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쉽게 무릎을 꿇은 동방 원홍의 모습에, 동방 본가의 장로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고, 그다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동방 원홍을 보고 있었다. 이때 한 노인이 옆문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이내 동방 원홍의 앞으로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원홍아, 너 지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얼른 일어나.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지 내가, 그리고 우리 동방 가문이 반드시 너를 도와 나서줄 거야.”그 말에 동방 원홍은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곧이어 그는 동방 오호에게 흰 천을 젖히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렇게 동방 가문의 사람들은 참담한 시신으로 돌아오게 된 동방풍과 양 어르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순간 동방 본가의 장로들은 물론, 동방 원홍 앞에 서 있던 그 노인마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방풍이 죽었다고? 심지어 양 씨도 죽었다니!’ ‘동방 가문 원자 일맥에서도 최강 공양으로 불리는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당하게 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이때 노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먼저 물었다. 사실 그가 바로 동방 가문의 주인이었다. 그의 물음에 동방 원홍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가주님, 저를 대신하여 저희 원자 일맥을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제 손자뿐만 아니라 양 씨마저 강중에서 비참하게 죽게 됐어요!”그 말을 들은 동방 가문 가주는 눈썹을 찌푸린 채, 바닥에 널브러진 두 구의 시체를 보고는 동방 원홍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상대가 누구든지, 일단 우리 동방 가문의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우린 바로 놈들과 원수 관계를 맺게 되는 거야! 그래, 내가 널 대신하여 원자 일맥의 주인이 될게!”곧이어 동방 가주는 몸을 돌려 가주의 자리로 향하여 앉았고, 이내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원홍이 우리 본가에 도움을 청한 이상, 우리는 당연히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장로 여러분들, 여러분들 중 누가 원홍
동방 원홍은 한껏 어두워진 안색을 한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설마 저희가 아는 그 사람인가요?”동방 가문 가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북양 왕이자, 전임 폐하가 서거하기 전에 직접 임명한 용국 대원수인 한지훈이야! 비록 지금은 신군이 국왕 자리를 계승받아, 그가 자신의 권력으로 한지훈의 북양 사령관 직위와 대원수 직위를 모두 취소하긴 했지만, 우리로서는 여전히 한지훈을 쉽게 봐서는 안 돼!” “게다가 요즘 신군은 4대 가문을 모조리 쓸어버리려고 이를 갈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만약 무슨 사고라도 치게 된다면 굉장히 골치만 아프게 될 거야!”동방 가주가 더욱더 이번 일에 신중했던 원인은, 한지훈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시국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 4대 가문 모두 잔뜩 기가 죽어 감히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위엄 가득한 신군이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동방 원홍과 동방 오호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북양 왕? 내가 아는 그 북양 왕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가주님, 그럼 설마 그냥 넘어가시려는 겁니까? 동방풍의 목숨이 이렇게 헛되이 날아가버렸는데요?”결국 동방 원홍은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로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하기만 했다. 다만 동방 가주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원홍아, 방풍이의 죽음은 절대 헛된 죽음이 아니야! 다만, 이 일은 우리가 아직 천천히 의논을 해야 해! 그리고 우리 본가에 남은 네 명의 공양은 아직 회복 중에 있어. 지금으로서는 그 북양 왕을 상대할 적수가 없단 말이야. 나라도 그를 감히 상대할 용기가 나지 않아. 어쨌거나 한지훈은 너무나도 강력한 놈이거든...”말을 이어가던 동방 가주는 자기도 모르게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그들의 눈에서는 여전히 개미 같은 존재였고 고작 6성 사령관의 실력을 지닌 애송이였다.
