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경을 본 전갈 사내와 구경, 거기에 있던 직원 아가씨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당황한 전갈 사내는 부랴부랴 칼을 꺼내 들고 한 발 한 발 유리를 밟으며 그에게 다가오는 한지훈에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지마! 오지 말라고! 오면 찌른다?”전갈 사내가 칼을 휘두들며 발악했다. 하지만 매번 허공만 가르고 있었다.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해 순식간에 전갈 사내의 팔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점점 힘을 주며 팔을 꺾었다. 완전히 90 도로 꺾이는가 싶더니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로비에서 너무 청량하게 울렸다.“아아아아......”전갈 사내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질렀다. 창백해진 얼굴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한지훈은 그를 차서 날려버렸다. 전갈 사내는 그렇게 5-6미터 밖에 나가떨어졌다.구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뭐 하자는 건데! 여기는 보헤미고 우리 구 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이렇게 막 나가면 우리 가문에 맞서려는 거야! 우리 아버지가 알게 되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구경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내 말대로 해. 그러지 않으면 너도 저들과 같아질 거야.”구경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는 바닥의 처참한 광경을 힐끔 보고 고개를 저었다.“지…지금 당장 아버지한테 전화할 거야. ”한지훈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걸어!”구경이 다른 머리를 굴려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의 번호를 눌렀다.“아버지, 아버지......큰일 났어요! 어떤 놈이 나타나 보헤미를 뒤집어놓고 내 사람도 때렸어요. 우리더러 악의적으로 값을 올렸다며 5100억 원을 배상하래요. 그리고 우리가 만든 생활용품도 시장가격의 절반으로 낮...... 네네네, 여기 있어요. 빨리 와요.”전화를 끊은 구경이 태도를 바꿨다. 허리를 펴더니 소파에 앉아 커피를 타고 있는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너 이젠 끝났어! 아버지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말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구충모, 나의 2가지 요구를 들어줄 거야?”“하하하! 이렇게 나와 버릇없게 말하는 사람도 오랜만이군. 한지훈,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한강석과의 옛정을 봐서 너에게 3분이란 시간을 줄게. 첫째, 무릎 꿇고 사과 둘째, 여기 네가 입힌 경제적 손실 20억 원을 배상해. 이 두 가지만 약조하면 순순히 보내줄게!”구충모가 뒷짐을 지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접힌 미간 사이에 경멸이 가득했다.집안도 없는 주제에 감히 어딜!1700억으로 보헤미에서 제일 고급 별장을 산 거?그게 뭐 어때서?한강석이 죽기 전에 한지훈에게 남겨둔 돈으로 산 게 분명하다. 진짜 무능력한 재벌 2세이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구충모는 한지훈을 너무 얕봤다.한지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몸을 일으킨 그는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너의 조건은 내가 들어줄 수 없을 거야. 그러니 네가 내가 너의 아들에게 제기한 두 가지 조건을 잘 생각해 보는 게 어때? 동의하면 내가 뒤끝 없이 한번은 눈감아 줄게.”“어디서 건방을 떨어!”구충모 버럭 화를 냈다. 눈에도 불길이 일고 있었지만 꾹꾹 참고 있었다.“한지훈! 누구라도 된 것처럼 감히 우리 구씨 가문의 책임을 물어? 대체 무슨 수로? 시청의 조 국장과 감독기관의 한 과장은 우리 가문의 사람들이야. 아주 친밀한 관계지. 거기에 고발할 거야?”구충모가 조롱했다. 그는 한지훈에 대한 멸시가 가득했다.실종된 지 5년이나 지난 지금 난데없이 나타나 구씨 가문에 맞서다니. 주제 파악이 덜 된 듯하다.구경도 끼어들며 한마디 보탰다.“그러게! 좋게 말할 때 어서 꼬리를 내려! 너의 가문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 너도 그때 귀공자가 아니라고. 그저 쓰레기에 지나지 않아. 강 씨 가문의 데릴사위. 딱 그 정도야. 네 까짓게 우리 구씨 가문에 맞설 생각을 다하고 꿈도 야무져! 얼른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그러지 않으면 무슨 꼴을 당하게
블랙 정장 차림의 그들은 능수능란하게 구충모의 몇십 명이나 되는 부하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그들 뒤로 범상한 아우라를 풍기며 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그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구충모! 감히 한 선생을 건드려? 죽고 싶어?”정도현은 이미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구충모의 부하들이 곤장을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들어온 것이다.블랙 정장들은 정도현의 긍지를 불러일으킬만한 기술좋은 조폭들이다.구충모의 그 허접한 부하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엄격히 말하면, 구충모가 데려온 이들은 그저 겁주는 데에만 효과가 있을 뿐이다. 진짜와 붙으려고 한다면 죽는 길밖에 없다.늠름하게 걸어들어오는 정도현을 본 구충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부리나케 몸을 돌려 악수를 청했다.