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곧바로 한지훈에게 가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이한승의 집으로 향했다.한편 같은 시각, 이한승은 한지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선생, 길 씨 가문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한지훈은 차가운 얼굴로 이한승을 바라보았다. “아직입니다. 참, 4대 가문에 대해서 새로 알아내신 게 있나요?”이한승은 잔뜩 당황한 얼굴로 얼른 무릎을 꿇었다. “한 선생, 제 부하의 무능함을 부디 용서하세요. 4대 가문에 대한 소식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이미 제 부하가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상대가 너무 세서 성공하지 못했어요… 우선 길 씨 가문부터 알아내는 게 좋을 듯 해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이한승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습니다. 4대 가문에 대해 계속 조사해 주세요.”“예…알겠습니다.” 한지훈은 얼른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한 선생님의 지위라면 충분히 4대 가문에 대해 알아내실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저희에게 부탁하시는 이유가 뭐죠?”한지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이미 그들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번 조사를 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들을 알아내는 데 실패했죠. 그래서 계속 이 선생에게 부탁했던 거예요.”이한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요. 생각보다 비밀에 싸여져 있더군요. 최대한 모든 인력을 사용하여, 그들을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한지훈이 대답하였다. “감사해요. 이 선생…”“참,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어요.”한지훈은 이한승에게 서경희가 찾아왔던 일을 알려주었다. 그는 이한신이 강신의 일을 대신 해결해 주길 바랐다.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한지훈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한편, 길 씨 가문 저택.“도련님, 방금 한지훈이 오군 주군 본부에서 나섰다고 합니다. 곧바로 한민학을 찾으러 갈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길현민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바로 길정우를 보며 말했다. “정우야, 만약 한지훈이 정말 한민학과 손을 잡으면 어떡하지?”길정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빠, 걱정하지
강 씨 가문 저택.군복을 입은 10여 명의 군졸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프차에서 뛰어내렸다.그들은 각각 무장한 상태로 강 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강 씨 가문 가정부는 서둘러 강 씨 어르신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르신! 큰일 났어요… 지금 밖에 무장한 군졸들이 가득해요… 어쩌면 좋죠?”강준상은 방금 전까지 마당 벤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가정부의 말에 강준상은 잔뜩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군졸들? 그 말이 사실인가? 모두 무장을 했다고?”가정부가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하나같이 총과 칼을 들고 있었어요… 보아하니 좋은 일로 온 것 같지는 않았어요…”강준상도 처음 맞이하는 일에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 무장한 군졸들이 집에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대체…무슨 일로 무장한 군졸들이 찾아온 거지?’‘대체 왜?’옆에 있던 강문복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죠? 왜 갑자기 무장한 군졸들이 저희 집에…”강준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구나… 잠시 기다리거라. 내가 먼저 나가보마.”강준상은 허겁지겁 대문 밖으로 향했다.그는 밖에 나가자마자 10여 명의 무장한 군졸들을 볼 수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위풍당당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강 씨 가문의 가주 강준상입니다. 다들 저희 집엔 무슨 일로 오신 거죠?”강준상은 공손하게 그들을 맞이하였다.군졸들 사이로 중팀장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강준상 씨 되십니까? 강우연 모녀를 데리고 오라는 길 팀장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강우연?길 팀장?그 말을 들은 강준상은 이들을 보낸 사람이 길정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젠장…’‘길정우가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강준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이때, 뒤에 서 있던 강문복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우연이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 우선 안으로 들어오시죠.”강 씨 가문과 길 씨 가문 사이에는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그렇기에 강문복은 그들을
강준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강학주! 어디서 큰 소리야? 네 딸 때문에 우리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니까?”강학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강준상은 서둘러 군졸들을 집으로 들였다. “저를 따라오세요!”팀장과 부하들은 강준상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강학주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안 돼! 절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내 딸을 데려가려고 하지 마!”퍽!계속되는 강학주의 방해에 팀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강학주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잡아! 정말 끈질기게 방해하는군.”말이 떨어지는 즉시 군졸들은 강학주를 포위하였다.“안 돼… 내 딸을 건들지 마…” 강학주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하지만, 군졸들과 가족들은 그의 절규를 모른 척했다.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군졸들은 강준상의 안내를 받아 강우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강 씨 저택 마당.그 시각, 강우연은 한고운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퍽!