이튿날, 한지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강우연을 회사로 바래다주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우연은 바빠나기 시작했다. 반면 한지훈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사무실에 틀어박혀 휴대폰을 들고 국제 뉴스만을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창 국제 군사 뉴스를 알아보고 있던 그는, 뜻밖의 기사 한 건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뉴스는 바로, 북양 변경의 5개국 연합군이 20만 부대를 동원하여 연합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배후에는 이국을 선두로 하는 9개국 정상회가 있었고,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공군부대까지 파견하여 연합 군사 훈련에 참가하게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지훈은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번 5개국 군사 훈련은 절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는 것을. 아마도 자신의 사임 소식이 이미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사실 5개국 연합 훈련은 북양을 떠보고 용경을 떠보려는 전략이었다. 결국 용경은 매우 단순하고 직접적인 수법으로 대응하였다. 북양에 남은 20여만 파용군을 전부 동원하여 긴급 실탄 훈련까지 진행하였다. 곧이어 한지훈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용일에게로 전화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연락하려 하니, 그는 망설이게 됐다. 왜냐하면, 자신은 더 이상 북양 왕이 아니었기에 더 이상 북양을 상대로 어떠한 명령도 내릴 자격이 없었다. 뭣도 모르고 나섰다가는 월권행위로 간주되어 처벌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한참을 망설이던 한지훈은 결국 충동을 누르고는 다시 휴대폰을 거두었다. 그는 자신의 도움 없이도 용일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해결할 거라 믿었다. 필경 자신을 여러 해 동안 따라다녔기에 이런 정세에 대처하는 것은 아주 능숙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한지훈은 이번 일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바로 그때, 강우연은 손에 서류를 든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보.”곧이어 한지훈은 다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는 재빨리 일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같은 시각, S시 공항은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 세계를 놀라게 만든 3대 신의가 동시에 도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에 S시 시장 소지성과 재계 1위 이안그룹 대표 이한승을 비롯한 각계 유명 인사들이 공항 VIP 휴게실에 모였다.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여 신의 손, 화타의 환생이라고도 불리는 3대 신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 재벌그룹 회장들은 줄을 섰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진료비용에 몇 년 뒤로 밀려있는 웨이팅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인물!그런 그들이 S시를 방문했다니 어떻게든 연이 닿지 않을까 싶어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장 앞에 선 소지성과 이한승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손강수 신의님, 하시윤 신의님, 이나희 신의님. 저희 S시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소지성의 인사 따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초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우웅!그리고 그 순간, 군용 지프차 세 대가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군복 차림의 용육, 용칠, 용팔이 각기 차에서 내렸다.시장이니 재계 1위 그룹 회장이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시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의님들이 이렇게 떠나시다뇨. 방금 전 그 군인들은 뭡니까?”시의원 송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소지성 시장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다.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금 전 세 군인의 차림새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북양구 파용군 소속이 왜 여기에.’“어서 사람들을 보내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단, 저들이 하는 짓을 막아선 안 됩니다. 그저 상황 보고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소지성이 송호문에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송호문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소지성에게 물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장군님한테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지성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한편, 파용군 비밀 임무 수행
“사령관님, 이제 저흰 어떡하죠? 파용군이 S시에 나타나면 상황이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홍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한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어서 원로님들에게 이 사실을 아려. 그리고 참모장 자네는 직접 S시로 가봐. 최대한 빨리!”스크린을 통해 파용군의 위치를 다시 확인한 서효양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S시 시장 연결해. 앞으로 30분마다 S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한민학 군단장더러 직접 움직이라고 해. 이번 일 제대로 못해내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퍽!분노에 찬 서효양의 펀치와 함께 의자가 산산조각 났다.한편,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S시는 거센 폭풍을 앞둔 바다처럼 기이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S시 교외의 한 별장.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기댄 한지훈의 얼굴이 보인다.극도의 흥분과 분노로 인해 과거 전투에서 입은 내상이 다시 도져 피까지 토하며 쓰러진 한지훈이었지만 3대 신의인 손강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사령관님, 더 이렇게 흥분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아니라 정말 화타님께서 환생하신다 해도 사령관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이미 환갑을 넘긴 손강수가 금색 침을 집어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고맙습니다.”아직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손강수의 말에도 한지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제 딸... 우리 고운이는 어떻습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두 분께서 치료를 하고 계시니 아가씨께서도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손강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한지훈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터벅터벅.한고운이 누워있는 방 앞에 도착한 한지훈은 혹시나 아이가 깨어날까 훨씬 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곱게 잠든 한고운을 보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우리 고운이 괜찮은 거
송호문의 분노에 조명한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병원에서 신고를 받고 밤새 CCTV까지 뒤져가며 용의자들 위치를 파악했다.사망자가 워낙 많은 큰 사건이다 보니 이번 일만 깔끔하게 해결하면 특진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그런데... 칭찬은커녕 불호령이라니.‘게다가 왜... 오히려 저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눈치지?’“청장님, 저희 용의자 체포하러 온 겁니다. 전체 철수라뇨. 그게 지금 말이됩니까? 저 자식들 7명이나 죽인 흉악범들입니다!”송호문의 말에 반박하며 조명한은 한지훈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방금 전, 내가 느꼈던 건 분명히 살기였어. 청장님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셨다면 정말 총격전이 벌어졌을지도 몰라!’“조명한, 너 미쳤어? 네가 뭔데 나대! 너만 경찰이야? 너만 경찰이냐고! 좋게 말할 때 당장 철수해, 알겠어?”송호문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특별 지시란 말이다, 이 자식아! 너나, 나나 자리 보전하고 싶으면 제발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비록 송호문 본인도 한지훈의 진짜 정체는 물론, S시까지 온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소지성 시장을 그렇게까지 벌벌 떨게 만들 사람이라면 결코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보군요. 정의감에 심취한 경찰이 일으킨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송호문은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얼굴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다리마저 후들후들 떨려오기 시작했다.정말 강제 진압이 진행되기 전에 달려왔으니 망정이지 단 몇 초라도 늦었더라면 조명한을 비롯한 경찰특공대 팀 전체가 전멸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두려움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갔다.이때 한지훈 대신 용일이 앞으로 한발 나서며 비아냥거렸다.“하, 일개 경찰특공대가 이런 짓을 벌여요? 정말 미치신 겁니까?”분명 존댓말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사이에 박혀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