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은 걱정스럽게 말했고, 그의 눈에는 많은 추측이 담겨 있었다.“한지훈, 우리는 용국 조정에 큰 변화가 생길까 걱정이 되고 있어. 그러니 넌 반드시 이 일에 미리 대비해야 하네! 지난 며칠 동안 각 전역구 인원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우리 관리 범위를 넘어섰어!”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얼굴이 가라앉았다.각 주요 전역구의 인원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는 군대와 장군을 바꾸고, 큰일을 도모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알겠습니다! 원로님, 북양 쪽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용경이 위험에 처하면 제가 군대를 이끌고 지원하러 갈 것입니다!”한지훈이 말하자, 신한국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우리는 그걸 걱정하지 않아,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가 그때쯤이면 북양을 지휘할 권리조차 없어질 것이라는 거야! 현재 국왕께서는 천자각 안에서 3일 동안 조회를 열지 않으셨어! 모든 일이 3일 전에 새로 설립된 내각에 맡겨진 것이지!”“내각이요?”한지훈은 얼굴을 찌푸렸고, 그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설립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니… 누가 주도한 겁니까?”한지훈이 물었다. “용 선생일세!”“용 선생…?!”그 이름을 들은 한지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 일이 무신종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약왕파의 황약사는요? 그는 용국 제일의 명의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한지훈이 되묻자, 신한국은 서둘러 대답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말하려던 일일세, 황약사는 지난 며칠 동안 다시 국왕 폐하의 병을 치료하고 있지만, 더욱 몸이 나빠지고 있어! 어제 나와 강 씨가 황약사를 만났는데, 그가 우리에게 국왕께서 이미 때가 이르렀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은연중에 말을 하더군. 게다가, 우리에게 요 며칠 동안 용 선생이 국왕 폐하의 곁을 지키며 모든 일을 용 선생이 처리하고 있다고 했네!”“그의 말을 얼마나 믿습니까?”한지훈이 묻자, 신한국이 대답했다.“황약사 그 사람은 믿을 만해! 민족 대의 앞에서 그는 절대 엉뚱한 짓을
“강 장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한지훈은 이 말을 남긴 후 전화를 끊었었고, 더없이 어두운 얼굴로 별장에 서 있었다. 국왕이 중병에 걸려 용경의 십만 근위대가 파견됐고, 주요 전역구는 더욱 움직임이 빈번해졌다! 이 배후에는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무신종, 결국은 야망을 드러내는구나! 한지훈은 생각을 하더니 즉시 북양 전역구에 전화를 걸어 명령했다.“용일, 전군에 전비를 하라고 명하라! 총으로 무장하고, 모든 인원은 반드시 전투태세를 갖추며 출동 대기 명령을 기다린다!!”“사령관님,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이때, 북양 전쟁부 지휘실 안에서 용일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국왕께서 병이 위독해 천자각은 이미 용 선생이 장악하고 있다. 주요 전역구는 빈번히 병력을 이동하고 있으니, 큰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 북양은 반드시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예, 사령관님! 곧 명령을 내리겠습니다!”용일이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곧장 명령을 내렸다. 같은 시각, 동원구와 남영구에서도 각각 명령을 내렸고, 용국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무신종 종주 대전 안. 무적천은 종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고, 대전 안 용 선생은 한쪽에 서서 허리를 반쯤 굽힌 채 공손히 말했다. “종주님, 모든 것이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용각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입니다. 북양과 동원, 남영 전역구 또한 비밀리에 군대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저희의 계획을 방해하진 않을지 걱정됩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무적천은 석좌에 앉아 오른손으로 머리를 괴고, 왼손으로는 석좌의 팔걸이를 몇 번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용각과 북양…”“흠! 내 일을 망치는 자는 그 누구든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나를 따르는 자는 번영하고, 나를 거역하는 자는 필히 망한다! 국왕이 중
이튿날, 부상 사절단 방문이 다가와 한지훈은 전용기를 타고 강중을 떠나 용경으로 향했다. 용경 국제공항에서 한지훈은 군복을 입은 채 3천 명의 파용군을 거느리고 공항에 대기하고 있었다.그 순간, 전용기 한 대가 착륙하며 문이 열리더니, 기모노와 나막신을 착용한 십여 명의 남녀가 비행기에서 내려왔다.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는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허리에는 사무라이 칼을 차고 있었다. 그 뒤에는 같은 검은 기모노를 입은 6명의 무사가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부상 전쟁부의 엘리트 무사였다!한지훈은 힐끗 쳐다만 봐도 이 여섯 무사 중 가장 약한 자도 준 사령관 강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보아하니 좋은 의도로 온 것은 아니었다. 이때, 중년 남자가 나막신을 밟고 한지훈 등에게 다가와 그들을 매우 거만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북양왕인가?”한지훈 또한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소좌룡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렇습니다만.”“흥!”그러자 소좌룡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용납할 수 없군! 우리 대일제국에서 당신들의 이런 환영 의식은 매우 무례한 것이다!”“용국은 5천 년의 문화를 가진 역사가 오랜 나라이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예의범절이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용국은 예의마저도 없는 듯하군! 당신들은 모두 못 배워먹은 야만인들인 건가?!!!”“나는 반드시 오늘 이 무례한 영접식을 우리 천황폐하께 보고드릴 걸세!!!”그러자.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좌룡! 이곳은 용국이지 부상이 아닙니다!! 대일제국?! 허허, 그 비좁은 땅에 있는 비천한 무리가 감히 스스로를 대일제국이라 칭하나 보지!!”“당신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백 년 전의 전쟁을 우리 용국인은 영원히 기억할 것임을요!!! 오늘 내가 직접 당신들을 맞이하러 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존경을 표한 것입니다!!! 만약 당신들이 우리 예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당신네들 집으로 돌아가시지요!!!”그
