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염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강 회장님, 혹시 지금 저희 동방 가문을 모욕하시는 건가요?”‘동방 가문?’ 강우연은 왠지 모르게 이 네 글자가 낯설지가 않았다. ‘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록 이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들 모두 자신의 남편의 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동방 선생! 오늘 회담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는 따로 약속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볼게요!”강우연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상대방의 올가미에 걸려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심 깨닫게 되었다. 곧이어 강우연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하자, 동방염은 갑자기 앞으로 나와 손을 뻗어 강우연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디 가려고? 당신 오늘 아무 데도 못 가!” 강우연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임신을 한 지금 이 상황에서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던 그녀는 어떻게 동양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꽉!”이내 동방염은 손을 뻗어 강우연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강제로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동방 선생,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상황을 눈치챈 이국호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좋은 사람의 행세를 하였다. “저리 꺼져!”결국 동방염은 이제껏 보여주던 가식적인 모습을 떨쳐내고는 험상궂게 욕설을 퍼부었다. 곧이어 그는 이국호의 뺨을 때려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렸고, 결국 이국호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강우연은 내심 크게 놀랐다. ‘설마 이국호도 이 상황을 알지 못했던 거야?’ 사실 이 모든 것은 동양염이 혼자 설계한 일이었다. 만약 강우연에게 들키게 되거나 강우연이 고집이라도 부리게 된다면, 그녀를 압박하기 위해서 동방염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국호와 함께 판을 짰었다. 다만 이국호는 동방염이 자신에게도 손을 댈 줄은 몰랐다. 동방염은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무종에서 자라난 그는 고작 20
동방염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생존 욕망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오릉군가시 앞에서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푸!”바로 그때, 오릉군 가시는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동방염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크게 놀란 동방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오릉군에 의해 강하게 찔린 어깨는 엄청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어깨 통증에, 동방염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가 비명을 지를수록, 통증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철컥! 그 순간, 웬 부드러운 물체가 땅에 떨어졌다. 이내 동방염이 고개를 숙이고 확인해 보니, 새빨간 핏물이 그의 시선을 가렸다. 그러고는 충격적이게도, 양복으로 감싸진 한 팔이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 누구의 팔이 빠진 거지? 잠깐만... 팔이라고?’ “아악!”바로 그때, 동방염의 어깨에서는 갑자기 찢어지는 통증이 전해졌다. 돼지 멱따는 듯한 우렁찬 비명과 함께, 동방염은 털썩 소리를 내고는 땅에 넘어져 그 자리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한 손으로 강우연의 눈을 막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공에서 머물고 있던 오릉군 가시를 다시 거두었다. “일단 네 목숨만은 남겨둘게!”“우린 이만 가자!”곧이어 한지훈은 강우연을 부축하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주선 빌딩 밖으로 걸어갔고, 동방염은 여전히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그 자리에 남아 뒹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 가문 사람들이 도착하여 동방염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는 일찍이 출혈이 너무 많아 기절한 상태였다. 한지훈 일행은 주선 빌딩을 나서자마자 택시 한 대를 잡고는 자리를 떠났다. 우선 운전기사에게 주소를 얘기한 후, 한지훈은 바로 강우연을 품에 안았다. “다음부터는 외출할 때 더더욱 조심해. 너 지금 임신한 상황이잖아. 다른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강우연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 또한 이국호가 자신에게 소개한 사람이 뜻밖에도 짐승만도 못한 동방염이라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한지훈은 “천생서문”을 한쪽으로 거두어놓고는 손을 뻗어 강우연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 한편 용경에서는, 어깨에 세 개의 별을 단 한 장군이 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멈춰! 그 누구도 천자각으로 들어오는 건 금지야!”이때 천자각을 지키는 병사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장군을 가로막았다. “전보를 전하러 왔어. 지금 그 무엇보다도 급한 전보야, 한시도 늦출 수 없다고! 만약 이러다가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면 너희가 감당할 수 있어?”이내 장군은 손을 뻗어 두 명의 병사를 밀어내고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천자각 방향으로 달려갔다. “전보를 전하러 왔습니다!”그 장군은 천자각의 방문을 열자마자 손에 든 전보를 흔들었고, 마침 책을 읽고 있던 국왕의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뭐야?”그러자 국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장군을 바라보았다. “천자각 규정을 몰라? 