“나리께서 어떻게 이런 조촐한 곳까지 오셨어요?”구충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도현은 그에게 다가와 그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 그 충격으로 구충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구충모는 어리둥절했다.두 눈을 크게 뜨고 얼얼한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억울한 표정으로 정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리, 제가 뭘 잘못했기에 때리시는 거예요?”말투는 겸손했지만 그 속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그는 구 씨가문의 가주로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의 사람들이다.부하들 앞에서 따귀를 맞는 건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정도현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때렸다고 그래?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널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야.”정도현은 구충모를 내버려 두고 급히 한지훈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중하게 90 도 경례를 하고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한 선생, 제가 한발 늦었군요.”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늦지 않았어. 딱 좋았어.”모든 것을 눈으로 직접 담은 구충모와 구경은 어리둥절했다. 그것은 마치 고요한 물에 돌을 던진 듯이 모든 게 뒤죽박죽이라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정도현은 S시의 조
그 말을 들은 구충모는 그만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말았다.구충모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얼이 빠진 모습으로 정도현을 바라봤다.“나리,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구충모의 머릿속에 수만 가지의 의문이 쏟아졌다. 왜! 한지훈 그 자식이 어떻게 정도현을 아는가! 그리고 정도현은 한지훈 앞에서 이토록 아부를 떠는가!이건 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흥!정도현은 아무 말이 없이 옆으로 가서 섰다.로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두들 소리를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건 S시에서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다. 간단한 손짓하나에 삶의 목숨이 날라간다.죽고 환장하지 않은 이상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한지훈이 긴 다리를 옮겨겨 얼굴이 상기된 구충모에게 다가가 물었다.“내 2가지 조건은 잘 생각해 본 거야?”구충모는 마지막 발악을 했다.“한지훈, 너의 조건은 우리 구씨 가문이 절대 받아줄 수 없어. 그 별장은 네가 원해서 산 것이고 계약서에도 확실하게 쓰여 있어서 관청을 들쑤셔도 소용없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생산한 물품들은 이미 반년 넘게 판 물것들이라고! 너의 한마디에 가격을 바꿀 수는 없어!”구충모는 한지훈 뒤에 서있는 정도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덧붙였다.“나리 앞이라도 나 구충모는 번복하지 않을 거야! 절대 동의 못해!”정도현이 버럭 화를 내며 구충모의 배를 걷어찼다.“죽고 싶지?”구충모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그를 구경이 부축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도현을 쏘아보며 말했다.“전 나리를 S시의 우두머리로써 줄곧 존경해 왔어요. 하지만 이건 저의 구씨 가문의 일이니 멋대로 간섭하시면 곤란해요.” 그의 말이 끝나자 뒤에 있던 50-60명이 정도현과 그의 일행들을 순식간에 에워쌌다.정도현은 오늘 그리 많은 인력을 대동하지 않았다. 고작 10명 남짓하게만 데리고 왔다.“구충모,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이렇게 나오겠다고?”정도현이 윽박질렀다.구충모는
두 사람은 다름 아닌S시 시청의 조 국장 조신호와 감독기관의 한 과장 한휘창이다.두 사람은 S시 재벌들이 꿈에 그리는 인물들이다.S시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이 두 사람의 손을 거친다고 봐도 무방하다.서로 눈빛교환을 한 둘은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둘은 비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의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기겁하며 달려갔다.“그만! 그만해!”조신호가 외쳤다.구충모가 고개를 돌렸다. 조신호와 한휘창을 본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이내 웃음을 머금고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조 국장님, 한 과장님, 어떻게 오신 거예요?”조국장, 한과장의 등장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벙졌다.3분도 채 되지 않아 그 둘이 도착했다.그리고 모든 이의 시선이 또다시 한지훈을 향했다.구충모도 정신 차리고 한지훈을 보았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이다.한편, 조신호와 한휘창의 눈엔 구충모가 들어올 리 없다. 그들은 모두를 뒤로하고 한달음에 한지훈 앞에 섰다. 그리고 허리를 냅다 굽히며 예의를 갖춰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빨리 도착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합니다.”