한지훈의 말은 매우 위협적이었고, 소좌룡은 놀라서 넋을 잃고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삼엄한 얼굴로 이미 돌아선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빌어먹을 북양왕 같으니라고! 감히 우리 대일제국을 능멸하다니! 조만간 우리 대일제국이 용국의 지배자가 될 테니 두고 보라지!!!”“소좌룡 각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소좌룡의 뒤에서 한 호위병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소좌룡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대답했다.“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우리는 큰일을 하러 온 것이니 당분간은 그자와 일을 벌이지 말도록!”“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무신종의 대표와 비밀리에 접촉하도록 하라.”“예!”호위병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좌룡과 그의 일행은 용경에 있는 외빈 호텔로 안내되었다. 호텔 문 앞에서 장교로 보이는 한 남자가 한지훈 앞에 공손하게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사령관님, 저희가 비밀리에 감시해야 할까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나에게 바로 보고하도록! 그리고, 호텔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의 신원 또한 확인해야 한다.”“예, 사령관님!”장교가 한지훈을 향해 경례했다. 위층 스위트룸 안, 소좌룡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 앞에 서서 지프차를 타고 떠나는 한지훈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흥! 지금 당장 실행하도록 하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용국 의상으로 갈아입은 세 명의 부상 남자가 소좌룡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스위트룸을 나섰다!동시에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나막신을 신은 채 소좌룡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허리를 굽힌 채 말했다. “소좌룡 각하, 전화가 왔습니다.”소좌룡이 휴대폰을 받자, 그의 차가웠던 얼굴에 서서히 옅은 미소가 번지며 말했다. “용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소좌룡 각하, 용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지요?”전화 너머로 용 선생이
그 후, 그는 휴대폰을 꺼내 용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용운, 사람들을 데리고 어젯밤 용국에 온 각국의 군비 시합 참가자를 주시하도록. 수상한 움직임이 발견되면 모두 비밀리에 체포해야 한다!”“예, 용왕님!!”용운은 대답한 뒤 급히 명령을 내렸다. 그날 오후, 한지훈은 전용기를 타고 군비 시합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용경에서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관령도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었다. 섬에 들어서자마자 한지훈은 뭔가 잘못된 점을 인지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자신을 의도적으로 엉뚱한 곳으로 몰아내는 것 같지? 섬에는 총 30여 개국의 국기가 꽂혀 있었고, 많은 군인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날은 성대한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었으며, 추첨을 통해 조 편성과 상대 팀을 선정하고 6라운드의 대결을 거친 뒤 가장 높은 등급의 승자가 선정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현장 책임자를 따라 행사장에 도착했다. 첫 번째 추첨 후, 1라운드에서 용국 선수단은 이전의 라이벌을 만나게 되었다. 같은 조에서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원은 부상 병사들뿐이었고, 추첨이 끝나자 부상 팀의 리더가 허세를 부리며 말을 건넸다. “하하, 북양왕, 또 만나게 됐군. 하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날뛸 수 있을지 모르겠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좌룡이었다!그는 음산한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일이 바로 정식 시합 날이고, 경기 종목은 자유 격투인데 너희 용국 군인들이 과연 잘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설마 환자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소좌룡이 큰 소리로 비웃자, 한지훈의 눈썹이 일그러지더니 싸늘하게 대답했다. “용국 군인이 어떤지는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용국 군인은 누구에게나 질 수는 있지만, 결코 당신들에게 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야 할 겁니다! 부상인을 만나면 우리 용국 병사들의 전력은 10배로 증가할 것이니, 내 말을 못 믿겠으면 경기장에서 직접 보시죠!”“맞습니다! 저 개 같은 자식들을 때려죽이겠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싸움을 시작했고, 그들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30분 후, 경기를 담당하는 심판이 호지해와 열 명의 선수를 불러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지해는 비밀리에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불러냈다. “큰일 났습니다, 저희가 계략에 빠진 것 같습니다!”호지해가 한지훈을 보자 소리쳤다.“무슨 일이지?”한지훈이 물었다. “부상 사람들이 방금 전 일부러 문제를 일으켜 우리가 그 자식들에게 덤비게 만든 겁니다. 그 자식들이 돌아가서 우리 병사들이 경기장 밖에서 사람을 때렸다고 신고를 했습니다!”“방금 전 소좌룡을 따라온 열 명 모두,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가 아닌 일반 병사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싸움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출전 선수입니다.”“방금 전 심판이 우리 팀 선수 5명을 출전 정지를 시켰고, 이 5명은 모두 우리 팀의 격투기 고수이며 소좌룡 사람이 직접 신고를 한 겁니다.”호지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출전 선수 중 5명이 경기에 나갈 수 없었고, 이 5명 모두 격투기 고수였다. 이렇게 되면 내일 경기는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내일 경기는 사령관님께 달렸습니다! 그 빌어먹을 부상 병사들을 반드시 쓰러뜨려야 합니다!!! 그 자식들의 오만함을 꺾어 버리십시오!”호지해는 주먹을 꽉 쥐고 화가 난 듯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나더러 경기에 출전하라고? 이건 출전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호지해는 즉시 아첨하는 미소를 보이며 담배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 “사령관님, 생각해 보십시오. 사령관님께서는 오늘 그 부상인들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참으실 수 있겠습니까? 경기에서 이기면 그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질 텐데요. 게다가, 현장에서 사령관님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호지해의 말을 들은 한지훈은 속으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상대라면 몰라도, 그들과 원한이 있는 부상이니 말이 달라진다. 한지훈은 턱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