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그 말을 들은 노시환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길정우가 감히 북양구 총 사령관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했다니?!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미친 짓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인가!노시환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노시환은 그 즉시 서효양에게 무릎을 꿇었다. “총 사령관님, 저는 정말 처음 듣는 일입니다. 길정우는 얼마 전에 오군으로 부대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북양구 총 사령관에게 그런 무례를 범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서효양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얼마 전에 북양구에서 30만 명의 인원이 출동하였지. 그 이후로 북양구 총 사령관은 줄곧 오군에서 지내고 있어. 그리고, 길정우의 가족인 길 씨 가문과 총 사령관은 오래전부터 원수 사이였다는 군. 북양구 총 사령관의 가족들을 길 씨 가문이 모조리 처참히 죽였다고 들었네.”“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북양구 총 사령관을 대신해 길 씨 가문을 처리할 계획이네!”쿵! 쿵! 쿵!그 말을 들은 노시환의 심장은 더욱더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그는 창백한 표정으로 서효양을 바라보았다. “총 사령관님, 저희가 이런 일을 벌이면, 반드시 길정우의 귀에도 들어갈 것입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하지만, 노시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효양이 입을 열었다. “자네한테 처리하라고 할 생각은 없어. 난 이미 쪽으로 한민학을 보냈네! 머지않아, 그놈은 한민학에 의해 군복을 벗게 될 거야!”서효양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곧바로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는 서둘러 작전을 내릴 준비를 했다.회의실 안에는 이미 네 명의 용각 원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어떻게 일개 부하직원이 총 사령관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할 수 있지?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그놈을 엄벌에 처하게 할 테야!” 신한국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게. 길정우는 아직 한 사령관의 정체를 몰라.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 할 문제는 그 이후 일
그는 곧바로 한지훈에게 가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이한승의 집으로 향했다.한편 같은 시각, 이한승은 한지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선생, 길 씨 가문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한지훈은 차가운 얼굴로 이한승을 바라보았다. “아직입니다. 참, 4대 가문에 대해서 새로 알아내신 게 있나요?”이한승은 잔뜩 당황한 얼굴로 얼른 무릎을 꿇었다. “한 선생, 제 부하의 무능함을 부디 용서하세요. 4대 가문에 대한 소식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이미 제 부하가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상대가 너무 세서 성공하지 못했어요… 우선 길 씨 가문부터 알아내는 게 좋을 듯 해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이한승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습니다. 4대 가문에 대해 계속 조사해 주세요.”“예…알겠습니다.” 한지훈은 얼른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한 선생님의 지위라면 충분히 4대 가문에 대해 알아내실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저희에게 부탁하시는 이유가 뭐죠?”한지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이미 그들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번 조사를 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들을 알아내는 데 실패했죠. 그래서 계속 이 선생에게 부탁했던 거예요.”이한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요. 생각보다 비밀에 싸여져 있더군요. 최대한 모든 인력을 사용하여, 그들을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한지훈이 대답하였다. “감사해요. 이 선생…”“참,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어요.”한지훈은 이한승에게 서경희가 찾아왔던 일을 알려주었다. 그는 이한신이 강신의 일을 대신 해결해 주길 바랐다.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한지훈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한편, 길 씨 가문 저택.“도련님, 방금 한지훈이 오군 주군 본부에서 나섰다고 합니다. 곧바로 한민학을 찾으러 갈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길현민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바로 길정우를 보며 말했다. “정우야, 만약 한지훈이 정말 한민학과 손을 잡으면 어떡하지?”길정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빠, 걱정하지