한지훈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로비가 또다시 쥐은듯이 조용했다.그들은 오늘 자신이 몇 번 경악하는 지 셀 수 조차 없었다.조신호와 한휘창마저 한지훈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들은 한지훈 앞에서 자책까지 서슴지 않았다.이....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세상에! 조 국장과 한 과장이 진짜 왔어. 한지훈에게 머리를 조아리다니…”“이 한지훈은 듣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잖아! 어우 무서워.”“이제 구 씨 가문은 끝났어...”사람들은 모두 소곤대기 시작했다.구충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신호와 한휘창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구충모가 반응하기도 전에 조신호가 서류들을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말씀하신 고지서입니다. 구 씨 가문이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고지서를 보내 한 선생님께 5100억 원을 배상하도록 요구했
구충모는 연이어 발생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당혹스러움과 무서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야 억지스러운 미소를 쥐어짰다.“이게.......모두 다 너 때문이라고?”한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모두 말해주고 있었다.털썩!방자하던 구 씨 가문의 가주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는 손이 발이 되도록 한지훈에 용서를 빌었다.“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삼촌이 눈이 멀어서 그런 거야. 우리 구 씨 가문을 제발 한 번만 살려줘. 5100억 원은 너무 많아.......우리 가문의 재산을 아무리 탈탈 털어도 5100억 원은 안 돼......”구충모가 바닥에 엎드린 것을 본 부하들도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망연자실한 구경도 벌벌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눈몰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한지훈에게 기어갔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우리 아버지와 가문을 한 번만 봐줘......”로비는 온통 그들 부자의 애원 소리로 가득 찼다.방자하던 구 씨 부자는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이걸 지켜보던 이들은 한지훈의 신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실종된 지 5년 만에 돌아온 한지훈이라고?그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조신호와 한휘창마저 굽신거리는 걸 보면......보통 사람이 아니다.S 시에 피바람이 불까?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발밑에 엎드려 있는 구충모에 말했다.“구충모, 너와 난 삼촌, 조카라고 부를 정도의 사이가 아니잖아! 어딜 감히!”한지훈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한 씨 가문이 곤란에 봉착했을 때 구 씨 가문이 제일 번저 배반했다.어이없는 호칭이 역겹다.그러자 구충모가 급하게 말을 바꿨다.“네네네, 한 선생, 너그럽게 한 번만 우리 구 씨 가문을 용서해줘요.”한지훈이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했다.“별장은 시장 가격만 받고 나머지는 내 카드에 다시 원상 복귀시켜. 그리고 유통되고 있는
한지훈이 보헤미를 나서자마자 서경희는 한지훈을 호출했다. 회사에 잠깐 들리라고 할 뿐 별다른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강운 그룹에 도착한 한지훈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무장 부대가 회사의 모든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그리고 문밖에는 수십 대의 군용차량이 늘어서 있었다.한지훈이 안으로 들어섰을 때 로비는 삼삼오오 소조로 나뉘어 무장한 채로 각자 맡은 구역을 지키고 있는 듯했다.분위기가 사뭇 진지했다.한지훈은 갸우뚱거리며 걸음 옮겨 회의실에 도착했다.문밖에도 여전히 4명의 무장군이 엄숙한 표정으로 살기를 한껏 품어내고 있었다.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지훈이 걸어들어갔다. 거기에는 강운 그룹의 고위층과 강 씨 가문의 식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군기가 바짝 들어 두 손까지 모은 채로 서 있었다. 강준상이 앉아야 할 중심 자리에 오만한 태도의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군복 차림에 군의모를 눌러쓰고 그는 두 스타였다. 그것은 중장을 의미했다.연 씨 가문의 길정우!그가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콧대를 높이며 두꺼운 입술을 달싹이면서 서늘한 눈빛으로 걸어 들어오는 한지훈을 힐끔 보았다. 그의 입가에 거만한 미소가 걸렸다.회의실에 들어선 한지훈은 입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길정우와 시선을 맞췄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길정우가 입을 열었다. 차갑게 식은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가 공황이 발작할 만큼 섬뜩했다.“한지훈, 오랜만이야.”한지훈은 마음속 타오르는 불꽃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받아쳤다.“그래, 오랜만이지.”연 씨 가문의 길정우는 예전에 한지훈과도 친하게 지냈었다. 둘의 사이가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필경, 길시아와 한지훈은 죽마고우였으니 말이다.이때 보다 못한 서경희가 한지훈에 달려들며 폭언했다.“한지훈, 돌아올 생각은 했어? 중장님이 직접 강운 그릅까지 오시게 만들어야 했어? 얼른 엎드려서 사죄하지 못 해?”서경희가 서두를 떼자 가만히 잠자코 있던 강 씨 가