뭘 이렇게 허둥지둥 달려오고 그래?”“폐하! 북양의 군보를 전하러 왔습니다!” 곧바로 장군은 쿵 하고 국왕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내 두 손으로 전보를 건넸다. 그러자 낙로가 앞으로 나아가, 대신 군보를 건네받고는 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는 전보를 확인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급히 전보를 국왕 앞에 건네주며 말했다. “폐하, 군정이 심상치 않습니다!”그 말을 들은 국왕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채 군보를 한 번 읽었다. 곧이어 그 또한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유청이 전에 보고한 그대로, 5개국 연합군의 훈련은 단지 용국을 공격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리하여 유청의 명령에 따라, 이미 20여만 명의 파룡군은 진을 치고 대기하면서 변 경 지대를 사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5개국 연합군이 뜻밖에도 또 다른 수를 써서, 동시에 7명의 오성 용수를 파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용일부터 용팔까지 잇달아 중상을 입게 되었다. 심지어 유청 또한 중상을 입고는 혼수상태에
낙로의 명령과 함께, 이내 8명의 호위병들이 일제히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소리쳤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저 자식 당장 끌어내서...”“그만해!”낙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 국왕은 갑자기 그의 말을 끊었다. “조정옥의 말도 일리가 있어. 만약 정말 그들이 계획하고 짠 판이라면, 지금 용일이 중상을 입은 건 자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 자고로 이전부터 한지훈은, 북양에서 있는 내내 용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하들을 매우 아꼈어.” “그런 그가 우리한테 복수를 하려고, 용일의 목숨으로 카드로 바치지는 않을 거야!”이내 국왕은 조정옥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방금 땅에 떨어진 전보를 주시하며 말했다. “북양 대군이 적군에 의해 포위된 상황에 누가 감히 나설 수가 있겠어. 이럴 때는 내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아!”“폐하, 차라리 북양 왕을 청하여 다시 부대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 북양 20만 파룡군 모두 위태롭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파룡군은 저희 용국에서도 최고 정예 부대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결국 조정옥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동안 20여만 명의 파룡군이 항상 전방에서 용국을 위해 세운 수많은 공을 떠올리게 되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비록 그는 북양에 가 본 적이 없지만, 본인은 북양 왕의 부하도 아니지만, 이대로 파룡군이 전멸되는 건 가만히 볼 수가 없었다. “낙로, 네가 보기에는 한지훈을 다시 소환하는 게 옳은 선택인 것 같아?”국왕은 담담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낙로는 차가운 표정으로 조정옥을 노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국왕을 향해 말했다. “폐하, 넓고 넓은 저희 용국의 땅에서 북양은 고작 한 구역에 불과합니다!”“북양 군을 잃는다고 해서 저희 용국이 이젠 다시는 싸우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저는 굳이 이렇게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정세에 따라 전
얼마 지나지 않아, 낙로는 국왕을 대신하여 명령을 전한 뒤 다시 천자각으로 돌아와 국왕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 시각, 용각도 이미 북양의 형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마침 오늘 밤 당직을 서고 있던 강만용은 이 전보를 보고는 혼비백산했다. “무관이 함락되었다니... 곧 용국도 크게 흔들릴 텐데!”털썩. 이내 강만용은 멍하니 의자에 주저앉아 갑자기 하얘진 머릿속을 식혔다. 여태 용각을 이끌어온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지금만큼 이렇게 위급한 적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크게 놀란 신한국 또한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없이, 당장 한지훈을 소환해야 할 것 같았다. “강로, 더 이상 이렇게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어. 북양의 여섯 군데의 요충지가 모두 적의 손에 넘어가게 된 이상, 우리라도 최대한 빨리 국왕을 만나야 돼!”“그래! 지체하지 말고 얼른 국왕을 만나러 가자!”강만용은 말을 마치고는 급히 그 전보를 주워 신한국과 함께 용각 방향으로 달려갔다. 곧이어 두 사람은 천자각 문 앞에 도착했다. “꺼져! 우린 국왕을 만나러 왔어!”강만용은 천자각 문밖을 지키던 두 병사를 밀어내고는 노발대발했다. “군정이 매우 위급한 상황인 거 너희도 잘 알잖아. 지금 이 상황에, 설령 낙로가 나타나더라도 절대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그렇게 강만용과 신한국은 바람처럼 재빠른 걸음으로 천자각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들어설 무렵, 조정옥은 고개를 숙인 채 국왕의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20여만 명의 파룡군도 뚫어내지 못한 포위를, 10만 명의 위수군에게는 더더욱 희망이 없을 것 같았다. “폐하! 이 전보를 확인하셨나요?”신한국은 곧바로 손에 든 전보를 앞으로 건네며 물었다. “신한국, 아무리 그래도 군신으로서는 예는 좀 갖춰야 하지 않겠어? 용각 4로라고 해도 그렇게 멋대로 굴어서는 안 되지!”낙로는 차가운 눈빛을 띠며 신한국을 주시하고 있었다. “