강 씨 가문 저택.군복을 입은 10여 명의 군졸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프차에서 뛰어내렸다.그들은 각각 무장한 상태로 강 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강 씨 가문 가정부는 서둘러 강 씨 어르신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르신! 큰일 났어요… 지금 밖에 무장한 군졸들이 가득해요… 어쩌면 좋죠?”강준상은 방금 전까지 마당 벤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가정부의 말에 강준상은 잔뜩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군졸들? 그 말이 사실인가? 모두 무장을 했다고?”가정부가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하나같이 총과 칼을 들고 있었어요… 보아하니 좋은 일로 온 것 같지는 않았어요…”강준상도 처음 맞이하는 일에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 무장한 군졸들이 집에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대체…무슨 일로 무장한 군졸들이 찾아온 거지?’‘대체 왜?’옆에 있던 강문복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죠? 왜 갑자기 무장한 군졸들이 저희 집에…”강준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구나… 잠시 기다리거라. 내가 먼저 나가보마.”강준상은 허겁지겁 대문 밖으로 향했다.그는 밖에 나가자마자 10여 명의 무장한 군졸들을 볼 수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위풍당당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강 씨 가문의 가주 강준상입니다. 다들 저희 집엔 무슨 일로 오신 거죠?”강준상은 공손하게 그들을 맞이하였다.군졸들 사이로 중팀장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강준상 씨 되십니까? 강우연 모녀를 데리고 오라는 길 팀장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강우연?길 팀장?그 말을 들은 강준상은 이들을 보낸 사람이 길정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젠장…’‘길정우가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강준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이때, 뒤에 서 있던 강문복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우연이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 우선 안으로 들어오시죠.”강 씨 가문과 길 씨 가문 사이에는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그렇기에 강문복은 그들을
강준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강학주! 어디서 큰 소리야? 네 딸 때문에 우리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니까?”강학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강준상은 서둘러 군졸들을 집으로 들였다. “저를 따라오세요!”팀장과 부하들은 강준상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강학주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안 돼! 절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내 딸을 데려가려고 하지 마!”퍽!계속되는 강학주의 방해에 팀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강학주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잡아! 정말 끈질기게 방해하는군.”말이 떨어지는 즉시 군졸들은 강학주를 포위하였다.“안 돼… 내 딸을 건들지 마…” 강학주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하지만, 군졸들과 가족들은 그의 절규를 모른 척했다.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군졸들은 강준상의 안내를 받아 강우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강 씨 저택 마당.그 시각, 강우연은 한고운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퍽!퍽 소리와 함께 마당 문이 활짝 열렸다.이어서 십여 명의 군졸들은 신속하게 강우연을 포위하였다!그들은 군화로 마당에 심겨있는 꽃들을 모조리 밟아버렸다.“네 엄마는 어디에 있지?”팀장이 물었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강우연과 한고운은 잔뜩 겁에 질리고 말았다.“…”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팀장에게 물었다. “누…누구시죠?”팀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강우연인가?”“저…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강우연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였다.“잡아라! 여기 강우연이 있다!”팀장은 부하들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들은 강우연과 한고운의 두 팔을 잡았다.이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세게 묶었다.강우연의 두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옆에 있던 한고운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도대체…당신들 정체가 뭐야?”강우연도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서 나와 내 딸을 놓아줘!”한고운은 군졸의 품
팀장은 땅에 엎드려 울부짖고 있는 한고운을 보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끌어내!”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강우연을 끌어냈다.“엄마, 살려줘요… 당장 우리 엄마를 놓아줘!”한고운의 두 볼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고운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있잖아. 이 아저씨들은 지금 고운이랑 놀아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깐, 무서워하지 마!” 강우연은 서둘러 한고운을 안심시켰다.‘한지훈, 대체 어디 있는 거야?’‘나와 고운이를 지켜준다고 했잖아…’“한지훈! 빨리 나와서 우릴 지켜줘…”강우연은 눈물을 애써 삼켰다.한편, 가족들은 문밖에서 이 모든 것을 눈 감고 있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제발 저와 고운이를 살려주세요… 아니, 고운이라도 살려주세요…”강우연은 문밖에 있는 강 씨 가문 가족들을 보고 울부짖었다.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준상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힘껏 강우연을 뿌리쳤다. “오늘부터 넌 내 손녀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은 다 한지훈 그놈 때문에 일어난 거야. 원망할 거면 그놈을 원망하거라!”