 이 자리에서 도청 전인까지 죽일 생각이었다. 설령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는 언제든지 도망칠 생각이었다. 몸이 성치 않은 도청 전인이었기에, 쫓아가고 싶어도 쉽게 따라잡지는 못할 거라 확신했다. 사실 남은 두 사람 또한 당연히 유혁선의 꿍꿍이를 알아채긴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말릴 수는 없었다. 당백성은 어쩔 수 없이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문주, 조심하세요! 그리고 안심해요, 한지훈이 절대 나서지는 못할 테니까. 만약 나서게 된다면, 저희 두 사람이 반드시 붙잡고 있을 거예요!”당백성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유혁선이 도청 전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노덕왕과 함께 절대 주동적으로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유혁선은 내심 두 사람을 늙은 여우들이라고 욕하며, 일단 도청 전인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더 이상 유혁선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도청 전인은 바로 검을 들었다. 쏴! 순간 하늘을 가린 눈부신 빛이 갑자기 유혁선을 덮쳤다. 크게 당황한 유
“당신...”무적천은 뜻밖에도 노인이 면전에 대고 자신을 위협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방금 조경해의 최후를 바로 옆에서 보게 된 무적천은 하는 수 없이 일단 마음속의 노기를 억눌렀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흑룡심만 융합하게 되면 더 이상 이 늙은 영감은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일단은 최대한 굽히기로 하였다. 그렇게 무적천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는 마지못해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어르신, 다음에 또 만나요!”이내 무적천은 소매를 거두고는 성큼성큼 대전 밖으로 곧장 나섰다. 황약사의 곁을 지나가면서 그를 한번 곁눈질하기도 했다. 반면 황약사는 온통 신경이 노인에게로 집중되어 무적천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르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어르신이 혹시 바로 예충기 선생님이신가요?”무적천이 대전을 나서자마자 황약사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황약사를 곁눈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래전부터 다들 날 그렇게 부르더라고. 그나저나 너, 네 아버지랑 많이 닮았구나!”노인의 정체를 알게 된 황약사의 눈동자에서는 순간 두 개의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 영감이 여태 살아 있었다고?’ 황약사는 내심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는 자신의 아버지 세대로부터 이 기인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고, 무서운 사실은, 지금까지 자신의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줄곧 약왕파에 은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날 어떤 모욕을 당할지 가늠이 되지 않으니까. 황약사는 그런 예충기가 대체 어떤 경지에까지 오른 건지 감히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황약사 아버지 세대들은 흔히들, 이 노인이 이미 4성 천신계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하였다. 다만 그때로부터 이미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노인의 현재 실력에 대해서 감히 결론을 내릴 사람은 없었다. “어르신을 만나 뵙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곧바로 황약사는 노인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였고, 이내 국왕
한편 그 시각, 각 열국의 대사관과 영사관은 진왕으로부터 온 사과 편지를 받게 되었다. 편지에 적힌 내용은, 본인은 전에 열국을 상대로 약간의 도발을 했을 뿐 절대 국왕의 자리를 빼앗을 마음은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이국의 해군 사령관 미고양은, 너무나도 기가 찰 지경이었다. 수십 척의 대형 전함을 이끌고 먼바다를 건너 용국 해역까지 왔는데, 한 방도 쏘지 못하고 대극이 끝날 줄이야. “젠장! 못돼먹은 늙은이 같으니라고!”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단지 마음속의 분노를 터뜨리는 것 외에는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가능한 한 빨리 철군하는 것이었다. 이쯤이면 용국의 사해 군대가 해역으로 급히 출격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철수하지 않으면 용국의 함대에 포위되어 섬멸될 수도 있게 된다. 그렇게 용국의 각 국경지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이 분위기가 싸해졌다. 남방의 일부 작은 나라들은 웅국과 이국 모두 순순히 철수하는 것을 보고는,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를 못했다. 이내 그들은 잇달아 사람을 파견하여 용국에 가서 직접 사과하게끔 하였고, 또한 영원히 용국의 뜻을 따르며 다시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하였다. 다들 잇달아 꼬리에 꼬리를 물어 용각에 전화를 걸었다. 그 무렵, 용각에서는 한 교위 장교가 전해져 오는 모든 소식을 일일이 정리하고는 직접 천자각에 보내 국왕에게 단번에 보고하였다. 각 열국의 소식을 접하게 된 국왕은 마침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강 씨 어르신, 그리고 진 씨 어르신! 이젠 두 분도 복직해야 하지 않을까요?”이내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강만용과 신한국에게 다가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은 이미 연세가 많은걸요. 이제 용각에는 패기 넘치는 젊은 피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렇게 평화로운 틈을 타 가능한 한 빨리 더욱 많은 젊은 세대를 양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 두 영감은 더 이상 용각을 지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강만용과 신한국은 나란