이내 국왕은 그 전보를 땅에 내팽개치고는 성큼성큼 대전 밖으로 나갔다. “조정옥, 내가 경고하는데 더 이상 한지훈을 위해 나서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너도 죽을 위기에 처하게 돼!”국왕이 자리를 뜬 후, 낙로는 조정옥에게 다가와 차가운 소리로 위협했다. “너...”“훗. 목숨 부지하고 싶으면 몸 좀 사려!”한마디의 충고를 남긴 뒤, 곧이어 낙로 또한 성큼성큼 대전 밖으로 나섰다. 한편 천자각 뒤뜰의 점성대 앞에서는, 국왕은 손을 뒤에 짊어진 채 주먹을 살짝 쥐고는 고개를 들어 온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반짝이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제발 저희 북양 병사들을 지켜주십시오!”급기야 국왕은 주먹을 세게 꽉 쥐고는 이까지 악물었다. “무신종, 사대 가문, 약왕파 네 놈들... 내 절대 너희들을 잊지 않으마!”생각할수록 너무나도 답답하고 비통한 마음에, 국왕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무렵, 10만 위수군은 어느새 무장을 한 채 기세등등하게 무관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절대다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어떠한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단순히 열병식에 참가하러 가는 줄 알고 있었다. “임 장군, 우린 정말 단순히 무관 열병식에 참가하러 가는 거야?”이때, 어깨에 세 개의 별을 달고 있던 한 장군이 고개를 돌려 뒷줄에 앉아 있는 다른 장군에게 물었다. “노전영! 너 왜 이렇게 단순해? 우리는 폐하의 명령대로 어쩔 수 없이 움직일 뿐이야. 파룡군마저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온통 큰 부상을 입게 됐잖아. 심지어 유청 부사령관마저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됐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흥!” 임광조는 쓴웃음을 몇 번 지으며 행군하고 있는 자신의 위수군들을 다시 한번 흘깃 보았다. 그는 내심 정말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그 말은 즉 우리가 그곳으로 가는 건, 곧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랑 마찬가지인 일이네?”깜짝 놀
사실 낙로와 마찬가지로, 전부터 북양 왕에 대해 뼈에 사무칠 정도로 원한을 품고 있는 문신들이 많았지만 전쟁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들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폐하, 속히 북양 왕을 소환하여 전쟁을 이끌게 해 주십시오!”그 어떤 개인의 이익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람의 목숨이었다. 아무리 많은 걸 이루어내더라도 허무하게 죽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될 테니까. 뜻밖의 문신들의 태도에, 낙로는 말문이 막혀 그들을 말리려 했다. 그러나 대전 안에는 어느새 수많은 문신들도 가득 차 있었고, 낙로 한 명으로서는 그들을 전혀 설득할 수가 없었다. “폐하...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북양 왕을 속히 소환하여 복직시켜 주십시오!”낙로는 내심 이 상황이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단 군신들과 함께 폐하에게 청원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모두 저한테 북양 왕을 소환하라고 간청하고 있는 이상, 저 또한 여러분들의 뜻대로 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국왕은 필을 들고는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가더니, 이내 강만용에게 전달하였다. 국왕의 친필 결재를 받은 강만용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재빠른 걸음으로 용각으로 달려갔다. 한편 그 시각, 멀리 강 중에 있던 한지훈은 이미 하룻밤 내내 풀이 죽은 채 있었다. 그의 몸은 비록 먼 곳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북양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곧이어 강우연은 좁쌀죽 한 그릇을 들고는 한지훈 앞에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뭐라도 좀 먹어요. 이렇게 안 먹고 안 마셔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그리고, 뭐가 됐든 몸을 잘 챙겨야 나중에 싸움터에 나가도 적을 잘 물리칠 수가 있죠!”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고맙긴 하지만 난 먹고 싶지가 않아. 그리고 나를 굳이 이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마냥 걱정하는 와이프의 표정을 읽은 한지훈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북양 장병들이 목숨 걸고 전투를 펼치는 이 와중에, 자신이 여유롭게 죽 한 그릇을 먹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점점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는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넘쳤다. “꼭 내가 바란대로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 만약 정말 이 망경관 앞에서 한지훈을 처단하고 죽일 수만 있다면, 그때는 제가 반드시 여러분들한테 감사의 인사를 올립겁니다!”용국 남자는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마르스는 의미심장한 웃음만 보일 뿐이었다. 사실 그가 듣기에는 이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설령 용국의 국왕을 생포하게 되더라도 순순히 물러나 땅을 용국에 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용국은 이전에 알던 용국이 아니게 될 테니까. 머지않아 북양은 웅국의 소유가 될 테고, 용국의 중심지는 이국의 소유가 될 게 뻔했다. 그리고 남은 모든 섬은 대일국의 소유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꿍꿍이를 알 리가 없던 용국 남자는 혼자서 김칫국만 마실 뿐이었다. 이때 전투기 한 대가 상공 위로 날아왔다. 큰 굉음에 마르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그런데 하늘에는 단 한 대의 전투기만 있었다. 그 말은 즉, 이 전투기는 전쟁이나 공습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이곳으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럼 설마 저 비행기 안에 한지훈이 있는 건가?’ 마르스는 천천히 착륙하는 그 비행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수년간의 숙원을 끝낼 순간이 다가오게 되자, 그는 괜히 긴장 해났다. 한편 그 시각 용경에서는, 수많은 문무들이 용경 군용 비행장의 활주로 주위를 에워싸고는 한지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어제부터 얘기했잖아. 한시라도 빨리 북양 왕을 소환해야 한다고!”조정옥은 여전히 낙로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소환하지 말자고 했어? 만약 용경이 함락된다면 우리 가족들도 다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거라고!”“맞아. 심지어 내 땅굴에는 여전히 50여 톤이나 되는 금괴가 있어! 이틀, 사흘의 시간으로서는 전혀 다 옮길 수가 없단 말이야. 승패와 상관없이 한지훈이 이 참에 5일 정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