“맞아! 강우연, 우린 이제 너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어서 네 딸과 함께 여길 떠나!” 강희연은 울부짖는 강우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서경희와 강신은 그저 멀리서 애원하는 강우연을 바라볼 뿐이었다.‘이제 강우연이 맡고 있던 프로젝트는 다 내가 맡게 되겠지?’강 씨 가문 가족들의 냉담한 태도에 강우연은 크게 실망했다.그녀의 눈에 한없이 상냥하고 친절했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 아닌가요?” 강우연은 군졸에게 끌려가면서까지 간절한 눈빛으로 강준상을 바라보았다.강 씨 가문 저택 전체가 강우연과 한소운의 통곡 소리로 가득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군졸들은 강압적으로 모녀를 차에 태웠다. 강우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창밖 너머에 서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옆에 있던 한고운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야, 아빠! 아빠가 우릴 구하러 왔어!”한지훈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군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와 딸을 풀어줘.”“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팀장은 곧장 차에서 내려 소리쳤다.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죽고 싶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군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죽여!”쿵!갑자기 한지훈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폭발하였다. 그는 곧바로 군졸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팀장의 머리를 잡아 지프차를 향해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프차의 범퍼가 일그러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군졸들은 잇달아 총을 들어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 “당장 우리 팀장님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사살할 줄 알아!”“끝났어… 결국 한지훈이 또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감히 팀장의 몸에 손을 대다니! 강 씨 가문이 우릴 죽이려 들 게 분명해…” 강문복이 말했다.강준상은 머릿속이 그만 새하얘지고 말았다. “한지훈, 정녕 네가 우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구나!”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군복 벗고 싶어?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팀장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지?’‘이전에 동원구 본부에서 만났던 서효양보다 더 강력해…’팀장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하… 다들 갑옷 벗고, 총 내려…” 팀장은 군졸들을 향해 소리쳤다.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하나둘씩 갑옷을 벗고, 총을 땅에 내렸다.한지훈의 등장에 십여 명의 군졸들은 모두 바보가 되고 말았다.이어서 한지훈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울고 있던 강우연과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한지훈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
딸칵!팀장은 서둘러 총을 장전하였다.한지훈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주시하였다.그의 살벌한 눈빛은 순식간에 팀장의 기를 눌렀다.‘무…무서워…’‘도대체 정체가 뭐지…?’팀장은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니까?” 한지훈은 팀장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았어?”팀장은 화가 난 나머지 방아쇠를 잡아당기려고 했다.“오만하다! 감히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지?”바로 이때, 천둥과 같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무장을 한 반소명의 수많은 군졸들이 팀장과 그의 부하들을 에워쌌다!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반소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들었다. “어서 총 내려놓지 못해?”팀장은 반소명의 어깨에 있는 훈장을 보고, 그 즉시 총을 내려놓았다.“아…”퍽!반소명은 그 즉시 팀장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이어서 두 명의 군졸들이 순식간에 팀장을 붙잡았다!팀장은 그 두 명의 군졸들을 보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당장 이거 풀어! 나는 길 씨 가문의 사람이야! 심지어 큰 도련님은 곧 머지않아 군단장이 될 몸이야! 그분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너희를 가만 놔둘 것 같아?”반소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길정우를 말하는 건가?”“그놈은 아직 군단장이 되지 않았어! 여봐라, 빨리 저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잡거라!”반소명의 명령하에 군졸들은 순식간에 팀장의 부하들을 모조리 붙잡았다.이후, 반소명은 한지훈을 보고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선생님, 늦게 온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 군단장님께서 사모님과 자제분의 안위를 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반소명도 즉시 체포한 군졸들을 데리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강우연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많은 일들 때문에, 제
