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뜻밖의 거절을 당한 레슬리첸과 그의 비서는 모두 어리둥절했다. 사실 그들이 우연 그룹에 제안한 조건은 매우 후했다. 웬만한 의약 회사들도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조항들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은 체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 강 회장님, 혹시 저희가 제안한 이 계약서에 맘에 들지 않은 조항이라도 있으신가요? 따로 요구하는 게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레슬리첸은 애써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한지훈 또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의아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진작에 이 계약의 구체적으로 조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우연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대표님께서 제시한 조건들은 매우 후하긴 합니다. 저도 딱히 까다롭게 요구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그런데, 생각보다도 계약 조항이 너무 간단해서 저는 서명하고 싶지가 않네요.”강우연은 입술을 깨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지난번에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또한 지금처럼 이렇게 후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됐는데, 결국 그녀는 하마터면 올가미에 걸릴 뻔했다. 그리하여 후한 조건을 마주할수록, 강우연은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저...”당황한 레슬리첸은 침을 꼴깍 삼켰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흘깃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그나저나 대표님께서는 왜 저희한테 이렇게나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하는 겁니까? 저희 회사는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는데요!”이때 한지훈이 강우연을 도와 먼저 나서서 물었고, 한편으론 레슬리첸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한지훈의 질문을 들은 레슬리 첸은 곧 깨달았고, 이내 웃는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다. “한 선생님, 사실 저희 미연 의약은 우연 그룹에서 개발한 고혈압 치료 약물에 대해 줄곧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약품은 용국에서 수출을 허용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강중으로 오게 이유는,
“좋아요. 미연 의약과 함께 약물 조제법을 공유할 의향이 있습니다.”드디어 강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레슬리첸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 강우연을 손을 힘껏 잡으며 인사하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 회장님이야말로 저희 미연 의약의 가장 훌륭한 파트너입니다!”곧이어 레슬리첸의 비서는 급히 노트북을 꺼내 들어, 방금 레슬리첸이 언급한 자세한 내용들을 계약서에 보충해 넣고는, 다시 계약서를 인쇄하여 강우연에게 건네주었다. “여보, 어떻게 생각해요?” 강우연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봐. 그리고 우리한테 제시한 조건들도 매우 좋은 것 같아!”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강우연은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였고, 또한 회사의 도장까지 찍고 나서야 계약서를 다시 레슬리첸에게 건네주었다. “강 회장님, 저희의 합작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자리에서 일어선 레슬리첸은 강우연과 매우 정중하게 악수를 나눴다. 곧이어 그는 회의실을 떠나면서, 강우연에게 오늘 오후 3시에 진행되는 의약 협회 계약회에 참가하는 것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사실 그들이 계획한 계약회란, 용국 전체의 의약계에 미연 의약의 유일한 동업자를 선포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연 그룹을 노리려는 다른 회사들을 저격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공개적으로 자신들을 우연 그룹의 배후라고 선포하고는, 이젠 그 누구도 우연 그룹을 건들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여보, 혹시 전에 레슬리 첸이 당신을 찾아왔었어요?”곧이어 강우연은 레슬리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강하게 부정했다. “나한테 찾아왔든 아니든, 이 계약은 오로지 너의 개인의 능력으로 따내게 된 거야. 이러한 대형 기업들은 오직 이익만 따질 뿐이지, 인정은 따지지 않아!”그러자 강우연을 입을 오므리고는 쑥스럽게 웃었고, 이내 우연 그룹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이 중요한 계약서를 소중히 금고에 넣었다.
레슬리첸은 무심한 얼굴로 칠장로와 악수를 한 뒤, 일부러 그와 거리를 두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정정하시네요!”“아이고, 덕분입니다. 이번 협약식은 왜 이렇게 갑작스러운 겁니까?”칠장로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묻자, 레슬리첸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우리 미연 의약의 결정이 약왕파의 동의를 거쳤어야 한다는 겁니까?”그러자 칠장로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그럼 됐습니다. 저는 이만 가봐야 해서!”레슬리첸은 손으로 강단을 가리킨 뒤, 칠장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것 좀 보시게, 약왕파의 사람이 미연 의약 대표와 저렇게 친분이 있지 않은가!”“칠장로께서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있었구먼!”“우연 그룹과 처음부터 모든 연을 끊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큰일 날 뻔했네!”우연 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었었던 여러 제약 회사의 대표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칠장로는 속으로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비록 방금 전 레슬리첸과 나눈 대화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작은 오해였을 뿐이다. 레슬리첸이 자신에게 매우 예의 바르게 대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약왕파와 계약을 할 것임에 틀림 없다고 자신했다. “흥, 개뿔도 없는 우연 그룹! 우리 약왕파와 대립하는 건 곧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지! 오늘부터 용국 모든 의약계는 약왕파가 독존할 것이고, 나를 따르는 자는 번영할 것이며 나를 대적하는 자는 모두 죽음뿐일 것이다!”칠장로는 사람들을 거만하게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속으로 가장 기쁜 사람은 단연 이 회장이었다. 만약 약왕파가 이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도 큰 공을 세우게 된 셈이니 그때가 되면 자신의 직위와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칠장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볼 때, 잠시 후 협약식이 끝나면 모두가 칠장로님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열어야 할 겁니다.