한지훈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우연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한지훈을 잡았다.“안 돼요. 지훈 씨. 그만해요. 제가 빌게요. 제발......”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다. 강우연이 자신 때문에 또다시 힘들어하고 있다.그녀에게 미안할 뿐이다.한지훈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내가 해결할게.”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린 한지훈은 조금 전 부드러운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해 주위를 한번 슥 훑었다.“다시 묻는다! 누가 때렸지?”강운 그룹의 고위층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돌렸다. 강 씨 가문의 식구들도 서로를 바라볼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길정우옆에 서있던 강준상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내가 때렸어! 네가 어쩔 거야! 대신해서 복수라도 할 셈이야?”강준상이 한지훈을 쏘아봤다.한지훈의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왜 때는 거야!”강준상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왜냐고? 내가 그녀더러 당장 무릎을 꿇고 중장님을 각진히 모시라고 했어. 네가 어디에 있는지 말하라고 했거든. 근데 이 년이 무릎도 꿇지 않고 입도 열지 않는 거야! 그러니 내가 마땅히 손 좀 봐줘야잖아?!”한지훈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몸을 숨긴 강우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지훈의 갑작스런 시선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한지훈 때문에 맞은 것이다.한지훈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의 여자를 누구나 다 괴롭힐 수 있단 말인가?한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준상에게 다가갔다.전에 없던 행동에 강준상은 덜컥 겁이 났다. 그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보였다.“한지훈! 뭐 하는 거야! 당장 멈춰!”강문복등 세 사람은 서둘러 강준상의 앞을 막았다.“한지훈, 섣불리 행동했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여기는 강운 그룹이고 중장님도 계신데 네가 이러면 돼? 이건 사형감이라고!”강문복이 흥분했다. 그는 한지훈이 두려웠다.그것은 한지훈의 독기로 가득 찬 그런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
이 틈을 타, 나국화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비꼬았다. “만약 그때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체면을 세워주었더라면, 지금 난 이렇게까지 방관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 됐네,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당시 데클라 호텔에서 한지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로부터, 나국화는 줄곧 원한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한지훈과 양령아는 그 후 멤비스로 향하면서도 나국화에게 알리지 않았고, 더욱이는 그를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국화는, 지금 궁지에 몰린 한지훈의 모습에 기뻐났다. “사실 난 정말 네가 천왕계의 강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하지만, 천왕계 강자면 뭐 어때? 비록 네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쉽게 억누르고 고개를 못 들게 할 수 있지만, 유 선생은?”“그리고 이 어르신은?” “네가 과연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까?”“실력은 중요한 요소일 뿐, 때로는 숲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해!”나국화는 어깨를 높이 쳐들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그래도 넌 여전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그러자 한지훈이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그 말에 화가 난 나국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손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좋아, 좋아! 오늘 내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 네가 어떻게 처참하게 이곳에서 피를 뿌리게 되는지!”“한지훈, 한용의 체면을 봐서라도 만약 네가 정말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면, 내가 오늘 네 시체를 아주 깔끔하게 남겨둘게!”우천존은 한지훈을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허허, 내 시체를 남겨 두겠다고? 천신계의 강자를 확실히 감당할 수 없긴 하지만, 너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뭐가 됐든 난 네 제자가 아니니, 네가 한 모든 말은 나에게 있어서 아무런 소용도 없어!”한지훈은 차갑게 맞받아쳤다. “한지훈, 너 정말 겁도 없구나! 네가 감히 천신계의 강자한테 도발을 하다니!”