한지훈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엉엉 울고 있는 강우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용히 있던 한고운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강우연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슬퍼…”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조심스럽게 한고운의 옷을 걷어 올렸다. 그녀의 등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자, 강우연은 심장이 미어질 듯이 아팠다.“지훈 씨, 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한지훈은 재빨리 한고운을 꺼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그 장면은 본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떡하지? 이제 우린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한 군단장까지 이 일에 끼어들다니… 우리 가문은 이제 오군 주군 본부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거야…”“어르신, 어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놈들 때문에 길 씨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준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어서 길 씨 가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어서 빨리 준비해!”길 씨 가문 저택.한 군졸이 헐레벌떡 길정우에게 다가왔다.“중장님, 사고가 났습니다! 왕 팀장의 부하 군졸들이 모조리 오군 주군에게 잡혀갔다고 합니다.”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길정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라고?! 오군 주군이 내 부하들을 데려가?”“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데려간 거지?”“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군!”군졸이 대답하였다. “한 군단장님이 잡아가셨다고 합니다.”“한민학?! 감히 네까짓 게 내 부하들을 데려가? 지금 내가 임직하기 전이라고 텃세 부리는 건가?”길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뭐라고 했지?”“그… 그게 중장님께서 진급하시기 전까지는, 분란을 일으키기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지훈이 한민학의 친구라고 합니다… 자신의 친구를 건드려서 화가 많이 난 듯합니다…”쾅!길정우는 탁자 위에 있는 꽃병을 던졌다
국왕은 기가 찬 이 광경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 4대 가문을 대표하든, 한지훈과 적대하고 있는 세력이든 아무쪼록 용국은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한지훈 유상에 관한 처리는 매우 중대한 일이기에 절대 허투루 할 수도 없다. 바로 이때 천자각 대전의 궁문이 열리더니 두 노인이 잇달아 대전으로 들어섰다. 바로 강만용과 신한국이었다. 두 사람이 나타나자 대전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폐하를 뵈옵소서!”“폐하를 뵈옵소서!” 두 각로는 연이어 국왕을 향해 경배하였다. “각로님들? 여기는 어쩐 일로...”강만용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폐하, 예 씨 어르신네 부부 두 분께서는 이미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북양 왕이 떠나기 전에 유언을 남기고 갔다고 합니다!”“뭐라고요? 한지훈이 어떤 말을 했는데요?”국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떠나기 전에 북양 왕이 폐하께 전하고픈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만약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면 폐하께 미리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용국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 때문에 죄송하다고요. 그리고 폐하께서는 앞으로 몸 조심하시라고 당부까지 했습니다!”강만용은 말을 이어가던 도중, 결국 눈물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국왕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내 그는 대전 안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다들 말끝마다 한지훈 유상은 봉인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들 하는데!”“노서용 어르신, 제가 묻고 싶습니다. 그럼 어르신은 대체 어떻게 민부 주관으로 승진하게 된 겁니까?”국왕이 지목한 사람은 바로, 방금 소란을 일으킨 한 노신이었다. “저야 당연히 가부의 관작을 이어받아 평생 나라를 위해 힘쓴 거죠!”노인은 여전히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노 씨 집안은 줄곧 산에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힘들게 민부를 경영해 오면서, 여러 세대의 노력을 거쳐 민부의 주요 관직을 확고히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래요! 제 생각에는 다른 분들도 다들 이렇
슬픔에 잠긴 강우연과는 달리, 4대 가문은 한지훈의 조난 소식을 듣고서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특히나 동방 소는 킥킥하는 소리를 내며 뉴스를 보면서 비웃기도 했다. “한지훈 이 놈, 결국 곤륜 뇌해에서 죽게 됐네. 하하!”“할아버님, 이 말은 즉 저희도 이젠 한 씨 집안을 향해...”그러자 동방 소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절대 한 씨 집안을 건드려서는 안 돼.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금방 죽었지만 그의 명망은 아직 남아 있어. 이 시점에 누가 먼저 나서려 한다면, 기어코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국왕에게 미움을 살뿐만 아니라 수억 명의 용국 백성들로부터도 미움을 살 수 있어. 비록 우리 동방 가문이 세력이 방대하긴 하지만, 물은 그저 배를 띄울 수만 있을 뿐 절대 전복시킬 수는 없는 게 불변의 법칙이야!”“하지만 천자각에서 의사를 진행하게 될 때, 강우연과 한지훈의 유상을 봉관 하여 왕작에 넣으려 하는 건 절대 반대하라고 우리 가문 사람들한테 당부해!” 동쪽 소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의 유상이 일단 왕작으로 봉인되게 되면, 적어도 신임 국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한 씨 집안의 기둥을 흔들 수 없게 된다. 