“푸!”바로 그 순간, 비수를 잡고 있던 낙 씨 어르신의 손목은 쿵하고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여봐라!” “네!”뒤이어 위수군으로 위장한 파룡군 병사 두 명이 재빠른 걸음으로 대전으로 들어왔다. “당장 이 영감을 바닥에 눕히고 채찍질하여 죽여!”“네!”낙 씨 어르신은 이를 악문 채 부러진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흐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곧바로 낙 씨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보며 말했다. “이런 개자식... 내가 지옥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헛소리하지 마!”이내 한 병사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냅다 힘껏 따귀를 날렸다. 곧이어 낙 씨 어르신이 성전 밖으로 끌려나가 형을 집행할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한지훈은 옷매무새를 바로잡고는 국왕 앞에 다가와 말했다. “폐하, 원래 계시던 자리로 돌아가시죠!”믿기지 않는 눈앞의 장면에 국왕은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다. 일말의 희망조차도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상황에, 다행히 이 노인이 나타나 용국을 지켜주게 되어 너무나도 감사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국왕은 이내 룡대에 올라 노인과 한지훈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용국은 모두 여러분이 지켜낸 것입니다!”“폐하 만세!”만조의 백관들도 눈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왕은 이미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오게 됐고 진왕은 진작에 죽게 되었으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연히 충성심을 많이 보여야 했다. 국왕은 차가운 표정을 한 채, 궁전을 가득 메운 조신들을 흘깃 보고는 이내 용서안에서 명단 하나를 꺼내 용칠에게 건네주었다. “이 명단에 있는 놈들, 전부 체포하여 하옥시켜!”“네!”용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단 명단을 받았다. 그 안에는 수백 명의 이름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크게는 국보 대신, 작게는 과원 외랑까지 각 직책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일련의 명단은 바로 모두 낙 씨 어르신과 결탁한 관리 간부들이었
터벅터벅하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장엄한 표정의 용칠이 천자각으로 들어섰다. “북양 왕께 보고 드립니다. 방금 저희 부대가 위수군 전체를 인수하였습니다. 전임 위수군 총지휘관인 양신비는 이미 저희가 생포하였고, 지금 바로 대전 밖에 방치하고 있습니다!”용칠의 등장에 낙 씨 어르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젠장!’ 그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용칠은 전혀 배신할 거라 예상치도 못했는데 뜻밖에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너... 너 말도 안 돼! 난 너한테 실권을 준 적도 없는데, 대체 네가 어떻게 위수군을 넘긴 거야!”낙 씨 어르신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미친 듯이 노호하며 말했다. 용칠은 그런 낙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확실히 영리한 사람인건 인정합니다.”“하지만 하도 욕심이 많으셔서 파룡군이 어르신의 큰 계획을 망치게 될까 봐 두려워하시던 그 모습은 매우 별로네요. 주구장창 파룡군이 하루라도 빨리 해산되기를 간절히 바라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참에 좋은 아이디어를 떠 올린 겁니다!”“바로 파룡군을 개편하는 거죠. 어떠세요?”그 말을 들은 낙 씨 어르신은 깊이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사실 전에도 용칠이 그에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 때, 낙 씨 어르신은 확실히 감탄했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아예 파룡군을 깨끗이 처리할 수 있고 한지훈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리하여 낙 씨 어르신은 당시 두말없이 용칠의 설득에 따라 20만 명의 파룡군을 각기 각 전구에 혼 편 시켰다. 그렇게 용경의 위수군에도 5천 명이 배치되었다. “너... 너 나를 속인 거였어!”하지만 낙 씨 어르신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용칠이 애초에 파룡군을 개편하려는 것은 음모였다는 것을. “잔머리 하나 굴리는 건 정말 최고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어!”이내 한지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넌 반드시 죽게 될 거야!!”“그나저나 북