퍽 소리와 함께 마당 문이 활짝 열렸다.이어서 십여 명의 군졸들은 신속하게 강우연을 포위하였다!그들은 군화로 마당에 심겨있는 꽃들을 모조리 밟아버렸다.“네 엄마는 어디에 있지?”팀장이 물었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강우연과 한고운은 잔뜩 겁에 질리고 말았다.“…”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팀장에게 물었다. “누…누구시죠?”팀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강우연인가?”“저…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강우연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였다.“잡아라! 여기 강우연이 있다!”팀장은 부하들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들은 강우연과 한고운의 두 팔을 잡았다.이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세게 묶었다.강우연의 두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옆에 있던 한고운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도대체…당신들 정체가 뭐야?”강우연도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서 나와 내 딸을 놓아줘!”한고운은 군졸의 품
팀장은 땅에 엎드려 울부짖고 있는 한고운을 보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끌어내!”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강우연을 끌어냈다.“엄마, 살려줘요… 당장 우리 엄마를 놓아줘!”한고운의 두 볼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고운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있잖아. 이 아저씨들은 지금 고운이랑 놀아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깐, 무서워하지 마!” 강우연은 서둘러 한고운을 안심시켰다.‘한지훈, 대체 어디 있는 거야?’‘나와 고운이를 지켜준다고 했잖아…’“한지훈! 빨리 나와서 우릴 지켜줘…”강우연은 눈물을 애써 삼켰다.한편, 가족들은 문밖에서 이 모든 것을 눈 감고 있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제발 저와 고운이를 살려주세요… 아니, 고운이라도 살려주세요…”강우연은 문밖에 있는 강 씨 가문 가족들을 보고 울부짖었다.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준상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힘껏 강우연을 뿌리쳤다. “오늘부터 넌 내 손녀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은 다 한지훈 그놈 때문에 일어난 거야. 원망할 거면 그놈을 원망하거라!”“맞아! 강우연, 우린 이제 너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어서 네 딸과 함께 여길 떠나!” 강희연은 울부짖는 강우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서경희와 강신은 그저 멀리서 애원하는 강우연을 바라볼 뿐이었다.‘이제 강우연이 맡고 있던 프로젝트는 다 내가 맡게 되겠지?’강 씨 가문 가족들의 냉담한 태도에 강우연은 크게 실망했다.그녀의 눈에 한없이 상냥하고 친절했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 아닌가요?” 강우연은 군졸에게 끌려가면서까지 간절한 눈빛으로 강준상을 바라보았다.강 씨 가문 저택 전체가 강우연과 한소운의 통곡 소리로 가득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군졸들은 강압적으로 모녀를 차에 태웠다. 강우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창밖 너머에 서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옆에 있던 한고운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야, 아빠! 아빠가 우릴 구하러 왔어!”한지훈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군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와 딸을 풀어줘.”“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팀장은 곧장 차에서 내려 소리쳤다.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죽고 싶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군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죽여!”쿵!갑자기 한지훈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폭발하였다. 그는 곧바로 군졸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팀장의 머리를 잡아 지프차를 향해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프차의 범퍼가 일그러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군졸들은 잇달아 총을 들어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 “당장 우리 팀장님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사살할 줄 알아!”“끝났어… 결국 한지훈이 또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감히 팀장의 몸에 손을 대다니! 강 씨 가문이 우릴 죽이려 들 게 분명해…” 강문복이 말했다.강준상은 머릿속이 그만 새하얘지고 말았다. “한지훈, 정녕 네가 우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구나!”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군복 벗고 싶어?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팀장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지?’‘이전에 동원구 본부에서 만났던 서효양보다 더 강력해…’팀장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하… 다들 갑옷 벗고, 총 내려…” 팀장은 군졸들을 향해 소리쳤다.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하나둘씩 갑옷을 벗고, 총을 땅에 내렸다.한지훈의 등장에 십여 명의 군졸들은 모두 바보가 되고 말았다.이어서 한지훈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울고 있던 강우연과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한지훈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