하물며 신임 국왕은 정직하고 나이도 어려,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살기에도 끄떡없어 보였다. 수십 년 후 한 씨 집안의 어린 세대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있겠는데, 그때가 되어 한지훈의 자녀가 과연 4대 가문의 우환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동쪽 소뿐만 아니라 다른 3대 가문도 동시에 자신의 부하들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다. 한편 그 시각 천자각에서는, “또 이의 있으신 분 계십니까?”궁인이 성지를 낭독하고 나서야, 국왕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문무백관들은 소곤소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이건 분명히 국왕이 한 씨 집안 유상을 보호하려는 계획이었다. 왕작의 책봉이 있으면 누구도 감히 한지훈의 자녀들을 건드릴 수
몇몇 종묘 장로들은 깜짝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지훈이 없다고 해서 용국이 망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절대 이 시점에 한지훈이 죽어서는 안 됐다. 열국은 이제 막 작전을 거두었고, 용국은 한창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지훈이 세상을 떠난 게 되면, 용국이 더 이상 전력이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셈이 된다. 즉 한지훈의 죽음은 북양이 다시 용국을 공격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국의 부대들이 다시 한번 무장하고 대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란치 가문도 재차 수많은 고수들을 파견하여 용국으로 돌격해 용국무종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다. 동시에 용국 내부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그야말로 국본에 치명적인 위협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 생각에는 먼저 한지훈을 위해 장례를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장으로 제릉에 묘를 안장하고, 용경 백성들을 제외한 용국의 각지 백성들은 모두 조문하게끔 허용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파룡군은 현재 신임 장군으로 유청을 북부 전구 총지휘자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이젠 파룡군뿐만 아니라 서효양도 통제하게 되면서 북방 방어 전구를 형성하게 됐습니다!”“다들 저의 의견에 동의하시는지요?”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국왕은 천천히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자리에 있던 장로들은 똑같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 그렇게 족히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무종 대장로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말했다. “저는 이의가 없긴 하지만, 이번 일은 조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무종 대장로의 뜻은 매우 명확했다. 한지훈이 전사한 후, 4대 가문은 필연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게다가 무종 중에는 한지훈과 원한을 맺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이젠 한 마음으로 4대 가문과 손을 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4대 가문의 세력은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조회 결의를 통해, 4대 가문의 태도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일단 국상을 치르게 되면 다른 열국이 모두 알게 됩니다.”진우는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막아 나섰다. 그러나 국왕은 고개를 젓고는 휴대폰을 가리키며 진우를 향해 말했다. “일이 지금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우리가 과연 놈들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땅이 이렇게나 크게 흔들렸는데, 진작에 다른 열국들은 위성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곤륜산을 확인했을 거야. 그리고 그 뇌해 속에 있는 사람이 바로 한지훈이라는 것도 알았겠지.” “만약 우리가 비밀리에 진행하여 숨기려 했다가 나중에 용국 백성들이 해외 매체를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백성들은 우리의 행위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한지훈은 단지 북양 왕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 마음속의 신 같은 존재야. 더우기는 용국의 군혼과도 같은 존재지. 이런 사람이 지금 곤륜 뇌해에 묻히게 됐는데 우리가 비밀리로 진행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이건 내가 나라의 수령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야.” “그리고 일단 무종 장로, 종묘 장로 그리고 용각의 두 각로더러 날 찾으러 오라고 해!”국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의 조난 소식이 국왕에게 안겨준 타격은, 강우연에게 안겨준 타격 못지않았다. 그동안 국왕과 한지훈 사이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갈등이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서로 잘 통한 사이였다. 열국을 상대하든 용국의 각 세력을 상대하든,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한지훈이 갑자기 운명하게 됐다는 것은, 곧 국왕이 자신의 팔다리를 잃어버린 셈과 다름없었다. 이미 계획한 많은 전략들은 다 무너지게 됐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지훈이 죽게 된 후, 열국이 용국에 가하게 될 압박까지 직면해야 했다. 이제 곧 국경에서 전보가 전해질 거라 예상도 들었다. 이러한 국면에, 국왕은 반드시 먼저 백성들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처럼 그동안 용국을 위해 공헌