진왕은 얼얼해진 얼굴을 붙잡고는 풀이 죽은 채 고개를 숙였다. 노인의 위압감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세상 거만하던 무적천도 그의 앞에서는 대놓고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손에 용검을 든 채 돌아왔다. “여봐라, 이 영감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조리 죽여도 돼!”노인은 한 손을 짊어지고는 진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은 즉, 노인은 아직 진왕이 쓸모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사실 진왕이 사주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부대를 통제할 수 있고, 적까지 물리칠 수가 있다. 노인의 꿍꿍이를 눈치챈 한지훈은 이내 고개를 돌려 낙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마침 뒷문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던 낙 씨 어르신은, 뜻밖에도 노인이 진왕을 놓아준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한지훈, 사실 이 모든 걸 계획한 건 내가 아니라 저 놈이야! 진왕이 나더러 어떻게든... 너랑 용각 장로를 처단하고 위수군의 지휘권을 장악해라고 했어!”“나... 나는 정말 결백해!”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었던 낙 씨 어르신은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며 모든 죄를 진왕에게 떠밀었다. 그러자 한지훈은 손에 든 참룡검을 꽉 쥔 채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낙 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양 각로를 죽일 때까지만 해도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오양 각로님께서는 일생 동안 용국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 하셨어. 대체 그분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뿐만 아니라 강로와 진로도 본인들이 소유한 재물을 전부 기부하면서 나라에 큰 충성심을 보였어! 그런데 넌 기어코 그 두 분을 군비를 탐내는 죄로 누명을 씌우려고 해?”“추량진이 국왕한테 얘기하더구나. 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모조리 총살한다고!”“당장 말해! 대체 누구로부터 사주를 받은 거야!”제대로 정곡이 찔린 낙 씨 어르신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에게 이젠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 한지훈의 눈에 가득한 살의는,
“건방진 새끼! 감히 어르신한테 칼부림을 해?”노인은 옷소매를 어루만지기만 할 뿐, 아무런 위세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알 수 없는 기운이 조경해의 몸을 덮쳤다. 이내 공포스러운 소리와 함께 조경해의 몸에는 갑자기 핏구멍이 뚫리게 됐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조경해는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는 노인을 노려보았다. 지금 이 순간, 조경해는 자신의 생명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서는 기력이 쑥쑥 빠지기 시작했다. 털썩. 곧이어 조경해는 고개를 떨구고는 땅에 쓰러졌고,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두 눈을 부릅뜨며 몸은 여전히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충격적인 눈앞의 장면에, 대전 안은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무적천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놀라운 건, 겉으로 보기에 이 노인은 매우 평범했고 전혀 큰 능력을 소유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방금 그가 손을 댄 순간, 무적천은 그의 손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빛을 보아냈다. ‘이 영감, 대체 누구야?’ 무적천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꺼져! 너 거기가 어딘 줄 알아? 어디 네 따위가 감히 룡대에 올라서려고 해?”이내 노인은 진왕을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 진왕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괜히 실수하여 미움을 샀다가는, 언제든지 이 노인이 목숨을 앗아갈 것 같았다. “어... 어르신, 저... 저는 단지 대신하여 혼군을 거느린 것뿐입니다!”진왕은 버벅거리며 해명하면서 노인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룡대에서 내려왔다. “네가 대신 혼군을 거느린 거라고? 대체 누가 너한테 그런 권리를 준거야? 네 까짓게 뭔데?”노인은 불쾌한 눈빛으로 진왕을 힐끗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말했다. “네 금검은 어디 있어? 꺼내봐. 한번 좀 보자!”방금까지 멍하니 있던 한지훈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천자각을 뛰쳐나왔다. 원칙대로라면 오직 한 씨 집안만이 혼군이나 역신을 참수할 권리가 있
기운이라는 것은 매우 기묘했다! 원래 황실을 지켜주는 기운이 이렇게 자신을 구해줄 줄이야!“무적천, 보았느냐? 이것이 황족 혈통과 당신 같은 천민의 차이란 말이다! 나는 비록 국왕이 아니지만, 옛 황족 출신이라 기운이 따르고 있으니, 네가 함부로 상처를 입힐 수는 없는 법이다!”쯧!무적천은 이를 악물며,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날 국왕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때, 한지훈은 이미 조경해와 유월룡 두 사람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무적천도 만약 진왕의 기운이 더해졌다면, 그를 쉽게 처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만용과 진한국은 한숨을 쉬었다.비록 무적천과 황약사가 여기까지 왔지만,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이미 늦은 듯 보였다!“국왕 폐하, 결국 저희가 한 수 잘못 둔 것 같습니다.”신한국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비록 국왕과 한지훈의 계획을 들었지만,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멈추거라!”국왕은 이 상황을 보고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고 결단을 내렸다.이미 모든 것이 정해졌으니, 더 이상 갈등을 계속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짐이 진왕에게 자리를 내어주겠으나,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강 씨와 진 씨, 그리고 한지훈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국왕은 후천에서 발을 내디디며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그들을 풀어주지 않는다면?”진왕은 손을 들어 조경해와 유월룡에게 신호를 보냈고, 두 사람은 동시에 물러나며 한지훈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이때 한지훈은 거의 기력이 다한 상태였고, 이전의 상처들이 다시 도져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풀어주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조정의 군관 앞에서 자결하겠다! 그런데도 네놈이 어떻게 즉위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국왕은 말을 하며 옆에 있던 위수군의 몸에서 장검을 뽑아 자신의 목에 들이댔다. 헉! 진왕의 안색이 약간 변했고, 국왕의 퇴위를 압박할 수는 있었