건인 의약 대표가 뒷짐을 진 채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는 제일 먼저 우연 그룹과 모든 관계를 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약왕파가 미연 의약과의 협약이 곧 성사될 것을 본 그는 뛰쳐나와 칠장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역시 사람은 이름을 따라 간다더니, 회사도 당신 이름처럼 건실하지 못한 것 같군요!”한지훈이 비웃는 투로 대답했다.“건방지군. 그 입 닥치지 못합니까!”허건이 벌떡 일어나 화를 내며 꾸짖었고, 옆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큰 소리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한지훈의 말이 정말 옳았다. 회사와 대표의 이름이 얼마나 찰떡으로 어울리는지!“한지훈! 5분 후면 계약식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겠소! 무릎을 꿇고 당신의 실수를 인정하시오! 내 기분이 나아진다면 당신들에게 시장지분을 절반 정도 남겨줄 수도 있으니 말이오!”이때, 칠장로가 뒷짐을 진 채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설령 우리 회사가 정말로 망한다고 해도, 내 남편의 사과를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마세요! 당신 약왕파 사람들은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습니까?! 우리 회사가 왜 당신들에게 시장 지분의 절반을 넘겨야 하죠?”강우연은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전날 칠장로가 제시한 조건에 대해 말했고, 그녀의 얘기를 들은 많은 기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칠장로를 노려보았다. 이건 약탈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흥! 실력이 없는 당신들을 탓하시오! 약왕파가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실력이 있어서 아니겠습니까?!”칠장로는 눈을 부릅뜨며 화가 난 듯 고함을 질렀고, 그 순간 레슬리첸은 목청을 가다듬은 뒤 마이크에 대고 말을 꺼냈다. “모두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협약식을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우연그룹의 대표, 강우연 씨를 모시겠습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흥!”칠장로는 화가 나서 레슬리첸이 누구의 이름을 불렀는지 듣지도 못했고, 그는 곧
“강우연 씨, 강단으로 올라오시죠. 발밑 조심하시고요.”레슬리첸이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강단 아래까지 오자, 한지훈은 강우연의 작은 손을 뿌리치며 혼자 강단에 오르라고 손짓했다.그러자 강우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여전히 약간 긴장한 상태였으며 심호흡을 한 후 계단을 올라갔다.“모두 박수로 강우연 씨를 환영합시다!”레슬리첸이 먼저 박수를 치며 말했다.강우연이 강단에 올라 레슬리첸과 악수를 나누자, 모든 기자들은 카메라를 강우연이 있는 강단으로 돌리며 용국 의약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했다.“잠깐만요!”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 협의안을 교환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사람들 가운데서 갑자기 불협화음이 들려왔다.모두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칠장로와 이 회장이 굳은 안색을 한 채 강단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오늘 이 협약식을 무산시킬지언정, 강우연의 회사가 미연 의약의 유일한 파트너가 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칠장로는 볼록한 배와 함께 오리걸음으로 걸어가 강단 앞에 섰고, 레슬리첸을 바라보며 말했다.“레슬리첸 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그러자 레슬리첸은 얼굴을 찡그리며, 굳어진 안색으로 한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아, 그래요? 무슨 문제든 다 물어보십시오!”“제 기억으로, 미연 의약은 항상 실력 있는 파트너만 선택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칠장로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고, 협약식에 이런 분쟁이 생긴 것을 기자들은 절대 놓칠 리 없었다.지방 방송국의 몇몇 기자들은 곧장 강단에 올라, 칠장로의 입에 마이크를 넣을 기세로 손을 뻗었다.레슬리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습니다. 우리 미연 의약은 항상 실력 있는 그룹과 협력해 왔지요!”“우연 그룹의 종합적인 실력을 고려해 우리 회사 고위층의 협의를 거쳐 이번 협약을 최종 결정한 것입니다!”이삼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레슬리첸은 다시 한번 강우연의 개인 능력을 칭찬했다.칠장로와 이 회장은 들으
레슬리첸의 짧고 열정적인 말에 사람들은 모두 깨달았다. 약왕파는 적어도 수쳔 년 동안 존재했는데, 우연 그룹도 만약 약왕파처럼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다면 어땠을까? 반년에 15개의 신약이 나오는 속도로 따지면, 1년에 30개의 신약이 나오니 천 년이면 3만 개나 된다! 칠장로가 말한 수천 개의 처방전과 비교하면, 그 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약왕파는 지금도 500개의 비방을 가지고 미연 그룹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칠장로는 울분을 토해내며 말했다. 우연 그룹이 어떻게 약왕파에 비길 수 있겠는가?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종파이며, 우연 그룹은 분명히 용국에서도 작은 회사에 속했다. 이는 전혀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약왕파는 천 년 동안 이어왔는데, 우연 그룹은 뭐가 있는가? 게다가 어느 상인이 천년 이후의 장사를 하겠는가, 이는 명백한 억지였다! “칠장로께서 약왕파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시려는 겁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약왕파의 처방전은 단 한 푼의 가치도 없습니다!”레슬리첸이 손가락을 흔들며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때, 칠장로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약왕파의 처방전은 모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방인데, 레슬리첸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죠!”