이때, 우주 궤도에서 탐사를 하고 있던 위성 또한 곤륜허 쪽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광막을 발견하였다. “한지훈!”강만용은 곤륜허의 방향 쪽으로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신한국은 털썩하고는 땅에 주저앉아 산꼭대기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은백색의 눈부신 빛은 오랫동안 흩어지지 않았다. 한편 그 시각, 멀리 용경의 천자각에서 한창 결재를 하고 있던 국왕은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 더니 이내 먹물 몇 방울이 종이에 떨어졌다. “설마 한지훈이?”국왕은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종이와 펜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진우에게 물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거 아니야? 왜... 난 대체 왜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난거지?”이내 진우는 급히 휴대폰을 들어 흑병대의 몇몇 관리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는 위성에서 찍은 동영상을 전해받게 됐다. 그 동영상은 바로 수백 배의 확대를 거쳐 찍은 곤륜허의 모습이었다. 직경이 수십메터에 달하는 용 모양의 거대한 필련이 만 메터의 고공에서 곤륜산 꼭대기에 서 있는 한 젊은 남자에게 떨어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웃통을 벗고 있었던 그 젊은 남자는, 용 모양의 필련이 떨어지는 동시에 손에서 병기 하나를 던졌다. 저것은 오릉군 가시? 화면에서 익숙한 병기를 보아낸 진우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건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어. 이 사람, 누가 봐도 한지훈이잖아! “폐하, 아마도 정말 큰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북양 왕이 곤륜허에서 조난당한 것 같습니다!”진우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진우를 쳐다보았다. “대체 북양 왕이 어떻게 곤륜허에서 조난당하게 된 거야. 누구야! 대체 누가 그랬어!”이내 국왕은 진우의 휴대폰을 냅다 빼앗고는 그 동영상을 클릭하였다. 직접 영상을 확인한 국왕의 표정은 멍해졌다. 위성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한지훈 발밑의 산체까지 근 1
정체 모를 필련이 떨어지게 되는 순간, 한지훈 체내의 자기장은 순식간에 봉쇄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족쇄가 있는 듯이 한지훈은 제자리에 몸을 고정하게 됐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필련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찰칵!” 눈 깜짝할 사이에 필련은 완전히 떨어졌고, 한지훈은 순간 머리부터 발까지 심지어 몸속의 모든 세포가 비할 데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 느낌은 마치 수만 개의 화살이 심장을 뚫은 것 같았고, 또 수만 볼트의 고압 전류를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이 걸친 전투복은 사라지게 됐다. 심지어 그의 손에 있는 오릉군 가시조차 갑자기 알 수 없는 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갓 첫 번째 필련의 세례를 받은 후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수십 개의 필련이 다시 하늘에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먹구름 덩어리 사이에서는 무수한 천둥 번개가 교차하면서 지면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지훈 발밑의 자갈조차도, 수많은 번개로 형성된 강력한 전류를 맞아 아예 투명하게 변해버렸다. 그렇게 한지훈이 거의 절망에 빠져있을 무렵, 알 수 없는 외부의 어떠한 힘이 한지훈의 체내 자기장을 다시 풀어냈다. 바로 그 순간, 한지훈은 급히 체내의 자기장을 동원하여 날아오는 수백 수천 개의 필련을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 두 갈래의 강대한 위압이 한곳에 부딪히게 된 순간, 곤륜허 전체는 순식간에 태양보다도 백배, 천배나 더 밝은 빛을 발했다. 비록 한지훈의 온몸은 금강석처럼 단단하긴 했지만, 그 역시나 이렇게나 강대한 위압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는 피부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지훈 몸 곳곳의 상처 부위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이 마지막 한 가닥의 힘을 동원하여 대항하고 있을 무렵, 그의 눈앞에 갑자기 붉은색과 검은색의 두 기류가 나타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두 갈래의 기류는 음양어의 형태로 바뀌어, 한지훈의 머리 위에서 맴
“넌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이 음양양의진은 너를 죽지 않게끔 보호해 줄 수 있어. 만약 네가 나중에 백룡심을 융합하게 된다면, 절대 이 비밀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명심해!”“그리고 백룡심을 융합하게 되면, 너의 실력은 천신계 강자까지 돌파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마음대로 세속의 일에 손을 댈 수가 없지. 하지만 그 규칙을 어겼다가는 예상치 못한 번거로움을 초래하게 될 거야!”정봉교는 이내 단검 한 자루를 천천히 꺼냈다. “그런데... 두 분께서도 그동안 세속의 일에 자주 개입하면서...”한지훈은 예충기 역시 자신을 도와 세속의 일에 개입하여 사람을 참살한 건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정봉교와 예충기 두 사람은 일제히 단검을 자신들의 목구멍에 겨누었다. “두 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한지훈은 두 사람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설마 스스로 이곳에 무덤을 파려는 건 아니겠지? “한지훈,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 놈들이 더 이상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 기 때문이야. 게다가 내가 그동안 죽인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아. 