순식간에 천자각은 아수라장에 빠졌다. 강만용과 신한국은 이 기회를 틈타 국왕을 보호하고 서서히 뒷전으로 물러났다. 이때, 한지훈은 세 사람에게 포위되었고 이전에 심각한 부상만 입지 않았어도 여전히 싸울 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맞붙은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지훈은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고,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은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예전의 부상이 재발하면 오늘은 필사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비록 피가 튀더라도, 반드시 국왕이 무사히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펑!”대전 밖에서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추만형의 몸이 마치 포탄처럼 튕겨 나갔다.무적천은 추만형의 시체를 한 번 힐끗 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뀐 뒤 거침없이 천자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반드시 진왕을 처치해야 했고, 자신이 나중에 대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이국상이 급히 앞으로 나서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는 추만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컸다.그들 모두 사성 천급 천왕이었지만, 그 실력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 중에서 무적천과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추만형뿐이었다! 그럼에 불구하고 추만형은 겨우 열 대의 공격을 견디고 나서 무적천에게 한 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때, 무적천은 흑룡의 심장을 거의 절반 가까이 융합한 상태였고, 흑룡의 심장은 주로 살육의 힘을 발휘했다! 무적천은 천신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그의 실력은 사성 천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심지어 일성 준천왕 경지의 강자와도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슈악!”한 줄기의 은빛 광선이 무적천의 손에서 번쩍이며, 삼척 길이의 검이 이국상을 향해 휘둘러졌다.이 검은 천하를 뒤흔들 만큼의 위력도, 뚜렷한 파괴의 소리도 없었지만, 오히려 살벌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아악!”이국상은 움직일 틈조차 없이 비참한 비명을 질렀고, 그의 몸은 무적천의 칼에 의해 둘로 찢어졌다!
“쓰레기 같은 놈!”그 순간, 땅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모두의 고막이 찢기는 듯이 아파지며, 몇몇 노신들의 귀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그는 다름 아닌 무신종 종주, 무적천이었다!이 목소리를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천자각 밖에는 무적천뿐만 아니라, 황약사와 무신종 네 장로가 함께 나타났다! 진왕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무적천은 달랐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진왕을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뜻밖이군요!”황약사와 다른 사람들의 등장은 한지훈조차도 놀라게 했다.무신종이든 황약사든 그들은 항상 용경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고, 특히 오양 각로의 죽음은 황약사의 마음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전 국왕은 결코 눈이 침침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게 어리석은 후계자를 선택했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약왕파가 보낸 정탐꾼들이 거의 24시간 내내 용경의 모든 것을 주시했고, 수시로 비밀리에 황약사에게 보고했다. 지난번 무적천은 국왕에 의해 강제로 퇴각한 이후, 줄곧 마음속으로 국왕의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조차도 빼앗을 수 없는 큰 자리를 어찌 진왕이 얻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있겠는가?!흑룡의 심장만 융합되어 천신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무적천은 천하를 차지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 전에 감히 대위를 노리는 자는 곧장 무적천의 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동시에 왕궁에 도착했다. “추만형, 무적천을 잡아라!”이때 진왕은 더 이상 한지훈이나 강만용 등을 신경 쓸 수 없었고, 무적천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적이었다!이 말을 들은 추만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맞은편에 있는 무적천을 바라보았다.“무신종의 후배여, 날 알아보겠는가?!”서열을 따지고 있다니?! 무적천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은 이미 흘렀고, 이 종주의 눈에 당신은 그저 길가에 떠도는 똥개에 불과하다, 물러나라!”무적천은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