곧이어 한줄기의 노을빛이 유회원의 몸을 뒤덮었다. 이내 방금 그가 입은 부상은 눈에 띄는 속도로 호전되었고, 심지어 뼈가 부러진 팔까지도 다시 멀쩡히 회복되었다. 그제야 유회원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우린 천신계 강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 영원히 거역할 수가 없거든!”유회원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강력한 용병을 손에 넣게 됐다.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뭐 어떠한가? 방금 한지훈으로부터 주먹 세 방이나 맞아도 뭐 어떠한가? 오늘의 일이 만약 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그의 명성은 오히려 한 단계 더 올라갈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천신계의 강자가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질 수밖에 없고, 이길 수도 없다고?”하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론 그의 온몸은 우천존의 위압을 받아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너랑 상의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너한테 이미 정해진 결말을 알려주려는 거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 마치.. 신이 땅강아지에게 명령을 내리듯이. “한지훈, 나도 너의 실력을 보고 매우 놀라긴 했어. 그러나, 운명이라는 건 종종 네가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광명파의 실력은 네가 감히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명파에 맞서는 모든 자들의 운명은 단 하나뿐이다. 그건 바로 죽음이다!”“네가 죽기 전에 너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당장 천생 서문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죽기 직전까지 널 고통스럽게 괴롭힐 거야!”유회원의 두 눈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 나왔고, 이따금 다시 위용을 회복한 듯했다. “흥! 내가 진작에 너한테 말했었잖아. 여기는 용국이 아니니 모든 일을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됐지? 너는 너의 신룡전이 하늘을 찌를 듯이 위용이 넘친다고 생각해? 내가 이곳에서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거든!
그가 바로 진정한 천신계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한지훈은 한껏 경계하며 그를 흘겨보았다. 방금 한지훈이 유회원을 처단할 수 있었던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는 그저 천생서문의 해독법에 따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한지훈은 반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개미와 코끼리의 승부처럼 느껴졌다. 개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떼를 지어 몰려들더라도, 자신의 체중의 10배나 넘는 코끼리가 발을 살짝 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짓밟힐 수 있으니까. “우천존님! 제가... 창피하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유회원은 두 눈에 원한을 가득 품은 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역시! 한지훈의 예상대로, 호천 6 존 중 한 명인 우천존이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광명존과 우천존 사이에, 정말 숨겨진 관계가 있기라도 한 건가? 방금 우천존이 나타났을 때의 온 하늘에 가득했던 노을빛, 그리고 다시 광명존의 존호를 다시 되새겨보던 한지훈은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광명존이 용심을 찾으려는 건 어쩌면 우천존을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역시 호천 육존은 명불허전이시네요. 저 한지훈, 인사드립니다!”한지훈은 우천존을 향해 공손히 손을 내밀었지만 절대 몸은 숙이지 않았다. 우천존은 그런 한지훈을 살기 어린 눈동자로 흘겨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 빌어먹을 놈!”“신분이 천신계 강자시니 세상의 불문율의 규칙을 절대 잊지는 마십시오! 천신계는 결코 멋대로 세속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한지훈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 네가 감히 우천존님께...”유회원이 나서려 하자, 우천존은 손을 살짝 흔들며 광명존의 말을 직접 끊었다. “좋아. 네가 처음이야. 감히 이런 말투로 나를 상대하는 사람은!”“한용은 정말 좋은 손자를 뒀네. 하지만, 오늘 이 싸움에서 너는 반드시 져야 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넘쳤고,
유회원은 입으로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한편, 방금 맞은 그 주먹으로 인해 온몸이 마치 부서진 것처럼 계속하여 아파났다. 이럴 수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이긴 하지만 결국 기껏해야 유회원과 동급일 뿐이었다. 반면 유회원은 일부러 자신의 실력을 조절하며 줄곧 4성 천 급 천왕계에 머물러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천신계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 힘이나 경험이나, 그는 어느 하나 한지훈한테 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의 그 주먹이 뜻밖에도 쉽게 자신을 깔아뭉갤 줄이야? 마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준인 것처럼. 악에 받친 유회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그의 손에는 아직 네 병의 용혈이 있긴 했지만, 두 병을 마신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여기서 더 마시면 그는 정말 연소하여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유회원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시 주먹 한 방을 날렸다. 유회원이 만약 다시 한번 주먹을 맞게 된다면, 그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엄습해 오는 강력한 기운이 한지훈의 주먹을 직접 막았다. “쿵!”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급히 발을 구르며 뒤로 몸을 굴렀다. 곧이어 저 멀리서 위엄 넘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 네가 여태 저지른 죄행이 얼마나 많은데, 음양존을 죽인 것도 모자랄 판에 이젠 광명존까지 죽이려 해?” 한 줄기 그림자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사람의 두 발은 허공에 머무른 채, 인간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하늘은 순식간에 만 갈래의 노을빛이 물들게 되었다. 심지어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그 모습을 보아낼 수 있었고, 태양 광장 사방 10리 안의 하늘은 그렇게 모두 색이 변하게 되었다. 이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정체 모를 그림자를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