하나같이 다 마땅히 죽어야 할 놈들이긴 했어. 하지만 너는 다르지!”“우리 이 두 늙은이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만약 우리가 계속하여 살아있는다면, 혹시나 나중에 뇌해가 형성되기라도 한다면 그 위력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우리가 죽어야만 네가 살 기회가 있어!”예충기는 고개를 들어 먹구름으로 덮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검은 구름층 속에는 천둥과 번개가 교차하고 있었다. 비록 뇌해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자극하는 그 기세는 이미 형성되었다. “안됩니다! 어르신, 설령 내가 이곳에서 분골쇄신하더라도 두 분과 함께 무사히 나갈 것입니다! 어떻게 저 혼자 살기 위해서 두 분을 여기서 죽게 놔둘 수 있겠습니까!”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뽑아 들어 자신의 목구멍을 겨눴다. “만약 두 분께서 기어코 이런 태도를
기나긴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긴 했지만 전방에는 짙은 안개만 있을 뿐 더 이상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예충기 부부는 한지훈과 함께 절벽을 돌아서고 나서야 한 낡은 비석 앞에 도착했다. 짙은 안개는 마치 이곳에서 경계가 나뉘는 것 같았다. 앞쪽에는 안개가 전혀 없지만 뒤에는 짙은 안개 바다가 여전히 있었다. “더 앞으로 나아가면 바로 곤륜허야.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곤륜이라고 할 수 있지. 과거 많은 고대 전설들이 바로 그곳에서 유래된 거야.”예충기는 눈앞의 수림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곤륜허와 곤륜이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두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곤륜산에 관한 모든 전설은 사실 곤륜허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지훈은 눈앞의 광경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곳은 온통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해 보였다. “어르신, 그나저나 곤륜허는 왜 이렇게 죽음의 기운이 짙은 겁니까?”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자 예충기는 앞으로 나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백룡심 때문이야. 백룡심은 원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기에 죽음과 삶을 얼마든지 번갈아 왕복할 수 있지. 즉 죽음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죽음인 거야!”“그리하여 곤륜허 외부에 보이는 건 단지 죽음의 기운 뿐이야. 곤륜허 내부에 들어가야만 생기를 보아낼 수 있어. 진정한 제준의 유총에 들어서야 보아낼 수 있어.”예충기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오히려 더욱 의심스러워졌다. 자고로 묘지라면 죽음의 기운이 모인 게 당연한 거겠지. 그런데 왜 제준의 유총에는 생기가 모여있는 걸까? 비록 내심 많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한지훈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저 예충기 부부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곤륜허의 가장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안으로 들어설수록 한지훈은 짙은 죽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공기 중에서는 시체 썩은 냄새까지 나기도 했다. “쾅! 우르릉!”한참을 걸어가던 와중, 하늘에서 갑자기 천
조용하기 그지없던 밤이 지나가고 이튿날 새벽,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게 되었고 심지어 한지훈은 반경 1 미터 밖의 사물조차도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예 씨 어르신, 이 산에는 왜 안개가 이렇게 뿌연 거예요?”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이것은 안개가 아니라 살기란다. 곤륜 뇌해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뇌해 부근에 다다르기만 하면 그 누구든지 죽게 되더라고!”“그 음산한 기운이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었기에 이렇게나 큰 안개를 드러낼 수 있었던 거야! 준비됐지?”예충기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출발할 준비됐습니다!”한지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예충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밖에 나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이내 예충기는 신한국과 강만용의 거처로 향했다. 방문을 열자, 두 노인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는 입구에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부부 두 사람, 오늘 떠나게 되면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 작은 정원은 모두 내가 너희들에게 남기는 유물이라고 생각하거라. 그리고, 여기에는 책도 뒀으니 틈만 나면 아이한테 읽어도 주고!”“다시 돌이켜보면, 우리 부부는 그래도 이 세상에도 헛되이 살지는 않은 것 같네!”예충기는 고서를 강만용의 손에 건네주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씨 어르신! 설마... 어르신이랑 사모님 혹시...”“하하, 생사는 원래 한 끗 차이일 뿐이야. 오래 살수록 더더욱 생사를 신경 쓰지도 않아. 게다가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왔어!”“옳든 그르든 오늘 어떻게든 한 판을 걸긴 해야 해. 만약 3일 후에 한지훈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우리 부부가 도박을 잘못 걸었다는 것을 설명하겠지. 결국 하느님한테 진 거라고 볼 수 있겠지!”“너희들 굳이 나 때문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 용국이 유유한 역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과중에 죽은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