칠장로의 눈이 황소의 눈보다 세 배나 커지며 말했다. “하하, 제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겁니까? 약왕파 처방전의 임상 데이터를 가져와 보십시오.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봤으며 효과는 어땠는지 다 설명이 가능합니까? 이에 대해 대답이나 할 수만 있다면,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레슬리첸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다… 당신…”칠장로는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다. 이는 모드 비방인데 어떻게 임상 실험에 사용할 수 있겠는가?!“칠장로님, 괜찮으십니까?!”이 회장은 칠장로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손으로 가슴을 움켜쥔 것을 보자 황급히 달려와 그
“다음은 강우연 씨를 모시고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레슬리첸이 말을 마친 후 그는 강우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강우연의 시선이 객석에 앉은 의약 그룹 대표들을 향했을 때, 그녀는 분명히 그들이 주눅이 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지훈은 담담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신호를 보냈다. 의약 그룹과 약왕파가 힘을 합쳐 우연 그룹을 봉쇄했을 때도 그들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니, 강우연도 지금 전혀 거리낄 필요가 없다!“우선, 미연 의약에게 인정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며 그들과 협력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저는 약왕파 및 약왕파와 사업거래를 하는 모든 의약 회사들이 출시하는 약품들을 금지할 것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바입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객석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침묵에 빠졌다!그들 중 누구도 강우연같이 약한 여자가 이런 과감한 말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단호하여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는 미연 의약에만 수출되는 심사 기준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수출이야말로 의약 회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였다. 따라서 모든 판매 기관은 수출 표준을 소매 의약품에 대한 일관된 표준으로 사용한다.강우연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내 모든 의약 회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판매처가 없으면, 아무리 많은 약이 생산되어도 전혀 소용이 없다.“강우연 씨, 이렇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기자가 일어서서 물었다. 어쨌든 약왕파는 용국 의약계의 우두머리였기에, 약왕파를 봉쇄한다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니겠나? “부당하다고요? 그렇다면 약왕파가 저희 우연 그룹을 봉쇄했을 때도 기자님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까?”강우연이 굳은 얼굴로 되묻자, 기자는 마치 약왕파가 작은 회사를 봉쇄한 것이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강 대표님, 우리 회사는 곧 약왕파와의 모든 협력을 중지할 테니, 부
한지훈의 큰 손이 강우연의 향기로운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강우연의 몸은 약간 떨리고 있었고, 마치 따뜻한 기운이 한지훈의 손을 따라 그녀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같았다.“많이 좋아졌어요. 방금 전에는 정말 무서워 죽을 뻔했다니까요!”강우연이 기자들과 마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 앞에서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는 법이지, 그들이 우리를 봉쇄했다면 우리도 그들을 봉쇄할 수 있는 거야.”한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강우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주먹을 꽉 쥔 채 은근히 자신을 격려했다. 강우연, 넌 할 수 있어! “한지훈 씨, 오늘 우리의 임무는 그런대로 잘 완수된 거겠죠?”레슬리첸이 한지훈 앞에서 속삭이자, 그는 대답하지 않고 만족스럽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레슬리첸은 그제야 안심하고 강우연과 한지훈에게 말했다. “두 분, 저희는 다시 본사로 돌아가 업무를 인계해야 되기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희의 협력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잘 부탁드립니다!”강우연도 황급히 일어나 레슬리첸과 악수를 나눴다. 한편, 칠장로가 아직 약왕파에 돌아가기도 전에 벌써 그곳에는 소문이 퍼졌다. 이 나쁜 소식을 들은 대장로는 그 자리에서 거의 기절할 뻔했다.다른 몇몇 급진파 원로들도 서리 맞은 가지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제가 진작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의무를 다하고 약왕파라는 가업만 잘 지키면 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제 말을 듣기는커녕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니, 결과가 어떻습니까? 강중도 나가지 못한 채 그들에게 봉쇄를 당하지 않았습니까!”대장로는 씁쓸한 얼굴로 탁자를 치며 말했다. “대장로님, 지금은 이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이 상황에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육장로가 굳은 얼굴로 설득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수백 개의 의약 회사들이 약왕파와의 협력 관계를 끊었다.또한 수많은 약초 재배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