딸칵!팀장은 서둘러 총을 장전하였다.한지훈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주시하였다.그의 살벌한 눈빛은 순식간에 팀장의 기를 눌렀다.‘무…무서워…’‘도대체 정체가 뭐지…?’팀장은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니까?” 한지훈은 팀장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았어?”팀장은 화가 난 나머지 방아쇠를 잡아당기려고 했다.“오만하다! 감히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지?”바로 이때, 천둥과 같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무장을 한 반소명의 수많은 군졸들이 팀장과 그의 부하들을 에워쌌다!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반소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들었다. “어서 총 내려놓지 못해?”팀장은 반소명의 어깨에 있는 훈장을 보고, 그 즉시 총을 내려놓았다.“아…”퍽!반소명은 그 즉시 팀장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이어서 두 명의 군졸들이 순식간에 팀장을 붙잡았다!팀장은 그 두 명의 군졸들을 보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당장 이거 풀어! 나는 길 씨 가문의 사람이야! 심지어 큰 도련님은 곧 머지않아 군단장이 될 몸이야! 그분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너희를 가만 놔둘 것 같아?”반소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길정우를 말하는 건가?”“그놈은 아직 군단장이 되지 않았어! 여봐라, 빨리 저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잡거라!”반소명의 명령하에 군졸들은 순식간에 팀장의 부하들을 모조리 붙잡았다.이후, 반소명은 한지훈을 보고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선생님, 늦게 온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 군단장님께서 사모님과 자제분의 안위를 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반소명도 즉시 체포한 군졸들을 데리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강우연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많은 일들 때문에, 제
한지훈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엉엉 울고 있는 강우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용히 있던 한고운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강우연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슬퍼…”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조심스럽게 한고운의 옷을 걷어 올렸다. 그녀의 등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자, 강우연은 심장이 미어질 듯이 아팠다.“지훈 씨, 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한지훈은 재빨리 한고운을 꺼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그 장면은 본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떡하지? 이제 우린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한 군단장까지 이 일에 끼어들다니… 우리 가문은 이제 오군 주군 본부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거야…”“어르신, 어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놈들 때문에 길 씨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준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어서 길 씨 가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어서 빨리 준비해!”길 씨 가문 저택.한 군졸이 헐레벌떡 길정우에게 다가왔다.“중장님, 사고가 났습니다! 왕 팀장의 부하 군졸들이 모조리 오군 주군에게 잡혀갔다고 합니다.”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길정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라고?! 오군 주군이 내 부하들을 데려가?”“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데려간 거지?”“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군!”군졸이 대답하였다. “한 군단장님이 잡아가셨다고 합니다.”“한민학?! 감히 네까짓 게 내 부하들을 데려가? 지금 내가 임직하기 전이라고 텃세 부리는 건가?”길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뭐라고 했지?”“그… 그게 중장님께서 진급하시기 전까지는, 분란을 일으키기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지훈이 한민학의 친구라고 합니다… 자신의 친구를 건드려서 화가 많이 난 듯합니다…”쾅!길정우는 탁자 위에 있는 꽃병을 던졌다
한편, 한지훈과 강우연은 아이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종합적인 검진을 받았으나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근육 손상 때문에 며칠 휴식해야 한다고 했다.처음엔 씩씩하게 아프지 않다고 하던 아이는 지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강우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한지훈의 얼굴에도 싸늘한 분노가 넘실거렸다. '길정우,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검진을 마친 뒤 한지훈은 두 사람을 데리고 병원을 떠나려 했다.그러나 이때, 약간의 의문과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어? 한지훈? 정말 한지훈이잖아? 여기서 보네?"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상대를 응시했다. 온몸에 명품을 걸친 훤칠한 남성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곁에 찰싹 붙어 따라오던 여자는 거만하게 세 가족을 쳐다보고 있었다.화려하게 꾸민 여자는 몹시 관능적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는데 여기저기 손을 댄 듯 싶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미간을 찌푸린 한지훈은 상대방을 떠올리려고 애썼으나 낯이 익을 뿐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잘난 한씨 집안 도련님이라 그런가, 옛친구는 까맣게 잊어버렸군. 간신히 죽다 살아나더니 이젠 나도 기억 안 나? 나야, 손민규. 예전에 네 따까리였잖아."손민규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던지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가식적이기 그지없었다. 특히 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어머, 도련님이 저런 거지 같은 사람의 따까리였다고요? 설마요. 저 사람이 누군데요? "여자가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과 그의 곁에 있는 강우연을 쳐다보았다. 싸구려 옷을 걸친 강우연을 훑어보는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강우연은 남자를 홀릴만한 외모임은 틀림없었으나 그녀가 걸친 옷은 다 합쳐도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참나, 부끄럽지도 않나.'손민규가 비웃으며 대답했다."넌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이라고, 한정그룹의 잘나가던 도련님이야. 근데 5년 전에 집안이 망했어. 다들 그때 한지훈도 죽은 줄 알